리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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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2 13:57
최근연재일 :
2013.08.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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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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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너-돌아온 이들(1)

DUMMY

돌아온 이들










항구의 경비를 맡고 있던 병사 중 하나가 저 멀리 보이는 배 한 척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배님. 오늘 들어오기로 한 갤리언선이 있습니까?”

성벽의 그림자에 앉아있던 선임 병사가 코웃음을 쳤다.

“없어. 요즘 우리 항구 상태를 몰라서 그래? 갤리언선이 들어온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저거 확실히 항구로 오고 있는 데요? 게다가 깃발이 낡기는 했지만 저희 것입니다.”

선임 병사는 햇빛이 발까지 들어오자 인상을 구기면서 발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우리 깃발을 단 갤리언선이 있을 리가 있냐? 오 년 전의 크라켄 사건 때 전부 잃었어.”

“그거야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건 보고를 올려야 할 것 같은데요?”

후임 병사는 아무리 눈을 비벼 봐도 사라지지 않는 갤리언선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선임 병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항구로 빠르게 다가오는 배를 바라보았다.

“응? 정말 갤리언선인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던 선임 병사는 갤리언선의 깃발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후임 병사는 단순히 그 깃발을 보고 자신들의 것이라고 했지만 깃발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선임 병사는 그 깃발이 뜻하는 바를 읽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저거 오 년 전에 사라진 지휘선이잖아!”

“예?”

선임 병사는 후임 병사에게 빠르게 소리쳤다.

“종을 쳐라. 세 번씩 끊어서. 나는 보고를 하고 오마.”

“예.”

후임 병사는 세 번씩 끊어서 치는 종이 뭘 뜻하는지는 알았다. 이건 최상급 비상사태에나 울리는 종소리였다. 저 갤리언선이 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배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후임 병사는 황급히 종으로 다가가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뎅뎅뎅! 뎅뎅뎅!


집무실에서 서류를 뒤적이던 중후한 인상의 사내는 항구에서 들리는 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여니 바닷바람이 불어와 익숙한 내음을 풍겨왔다.

잠시 그 바람에 머리를 식히던 사내는 항구쪽을 바라보았다. 항구 쪽에서 일어난 소란은 한 척의 배 때문이었다. 멀어서 정확히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아서는 갤리언선인 것 같았다.

“흐음. 오랜만에 보는군.”

넬루페 왕국의 최대 항구였던 탄크레드 성의 항구에 갤리언선이 발을 끊은 지가 벌써 삼 년이 넘었다.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내는 급박한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 밖에서 심호흡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작 각하. 항구로부터 전언입니다.”

“들어오게. 메트 경.”

문이 열리고 다급한 안색의 기사가 들어왔다. 사내는 그런 기사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도 보았네. 오랜만에 보는 갤리언선을 보고 놀라서 종을 울린 건가? 그렇다고 해도 비상사태의 종을 울린 것을 보면 경비병들이 어지간히 놀랐나 보군 그래.”

“그것이 문제가 있습니다.”

사내의 눈빛이 굳어졌다.

“설마 갤리언선에 ‘그것’들이 타고 있는 건가?”

메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건가?”

마른 침을 삼킨 메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지금 보이는 갤리언선은 저희 것이랍니다.”

“우리 것?”

사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메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예. 오 년 전 크라켄 사건 당시 사라졌던 함대 중 한 대입니다.”

“뭐?”

오 년 전 인근 해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크라켄. 해양 몬스터 중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되는 크라켄의 등장으로 인해 탄크레드 성의 해군이 총동원된 적이 있었다.

당시 동원된 해군의 총력은 갤리언선 이십 척과 캐랙선 삼십 척, 캐라벨선 오십 척이 동원된 대 함대였는데 그들은 크라켄과 함께 사라졌다.

당시 항구에서 지켜보던 이들의 말에 따르면 하늘까지 닿을 거대한 전격이 치솟으며 크라켄과 그들이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그렇게 사라진 대 함대 때문에 탄크레드 후작가는 힘을 잃었다. 그리고 해상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들 때문에 더욱 빠르게 탄크레드 가의 힘은 줄어들었다.

결국 그 사건 이후 오 년 만에 탄크레드 가는 전에 비해 삼 할도 되지 않는 힘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린 사내가 메트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는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후작 각하. 깃발 식별 결과 함대 지휘선이라고 합니다.”

프로큰 후작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대로 서재를 뛰쳐나갔다. 뒤를 따라오는 메트와 함께 일 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집사장 바딘이 그의 애마를 꺼내 놓은 상태였다.

프로큰 후작은 곧장 말에 올라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메트가 말을 타고 쫓아왔지만 프로큰 후작의 애마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숨에 메트를 떨쳐 낸 프로큰 후작은 그대로 말을 달렸다. 항구는 프로큰 후작의 성에서 언덕을 하나 내려가야 나온다. 언덕을 치달리면서 프로큰 후작도 가까이 다가온 갤리언선의 깃발을 볼 수 있었다.

함대 지휘선의 깃발. 탄크레드 가의 상징인 날개달린 닻이 펄럭이고 있었다.

프로큰 후작이 도착하자 이미 비상사태의 종소리를 듣고 집결한 기사단이 나와 있었다. 이제 고작 오십 명 밖에 남지 않은 기사단과 경비병들이 집결해 있었다.

경비병들의 수는 모두 이백 명.

예전에 비하면 병력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도사의 부재. 경기가 힘들어지니 마도사들을 고용하지 못하는 지금 항구의 방어력은 형편 없이 떨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들의 등장은 그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프로큰 후작이 갤리언선이 정박할 수 있는 곳에 말을 세우고 다가오는 갤리언선을 바라보았다. 갤리언선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은 로브를 걸친 여인이었다.

프로큰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키를 잡고 있는 여인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꺄악! 이거 어떻게 세우는 거야!”

프로큰 후작은 그 말에 당황했다. 지금 배를 세우는 법도 모르는 이가 배를 몰고 있다는 건가? 갤리언선은 이미 항구의 포구로 들어온 상태인데 배를 세우지 못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마도사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세워 볼 텐데 그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프로큰 후작은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갤리언선을 보고는 소리쳤다.

“닻을 내려라!”

프로큰 후작이 우렁차게 외친 소리가 전해졌지만 갤리언선은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프로큰 후작이 말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기사단은 병사들을 뒤로 물려라!”

기사단의 손짓에 병사들이 빠르게 물러났다. 그들도 설마하니 갤리언선이 이대로 돌진해 올 줄은 몰랐나 보다.

프로큰 후작이 다가오는 갤리언선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갤리언선에서 닻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닻이 떨어졌지만 이미 속도가 너무 붙었다. 항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갤리언선을 침몰시켜야 할 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갤리언선 한 척이 가지는 의미를 알기에 그것도 곤란한 일이었다.

물론 지척까지 다가온 갤리언선을 침몰 시킬 능력도 부족하지만 말이다.

그때 갤리언선의 갑판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는 그대로 뛰어내려 선착장에 내려섰다.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내는 작은 라운드 쉴드를 하나 꺼내 들었다. 일반적인 라운드 쉴드와 다르게 금속으로 된 라운드 쉴드를 든 사내는 자세를 웅크렸다.

사내를 향해 갤리언선이 돌진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선착장에서 마치 돌진을 막기 위해 자세를 잡는 모습은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은 이상 할 짓이 아니다.

갤리언선의 한 척이 가지는 무게는 무려 400t이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갤리언선이 닻을 내려서 속도를 줄였다고 해도 그 힘은 기사단의 돌격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몸으로 받아낼 수 없다.

프로큰 후작이 황급히 그를 향해 달려갔다. 어떻게든 그를 잡아서 옆으로 피하기 위해 몸을 날린 프로큰 후작은 상대의 허리를 감아서 몸을 옆으로 날리려 했다.

그런데 사내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내는 오히려 귀찮다는 듯 손을 내밀어 프로큰 후작의 팔을 풀어내고는 자세를 굳히며 소리쳤다.

“비키세요!”

프로큰 후작은 이미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온 갤리언선을 보고는 인상을 굳혔다. 이미 피하기에도 늦었다. 그것은 자신과 사내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그때 사내가 자세를 굳힌 채 방패를 내밀었다.

우우웅.

사내의 방패에서 울리는 기이한 울림. 프로큰 후작이 지켜보는 가운데 갤리언선이 선착장을 덮쳤다.

콰드드드득.

선착장의 바닥이 부서지며 사내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천천히 속도가 줄고 있는 갤리언선이었다. 갤리언선의 속도는 눈에 띄게 줄고 있었다.

프로큰 후작이 사내를 놀랜 눈을 감추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가녀린 것 같던 사내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으아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사내가 방패를 떨쳐내자 갤리언선이 크게 출렁이더니 뒤로 밀려났다. 아무리 물에 떠 있다고 해도 그 무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그것을 인간의 힘으로 밀어냈다는 건가? 그건 오러 유저들도 불가능한 영역의 것이었다.

사내는 방패를 든 손을 가볍게 털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로시! 너 세우는 법을 모르면서 키를 잡은 거냐!”

갑판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이는 키를 잡고 있던 마법사 도로시였다. 그녀는 밑을 내려다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셨네요.”

“너…!”

막 소리를 지르려던 사내는 도로시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도로시가 황급하게 양손을 모으고는 머리를 깊이 숙였다.

“후작 각하를 뵙습니다!”

사내는 그 말에 멈칫하더니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뒤에는 놀랜 눈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프로큰 후작이 서 있었다.

프로큰 후작은 갤리언선의 돌진을 막아낸 사내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가 눈이 더욱 커졌다.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 프로큰 후작을 보고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아이반?”

아이반은 프로큰 후작이 자신의 이름을 묻는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버지!”

아이반이 와락 달려들어 프로큰 후작의 품에 안겼다.

“컥!”

프로큰 후작은 아이반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 껴안는 순간 받은 충격으로 거친 숨을 토해냈다. 갤리언선의 돌진을 막을 정도의 힘을 지닌 자가 들이 받은 충격은 아무리 엑스퍼트의 극에 오른 프로큰 후작이라고 해도 견딜 수 없었다.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프로큰 후작을 안고 있던 아이반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작가의말

첫 번째 연재이니 한 편 더 연재합니다^^

가능하면 일일 연재를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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