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271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09.25 21:25
조회
5,214
추천
15
글자
52쪽

01. 빛을 따르는 자(1)

DUMMY

......?

무슨 소리야?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건지...'

좋은 일은 무슨......

덜컹.

복도로 나가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품을 하고 있는 수련 신관들을 볼 수 있었다.

"......에휴...“

부럽다. 저들은 검은머리라서 받는 불이익을 모르겠지.

"칫. 칫."

“아,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를 하는 수련신관에게 괜히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밖으로 나갔다.

"......젠장. 신관이란게 뭐 대수라고. 이제는 만나주지도 않아?!"

바람의 신전을 빠져나오자마자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사실....한두번 당해본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네.

"이로써 마지막 길도 막혔네."

나에게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겠지......

“......”

젠장. 갑자기 속에서 뭔가 올라오네.

"하아...... 집에나 가야지."

화가 나기는 하지만 어디에 화를 낼 것인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그 검은머리의 신관을 만나서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아니, 한번 찾아 봐? 어차피 이미 삭아버린 늙은이거나 벌써 죽었겠지만.

사사삭... 사사사사......

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청록의 나무들. 처음 들어 올 때는 기대감 때문인지 굉장히 멋있는 광경이었지만 지금은 소음일 뿐이었다. 그나마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그늘의 용도로는 쓸만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읏, 눈부셔."

신전을 빠져나오고 그 앞에 있던 바람의 숲을 나가자 눈부신 태양이 나를 반겨주었지만, 나에게는 땀만 나게하는 짜증스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그나저나... 얼마만에 집으로 가는 거지?’

집에 돌아가면 아줌마랑 신아에게 엄청 혼나겠군. 아, 그러고 보니 신아는 지금쯤 7살이려나? 한참 활기차게 돌아다닐 나이겠어.

“그럼... 가볼까. 이렇게 된 거 그냥 집 근처에서 농사나......”

그때였다.

-......-

내 운명을 바꾼 목소리가 들린 것은.

-......들리나?-

"응?"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주변에는 나무와 돌밖에 없었다.

"환청인가?"

그러고 보니 어쩐지 귀도 간지러웠다.

“아. 너무 짜증나서 환청까지 들리는 모양이네.”

무시하고 다시 길을 가려는 때였다.

-들린다면 대답해 줘.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어라? 또 들리네?’

게다가 이건 여자 목소리 같은데?

"진짜로 뭐가 있나?"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무와 돌밖에 없었다. 아니, 정정한다. 새도 몇 마리 있다.

-......역시 들리지... 않는건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누구지? 근처에 누구 있는 건가?"

-응? 내 말이 들리나?-

끄응, 이건 정말 환청이 아닌 건가...?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지?"

잠깐. 지금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데... 그렇다면 지금 나는 진짜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건가?

-나는 빛의 여신 슈발로이카-

"여신...?"

-그래. 아니, 이렇게 목소리만 들려주는 것은 예의가 아닌가?-

“응? 무슨...... 윽!!"

눈앞이 눈부신 빛이 내 몸을 감싸더니, 그대로 주변이 빛에 먹혀버렸다.

‘뭐야 이건?’

그 빛이 어찌나 밝은지, 너무 밝아서 눈이 아플 정도였다. 제대로 눈도 뜰 수 없이 손으로 눈을 가리며 살짝 실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 볼 수 밖에 없었다.

-......보이나?-

그리고 그 밝은 빛의 사이로, 무언가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것은...

-보여?-

밝은 햇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로 보였다. 아마도 말이지. 머리 긴 남자일수도 있고... 그나저나 너무 밝아서 안 보여!

-아, 힘이 모자라-

"허억!"

그리고는 다시 순식간에 눈앞이 어두워졌다.

'아니, 그냥 눈앞이 밝아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그래서 상대적으로......'

어쨌거나 문제는 너무 밝은 빛에 눈이 부셔서 제대로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마물이라도 만나면 큰일나는 건데......

-그대, 신관의 길을 찾고 있는 자... 맞나?-

"시, 신관? 맞기는 한데..."

-이름은?-

"라, 라드. 라드입니다만..."

눈을 몇 번 비비자 서서히 시력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누가 보면 굉장히 슬픈 일이라도 겪은 줄 알겠군.'

-신관이 되게 해 주겠다-

한참 눈을 비비고 있을 때 뭔가 말을 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에?"

-신관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나를, 아니 저를 신관으로 만들 수 있나... 요?"

-단......네가 나를 찾는다면-

그거야 뭐.

"어디에 계시는데요?"

-나도 몰라-

"......"

지금 장난하나.

-하지만, 어려운 만큼 대가도 크지-

"......대가라니...요?"

-나를 도와준다면... 그때 알려주겠다-

"......"

왠지 못미덥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내 신관이 되겠는가?

왠지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러...죠."

어? 왜 존대를 하냐고? 상대방은 신족이니 반말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나보다 나이도 많을 텐데.

"어라, 잠깐."

지금까지 한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찾아오란다.

'......말이 안되잖아'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장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됐어요."

-뭐? 어째서?-

"장난에 말려들기는 싫어서요."

-.......?-

그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아아..."

정확히 말하자면... 3일 동안. 3일째 되는 날 아침, 그녀는 끈질기게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안 들리는 척 무시하며 계속 걸었다.

-이래서......-

하지만... 결국 잠들려는 시간에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사람이 잠을 자는데 옆에서 떠들면 얼마나 짜증나는지 아는가?!

"그만 좀 해! 정말 신경질 나서!!"

뒤에 생략된 말은 죽여버리고 싶다는 얘기다. 눈앞에 있다면 많이 때렸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지금까지 무시했지?-

"생각 없으니까."

이상하게 지금 머릿속에서 울려대는 소리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거기다 하루종일 걸어서 피곤한 상황이라면... 최악이지. 하지만 여신은 나의 상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확실하게 거절하지도 않았고, 수락하지도 않았다. 네가 확실하게 거절한다면 나도 포기하지-

그거야 정말로 받아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으니까... 약간 아까워서 확실하게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런데 또 바람의 신전처럼 일만 잔뜩 시키고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해. 게다가 누군가의 장난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하지만...정말로 신이라면?'

그렇다면 난 천고의 기회를 차버리는 것이 된다.

-듣기 싫다면 확실하게 정해-

"후우, 그럼 지금 기회에 확실히 해두지."

-말해봐-

이렇게 된 이상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물어야 했다.

"설마 당신도 고생해서 찾았더니 머리가 검어서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진 않겠지?"

-몰론-

몰론 거절한다는 얘기인가?

-어차피 빛의 신족에게는 혼족에 대한 제재사항이 없다-

문장을 유추해보니 아무래도...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웬 혼족?

"혼족?"

-검은머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검은머리를 가진 자가 혼족일 경우를 대비해서지. 그 이상의 이유는 이야기 해줄 수 없다.

그래서 머리색으로 그렇게 따진 건가? 그러고 보니 궁금한게 하나 더 있다.

"왜 나를 고른 거죠? 신관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나말고도 많은데?"

슬슬 평어에서 존대로 말이 바뀌기 시작한다. 흠흠! 일단 신족이니까 그런 거다.

-바람의 신전에서 너에 대해 알려주던데-

'응? 그 신관이 말했던 좋은 일이 이건가?'

그 녀석들,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군.

-......하겠는가?-

"......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목숨을 걸어보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몰론, 걸기는 했지만 위험은 없었다.

-그만한 대가는 보장해주지-

그나저나... 겨우 신전하나 찾는데 목숨을?

'뭐 괴물이라도 살고있나?'

-선택은 너의 몫이다. 영광과 성공이냐, 아니면 이대로 끝내느냐-

"당신의 말대로 위험하다면, 성공할지도 알 수 없겠죠."

-......-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의 운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02. 적과 아군(3) 11.09.26 1,768 7 73쪽
6 02. 적과 아군(2) +1 11.09.26 2,054 7 63쪽
5 02. 적과 아군(1) 11.09.26 2,539 5 84쪽
4 01. 빛을 따르는 자(2) +5 11.09.25 2,998 8 82쪽
3 01. 빛을 따르는 자(1) +4 11.09.25 4,212 15 84쪽
» 01. 빛을 따르는 자(1) +9 11.09.25 5,215 15 52쪽
1 00. 빛의 시작 +3 11.09.25 7,454 3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