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갑대전(朝鮮 機甲大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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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저씨
작품등록일 :
2019.02.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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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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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05장. 전장터로 변한 뉴욕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DUMMY

05. 전장터로 변한 뉴욕


-1-


1913년 1월, 뉴욕.


차가운 눈보라가 유례없는 폭설로 뉴욕을 뒤덮을 무렵.

한승범의 부대는 전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프랑스 의용대의 예봉을 꺾기 위해 가용 가능한 전차를 긁어모아 정비에 들어갔고, 다량의 휘발유를 구해 엔진룸을 상시 덥혔다.


화르르!

화르르!


급격히 떨어지는 영하의 기온.

부동액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할 목적 외에도 추위에 약한 병사들의 보온도 한몫했다.


“언제든지 엔진 시동을 걸 수 있게 준비해.”

“기름이 옮겨붙지 않게 적당히 태워!”

“전차장마다 상시 지켜보고, 자칫 잘못하면 대형화재로 번진다.”


장교와 하사관들이 호통을 지르면서 부대를 돌아다녔다.

원정사단의 절반이 남쪽 지방 출신인지라 한반도 북부와 연해주의 추위를 알지 못했다.

한반도 남부지방과 달리 만주와 연해주 등에 주둔한 기갑사들은 겨울철마다 동상 예방과 엔진 시동에 사활을 걸었고, 예고 없는 훈련에 대비했다.

그러나.

따뜻한 남쪽 출신은 언제든지 전차의 시동을 거는 게 어려움이 없었다.


“아휴! 따뜻해!”

“불씨는 줄이고 군화를 저쪽에 치워. 너무 가까이 대다가는 태워 먹는다고.”

“눈 때문에 발이 시립니다. 잘 말려야죠.”

“무식한 자식, 나중에 군화 태워 먹고 울지마.”

“군표로 사면 되잖아요.”


경험이 부족한 일병의 반문.

말년병장 차림의 전차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새끼. 열차가 적의 공격으로 멈추었는데 보급품이 나올 리 있겠어. 미국 애들 군화를 신고 싶으면 너 알아서 해.”


대놓고 구박을 주는 병장.

일병과 이병 등이 고개를 내저었다.

대한제국의 군화와 달리 미군의 전투화는 발목 부츠와 각반을 사용했다.

부츠의 바닥에 징을 박고 연결부 위를 리벳으로 제작한 통에 물이 스미는 것을 막지 못했다.

몇몇 대한군 소속 전차병이 사용한 결과.


-외부로부터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지 못할뿐더러 두꺼운 소가죽 때문에 발뒤꿈치에 염증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한마디로 비용 절감과 오래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투박한 부츠.

이와 달리 대한군은 소가죽을 무두질해 인위적으로 기모(起毛) 처리한 스웨이드(세무)로 만들었다. 발뒤꿈치의 상처를 예방할 목적으로.

또.

비싼 고무를 바닥에 덧대어 탄력을 줌으로 무릎부상을 예방하고자 한데 반해. 미군용은 병사용 발목 부츠의 굽이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군화도 같은 군화가 아니라는 뜻.

외형이 멋진 미군 장교용 긴 목 부츠의 경우 탈착에 시간이 걸렸고, 매번 손질하지 않으면 가죽이 광택을 잃어버려 해졌다.

짧은 시간 동엔 전투 준비를 끝내야 하는 대한제국군에게 둘 다 최악의 군화였다.


“헉!”


놀란 일병은 불위에 있는 군화를 끄집어냈다.

태워 먹기라도하면 끔찍한 미군 부츠를 신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원정군 전체에 부는 분위기였다.

신대륙의 주인이라 불리는 미군의 민낯이 벗겨지면서 대한제국은 물론이고 열강과 비교하면 군수품 수준이 미달에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막내, 배식이나 타와.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전차병은 야전에 단차마다 식사하게 되어 있었고, 반합을 차량 내부에 적재했다.

대한제국 영내의 경우 밥차와 같은 중대급 식사 차량이 지원되었으나, 원정군의 식사는 미군 병참부대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이병이 반합 대신에 잔뜩 가져온 깡통에 병장을 포함해서 하나같이 인상을 찡그렸다.

깡통의 정체는 미군용 전투식량의 일종으로 아이언레이션(Iron Ration)라고 인쇄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1907년부터 사용한 미국 최초의 전투식량으로 케이크 3온스 3개, 초콜릿바 1온스 3개, 소금과 후추 1곽을 주석 깡통에 넣어 포장했다.


“시부랄, 미군 애들 전투식량이잖아.”

“대체 보급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된장국에 밥은 언제쯤에 먹습니까? 대한제국 사람에게 초콜릿을 식사대용으로 먹으라니.”

“나도 할 말이 없다. 소금과 후추는 왜 주는 거지? 케이크에다가 뿌려 먹으라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미군 전투식량의 구성.

다른 전차대도 마찬가지로 원성이 자자했다.

개전 첫날부터 오트밀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이래. 원정군의 가장 큰 적은 프랑스군이 아니라 식사라는 말이 있었다.

화가 난 병장은 깡통을 걷어찼다.


“제길! 김치에 쌀밥을 주면 덧나나!”

“김 병장!”

“이반 특무상사님, 이것 좀 보십시오.”


얼굴을 붉히는 전차병을 바라보는 이반.

그는 엄지를 세우고는 뒤를 가르쳤다.


“참모관님이 육우 수십 마리를 구해왔다. 재주껏 구워 먹던 삶아 먹던 알아서 하도록.”

“스튜라던가? 스테이크라던가? 요리도 해주지 않고 먹으라고요?”

“뉴욕이 봉쇄되면서 물류이송이 줄어들었다. 당분간 미군 레이션으로 버터야 할지 모르니······.”


최악의 보급상황.

폭설은 대한제국군에게 시간을 벌어준 대신에 병참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유례없는 폭설로 도로가 얼어붙은 까닭에 물자 유입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프랑스·멕시코군의 북상으로 인근 농촌 지역에서 유제품과 식량이 차단된 사건도 한몫했다.


“늦으면 소 다리 한 짝도 못 챙긴다. 빨리 움직여.”

“알겠습니다. 오늘은 소고기 다리 구이다.”


병장을 주축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전차병들.

식사 대용으로 주는 초콜릿과 케이크 대신에 고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껏 싸운 전쟁터 중에서 여기 같이 엉망진창인 곳은 처음이다. 대도시 인구까지 포함되어 제때 군량 보급이 될지 모르겠군.”

“그래도 계원산에서 먹었던 돌덩이 건빵보다는 낫습니다.”


미하일 상사가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등산용 술병.


“한 모금 하시겠습니까? 더럽게 추워서 몸을 데우지 않으면 동상 걸리기에 십상입니다.”


러시아계 출신의 미하일은 한승범과 만주 근무 때부터 함께한 중대원이었다.

전차병과 달리 수색소대의 하사로 시작해 무공훈장을 여러 개 달만큼 실력자로 유명했다.


“임마! 군대에서 술을 마시면 어떡해?”

“예비입니다. 죽어가는 녀석을 만나면 줄 비상 상비약이라고요.”

“개소리는 집어치워!”

“나중에 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음······.”


마른 입술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망설이는 이반의 눈동자.

그러나.

고개를 크게 흔들면서 말했다.


“필요 없어! 천하의 이반이 술 따위에 혹할 것 같다. 오늘 동쪽 거리를 너희 중대가 맡기로 했을 텐데.”

“30분 전에 미군에게 인계하고 왔습니다. 이제부터 자기들이 책임진다고 하네요.”

“우리 관점에서 잘 된 일이야. 쓸데없는 공관경비에 부대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져서.”

“대통령이랑 수뇌부가 북쪽에다가 수도를 옮긴답니다. 그래서 교체하는 것 같은데······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무슨?”


미하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정색한 얼굴로 변했다.


“계원촌의 사건이 기억납니까? 그때도 이랬습니다. 터무니없는 명령을 던져주고는 나중에 이상한 애들하고 싸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음······그때는······?”

문득 과거의 편린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반.




-2-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1900년 6월 6일에 사건이 터졌다.

조선이 제국으로 선언한 지 수년 만에 일어난 참변.

바로 황제의 아버지이자 암살당한 그 날까지 섭정공에서 섭정왕이 되어 활약한 이하응.

더불어 조선제국령으로 편입된 만주에서도 봉기가 일어났다.

주동자는 청황실의 패륵인 혁전.

공친왕의 사촌 동생인 그는 요양을 시작으로 만주 서쪽 일대에서 수만의 민병을 동원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때 한승범과 이반은 17기갑중대에 소속되어 9량의 전차와 수색소대를 이끌고는 계원산으로 향했다.


[계원산 요새]


청일전쟁 당시에 청나라를 지원하고 참전한 대가로 얻은 만주.

이하응은 드넓은 땅을 통치하기 위해 도로 거점마다 독립요새를 세웠고, 계원산은 요양으로 가는 중계지점에 속한 곳이었다.

봉천의 만주 주둔군 사령부에서 내려온 명령.


-계원산 요새를 사수하고 별도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대기하라.


한승범과 이반 등은 계원산에서 몰려오는 혁전군과 싸웠고, 수천의 포로를 잡는 등의 전과를 거두었다.

고작 30명도 안 되는 독립전차 17중대의 활약.

하지만.

혁전군은 포기하지 않고 동쪽으로 진출하고자 대병력을 동원해 계원산을 노렸으며, 독립요새는 홍역을 치렀다.


-난 나의 결정이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 2시간 안에 전령이 가지고 오는 명령이 지원부대가 없는 사수(死守)라면 우리는 모두······.


17독립 전차중대는 위기에 봉착했고, 지휘관인 한승범은 부하들을 구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이일 소위, 나는 17전차중대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 또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정식 명령이 아닌 누군가의 음모와 술수에 부하들의 목숨을 상납하기는 싫다.


군부와 민씨 황후를 주축으로 하는 문치파와의 대결 구도에 빠진 일행.

한승범의 재치로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후폭풍은 장난이 아니었고, 음모의 수렁은 조선의용대 사건까지 이어져 고통에 빠뜨렸다.




-3-


당시를 회상하는 두 사람.

미하일은 침을 뱉었다.


“퉤! 아주 더러운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음성에 담긴 감정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분노였다.

이반도 마찬가지였다.


“딱딱한 건빵으로 배를 채운 기억도 샘솟는군.”

대한군은 조선말부터 도입한 영국식 쉽비스켓의 변형인 건빵을 1종 전투식량으로 사용했고, 수분을 뺀 채로 보급했다.

그 덕분에 군인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 1순위에 올랐고, 총탄이 떨어지면 무기 대용으로 던지곤 했다.


“네 말대로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면, 비밀리에 애들 풀어서 알아봐.”

“서양인처럼 생긴 녀석들을 풀어서 수소문해보겠습니다.”


여러 인종이 복무하는 대한군 특성상 백인도 제법 많았다.

코사크 출신인 이반과 미하일처럼 그들은 미국인과 비슷하게 생겼고, 몇몇은 영어를 능숙 능란하게 쓸 수 있도록 배운 군인이었다.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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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8부-08장. 빨강 전쟁 계획 +5 21.01.05 5,871 116 10쪽
56 8부-07장. 전장터로 변한 뉴욕(3) +6 21.01.04 5,961 127 11쪽
55 8부-06장. 전장터로 변한 뉴욕(2) +8 21.01.01 6,289 122 11쪽
» 8부-05장. 전장터로 변한 뉴욕 +3 20.12.31 6,154 122 10쪽
53 8부-04장. 조우 +10 20.12.30 6,095 122 11쪽
52 8부-03장. 전쟁소식(3) +10 20.12.30 6,105 110 11쪽
51 8부-02장. 전쟁소식(2) +14 20.12.29 6,195 118 12쪽
50 8부-01장. 전쟁소식 +31 20.12.28 6,688 1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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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7부-40장. 동부에서 들려온 소식 +6 19.03.20 9,638 190 11쪽
40 7부-39장. 대한제국의 결정(2) +8 19.03.19 9,945 186 12쪽
39 7부-38장. 대한제국의 결정(1) +21 19.03.18 10,122 19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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