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일곱개의 탑 1부-09. 1895년 3월 1일(2)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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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천물약의 효과는 탁월했다.
상처가 아물고 피로가 회복이 되면서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신비의 영약, 하지만 몸의 부족한 에너지원을 보충하는 가운데 고통과 아픔이 수반하기 때문에 안세기는 혼절했다.
부족하지만 식사를 하고 먹었기에 속이 쓰라려 지는 않겠지만 전신이 뒤틀리는 고통을 부상 입은 그가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조용해졌군.”
나는 지푸라기를 한 아름 들어다가 그의 전신에 덮었다. 기온이 떨어지는 산중 날씨는 매우 춥다. 갓 회복된 그가 찬바람에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덮어주었다.
그리고,
불씨를 꺼지지 않게 하려고 벽에 걸린 낫을 들었다.
“쩝, 여기서도 생고생이군. 다 큰 어린애를 보살펴야하니 말이야.”
산중에는 불씨가 없으면 짐승들이 먹잇감으로 착각해서 인간을 공격을 한다. 움막근처의 나무 잔가지와 탈 수 있는 것들을 잘랐다.
휙! 휙!
휙! 휙!
잔가지를 위주로 베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모았다. 물기가 있어서 태우려면 연기가 맵게 일어나기 때문에 말려야 한다.
타탁! 타탁!
화로의 불이 타오르는 동안에 가지와 나무토막을 옆에 늘어놓았다. 열기에 수분이 마르거나 축축한 물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 불쏘시개로 쓸 생각이다.
“그나저나 다들 무사히 탈출은 했을까?”
길잡이의 흉계에 빠졌고, 야산의 주변에 매복한 일본군의 수는 대략 잡아도 2, 300명은 되어보였기에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너구리 영감은 자기 한 몸은 건사할 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문제는 지리와 말에 익숙하지 않은 이놈의 부하들이군.”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일본군의 고문은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사로잡힌 안세기의 부하들이 견디어 내기는 쉽지가 않다.
일반적인 건달이라면 한두 대 맞고는 털어놓겠지만 그들은 독종이었고, 행여나 간첩으로 오인한 일본군에게 모진 고문을 받다가 죽을 확률이 높았다.
“안희주, 그 영감탱이가 사람을 이리저리 힘들게 만드는군.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는 황금의 탑을 발굴하고 싶으면 자기 사람을 보내지, 나를 엮어서 생고생을 시키는군.”
그러면서,
남은 총알을 세어보았다.
윈체스터 반장총의 탄약으로 스물네 발이 남아있다.
“한번 전투를 벌이면 사라질 양이군.”
더군다나 안세기가 탈출하면서 총을 잃어버려서 두 사람의 무장은 반장총 한 자루와 나이프뿐이다.
“행낭용 가방에 쓸 만한 것이 뭐가 있나?”
들고 온 가죽가방의 고리를 당겨 풀고는 열어 제겼다.
안에는 천으로 칸막이가 있었고, 나침판과 노트, 만년필과 잉크통, 담배와 성냥이 놓여있다.
“다음번에는 먹을 거라도 넣어두던지 해야지.”
몇 조각 육포조각을 물에 불려서 끓여먹었지만 허기만 면할 뿐이다.
그나마 한사람 몫을 두사람 이서 나누어 먹어서 그런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진다.
“제기랄, 날은 춥고 배는 고프고 할 수가 없군.”
모닥불에 불씨를 죽이지 않게 잔가지들을 밀어 넣고는 쪼그려서 고개를 숙였다.
따뜻한 죽 한 그릇과 쉴 자리로 인해서 긴장이 풀리면서 수마(睡魔)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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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몇 시간이 잤는지 모르겠지만 날카로운 개의 짖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늑대? 군견?”
무식의적으로 윈체스터 반장총에 손이 갔다.
그리고,
왼손으로 안세기를 향해서 잡고 흔들었다.
“뭐야!”
잠이 들깬 얼굴로 반말을 지껄이는 안세기.
나는 나지막하게 외쳤다.
“개소리다! 어서 일어나!”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는 안세기다. 얼마 전까지 반쯤 죽어가던 얼굴이 아니라 화색이 돌고 있다.
“적이야?”
“나도 모른다.”
이 산중에 들어오는 이라면 사냥꾼이나 군인 외에 없다. 간혹 산적들이 있을 수가 있지만 논외였다.
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캥! 캥! 캥!
날카롭게 짖는 소리가 먹잇감을 보고 달려는 개의 음성이다.
나는 모닥불에서 타고 있는 나무토막을 꺼냈다. 붉게 타오르는 불길이 주변의 어둠을 밝혀주었다.
휘익!
집 앞 마당으로 던져진 불타는 나뭇조각.
삽시간에 주변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한 교수, 내 총은 어디 있어?”
“네놈이 어디다가 떨어뜨리고 찾아달라는 거야.”
“흥!”
“조끼 안쪽에 있는 칼이나 써.”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거다.”
짜증이 폭발할 일보직전이다.
‘망할 녀석, 고마우면 고맙다고 할 것이지.’
감정표현이 서툰 안세기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안 그랬다면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안세기도 일부러 나를 보지 않는다.
컴컴한 밖에는 말들이 히히힝! 울어대기 시작했고, 위기감을 느꼈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개는 네녀석이 맡아라.”
“총 든 늙은이가 겁을 집어먹었군.”
그러면서 단도를 끄집어낸다. 칼이 퍼렇게 선 칼의 뒤는 톱날같이 된 기형의 단도였다.
“너의 성명무기로군.”
어둠의 장터에 속한 모험가는 저마다의 이름을 내세우는 무기가 하나씩 있다. 일반 시중에 파는 것부터 고대의 오파츠이거나 명장의 손길이 깃든 병기에서부터 최신식 소총까지 말이다.
안세기가 꺼내든 단도는 백호의 그림자가 묻어난다는 ‘참쇄의 송곳니’로 베고 찌르고 긁어버리는 칼이다.
“개를 앞세우고 오고 있다.”
안세기가 말했다.
그의 동공이 번뜩이며 붉게 빛을 뿜었다.
어둠속에서 사물을 보는 수련을 전문적으로 한 능력이 발휘가 되고 있다.
“짐승같은 놈, 눈깔은 어지간히 좋군.”
“부러우면 가르쳐줄까.”
“공짜로?”
“약값으로 전수해주지.”
“미친놈! 지랄을 하고 있네.”
나는 기가 차서 낮게 속삭였다.
다 죽어가는 안세기에게 먹인 회천물약은 기사회생하는 묘약으로 수천 원을 주고도 살 수가 없는 기물이다. 어둠의 장터에서 유통되는 양이 워낙 적어서 구매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네놈한테 투자한 돈이다. 갚지 않으면 멱살을 흔들어서라도 받아낼테니 그리 알아.”
“흥, 늙은이가 돈 욕심은 많아 가지고.”
말마다 시비를 건다.
한번 말하면 수긍하지 않고 지지 않으려는 게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입 닥치고 싸울 준비나 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총을 들었다.
가진 탄환은 스물네 발에 불과했기에 한발, 한발이 중요했다. 만약 일본군이라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었다.
“개 3마리! 뒤로 인간 1명이다.”
“음······.”
“거리는 대략 50여 미터, 복장은.······.”
안세기가 진홍색 동공을 번뜩인다.
특수한 수련으로 생기는 야안(夜眼)은 과학적으로 자외선과 유사한 기능을 인체에 발생하게 만든다.
“거리 좁혀든다. 이제 20미터······.10미터······.”
안세기가 중얼거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개 3마리에 한명이라고 하면 굳이 경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내가 맡지.”
안세기가 움직인다.
순간적으로 나는 제지하려고 손을 뻗었다.
“사냥꾼일수가 있다.”
하지만,
그림자를 투영하듯 헛손질만 했다.
그 사이에 안세기의 신형이 용수철 튀듯이 뛰쳐나간다.
“젠장, 이 골통 녀석이!”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사고를 저지르는 성격에, 나도 모르게 밖으로 걸음을 뗐다.
그때였다.
크아앙! 크아앙! 캉!
크아앙! 크아앙! 캉!
개들의 울부짖음과 동시에,
휙! 휙! 휙!
곤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세차게 공기를 진동시키는 공명(共鳴)이 일정하고 빠른 것으로 보아서 상대방은 평범한 이가 아니었다.
마당에 던진 장작불로 인해서 어렴풋이 드러나는 상대를 대상으로 뒤로 물러나는 안세기가 눈에 들어왔다.
상대방은 손쉽게 안세기가 휘두르는 단도를 막아내고 있었고, 개들까지 일종의 합격진을 준비하는 것이 예사 인물이 아니다.
“안세기, 뒤로 물러나라.”
곤봉으로 찌르는 기술은 평범한 창격이 아니었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팔극문(八極門)의 비전(秘典)으로 불리는 육합대창(六合大槍)의 변형식이다.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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