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슬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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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3.09.24 20:00
최근연재일 :
2013.10.06 08:09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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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글자수 :
30,347

작성
13.09.28 12:06
조회
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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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
7쪽

Stage 1.

DUMMY

***


생각보다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그중에 현상이 특히 관심을 보였던 것은 그 슬레이어 시스템이었다.


유저가 게임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디자인. 자신의 꼼꼼한 눈썰미로도 슬레이어 시스템의 결점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완벽하게 디자인되어있고, 유저의 편의성도 상당히 고려했다. 그런 시스템에 자신이 모르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다. 물론 그런 기업기밀을 쉽게 가르쳐 주리라고 생각진 않았지만.


“일단은 여기 매뉴얼을 드릴 테니까 천천히 살펴보세요. 아, 학교에 가져가거나 하지는 마시고요.”


벌금이 좀 셀 수 있으니까요. 방긋 웃으며 하는 말이 저렇게 무서울 수 있다니 여러모로 놀랍다.


“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럼 다음 주부터 출근하시는 걸로 하죠.”


끼이익-


집에 도착하자 지은은 차를 세우고 현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상은 순간 그 얼굴이 매우 사악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지만 얼른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쨌든 수백만원의 돈을 준 고마운 사람이 아닌가.


“아, 깜빡하고 말을 안한게 있는데요. 그 보스몹 여간 어려운 녀석이 아닐 거에요. 레벨도 엄청나게 높은데다 인공지능도 최대치거든요.. 보통 사람보다 똑똑해요.”

“......”

“지금껏 다른 플레이어들은 무슨 수를 쓰던 그 보스 몹 만큼은 못 잡더라고요. 현상군이라면 방법을 찾아내겠죠.”

“게임은 대중성이 중요한데, 그렇게 보스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하려 들까요?”

“뭐, 승부욕이죠. 그만큼 게이머들이 열심히 해서 해답을 찾아내겠죠.”


그 능력치를 보면 아닐 것 같은데요.


현상은 뚱한 얼굴로 쏘아붙여 주려다가 참았다. 하여간 자기일이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니까.


“그렇게 힘든 보스를 깨면 상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테스터로는 처음이잖아요.”

“음, 그것도 그러네요. 뭘 해드리면 되려나.”

“밥 사주세요. 아주 비싼 녀석으로.”

“못해드릴 거야 없죠.”


지은도 만족한 얼굴로 씩 웃었다. 정말 저렇게 웃으면 설레게 된다. 고딩이 버릇없이 군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저 웃음을 보며 멀쩡할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럼 푹 쉬고 매뉴얼 꼭 읽어봐요.”


끼이익-


현상은 피곤한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지은과 신나게 얘기하며 올 때는 몰랐는데 벌써 밤 12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현관문 앞에 서 있는 큰 그림자.


아니나 다를까 삼촌이 자신을 보며 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평소에 조카사랑이라고는 실천하지 않는 삼촌이 그가 예뻐서 기다렸을 리는 만무하다. 이 시간에 삼촌이 깨어 있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니.


“야, 저 여자 누구냐?”

“...... 삼촌 설마 작업 걸 생각은 아니지?”

“얌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우리 예쁜 조카가 소개팅 시켜주는 걸 기다려야지.”

“꿈도 크시네.”


저래 뵈도 서른도 안된 나이에 TP소프트 부장까지 올라간 여자다. 게다가 얼굴도 좀 예뻐야지. 그런 여자가 서른이 넘도록 백수인 자신의 삼촌을 거들떠 볼 리가 없다. 현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 여자, TP 소프트 부장이야.”

“음..... 스펙이 좀 세긴 하네.”

“센 정도가 아니라 삼촌과는 현질 캐릭터와 기본캐릭터 차이입니다요.”

“끙. 남자 친구는 있대?”

“그럼 설마 저 얼굴에 없겠습니까?”


삼촌이 한숨을 푹 쉰다.


비극의 주인공이 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걸로 봐선 역시 크게 기대는 안하고 물어본 모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워낙 미인이니 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흥분한 것일 테고.


“삼촌이 날 기다릴 사람이 아닌거 아니까 본론부터 말해. 나한테 할 말 있지? 부장님 얘기 말고.”

“아! 맞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니, 알았는데 왜 얘기 안했냐.”


네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혈압 오른다는 얼굴로 뒤통수를 잡는 삼촌의 얼굴을 보면서 그는 그때 그 경주마를 생각했다. 그가 경주결과를 맞추는 건 하루이틀일도 아닌데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말했잖아, 보기 전에는 나도 모른다고.”

“그 말 기수가 승부조작으로 잡혀 들어갔다고. 근데 네가 경주 시작하기도 전에 맞춘 건 예상하고 있었다는 거 아냐.”

“하, 그게 승부 조작이었어? 어쩐지 자세부터 이상하더라니.”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거기 조사관들도 계좌 조사하다 우연히 발견한 거라는데.”

“그거야 자세가 달랐으니까.”


삼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티비 앞으로 달려갔다. 녹화해놓았던 그 장면이 다시 지나갔다. 자신은 몇 번을 돌려보아도 이상한 걸 찾지 못했었다.


“거기 그 장면.”


띠익-


화면이 기수의 출발장면에서 정확히 멈추었다. 현상의 삼촌은 유심히 화면을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듯 했다. 얌전히 지켜보고 있던 현상이 입을 연다.


“저 기수, 등자를 밟은 각도가 다른 기수들과 틀려.”

“...... 난 봐도 모르겠는데.”

“저기 오른쪽 발을 봐. 왼쪽하고 높이가 약간 다르지?”


집중을 하고 봐야 알아차릴 듯 말 듯한 차이.


그제야 현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알 것 같았다. 양발의 높이가 약간 다르고, 그로 인해 왼쪽 발이 등자에서 약간 떠 있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


미묘한 차이라지만 저렇게 발이 떠 있으면 제대로 출발하는 건 어렵다. 그만큼 반응이 늦어지고, 초반부터 균형이 흔들릴 테니까. 수천 번을 연습한 기수가 저런 실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놈 인간이 맞긴 한거야?’


자신은 느린 정지화면에서, 그것도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걸 듣고 나서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던 오류였다. 아니, 사실 그 대단하다는 수사관들도 수십 번은 돌려봤을 화면이었다. 그러나 현상은 그런 문제를 단 한 번에 찾아냈다. 이게 사람의 동체시력으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너 사람 맞냐?”

“그럼 동물이겠어?”

“......됐다, 말을 말자.”


삼촌은 한숨만 내쉬었다.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모르는 놈이다. 저 놈이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 놈인지 알 리가 없지.


차라리 자신한테 그런 재능이 있었으면 당장 경마장을 휩쓸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자기 조카에게 미리 잘 보여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작가의말

현실에서 현상이는 엄청난 먼치킨일지도.

비축분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이 잿더미에서 부활하기 위해선 열화와 같은 성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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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age 1. +8 13.09.25 6,296 194 9쪽
1 프롤로그- 고룡의 해답 +12 13.09.24 4,093 12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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