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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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최근연재일 :
2021.04.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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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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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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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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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모험의 시작

-Hello, world-




DUMMY

"음, 해방자인가."


반면 싸쥬는 라이너와 달리 덤덤했다.


"마치 케빈과 같은 길을 걸어가겠다는 듯이 말하는군."


케빈과 동류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샬롯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아, 말을 잘못했네요. 저는 해방자가 아니라 '구원자'가 될 거에요."


"구원자?"


"사람들을 돕는 건 같지만, 케빈과는 다르다는 거죠."


"푸훗."


샬롯의 말을 듣자마자 싸쥬는 저 혼자 빵 터지며 경쾌하게 웃어젖혔다. 샬롯은 그건 가볍게 넘길 수 없었는지 뭐가 웃기냐고 되물었다. 싸쥬는 하도 웃어서 자기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샬롯, 너랑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너와 나는 정말로 닮았구나."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라이너가 인상을 쓰며 끼어들었다.


"내 이름 '싸쥬 제르맹(Sage Germain)'도 네가 방금 한 말과 비슷한 유래를 갖고 있지. '현자(Sage)'이긴 하지만, '성자(Saint)'는 아니다······ 라고나 할까."


"그게 무슨 의미죠?"


"무슨 의미인지는 네가 홍두건단을 정리하고 오면 가르쳐주지. 아주 실컷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잘 들어. 이게 지금 내가 너에게 해주는 최후의 조언이야."


최후, 라는 말에 샬롯은 괜히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


"레이몬드빌에서 홍두건단과 담판을 보고나면, 반드시 리포드로 돌아와 내게 사이킷 제거 시술을 받아."


"사이킷 제거 시술요?"


"원래 사이킷은 자격이 있는 사람만 쓸 수 있어. 예를 들어 사이랜서 같은 사람들 말이야. 그런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사이킷을 장비하는 건 불법이야."


"그럼 전 불법을 저지른 건가요?"


"꼭 그런 것도 아냐. 너나 네 연고자가 사이키터에게 위협을 받을 경우엔, 일반인이라도 사이킷을 사용함으로써 저항할 수 있어. 네 경우엔 부모님이 사이키터에게 위협을 당했으니 네가 사이키터가 되어 그를 쓰러뜨린 것은 정당방위야. 일반인인 부하들까지 쥐어패버린 건 좀 그랬지만, 그래도 네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마을을 더욱 파괴했을 거야."


"그럼 전 괜찮다는 건가요?"


"아마도. 네 부모님이 홍두건단에게 납치당한 상황이니 레이몬드빌에서도 초능력은 쓸 수 있겠지만, 홍두건단을 잡고 나면 반드시 돌아와서 사이킷을 제거해야 해. 그리고 도심으로 떠나서 사이랜서 시험을 치고 정당하게 자격을 얻으면 돼."


"애초에, 이곳은 연구정부의 손길이 닿지도 않는 곳인데 법 같은 걸 그렇게 빡세게 지킬 필요가 있을까?" 라이너가 물었다.


"혹시 모르지. 너무 제멋대로 설쳐댄다면, 아주 기가막힌 타이밍에 연구정부에서 보낸 '메이드'들이나 사이랜서들이 찾아와서 홍두건단 간부들과 함께 샬롯도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될지도. 그리고 이미 샬롯은 홍두건단 단원들 뿐만 아니라 리포드의 주민들에게도 초능력으로 피해를 입혔어. 그러니 당분간 처신을 조심히 해서 사이랜서가 되기 전엔 되도록 나랏님 눈에 안 띄게 해야지."


"그럼 되도록 홍두건단의 간부들 하고만 싸우라는 거군요."


"그렇지."


"알겠어요."


"그럼 당분간 작별이군."


그 말에 샬롯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뭘요, 금방 다녀올 건데요. 주민 여러분들께 대신 설명 좀 해주세요. 우리는 홍두건단이 다시는 리포드에 못 들어오도록 막으러 가는 거라고요."


"그러지."


샬롯과 싸쥬는 서로 바라보며 잠시 동안 시선을 나누었다. 라이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서 비딱하게 섰다.


샬롯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럼 이제 가요, 라이너 씨."


"어? 아! 그래, 가야지, 하하!"


라이너의 표정이 단숨에 환해졌다. 그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샬롯에게 뒤뚱뒤뚱 다가갔다. 그리고는 싸쥬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이미 샬롯이랑 같이 가기로 약속했었거든. 혼자 보단 둘이 안심되잖아?"


"그렇지. 나도 샬롯이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하핫, 그럼 됐고. 아무튼 만나서 즐거웠어, 현자 양반. 그래서, 당신이 보기에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어느 정도는. 샬롯이 널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


"좀 아리송한 대답이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게."


라이너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싸쥬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와 손을 맞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라이너는 샬롯의 곁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뛰어갈까?"


"네? 갑자기 왜요?"


"골 빈 녀석들 몇은 너 보고 그냥 사라지라 했지만,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널 마을에서 내보내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붙잡히지 않게 뛰어가자구."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래, 누가 더 빠른지 경주하자. 호우~!"


샬롯과 라이너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너 울프 맥브라이언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사나이였다. 그는 샬롯과 나란히 앉더니, 곧이어 샬롯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리포드 주민들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주민들이 그들을 보고는 곧바로 쫒으려 했지만, 두 사람은 사이키터 특유의 신체 능력을 발휘해 그들을 순식간에 따돌려 나갔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대로 마을을 빠져나가려는 듯하더니, 샬롯이 뒤를 돌아 마을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두 손을 펼쳐 확성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마을을 부숴서 정말 죄송해요! 저는 너무 철이 없었어요! 여러분들께서 정말 상심이 크시다는 걸 모르고, 홍두건단을 몰아냈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뻐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 제가 부모님을 구해서 오면 그때 제대로 사과드릴게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꼭 다시 돌아올게요! 반드시요!"


그리고는 다시 마을을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샬롯과 라이너는 순식간에 마을로부터 멀어져 갔다.


빨간 두건 샬롯과 늑대 라이너의 출진을, 싸쥬 제르맹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자는 그 누구와도 섞이지 않고 땅에 홀로 기대어 누워 있었다.


인생은 회전 목마


돌고 돌아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철새는 홀로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


혹여나 언제까지고 돌아오는 일 없이 거칠게 불어만 갈 바람을 염려하여


그럼에도 도서관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지


홀연히 떠나가고서 홀연히 돌아올 작은 손님을


······.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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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연재 승급했습니다. 21.03.16 49 0 -
49 break of day 21.04.01 95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6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5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44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4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7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5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5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6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4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2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6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50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8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69 0 8쪽
32 Big Arms 19.05.10 57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5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49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5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9 0 12쪽
27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3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52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2 0 7쪽
24 행진 19.05.10 67 0 9쪽
» 모험의 시작 19.05.10 54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5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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