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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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19.05.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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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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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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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로빈 후드의 우울 1

-Hello, world-




DUMMY

레이몬드빌에 홍두건단이 찾아온 것은 약 6개월 전이었다. 원랜 다른 마피아 조직들이 몰래 마을 속에서 활동하며, 다른 마피아 조직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마약만 팔아댔지만, 마을을 직접 통치하려는 것은 그들이 처음이었다.


그들은 우선 대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레이몬드빌을 대신 원상복구 시켜줄 테니, 마을의 운영 권한을 달라고 촌장에게 부탁했고 촌장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로 홍두건단은 마을의 전체적인 운영 방식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사소한 생활 방식에도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홍두건단 이외의 사람들이 빨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은 홍두건단이 자신의 영향력을 마을 주민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주민들은 이에 격렬히 저항했다. 그러자 다음에 홍두건단이 취한 행동은 촌장을 잡아서 바이크의 뒤에 매달은 뒤에, 단장이 친히 광장을 몇 바퀴인가 돌려 촌장을 초주검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촌장을 빈 깡통이나 다를 것 없이 취급을 해버리는 모습을 본 주민들은, 결국 레이몬드빌이 홍두건단이라는 조직의 손에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별 다른 저항도 못 한채 지금까지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온 것이었다.


"홍두건단의 간부들은 모두 사이키터들이야. 돈을 아끼고 싶었는지 사이킷은 초신체만 들어있는 불법 개조된 물건을 쓰지만."


레이몬드빌의 보안관, 카리나의 이야기가 끝났을 즈음에 샬롯, 라이너, 카리나 세 사람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어느 식당 안에 들어와 있었다. 식당 안은 목조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고, 카운터 안쪽 벽의 선반에는 각종 술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어디로 보나 술집이었고, 술에 취하면 밖에서 떠돌며 소란피우지 말고 여기서 고성방가를 하라고 구석에 전용 무대도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아직 날이 밝아서 그런지 분위기는 조용하고 잠잠했다. 식당에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말이다.


"빠, 빨간 두건!"


식당에 있던 한 손님이 샬롯을 보고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손님들도 샬롯을 돌아보았고, 저마다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식당 안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자 카리나가 역정을 내며 외쳤다.


"조용, 조용해! 빨간 두건 처음 봐? 식당에 왔으면 닥치고 밥이나 먹어!"


그녀가 달래는데도 식당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했다.


"카리나 씨가 왜 그런 자들과 함께 있는 거죠?"


"이 마을에서 빨간 옷을 입고 있으면 그 녀석들이······."


"마을에 관한 비즈니스니까 일단 잠자코 있어. 확실히 정해진 사항이 있으면 알려줄게."


그렇지만 카리나는 곧 식당의 소란스럽던 분위기를 간단하게 잠재웠다. 샬롯이 보기에 그녀는 이 마을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 같았다. 그녀가 카리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식당으로 들어온 거죠?"


"너희가 이곳으로 들어왔잖아."


"당신이 여기로 들어오길래 따라 들어온 건데." 라이너가 말했다.


"그랬나?"


"응, 카리나 씨가 두 걸음 정도 앞에 있었어."


"사내놈이 뭘 그렇게 좀스럽게 따져? 너희 혹시 점심 먹었어?"


"아니요, 아직 안 먹었어요."


"배고파 죽기 10분 전이었지."


"그러니까 군말 없이 여기로 흘러들어왔지. 이왕 왔으니 여기서 먹고 가자고. 이래 뵈어도 여긴 레이몬드빌의 맛집이거든. 제인, 여기 주문 좀 받아. 튀긴 굴, 트리플 치미창가, 구운 새우 샐러드, 진저 에일 3잔 부탁해. 알코올은 1잔에만."


카리나가 식당 출입구 바로 앞의 둥근 식탁에 앉아, 멀리 카운터에 있는 안경 낀 외소한 소녀를 향해 외쳤다. 카리나 역시 점심을 안 먹어 배가 고픈 듯했다. 샬롯과 라이너는 카리나의 옆에 빙 둘러 앉았다. 라이너가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카리나 씨, 우리 의견은 안 물어보고 주문하는 거야?"


"그냥 먹어. 그리고 나랑 얘기나 해. 만약 너희가 내 마음에 들면 밥 정도는 사줄 수도 있어."


"사준다고? 그럼 감사하게 먹지."


"내 마음에 들어야 사준다고."


"아~ 진짜, 고마워, 잘 먹을게, 카리나 씨."


"오케이, 너는 먹지 마."


라이너와 카리나가 가볍게 투닥이는 모습을 보며, 샬롯은 카리나에게서 아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낮선 이에게 총을 들이대던 살벌함과는 다른 허울없음을 말이다. 그녀가 자신들을 인정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카리나는 의자 등받이에 늘어져라 기댔다.


"단장은 미친 녀석이야. 촌장을 아예 패버리고 촌장의 집 겸 마을 회관인 건물까지 3층으로 개조해선 자기들의 아지트로 써먹고 있거든."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이런 짓들을 벌이는지 궁금하네요."


레이몬드빌에도, 자신의 마을 리포드에도 해를 끼치고, 그렇게 주민들에게서 뜯어낸 돈으로 공공연히 부하 단원들과 술 파티를 벌일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샬롯은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쵸 먼저 드릴게요오······."


카운터에 있었던 제인이라는 소녀가 다가왔다. 그녀는 목사가 연상되는 디자인의 녹색 옷을 입고서 그 위에 하얀 앞치마를 매고 있었는데, 기묘하게도 목에는 염주 같은 것을 매고 있었다.


그녀는 나쵸 3장이 담긴 나무 소쿠리를 식탁 위에 두었다. 나쵸 옆에는 매콤해 보이는 빨간 살사 소스도 함께 있었다. 나쵸를 부수어 소스에 찍어먹으니, 나쵸가 바삭하게 씹히면서, 살사의 매콤함과 그 안에 들어있는 토마토 조각의 상큼함이 함께 느껴졌다. 그것을 몇 번 입속에서 우물거리니 살사는 매콤함만 남고, 부서져서 죽이 된 나쵸의 고소함이 찾아왔다.


"나쵸가 맛있네요."


"맛있어?" 카리나가 턱을 괴고 물었다.


"네. 지금까지 먹어본 나쵸들 중에서도 상위권이에요."


"거기다 카리나 씨가 사줘서 공짜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


"넌 안 사준다고 했잖아."


"아 왜~! 나도 사줘! 나도 공짜로 먹을래! 공짜가 더 맛있어! 빼애액~!"


라이너가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어 팔을 버둥거렸다. 다 큰 어른이 아기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이 샬롯은 웃기기도 했지만 모자라 보이기도 했다. 그의 행동은 샬롯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였는지, 주변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이쪽 테이블을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고, 아예 연극을 관람하듯이 몸을 틀어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샬롯은 이미 빨간 옷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는데, 얼굴까지 빨개질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쓰이지? 저 사람들도 너희가 신경쓰일 거야."


카리나가 아기처럼 떼쓰는 라이너를 무시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홍두건단과 관련이 없다는 걸 저 사람들에게 어필해보라구."


그 말에 라이너가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비딱하게 서서는, 나쵸를 입 안에서 우물거리며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 것을 알자, 그는 입 안의 음식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아, 레이몬드빌 여러분."


라이너가 자기 바지에 걸린 늑대털 재킷의 소매를 들어올렸다.


"여러분들도 이런 빨간 옷을 입고 싶죠? 6개월? 맞나? 그 기간 동안 못 입어서 기분이 나빴죠? 몰래 집에서 입어보려 치면 홍두건단이 멀리서 망원경으로 훔쳐보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그랬죠?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안으로 여러분들도 모두 입을 수 있게 될 거에요."


그가 주변에 삿대질을 했다.


"아니 그냥, 아예 오늘 안에 다 함께 광장에 모여서, 다 같이 빨간 쫄쫄이를 입고 저녁 파티를 벌이는 것도 괜찮겠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들 아시겠어? 나랑 옆에 있는 이 샬롯이란 친구가, 함께 홍두건단을 뒤집어 엎어 버릴 거란 소리야. 당신들이 싫어하는 단장한테 감시당하고 짓눌리던 생활도 이제 끝이라고! 자, 그러니까 어서, 포크든 뭐든 괜찮아. 어서 들고 일어서. 들고 일어서서 나를 응원해! 혁명가를 불러! 이 마을이 독립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는 공중에 주먹을 처들고 열띤 연설을 펼쳤다. 그의 주변 온도가 수 도 가량 달아오르는 것으로 보아, 그도 꽤 불타오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


"······."


불길이 한 바탕 휩쓸고 간 뒤에도 식당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개중에는 놀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먹던 밥을 계속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라이너는 그들의 반응이 허탈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코로 한숨을 뿜어내며 두 손을 머리 위로 털었다.


"잘 안 되지?"


자리에 힘 없이 주저앉는 라이너에게, 카리나가 턱을 괸 채로 말했다. 라이너는 천장의 전등을 잠시 바라보더니, 눈길을 힐끔 돌려 샬롯을 가리켰다.


"얘도 한 번 시켜봐요."


"저, 저도요?"


"응, 너는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좀 더 오래 봐줄 거야."


"우으으······."


샬롯은 팔을 오므리고 식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까 리포드에서 도망치기 전에 사람들한테 얘기했던 것처럼 해. 너희들 전부 다 구해버리게써어어! 이렇게."


"그래도 분위기도 안 맞는데 그런 소릴 하는 건 부끄러워요오······."


그렇게 말하면서도 샬롯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는 침을 한 차례 삼켰다. 주변의 관심과 눈빚들이 자신에게 향한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마음을 다스렸는지,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청중들을 똑바로 돌아보았다.


"여러분."


"······."


"······."


"제가 여러분의 구원자가 되어드릴게요."


"······파아하하하하하하학!"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게 안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라이너가 땀 빠지게 노력해서 주절거려도 냉랭히 있던 사람들이, 샬롯의 말 한 마디에 소란스러워진 것이었다.


"구원자라고? 아하하하하하!"


"무슨 '해방자 케빈'이라도 따라하는 거야?"


해방자 케빈, 그 익숙한 이름에 과속방지턱에 걸린듯이 요동치는 샬롯의 마음."


"아아~ 귀엽기는."


"꼬마야, 이름이 뭐야?"


"전에도 왠 사이랜서 놈이 레이몬드빌에 와서 우릴 구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형편없이 나가 떨어져선 지금은 어딨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카리나 씨도 기억하지?"


"어? 어어, 기억하지."


카리나는 여전히 손에 턱을 괸 채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에게 얌전히 호응해 주었다. 그녀는 그닥 기운이 없어 보였다. 샬롯은 그녀의 모습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정보를 들었기에 곧장 그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여기에 사이랜서가 왔었나요?"


"왔었지. 그것도 너희 같은 짜가리가 아니라 진또배기가."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


"사라졌어. 단장이랑 1대1로 싸우러 갔다가 사라져 버렸어. 그리고 홍두건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고."


그녀의 이야기는 라이너도 주의깊게 듣고 있었는지, 그녀가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래도 우린 둘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적어도 너희가 일반적인 사이랜서의 0.5인분 수준은 되어야지. 아니, 적어도 1인분 씩은 해야 돼. 그는 우수한 사이랜서였으니까······."


"그 사이랜서랑 아는 사이였어?"


"조금은. 이렇게 너희랑 대화하는 것처럼 하다가······ 조금 알게 되었지."


카리나는 자신없는 투로 말했다. 샬롯은 그녀의 어투로부터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의 말투에서, 그 사이랜서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안다는 듯한 아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샬롯은 그 의문에 대해서도 카리나에게 물어보려 했다.


"우효오오오오오호호호호호! 잘 들리는군. 아주 잘 들려!"


그때, 카운터 안에 있던 주방의 문이 열리고, 기괴한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머리인 젊은 사내가 귀에 빨간 깔대기를 대고 나왔다. 그의 키는 싸쥬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그가 샬롯을 가리키며 외쳤다.


"네가 하는 이야기, 네 심장이 뛰는 소리, 음식이 네 식도를 꿀렁꿀렁 넘어가는 소리, 네 위장이 위액을 뷰룻뷰룻 짜내는 소리, 다 들린다고오오오오오오!"




-For 꿈과 믿음의 바다를 헤엄치는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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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break of day 21.04.01 95 0 8쪽
48 Long Night 6 21.03.26 23 0 12쪽
47 Long Night 5 21.03.23 26 0 12쪽
46 Long Night 4 21.03.19 35 0 11쪽
45 Long Night 3 21.03.15 44 0 14쪽
44 Long Night 2 21.03.14 34 0 12쪽
43 Long Night 1 21.03.13 37 0 11쪽
42 황혼의 때 21.03.12 55 0 11쪽
41 아발론의 고아들 21.03.11 25 0 11쪽
40 SORRY, I'M STRONG. 21.03.10 56 0 13쪽
39 SORRY, I'M WEAK. 21.03.09 34 0 13쪽
38 Lunatic Gate 6 19.05.10 92 0 11쪽
37 Lunatic Gate 5 19.05.10 46 0 9쪽
36 Lunatic Gate 4 19.05.10 50 0 10쪽
35 Lunatic Gate 3 19.05.10 58 0 7쪽
34 Lunatic Gate 2 19.05.10 52 0 8쪽
33 Lunatic Gate 1 19.05.10 70 0 8쪽
32 Big Arms 19.05.10 57 0 14쪽
31 로빈 후드의 우울 5 19.05.10 56 0 11쪽
30 로빈 후드의 우울 4 19.05.10 50 0 8쪽
29 로빈 후드의 우울 3 19.05.10 45 0 7쪽
28 로빈 후드의 우울 2 19.05.10 49 0 12쪽
» 로빈 후드의 우울 1 19.05.10 54 0 13쪽
26 Dogfight 2 19.05.10 52 0 7쪽
25 Dogfight 1 19.05.10 43 0 7쪽
24 행진 19.05.10 67 0 9쪽
23 모험의 시작 19.05.10 54 0 7쪽
22 대파괴 4 19.05.10 59 0 9쪽
21 대파괴 3 19.05.10 5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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