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매우 쉽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깃
작품등록일 :
2019.10.31 18:58
최근연재일 :
2019.12.09 21: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28,408
추천수 :
858
글자수 :
178,583

작성
19.11.29 21:00
조회
720
추천
31
글자
12쪽

25장. 너무 잘 됐다

DUMMY

『Very Easy난이도 효과!』

『부담감에 저항하였습니다!』


난이도 효과가 발휘 됐음에도 진재진은 긴장을 다 떨치기 어려웠다.

군 복무 때, 생할관에서 종종 박종운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원래는 선임이 좋아하던 프로그램이라 보았는데, 보다 보니 흠뻑 빠져서 왕고가 된 후로도 후임들의 양해를 구하고 시청했다.


그 때 마다 생각했다.

가게가 망하기 전에, 박종운이 매장을 찾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정말 박중운이 찾아왔다. 새로운 영업 첫날에.


그의 평가 한 마디가 매장에는 영원한 꼬리표로 남을 수 있었다.

심지어 많은 손님들이 모여있고, 방송까지 진행되는 와중이다.

만약 그의 입에서 매정한 평가가 나온다면?


진재진의 난이도 효과로도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 펼쳐질지 몰랐다.

그러니 진재진을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긴장할 수 밖에!


“주,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박종운이 주문한 5종류의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직원들은 물론 손님들, 시청자들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된 상황이었지만, 박종운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서 식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김밥.

오물오물 씹어 삼킨 박종운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서 다시 젓가락을 놀려 라면을 삼켰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어서 그가 밑반찬 중 하나인 겉절이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음?”


의미를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인 박종운이 다시 한 번 겉절이를 먹었다.

그리고 서서히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거, 물건이네?”


그리고는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하나씩 맛을 보던 조금 전과 달리, 묶어 두었던 식탐을 풀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속도.

이는 제법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박종운은 유명하다.

진재진은 물론이고 천만배우 김하민보다 훨씬 많은 활동을 하고,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전국에 깔린 그의 매장만 해도 수 백 개가 넘으며, 흔히 대박집이라 불리는 맛집들 중 일부는 그의 손에서 탄생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박종운이 이렇게나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방송에서 보여진 적이 없었다. 어떤 것을 먹든 느긋하게,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이 그의 상징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며칠을 굶은 것 같은 식탐을 보였다.


“여기 겉절이 좀 더 주세요!”


특히나 ‘물건’이라 평가했던 겉절이를 많이 먹었는데, 뭘 먹든 그 후에는 겉절이 하나를 입에 가져다 넣을 정도였다.

이내 식사가 끝나고,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인 박종운이 종업원을 불렀다.


“혹시 이 겉절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 제가 만들었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진재진이 곧장 나서며 대답했다.

그를 바라보는 박종운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런데 이거 따로 팔진 않아요?”

“따, 따로 판매하는 건··· 아직 예정이 없습니다.”

“아쉽네. 우리 매장에도 넣고 싶은데··· 아, 혹시 괜찮으면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



진재진은 처음부터 첫 날 영업이 대박을 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SNS, 온스타를 통해 꾸준한 홍보를 했고, 꼭 가게를 찾겠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일상 방송에서도 무조건 찾아가겠다는 채팅을 수 없이 보았으니, 열에 한 명만 그 말을 지켜도 대박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종운의 방문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애초에 그와는 친분이고 뭐고 없었다.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손님 신분으로 찾아왔는데, 박종운은 그 정도 만으로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었다.


박종운이 손님으로 찾아온 식당!


이 부분만 강조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수 많은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박종운의 뜻 밖의 도움은 방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탐욕적인 식사.

그 모습은 진재진의 개인 방송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개 됐고, 흔히 ‘클립’이라 불리는 짧은 영상으로써 여기저기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박종운은 진재진이 만든 겉절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냥 관심만 보인 게 아니라, 자신의 매장에도 넣고 싶었다는 이야기에 이어 진재진의 연락처까지 받아갔다.


그 영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첫 날 매출은 600만 원 가량이었다.

충분하다 생각했던 재료가 다 떨어져서 오후 6시에 문을 닫았기 때문인데, 만약 더 많은 재료가 있었다면 1,000만원도 거뜬했을 것으로 예상 됐다.


하여 다음 날에는 보다 많은 재료를 준비 해 두었는데, 그래도 오후 7시쯤 되니 재료가 다 떨어졌고, 매출 700만 원으로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첫 날 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몰려든 까닭이었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어마어마한 손님이 몰려들었다.

박종운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후 부터는 창원, 마산 시민보다 타지에서 방문한 손님이 훨씬 많을 정도였다.


‘인력이 더 필요하겠네.’


유성분식에서 처음에 고용했던 직원은 총 8명이었다.

주방 4명, 홀 4명. 오전 오후로 나눠 2/2명씩 교대 근무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다.


개업 초반이야 손님들이 많이 몰릴테니 일손이 부족하다 느껴지겠지만, 그 때는 진재진이 나서는 것으로 어떻게든 지원이 가능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오픈빨이 빠지고 나면 진재진 없이도 매장이 잘 굴러 가리라는 계산이었다.

헌데 박종운의 파급력이 그 계산을 부셔버렸다.


직원이 더 필요했다. 적어도 두 배는 많아야 했다.

오전, 오후 시간마다 주방 담당 두 명, 홀 담당 두 명씩은 더 있어야 진재진이 없어도 그 자리를 대신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그 판단은 정확했다.

개업으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도 손님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 눈이 펑펑 쏟아져도, 차가운 비가 쏟아져도, 매장 앞에는 수많은 손님이 모여들었고, 아예 대기 손님들을 위한 터 까지 마련해 둬야 했다.


직원들은 매일이 바빴다.

특히나 진혁수, 오미정 부부는 어찌 됐든 사장이었고, 총 책임자였기에 그 누구보다 정신없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눈을 뜨면 곧장 씻고 가게로 출근,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퇴근하면 씻고 잠드는 하루하루.


“어서오세요! 유성 분식입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과거에도 진재분식이 잘 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짧은 영광이었고,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파리만 날렸다.

그 때 부부는 어떻게 해야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가게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피폐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문을 닫았고, 그 과정에서 큰 빚을 졌다.

그 후로도 부부는 한 순간도 가게에 대한 미련을 접은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학창시절 분식집에서 처음 만났고, 두 사람 모두 분식을 좋아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진재진을 가진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함께 분식집을 꾸려나가는 꿈을 꾸었는데, 혼자만의 꿈이 아니라 두 사람의 꿈은 한 번 무너졌다고 해서 그리 쉽게 포기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큰 아들 진재진이 두 번째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가게가 성공적으로 번창하고 있었다.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즐겁게 음식을 먹고,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잘먹었습니다.’라는 말을 해 준다.


그것은 두 사람이 젊은 시절 지어 보였던 표정이었고, 분식집을 꾸리고자 결심했던 계기였으니, 어찌 일이 많다고 지친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겠는가?


‘아들을 정말 잘 뒀어!’


부부는 그저 가게의 번성에, 잘 둔 아들의 존재 덕분에 행복할 뿐이었다.

그 잘 둔 아들 진재진은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무 바쁜데?’


가게가 잘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잘 되도 너무 잘 됐다.

과장이 아니라 영업이 이대로만 계속 된다면 순이익만으로도 온 가족이 평생 돈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당장 딱 한 달만 영업을 했을 뿐인데, 순이익으로 1,000만 원이 넘게 남았다.


하지만 그만큼 바빴다.

매장의 모든 양념은 진재진이 담당한다. 그래야지 차별화 된 뛰어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고, 지금 가게가 잘 되는 결정적인 이유도 그 맛 때문이다.

아무리 홍보가 잘 됐고, 박종운의 소문이 돌았다지만 맛이 없으면 가게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즉 도저히 진재진이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양념 및 재료 손질에 투자했다.

눈을 뜨면 출근, 퇴근 후 수면. 진재진의 일상 또한 부부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방송도 더는 진행하기 어려웠다.

어찌 됐든 대박의 핵심이 양념에 있는데, 그 양념의 제작 과정을 방송으로 공개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난이도 효과가 없다면 보고 따라해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진재진은 모든 것을 쉽게 해낼 뿐이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즉 요리에 대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노력을 통해 똑같은 양념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일상 방송이 없으니 따로 추가적인 수입도 없었다.

위튜브 수익이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중이었지만, 일상방송을 통한 후원금은 얻을 수 없는 상황.


부모님의 행복한 얼굴을 볼 때마다 흐뭇하긴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만 따지고 본다면 진재진이 식당 일에 묶여 있는 것은 인력 낭비였다.

유성분식의 월 순이익이 1,000만원. 물론 큰 돈이지만, 진재진이 일상방송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촬영도 해야 하는데··· 이래가지고 서울은 언제 올라가지?’


원래는 길어 봐야 2주 정도만 가게 일을 돕다가 서울로 올라 갈 생각이었다.

매일 양념을 만들어 가게로 보내는 것 만으로 지원이 충분할 것이라 여겼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진 까닭에 그것도 못 써먹을 방법이 됐다.

하루동안 사용되는 양념의 양은 어마어마했는데, 도저히 자취하는 옥탑방에서 다 만들고 숙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을 가게로 운송하는 수단도 문제였다. 적어도 택배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사를 가야 하나? 아니면 주방을 따로 구해?’


부모님께 양념의 제조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시도 해 보았지만 서로가 만든 양념의 맛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골치가 아프네. 서울에 올라가도 문제잖아? 방훈씨도 방송 복귀를 했고··· 매니저랑 촬영 역할은 재현이한테 맡긴다 치더라도 곧 군대 갈 놈이니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진짜 회사를 차려야 하나? 편하자고 차리는 회산데, 또 이런 식으로 더 바빠지면 어떡하지?’


유성분식에 집중하는 서방훈은 다시 BJ로써 복귀했다.

즉 이제부터는 더 이상 빵튜브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진 상황.

서울로 돌아간다고 해도 여러 문제가 있다.

동생 진재현과 함께 올라갈 생각이니 매니저 역할과 촬영 역할을 맡긴다 치더라도··· 아마 올해에는 군대를 갈 테니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편집자도 없다. 이제부터는 일상방송, 온스타 라이브 영상 등을 혼자서 편집해야 하는데, 재밌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은 이 양념 문제부터 해결 해야 하는데······.’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혼자 도맡는 양념.

이 양념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또 한숨을 내쉬며 다시 양념을 만들던 진재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발신자는 바로 박종운.

한 달 전 연락처를 교환한 후 처음 받아보는 연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생이 매우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장. 지우영 19.12.09 494 24 12쪽
28 28장. 스트리트 싱어 19.12.08 518 22 14쪽
27 27장. 다시 서울로 +1 19.12.05 552 23 12쪽
26 26장. 교육 19.12.04 580 24 13쪽
» 25장. 너무 잘 됐다 +1 19.11.29 721 31 12쪽
24 24장. 손님들 19.11.28 694 27 14쪽
23 23장. 유성분식 +1 19.11.27 696 27 13쪽
22 22장. 돈이 되는 일상 19.11.20 777 33 15쪽
21 21장. 일상이 콘텐츠 +1 19.11.19 770 33 13쪽
20 20장. 일상방송 +1 19.11.18 788 29 15쪽
19 19장. SNS +1 19.11.15 823 32 15쪽
18 18장. 몰입 +1 19.11.14 851 33 16쪽
17 17장. 광고촬영 +1 19.11.13 888 32 15쪽
16 16장. 임시 사장님 +2 19.11.11 956 31 15쪽
15 15장. 유명인사 +3 19.11.10 1,036 32 14쪽
14 14장. 매우 쉬운 신문 +1 19.11.09 1,020 31 13쪽
13 13장. BJ방훈의 논란 +1 19.11.08 1,018 28 14쪽
12 12장. 금의환향 +2 19.11.07 1,079 30 14쪽
11 11장. 형제 +4 19.11.06 1,108 28 14쪽
10 10장. 매우 쉬운 홍보 +1 19.11.04 1,201 30 14쪽
9 9장. 행운을 능력으로 +1 19.11.04 1,217 31 14쪽
8 8장. 상상도 못한 숫자 +3 19.11.03 1,239 33 14쪽
7 7장. 건강한 변화 +1 19.11.03 1,209 32 12쪽
6 6장. 파워 짐 +1 19.11.02 1,236 31 14쪽
5 5장. 일당이 제법 비싸다 +1 19.11.02 1,245 34 11쪽
4 4장. 즐거운 외출 19.11.01 1,292 29 14쪽
3 3장. 어쨌든 좋다 +2 19.11.01 1,322 29 12쪽
2 2장. 매우 쉬운 알바 19.10.31 1,392 30 14쪽
1 1장. 매우 쉬운 난이도 +6 19.10.31 1,681 2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