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매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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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
작품등록일 :
2019.10.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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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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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일당이 제법 비싸다

DUMMY

『VeryEasy 난이도 효과!』

『원하는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숙면을 통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았습니다!』


오전 04시 30분.

진재진은 오늘도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눈을 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개운한 기상이었다.


“아! 좋다!”


『Very Easy난이도 효과!』

『추위에 저항합니다!』


현관을 지나 옥상에 나선 진재진이 새벽의 경치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일교차가 심한 늦가을. 지금은 정말 추운 시간이었지만 진재진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찬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진재진이 샤워를 했다.

욕실에는 어제 구입한 폼 클렌저, 스킨, 로션 등이 갖춰져 있었는데 20분의 샤워 중 10분 이상이 세안에 투자 됐다.


『VeryEasy 난이도 효과!』

『관리로 인해 피부의 문제가 안정되고 있습니다!』


‘비싼 거니까 더 좋겠지?’


인생 난이도 변경으로부터 3일째 되는 날이다.

피부 관리에 관한 화면은 어제 아침, 어제 저녁, 그리고 지금. 총 세 차례 나타났다.

고작 세 번 뿐인데, 진재진의 울긋불긋한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진정 되었다.

이대로 3일만 더 지나면 피부가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어서 진재진이 옷을 입었다.

평소 PC방에 출근 할 때 입던 후드나 코트가 아니라, 후줄근한 운동복. 그 위에 군데군데 구멍이 난 작업용 재킷을 걸쳤다.

이어서 시멘트가 묻은 워커를 신은 그가 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입에 물고서 집을 나섰다.


태양 인력사무소


“어~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가볍고 빠른 발걸음으로도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인력사무소.

진재진을 기억하는 소장이 아는 체를 했고, 진재진도 공손하게 인사 했다.

자취를 시작한 후 10회 정도 찾은 곳이었지만, 일을 한 회수는 4회 밖에 안 됐다.

어쨌든 찾은 적이 있는 곳인지라 신분증을 복사 할 필요도, 기초 안전교육 수료증을 보여 줄 필요도 없었다.


간단한 대화만 나눈 진재진이 인부들이 모인 난로쪽에 앉았다.


‘일이 있으면 좋겠네.’


바로 어제 80만 원을 벌었다.

허나 일시적인 수입이었고,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

인생이 쉬워졌다고 해서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PC방 알바도 그만 두었으니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다.


어제 피자를 먹으면서도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 볼지 계속 고민했지만,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막노동이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

다시 부모님의 식당을 차리고 돈을 번다는 계획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 시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여 우선은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일단은 뭐라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막노동이 얼마나 쉬워 졌는 지 알아보기 위해.

하지만 오늘 마땅한 일이 없으면 그냥 공 치고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으니, 진재진은 조금 초조한 기색으로 호명을 기다렸다.


대기 중이던 인부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진재진의 초조함이 더해지던 차.

누군가의 전화를 받던 소장이 물었다.


“학생! 곰방 해봤어?”


막노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현장용어를 접한다. 대부분은 일본어였다.

진재진이 처음 막노동을 경험 한 것은 20살 때였는데, 당시 생소한 현장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어리버리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곰방이라고?’


곰방은 쉽게 말해 운반이다.

현장에서는 주로 벽돌이나 시멘트 등을 반복적으로 옮기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몹시 힘들지만 그만큼 일당이 높아 ‘노가다의 꽃’이라고도 불렸다.


“네. 해 봤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딱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그 땐 너무 힘들어서 일당조차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도 일주일을 앓아 누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겠지!’


난이도가 매우 쉬워지고 체력도 좋아졌는데, 그걸 못 하겠는가?

대답하는 진재진은 몹시 당당했다.


“진짜 해봤어? 도중에 포기 한 건 아니고?”


소장이 괜히 소장이 아니었다.

진재진은 뜨끔했지만, 계속해서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Very Easy난이도 효과!』

『설득에 성공하였습니다!』


마지못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한숨을 내쉰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6만 원짜린데, 한 번 가 봐.”



***



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현장은 아파트 단지의 건설현장이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못 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말 해. 도중에 도망가면 우리가 곤란해져.”


이동하는 중에도 팀장은 몇 번이나 걱정을 표했다.

그럴 때 마다 진재진은 잘 할 수 있다는 패기를 보였지만, 소장과 달리 직접 일을 뛰는 사람들은 그다지 믿어주지 않는 눈치였다.

실제로 설득에 성공했다는 화면도 나타나지 않았다.

허나 그 불신은 작업이 시작 되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다.


진재진이 해야 하는 일은 모래, 시멘트, 타일, 벽돌 등을 층마다 올려놓는 것.

절대 쉽지 않다. 시멘트가 한 포대에 20kg 가량인데, 그걸 하나씩 올렸다가는 밤을 새워도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 한다. 적어도 두 세 개씩은 들고 올라야 한다. 숙련 된 이들은 4개씩도 척척 옮겼다.


『Very Easy난이도 효과!』

『노동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진재진은 시멘트 네 포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별 어려움 없이 척척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구나!’


인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 얼 빠진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내 진재진이 다시 계단을 내려오고, 또 한 번 네 포대를 짊어지고 계단을 올랐다.

그것이 반복됐다.


‘이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살면서 처음으로 그 포대를 옮겼을 때, 진재진은 세 개씩 열 번을 오갔다가 집으로 귀가했고, 다음 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약값으로 5만 원을 썼다.

그때 진재진은 스스로에게 참 많이 실망했다. 스스로의 체력이 약한 것은 알았지만,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Very Easy난이도 효과!』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노동력 강화로 포대 네 자루를 짊어 지고 옮긴다.

게다가 이동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원하는 층을 순식간에 다녀 올 수 있었다.

아주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무거웠고, 다섯 개 까지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번처럼 지옥 같은 고통이 뒤따르지는 않았다.


‘예전에 포대 하나를 들었을 때 딱 이 정도 무게로 느껴졌는데.’


스스로가 강해진 것이 실감나니 절로 흥이 났다.

진재진은 힘들지만 즐거운 스포츠라도 하는 사람마냥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것이 다섯 번 정도 반복 됐을 때.


“하, 학생··· 괘, 괜찮아?”


진재진을 불러 세운 팀장의 물음이었다.

그에 진재진은 여전히 미소를 지어 보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그러고는 시멘트 네 포대를 짊어지고 계단을 올랐다.

팀장을 비롯한 인부들은 여전히 얼어버리기라도 한 것 마냥 가만 멈춰 서서 진재진이 들어간 건물의 입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5층까지 올라간 진재진의 눈앞에, 또 다른 화면이 펼쳐졌다.


『Very Easy난이도 효과!』

『작업 현장에 당신의 명성이 퍼집니다!』



***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노동력과 이동속도 증가로 매우 쉽게 작업에 열중했던 진재진은 어느 샌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무리 쉬워졌다 해도 근본부터가 지독하기 힘든 일인지라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허나 작업량에 비하면 지친 수준도 아니었다.


“이야, 학생. 도대체 뭘 먹고 자랐기에 그렇게 힘이 세?”

“나도 왕년에 운동 좀 했지만··· 그렇게는 도저히 못 하겠구만.”

“자네 뭐 좋은 약이라도 먹는가?”


현장에서 판을 깔고 식사를 하는 인부들의 관심이 진재진에게 집중됐다.

20년, 30년, 40년··· 다들 이 바닥에서 경력이 굵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 조차 진재진처럼 경력없어 보이는 젊은 나이에 저 정도 작업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경력자들 조차 그렇게는 할 수 없다.


“하, 하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 참, 생긴 건 비리비리하게 생긴 친구가, 힘은 장사네 장사야.”

“그런데 자네는 많이 어려보이는데, 왜 이런 일을 하는 건가?”

“뭐··· 여러 모로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때 다른 곳에 있던 팀장이 다가왔다.

그는 가장 먼저 복잡한 눈으로 진재진을 바라보고, 이어서 다른 인부들을 둘러 보다가 말 했다.


“오늘은 야리끼리였는데··· 저기 진재진씨가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오늘 작업은 끝내도 될 것 같습니다.”


야리끼리. 이것 또한 현장 용어다.

그 날의 할당량을 다 채우면 작업을 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진재진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인해, 팀 전체의 할당량이 점심시간 무렵만에 끝나 버린 상황이었다.


“어어? 벌써?”

“이야, 거 젊은 친구가 물건이네! 물건이야!”

“내 이 짓거리를 2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적은 또 처음일세.”


인부들이 환호했다.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능숙한 발음으로 ‘개꿀!’을 외치기도 했다.

원래는 4 ~ 5시 쯤 되어야 끝날 일인데, 점심시간에 끝나 버리다니.

한 잔 걸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오가고, 진재진에게도 권유가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 인부들의 눈에 진재진은 복덩이 뿐만 아니라 작업량을 확 줄여주는 요정 같은 존재였다.


“아, 그리고 진재진씨. 혹시 괜찮으시면··· 다른 쪽 곰방도 도와주셨으면 하는데, 물론 보수도 더 쳐드리고요. 어떠십니까?”

“더 주신다고요?”

“네.”


인부들과 함께 기뻐하던 진재진의 눈이 빛났다.

왜 아침 일찍 일어나 인력사무소를 찾아 갔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런데 돈을 더 벌게 해준다니?


지치긴 했지만 같은 시간 동안 PC방 알바를 하고 느꼈던 것과 비슷한 수준.

즉 더 할 수 있으며, 5시 까지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하는게 옳았다.



***



오후 4시 40분. 현장의 인부들이 하나 둘 떠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진재진 역시 작업을 멈췄다. 그는 그야말로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 확실히 다른 인부들의 2배가 넘는 작업을 소화했더니 몸이 욱신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진재진씨.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팀장은 진재진을 더 이상 학생이라느니, 젊은 친구라 부르지 않았다.

그는 진재진에게 깨끗한 종이 봉투하나를 건넸는데, 척 보기에도 상당히 얇았다.


“···이, 이거 제 거 맞나요?”


슬쩍 내용물을 확인하고서 눈이 커진 진재진이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진재진은 아예 내용물을 꺼내서 한 장씩 세어 보았다.

한 장, 두 장, 세 장··· 합이 7장.


만원권이 아니라 오만원권. 즉 35만 원 이었다.

20만 원은 받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힘을 냈었는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

팀장은 얼어붙은 진재진을 바라보며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도 꼭 나와주세요. 아니,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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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일당이 제법 비싸다 +1 19.11.02 1,244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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