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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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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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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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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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6화. 자연스럽게! - 1

DUMMY

안녕! 다들 만나서 반갑네. 누구라고 했지? 어, 그래. 내 이름은 정웅도, 사나이 중의 사나이일세.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당당히 해야 성질이 풀리는!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정웅도라는 사람이 바로 나란 얘기지! 하하하!


“변태 씨, 이거 좀 옮겨주라.”

“어, 그래. 근데 그 칭호 되게 거슬리는데.”

“왜? 변태 맞잖아.”

“아… 그러니까 그 때 그건!”

“알았어, 얼른 옮겨 주기나 해. 무거워서 못 들겠으니까.”

“…넵.”


성미가 수업시간에 필요한 자제를 가리키며 말한다. 나는 ‘변태 씨’ 라는 칭호를 신경 쓰며 말했지만 성미는 별로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아아, 네. 저는 그냥 짐이나 나르는 짐꾼이죠. 번쩍 들어서 옮긴다.


안녕, 다시 한 번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정웅도,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다.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이고, 고등학교 1학년, 열 일곱 살이다. 키는 180은 안 되지만 나름 그 근접한 정도고, 덩치도 마른 편은 아니고 뚱뚱한 것도 아닌 적당한 편이다. 얼굴은 결코 잘 생겼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절대 미소년이나 꽃미남 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자다움은 표현할 수 있는 준수한 얼굴이라 생각한다.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어디서 못 생겼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까. 할머니들도 나 보면 ‘아유, 장군감이네! 잘도 생겼어!’ 하면서 얼마나 칭찬하시는데! 짐 들어주시면 더 좋아하시고! …뭐, 신빙성 없는 칭찬이긴 한데.

적당한 키에 적당한 얼굴, 그리고 적당한 성격으로 (마찬가지로 적어도 내가 성격이 괴악하다거나 괴짜라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었다) 적절한 학교 생활을 영위하려던 나에게… 크나큰 시련이 하나 찾아왔었다. 바로, 여고 진학.

무슨 개소리냐 싶겠지만 그렇게 됐다. 말하자면 길지만… 다른 어른 같은 어머니들과는 달리 우리 엄마는 조금 애같은 면이 있어서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다른 모든 고등학교 원서를 넣을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여고에 넣었다고 한다. 원래 남녀공학이었고, 지금은 여고화 된 ‘성빈여고’ 에!! 사실 그냥 ‘성빈 고등학교’ 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치 않은 내 고등학교 생활은 첫 날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외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와 통학도 자취도 불가능한 상황, 여자애들하곤 남중 출신인만큼 굉장히 어색한데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중학교 때엔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려 급식실까지 뛰어가 밥 먹는 걸 좋아하는 나였는데 이 고등학교는 급식이 아닌 도시락이어서 기어이 혼자 밥을 먹게 됐다. 크흑, 잠시 눈물 좀 닦고. 아, 그 와중에 리유를 만나긴 했지만.

리유는 아주 작고 귀여운, 도저히 고등학생으로는 안 보이는 귀여운 여자애다. 키는 150이나 되려나 싶을 정도로 작고, 그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얼굴은 분명 17세에 고등학생이라고 학생증에 쓰여 있는 리유의 신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누가 봐도 12살, 13살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어쨌든 그런 리유와 친해지고, 첫 날 별다른 저항 없이 나에게 방긋 웃어주며 인사해준, 내 옆자리 짝궁이 된 성빈이와도 나름대로 친분을 나눴다. 사감 선생님께 통사정을 하여 겨우 작은 방을 얻었고, 창고 같던 그 방을 나, 리유, 성빈이, 사감 선생님과 함께 정리했다.

…그 사건이 시발점이 됐을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정리 중에 갑자기 무너지는 책장에서 리유를 구하기 위해 리유를 덮쳤는데, 그걸 기숙사에서 나오던 한 무리의 여자애들이 보게 됐다. 난 전혀 몰랐지만 그 뒤로 대대적으로 여자애들 사이에 소문이 나 버렸고, 난 변태로 낙인찍혀 버렸다. 비실비실 대면서도 난 리유에게 기대어 용기를 얻고, 사감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주동자를 찾게 됐다. 그리고 내가 주동자로 추정한 희세와의 설전. 사실 여기서부턴 기억이 안 난다. 뭐, 그 건은 어떻게든 잘 처리된 것 같아서, 지금 시점까지 이르게 됐다.


그 사건이 있은 뒤─아니, 애초에 난 그 사건이 뭔 지 기억도 안 난다─, 난 조금은 평화로운 나날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여자애들은 일부 애들은 아직도 날 조금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지만 또 일부 애들은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갑자기 변한 여자애들의 태도에 난 적잖게 당황했지만 뭐, 나쁘진 않잖아. 그 쪽에서 먼저 친밀하게 말을 걸어준다면 내 쪽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애초에 내가 바라던 게 이런 건데. 적당한 관심. 확실한 건 나에게 다가오기 꺼려하는 눈초리는 아직 존재하지만 적어도 며칠 전처럼 나를 경멸하거나 적대시하는 눈빛은 이제 없다는 것이다. 희세도 자기를 추종하는 몇몇 애들과 나를 없는 사람 취급 하지만 뭐, 그런 거야 어떻든 상관없다. 그 정도 마찰이야 남중에서도 수두룩하게 겪었던 일이고, 남중은 아예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데 뭐. …차라리 그 쪽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봐, 다들 머뭇머뭇 하고 있던 거잖아. 나 좀 명탐정인 것 같다. 예상하는 건 족족 다 맞추네. 뭔가 계기가 이상하긴 하지만,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니겠는가. 여자애들은 주로 나에게 힘쓰는 일이나 벌레잡이, 혹은 더럽고 힘든 일을 시킨다. ……이거 그냥 마당쇠 포지션 아니야?! 29명의 마님과 1명의 마당쇠라니! 뭐, 마당쇠든 돌쇠든 친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야… 애초에 어릴 때부터 누님(친누나다!)을 모시고 누님을 떠받들고 노예의 삶을 살았던 나로서는 여자애들을 모시는(?) 일은 전문직까진 아니어도 나름대로 여자 모시기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불평인 건, 나에 대한 불명예스런 칭호.


“변태 씨~ 오늘도 남중 얘기 해 줘!”

“응, 좋지. 나 같은 변태라면 얼마든지 그런 얘기를… 아아악! 왜 자꾸 변태 씨라고 하는 건데!”

“아아─ 변태 맞잖아.”

“아아니! 니네 그거 무슨 단결 구호 같은 거야?! 그 포즈는 너희 단결 포즈고?!”

“…보잖아.”

“안 봤어!!”


한 성격 하는데다 여자애 치곤 호쾌하고 성격 시원시원한 현정이가 나에게 와서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다가 욱 하고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현정이는 금세 양 팔을 엇갈려 가슴을 가리며 나에게서 세 발자국 정도 떨어지며 말한다. 늘 이런 식이다, 반에서 여자애들이 날 놀려 먹는 건. 당연하다는 듯 모든 여자애들은 나를 ‘변태 씨’ 라는 불명예스런 호칭으로 부르고, 조금이라도 내가 그 칭호에 불만을 표하거나 하면 바로 팔을 X자로 엇갈려 가슴을 가리며 세 발자국 뒤로 빠지며 나를 흘겨보는 게 정석화 돼 있다. 정말 여자애들끼리 짜고서 나를 골려먹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애초에 난! 그 가슴 만졌던 기억조차 안 나서 얼마나 억울한데!! 정말 의도하고 내가 성빈이 가슴을 만졌다면 그건 천하에 둘도 없는 개새끼에 변태새끼가 맞지! 그렇지만 난 정말 기억도 안 나고!

아, 그 때 왜 그런 헤롱헤롱한 상태가 됐었냐면, 역시 선생님이 준 초콜릿이 술 초콜릿이 맞다고 한다. 선생님은 ‘그거 먹고 취했어? 좋은 정보네♡’ 하면서 또 장난을 치시지만. 사실 그렇게 엄청 도수가 센 건 아니라고, 선생님이 직접 말씀하신다. 리유 말대로 내가 주량이 약한 게 확실히 맞구나.

어찌됐든 내 별명은 완벽하게 「변태 씨」로 굳어 버렸다. 어떻게든 내 이름을 강요하고, 어떻게든 그 별명으로 불리지 않게 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굴러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역행시킬만한 여력이 되질 않는다. 나로썬.


“웅도, 안녕.”

“응! 좋은 아침!”

“으응.”


유일하게 나를 ‘웅도’ 라고, 이름으로 불러주는 건 오로지 성빈이 뿐이다. 저번 사건 이후로 조금 새침데기가 된 듯한 성빈이지만 다시 천사 같이 상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뭐, 가끔 내가 조금이라도 그 쪽 방향으로 얘기만 꺼내도 금세 새침데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저번에 양호실에서 나가며 ‘아직 용서해주지 않았으니까!’ 한 말은 아예 일언반구 꺼내지도 않아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용서해주진 않았는데 딱히 용서를 요구한다거나, 나를 싫어하거나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넘어간 것 같다. 그래도 궁금하긴 한데.


“웅! 우웅! 우우우웅! 웅웅!”

“왜 그래, 아침부터.”

“그냥, 헤헤헷.”


그리고 마지막, 나의 귀엽고 작은 리유. 리유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가끔은 요렇게 의미 모를 장난을 치곤 까르르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실 외모만큼이나 리유를 돋보이게 하는 건 저런 귀여운 행동이지 않을까. 외모 버프를 받아서, 실상 하는 행동의 대부분이 귀여워 보이는 리유지만. 그나마 친구로 만나서 다행이다. 여동생이나 사촌 여동생이 저런 애였으면 좀 골치 아팠을 것 같기도 하다.


뭐가 어떻든 수업시간만은 똑같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 역시. 애들하고 좀 친분이 생겼다 해도, 수업시간까지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지. 그저 좀 적응을 잘 했다 뿐일까. 앞자리에 있는 리유는 아예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선생님도 포기한 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리유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냥 수업을 진행하신다. 가느다란 한숨은 덤이다. 애들도 그 반응에 웃는다. 비웃음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재밌어서 웃는 그런 웃음. 난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리유에게도 가능성은 있는데. 리유는, 나는 은연중에 눈치 챘지만 왕따다. 정확히 말하면 은따.

나처럼 핍박 받으며 멸시의 눈초리를 직접적으로 받는 왕 따돌림이 아닌, 아예 투명한 것처럼, 있는 데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은근한 따돌림. 양호실에서 울면서 말한 리유의 말에 의하면, 그건 중학교 때부터 1년 넘게 이어져 온 투쟁. 작은 소녀의 가느다란 몸으로 견디기엔 너무나 큰 시련. 하지만 어째 묵묵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밝고 활기차게 지내는 리유를 보면 참 신기할 정도다. 더불어 그런 리유가 있는데도 전혀 처지지 않고 마찬가지로 밝고 활기찬 반 분위기를 보면 그건 그것대로 좀 소름 돋는다. 여자애들의 은근한 무서움이라고 할까.

귀엽고, 착하고, 애교 만점에 외모조차 깜찍한 리유인만큼 분명 귀여운 걸 좋아하는 여자애들로썬 리유와 충분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리유와 애들 사이엔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나 알력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달라고 해도 리유는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는다. 이러니 해결될 기미가 있나.


“우훗. 여자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네, 꼬꼬마. 카사노바 다 됐어~?”

“아뇨, 여고인데 그럼 누구랑 어울려 다녀요!! 카사노바라니!”

“후후, 귀여워.”

“어머, 선배 아직도 웅도한테 마음이…? 에엣, 그건 안 돼요! 범죄에요!”

“…그러겠냐. 정자 너 진짜 맞을래?”

“후에에, 잘못했어요 언니!!”


지루한 수업을 모두 듣고 점심시간, 밥 먹으러 나의 유일한 친구 리유와 성빈이와 함께 나섰는데 지나가던 사감 선생님과 담임선생님. 사감 선생님은 나를 보고 또 놀리려고 한 마디 하신다. 날카롭게 대꾸하는 나를 보고 담임선생님은 또 엉뚱한 오해를 하곤 사감 선생님한테 귀를 잡혀 질질 끌려간다. 저 선생님, 이젠 오해가 아니라 일부러 그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거기다 늘 같은 결과로 사감 선생님한테 맞고. 성빈이는 그 광경을 보고 살짝 웃는다.


“두 분, 사이 좋으신가봐.”

“그런가봐. 난 사감 선생님이 그만 좀 놀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드문 일인걸. 사감 선생님 인기 좋으시지만, 너 정도로 친근하게 대하는 건 처음 봤어. 학생들하고 그렇게까지 잘 말씀 안 하시거든.”

“…그래?”


성빈이는 신기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나는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사감 선생님이 그런 성격이었다니. 그럼 위압감이 더 살아날 것 같은 기분인데. 지금의 나야, 사감 선생님과 장난을 주고받는─주고받는다는 것 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기분이지만─사이가 돼서 나름대로 친밀한 관계이지만, 저 냉소적이고 직관적인 말투로, 안경 쓴 날카로운 눈빛으로 냉담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면 상상한 것만으로 벌써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회사에 있는 능력 엄청 좋고 노처녀인 여자 상사 같은 느낌? 회사는 안 다녀서 모르지만, 그냥 TV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는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자면. …뭐 어느 정도 노처녀에 회사 상사 (담임선생님이 학교 선생님 중에 막내다.) 정도는 되니까 비슷하려나. 어쨌든 의외다. 남자애라 특별히 귀여움을 하사(?)해주시는 건가. 그런 것 같다. 애초에 여선생님이니 여자애들한테 더 냉정할 테고. 마찬가지로 남중 때도 남자 선생님들은 무자비했지만 여자 선생님들은 대체로 착했지.


“…….”

“…….”


시내를 거쳐 김밥지옥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어째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다. 걷고 있는 순서는 왼쪽부터 성빈이, 나, 리유. 그야말로 꽃을 두 명 달고 걷고 있구나. 이 모습을 고향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나 이런 남자야! 너흰 이런 거 못하지?! 우헤헤헤. 하지만 그렇게 기쁜 건 내 속마음일 뿐이고, 어째 우리 셋이 걸어가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 못하고 냉담하다.


“성미랑 지선이는?”

“웅도 너랑 먹기 껄끄럽다고 따로 먹는데.”

“아… 그래? 역시, 밉상인걸까 나.”

“에이, 그런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냥 불편하데. 성미는 너한테 다시 사과하고 싶다던데. 저번에 너무 싸가지 없게 말한 것 같다고.”

“아아, 아니야. 그 때야 뭐~”


다 지난 일 가지고 뭘 그리 시시콜콜 따지겠어, 사나이 정웅도가. …솔직히 엄청 상처 받긴 했지만. 조금은 친해질 계기가 생겼던 성미인데 그렇게 매정하게 얘기하는 걸 보곤. 성빈이는 내가 잠시 의기소침해 하니까 손을 흔들며 웃으며 말한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정말 단순하게 나랑 먹는 게 불편해서 그렇다는 거잖아.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밥을 먹어주다니, 성빈이는 역시… 천사 같이 착해! 친구 두 명이나 떨어져 나가면서! 후후… 어쩌면 좋은 느낌일지도… 그렇잖아?! 나한테 호감이 없으면 어째서 나랑 밥을 먹겠어! 게다가 모두 나한테 ‘변태 씨’ 라 부르는데 성빈이만은 ‘웅도’ 라고 정확하게 이름을 불러주잖아! 전교 유일이라구!! …리유는 ‘웅’ 이라는, 아무도 안 쓰는 자기만의 애칭으로 날 부르긴 하지만. 어쨌든!


“…….”

“…….”


하지만 어째 또 정적에 빠졌다. 이건 아무래도, 그러니까 아무래도─ 리유와 성빈이의 문제인 것 같군.


나랑 리유는 자주 같이 다녀서, 둘이 있을 때엔 정말 재잘재잘 많이도 떠드는 리유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리유랑 둘만 밥 먹었으니까 잘 알고 있다. 수다 떠는 건 물론이요 애교에 교태까지 부리는 리유다. 보고 있으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마냥 귀여워서 내버려 두게 되는, 그런 귀여운 장난. 하지만 그런 리유는 다른 여자애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바로 돌 같은 표정이 돼서 굳어 버린다. 순식간에 밋밋하고 아무 재미도 흥미도 없는 애로 돌변해버린다. 그게 연기라는 건 누가 봐도 잘 알지만─ 그래도, 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변해버리는 리유다. 심지어 지금 같이 있는 건 그 착한 성빈이인데도!

성빈이도, 리유와 마찬가지로 나랑은 짝꿍에 수업시간에 쪽지로 필담을 나누거나, 가끔 쉬는 시간에 얘기하기도 하는 등 꽤나 친밀한 사이가 됐지만 리유랑은 어떤 지 모르겠다. 요는 두 사람이 어색해서 지금 이 정적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중재자!

미네랄 100에 가스 350, 최종 테크에 공격력은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모든 유닛 자동 투명화에 스테이시스 필드, 리콜까지! 정말 간지 폭풍 유닛 중재자! ……이게 무슨 개소리래.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그 둘 사이를 긴밀하게 해줄 중재자다. 일단은 두 사람이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 받거나 기분 나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마디 꺼내야겠다.


“성빈이는, 리유랑 안 친해?”

“……별로.”

“아, 그래. 리유는?”

“…….”


성빈이는 ‘응?’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질문 내용을 듣더니 금세 표정이 굳는다. 그리곤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이렇게까지 퉁명스러운 성빈이의 모습은 처음 볼 정도로. 그 놀랄만한 반응에 난 어색해질 것만 같아 얼른 리유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어봤다. 하지만 리유는 아예 아무 반응도 보이질 않는다. 대답을 안 하는 건 물론이요 아예 나를 쳐다도 안 보고, 앞 쪽만 보고 걷고 있다. …어이어이, 엄청 무안하잖아. 거기다 이 분위기, 어떡하는데, 엄청 어색해졌는데.


“…….”

“…….”


여전히 말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세 명의 사람들. 그 가운데에서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몰라 뭐야 이 분위기 무서워… 두 여자는 마치 싸우기라도 한 듯 서로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실제로 싸운 것도 아닌데! 거기다 왜 난 중간에 껴서 도리어 내가 신경을 이렇게 팍팍 쓰고 있어야 하는데! 난 견디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둘이 사이 안 좋은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리유 너도, 성빈이도!”

“…….”

“……식당 가서, 얘기할 테니까.”

“…아, 그래? 그럼, 알았어.”


나의 발악에 두 사람 모두 역시 나를 무시한다. 쳐다도 안 보잖아, 이 사람들이 진짜! 리유는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앞을 쳐다 보고, 성빈이는 앞만 보고 걸으면서 잠시 머뭇거리다 말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어색한 분위기를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마음먹고 걷는다.


작가의말

예에, 끝내는 것 같은 드립쳐놓고 바로 다시 올리네요. 2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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