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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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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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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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두 친구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정날.’


첫 만남의 인상이 아직도 기억되는 사람이었다. 동질감을 느낄 부분도 있어선지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다. 동생들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이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 판단하기에 그는 친구의 의견이 듣고 싶어졌다.


“더 말해줘?”

“더 있어?”

“몇 개월 전에 서씨 사건 아나?”

“....설마, 거기에도 연관되었나?”


정날의 변호인단의 압력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었기에 친구가 알고 있다는 것에 그는 조금 놀랐다.


“얼마나 아는데?”

“대충은. 애들을 이복형제가 데리고 갔다고.... 그래?”


기자들과 친분이 있음을 떠올리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산 쪽에도 그 최마담 때문에 난리였잖아. 여론도 뒤숭숭하고. 그래도 이쪽에선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묻혔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트럭운전사가 누군지 알아낸 기자놈들이 사고 크게 쳤을 거다.”


그는 친구에게 정날의 뒤에 누가 있는지도 알려주었다.


“혼인 관계인가?”

“아니, 아직도 미혼.”

“그럼 더 이상하네. 보통 그렇게까지 돕나? 뭔가 있는 거 아냐?”

“의심하지 마. 정직한 사람이니까.”

“객관적이지 못하네.... 너랑 처지가 비슷해서?”

“흠...”


팔짱을 끼고 친구의 눈을 보다 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안 좋네. 너도 나이가 들었어.”

“그럴지도. 그래도 믿고 싶다. 그런 사람 잘 사는 모습 보고 싶고.”

“그렇게까지 마음에 든 이유는?”

“....그 김율리나가 낳은 아이들 아버지가 달라.”

“오호. 아침드라마 소재네.”

“막내랑 그 위 오빠는 필리핀에서 결혼한 친남편의 아이들이고.”

“...허, 막장드라마잖아?”

“큰 딸도 그 트럭운전사랑 남이다.”

“그걸 모르고?”

“알아. 알고도 보살핀다고 데려갔다.”

“...대단하네. 어떤 사람인데?”

“이모 손에서 컸는데 학대 받은 것 같고.... 군대 갔다 온 이후에 이모 쪽에서 일방적으로 멀어진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모르지. 난 서류상에 나온 것과 그 사람 진술할 때 들은 이야기가 전부니까.... 친아버지가 생존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몇 년 전에 죽었다고 연락받고 상주노릇 했단다. 그때 아버지 재산 물려받았고.”

“재산도 있는데 친아들을 나 몰라라 했다고?”

“사정이 있나보지. 엄마 쪽 조회해보니 이혼경력이 다수고, 아들도 있더군. 사망해서 연락해봐야... 그럴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고. 개인적인 호기심이 커져서 이것저것 알아봤었다.”


왜 그렇게 그에게 집착하는지 묻는 친구의 질문에 그는 무심한 눈을 떠올렸다.


“포식자라고 할까.”

“포식자라... 무슨 말이지 그건?”

“내 느낌인데... 보통 겁을 먹어. 조사실 들어오면 죄 없는 사람도 괜히... 미친놈 아니고선 보통 그렇지. 숨기려고 하는 놈들도 느낌이 오지만, 그는 달랐지. 마치... 이런 일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함? 아니... 그와 다른 느낌을 주더군.”

“그게 포식자라는 거냐?”

“음. 사자나 호랑이가 들소가 싸운다고 눈 하나 깜짝할까?”

“하지.”

“...하나?”

“덩치 큰 놈들이 싸우면 피하지.”

“어... 그럼 예를 다시 들어서, 좀 떨어진 곳에서 그런 싸움이 보이면.”

“노리겠지.”

“음?”

“싸우다 지친 쪽 잡아먹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응.”

“후우, 알아들었으면 넘어가.”


키득거리며 다 먹은 뼈를 핥고 소주잔을 들어 마신 친구를 보다 그는 메뉴판에 눈을 두었다.


탁!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가게 주인이 그들의 테이블에 골뱅이무침을 두고 휭하니 사라졌다.


“다른 거 먹고 싶었는데.”

“너 매번 그렇게 말하고 결국 골뱅이 시켰다.”

“그랬나?”

“너도 기억력 흐려졌네.”


파고들어올까 봐 친구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포식자의 느낌이라. 세상일에 무심한가?”

“거의 그렇지만, 자신과 관계된 일에는 날카롭게 반응해.”


타닥타닥. 친구의 손가락이 더 빨리 움직이자 그는 조용히 응시하며 기다렸다.


“으음. 그 사람.... 시신도 봤나?”

“최초 발견자였지. 아니군... 최초 발견자는 그 집 두 아이들이고. 큰 딸은 사건 일어나기 전에 오빠... 그 사람을 찾아가 지냈었고. 그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그 집안에 관심을 주었고.... 그 남편, 죽은 서씨와도 여러 차례 만나서 애들 괴롭히지 마라, 술 먹지 마라 그런 충고도 했다더군.”

“그뿐일까?”

“두 아이에 대한 친자검사 결과, 서씨가 그것에 대해서 그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조언을 하는 관계라면...”

“오래전 검사하고 그 사실도 알고 있었으면서 서씨는 잊었는지 잊으려고 했는지... 후, 그 집안 이야기 하려면 날 새야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는... 남달랐다? 그래서 네가 관심을 주는 것이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냈으니까. 안 된다고 포기하거나 관계를 차단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행동양식인데 그는 달랐어..... 결국 얽힐 것을 아는 듯이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 그러다 그런 모습도 본 것이고.”

“그가 자극제가 된 것이란 생각은... 난 드는데?”

“어쩌면... 까놓기 싫은 썩은 귤안의 상태를 그가 열어버리자, 서씨도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그건 나약한 서씨의 결정이지..... 그는 옳다. 그의 행동 덕에 세 아이가 구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애들이 행복해졌는지 네가 어떻게 알지?”


어느새 그는 친구에게 추궁당하고 있었다. 아직은 자신이 정날을 변호하고 있음을 그는 자각하지 못했다.


“이 도시 주민이고, 시청 근처에 살아. 애들 데리고 다니는 모습 몇 번 봤다. 내 동생들이 어릴 적 날 보던 그런 눈빛이었고. 트라우마가 큰 애들인데.... 웃더군. 정말 밝게.”


울컥한 그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감수성 풍부한 그의 친구는 흘러나온 눈물을 당당히 닦고 코를 풀었다.


“정말.... 단단히 빠졌네.”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지.”

“난 내가 보지 않으면 안 믿지만. 네 말은 믿는 편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이 범죄에 얽히면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해.”

“소설 쓰지 마.”

“음... 하긴, 소설이지.”


*


10월. 그는 친구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다.


“별일 아니라더니.”

“왔냐.”


웃으며 일어난 친구의 얼굴을 보며 울컥한 그는 고개를 돌렸다.


“맹장수술까지 할 줄 내가 알았겠어?”

“그러게 흙은 먹지 말라니까.”

“풋! 크으... 야야, 웃기지 마.”

“미안...”


그는 울상을 지으며 친구를 보았고, 그 모습에 친구는 웃다 인상을 썼다.


“고개 돌려....크으.”

“응.”


조금 지나 진정이 되었는지 친구가 물었다.


“뭐 사왔냐?”

“닭.”

“냄새나게...”

“일인실인데 뭐 어때. 먹을 수 있냐?”

“어, 방구 나왔다. 줘봐.”

“제수씨는?”

“쉬라고 집에 보냈지. 너 온다고.”

“왜... 나한테 빠질까봐 돌려 보냈냐?”

“커으... 웃기지 말라니까...”

“미안.”


침상 테이블위에 싸온 통닭을 올리고 그는 다리를 뜯어 입에 넣었다.


“다리를 왜 니가 먹어?”

“뭐? 너 싫어하잖아.”

“니가 하도 잘 쳐 먹어서 그동안 양보했었던 것인데?”

“농담도.... 진담이냐?”


진지한 그 표정에 친구는 웃음을 터트렸다.


“큭. 날개는 먹지 마라.”

“놀래라... 30년 동안 잘못 알았나 싶었네.”


친구는 날개 하나를 먹고 힘든지 다시 누웠다. 그를 보고 그는 걱정이 들어 한참을 보았다.


“왜 울상이냐.... 아, 뉴스 봤다.”

“봤구나.”

“그게 결론이냐?”

“그렇지 뭐. 틈이 없으니.”

“의심은 간다는 소리군.”

“냉장고가 없으니까.”

“없었어?”

“석회도 소금도.... 지난 발표 때 숨겼던 것들이라 대놓고 말 못하지. 시신을 유기한 후에 어디에 두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고. 발견된 차에서 나온 혈흔은 양이 적어. 몸의 상처에 비해서 너무 적었지... 빈틈은 많은데 증거들이 딱딱 알맞게 나오니.... 참 곡할 노릇이지.”

“난 또.... 뭔가 숨기는 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보네?”

“음, 발표 난 것처럼 셋이 주범이고,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자필 메모들이 핸드폰에 있었다. 거기에 사건 정황이나 심경변화... 조씨가 약 삼일에서 사일정도 세 사람에게 구속되어 있는 동안의 기록이 나와 있어.”


놀란 친구가 신음하며 침대를 눕혀 달라 말하자 그가 급히 움직였다.


“반대로...”


누르던 버튼에서 손을 뗀 그는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조씨... 왜 신고하지 않았지? 핸드폰을 숨기고 있었다면.”

“통신문제는 아니야. 통신사에서 조씨 핸드폰 요금을 계속 청구하고 있었으니까... 7월까지.”


죽은 지 한참 지난 후였기에 친구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그런 개... 놈들이네.”

“자동이체로 계속 빠져나갔던 것이지 뭐. 조씨 부인쪽 친정이 상속자였으니.... 죄책감일까. 마지막 기록에 자수 해야겠다, 그런 말 쓰여 있더라.”

“그럼 계속 반성하고 있었던 건가? 그래도... 강압적인 환경에 처해 있으면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았나? 죄 값은 따로 받더라도.”

“후우... 누가 알겠어. 본인도 잘 모를 테지.”


친구를 보러 온 것이 목적이지만, 다른 말 못할 고민도 품고 있던 그였다. 그를 모르지 않는 친구는 저녁식사시간에 보호자 음식을 함께 신청해 두었다.


“전에 말한 그 사람이 또 얽혀 있었다.”

“...밥 다 먹고 하면 안 될까?”

“아, 미안.”


방금 사과하고 오 분이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말했다.


“대리운전기사였다.”

“하아...”


숟가락을 놓고 물을 씹어서 조금씩 삼킨 후 친구가 물었다.


“그 경찰, 장씨 죽을 때 옆에 탄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응.”

“기막히네... 그 도시에 인구 몇인데?”

“구십만.”

“허... 수원만하던가?”

“부지는 수원보다 작지. 아, 더 크던가?”

“그게 확률적으로 몇 퍼센트나 될까?”

“꽤 높아. 그가 전에 대리운전 할 때도 보통 삼거리 먹자골목에서 출발했으니까. 집이 거기서 가깝고.”

“아무리 그래도.... 둘은 모르는 사이고?”

“아니.”

“안...다고?”

“전날 중고차를 샀어. 장씨에게. 직접 거래했고, 함께 차량등록소도 갔지. 진술서 쓸 때 물어보니 전에도 본 기억을 하고 있었고..... 그 지역 지구대에서 근무했으니까, 그 장씨가.”

“음, 장씨가 그 조씨가 쓴 흉기 찾아낸 경찰이지?”

“어...”

“....봤었어?”

“여러번. 그 친구들... 박테리 죽을 때 두 사람 진술 내가 받았었다.”

“...갑자기 왜 웃어?”


그는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혀를 가볍게 찼다.


“그 놈들... 진술할 때 거짓으로 울더라고.”

“뭐라면서?”

“친구걱정하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짜로 울었다고?”

“확실해. 그 장씨란 놈은 약간 아닌가 싶었지만, 조씨.... 그 조수원이란 놈은 뒤늦게 아차하면서 눈물 짜내더군.”

“....그럼 의심했어야지?”

“본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 들었었고. 억지로 우는 것도 남들 눈 신경 쓰나 싶었지. 그런 놈들 의외로 많아.”


진짜 눈물을 흘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수없이 보아왔기에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사람은 달랐지.... 진심으로 울었어. 동생들 걱정에.... 다른 건 신경도 안 썼지.”

“네가 그 사람 아끼는 건 전에 들어서 알지만.... 난 의심스럽다.”

“나도 세 번이나 만나서 감이 안 좋았어. 그래서 일부러 잡아두고 진술 받았는데... 두 번 들어갔을 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더라고. 마치 혼이 빠진 사람처럼.”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범죄자를 보아왔기에 그는 확신한다.


“그러다가 다시 찾아갔을 때부터 대화가 가능했는데... 내가 들어왔는지도 기억 못하더라. 심지어 자신이 장씨를 살리려고 응급처치 하던 기억도 못했어.”


그는 친구를 보았다. 멍하니 생각에 잠겼던 친구는 이내 몸을 가볍게 떨었다.


“쌌냐?”

“...내가 중환자야? 아, 네가 말하니까 마렵다. 나 좀 일으켜줘.”


볼일을 보고 나온 친구는 그에게 걷자고 말했다. 휠체어를 끌고 왔지만 친구는 걷고 싶다 말했다.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서로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별거를 끝내고 새로운 신혼기분으로 살고 있던 그는 즐거워했고, 그를 보는 친구도 진심으로 공감해주었다. 그런 밝은 분위기는 두 사람이 공원 벤치에 앉았을 때 가라앉았다.


“폐촌에 버린 것이 아닐까?”

“폐촌...아아. 그건 그런 공모가 있었다는 것뿐이고.”

“그 사람 폐촌에 살지?”


순간 그는 친구에게 그가 어디에 사는지 말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사람 이야기가 소재로 적당해서 입원해 있을 때 조금 써봤는데... 쓰다 보니 그리 재미가 없더라. 뭔가, 자극적인 요소가 더 필요한데 너무 평범해. 그냥 운이 좋은 사람? 재벌집 딸과 잘 지내고, 재벌집에서도 잘해주고... 그런 드라마로 쓰면 믿지 못할 소재들. 막장드라마 같은 배경을 지닌 동생들을 거둬서 돌보고.... 그 사람을 제외한 주변인들의 인생은 참 드라마틱한데, 그 사람은.... 아니지. 분명 여러 일을 겪지. 그런데도 어딘지 재미가 없단 말이야. 재미... 그 사람의 인생이라면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내 소설에서는 그래. 성격을 분석해보니 화도 잘 안낼 것이고. 다툼도 없고.... 사람 말을 잘 들어주고 진지하지?”


“음,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말하게 되더군.”


“거봐. 그런 사람이지. 내가 설정은 잘했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고... 이번 일은.... 모르겠다. 넌?”


“난.... 난 여전히 믿고 싶다고 할까. 그런데 폐촌에 그가 산다면 뭐가 달라지나?”


“글쎄... 억지로 사건을 연결할 수는 있지. 예를 들어서... 그 세 사람이 그가 사는 집에 시신을 던져두고 간다거나.”


잠시 생각해보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억지네...”


“억지인가? 폐촌에 빈집 많잖아. 폐촌이 뭔가 싶어서 조사해보니까, 거의 뭐.... 주민수가 본래의 오십분의 일도 안 되던데?”


“그렇다고 사람 사는 집에 시체를 왜 버려?”


“시체였을까?”


“살아있었다는 거냐?”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안 그럼 왜 그들이 당당히 살 수 있었을까.”


“요즘 젊은 놈들은....”


“선입견을 제하고 생각하자. 안심할 건더기가 있었으니 그렇게 지냈던 것 아닐까?”


“어디에 숨겨놨으니 그럴 수 있었겠지.”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 어딘가에 숨겨둔 냉장고라던가...”


친구의 인정에도 그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변호하지 말자.’


그를 비난하는 말에 울컥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 것이다.


“버렸다. 시신을.... 그런 후엔?”

“트럭운전기사가 되었지.”

“흐음.”

“시신을 숨길 수단을 찾으려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찾아본 것이지. 대리운전기사였으니, 운전직으로.”

“큭... 그래야 할 이유는?”

“.....몰라.”

“모르는 거냐.”

“그렇게 연결되어야 재미가 있으니까.”

“소설이었냐?”

“그럼? 보통 사람이 시신보고 신고하지 트럭에다가 숨길까? 그런 궁리할까?”

“그렇지....”


보통사람이라면.


“그리고 설정을 짜려면 제대로 해. 그 사람이 트럭운전기사가 된 것은 3월이다. 조씨 마지막 기록에 의하면 세 놈이 조씨를 유기하려고 했던 것은 2월 중순이고. 그럼 이주 넘게 그 사람이 시신을 어떻게 보관했는데?”

“추웠잖아.”

“밖에다 뒀다고?”

“그건 모르지.”

“또 모르냐?”

“뭐 소설이니까.... 살아있다면? 으로 가정해볼까?”

“누구? 조씨?”

“응....조씨가 버려졌다. 살아있다. 폐촌 어딘가에 살아있었다... 그러다 배고파서 폐촌 밖으로 나왔다.... 세 사람에게 발각되었다?”

“음.... 애초에 셋이 왜 그를 풀어 줘야하지?”

“조씨의 범행을 아니까. 범죄자가 자신들을 신고할까 싶어서?”

“차라리 깔끔하게 없애는 것이 낫지 않을까?”

“너 형사 맞아? 그런 잔인한 생각을.”


어이없어 보자 친구는 피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은 전과가 있나?”

“전과는 없지만 여러 차례 폭력으로 문제가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많았고. 대부분 조수원이 일으킨 일이고, 장씨는 그 일을 무마하는 역할? 저들끼리는 별명으로 주로 불렀다고 하더군.”

“어떤 별명?”

“조수원은 물.”

“물...이름 때문? 아니면 물주이기 때문에?”

“모르지. 박테리는 카삥.”

“차량 전문가인가?”

“16살 때 차량절도경험이 있었다. 그때도 조수원이 얽혀 있었고.”

“아버지란 놈이 무마했겠군.”

“그렇겠지.”

“장씨는?”

“얼탱이라는데... 뜻은 탱크 같다고? 얼굴이 탱글탱글하다고 했던가? 그쪽 조사는 다른 녀석들이 해서 모르겠다.”

“그리 달라붙는 별명들은 아니네.... 나라면 주머니, 차차, 주먹. 그렇게 짓겠는데.”


친구가 지은 별명도 그리 와 닿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지만 내색해 상처주지 않았다.


“아아. 하나 비슷한 것이 있었다.”

“뭔데?”

“조수원. 22살 때 차로 사람을 친 적이 있더군.”

“그래?”

“횡단보도 사고인데, 음주상태였던 것 같고.... 동승자가 몰았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 직접 몰았다고 했고. 사고 내용도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이라고 바뀌고.... 찾아보니 여기저기 손을 쓴 흔적이 많이 보이더라. 이번에 그때 뇌물 먹는 놈들 싹 다 조사받고 있다.”

“사망사고야?”

“아니, 그랬다면 쉽게 못 빠져나갔겠지. 아무리 국회의원 아들이라도.”

“그 사람은?”

“누구....아아. 없어.”

“없다니....역시라고 해야 하나?”

“범칙금 낸 기록도 없다. 신고 접수된 기록은 여럿 있지만 전부 상대측 잘못이고... 오래전에 돈 떼어먹는 놈 잡았다가 역으로 폭행당했는데, 담당 형사 놈이 쌍방으로 처리하고 검사는 확인도 안하고 그대로 결론 내렸던 것 빼고는...”

“경찰 싫어하겠네.”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병신 같은 놈들이 ‘사회에 불만이 많으시죠?’ 이딴 소리나 해대니 누가 좋아해?”

“아직도 그런 놈들이 있나?”

“말해 뭐해..... 우리 서에도 열 놈은 넘는데. 밥버러지 새끼들.”

“어떻게 처리될지 아니까 체념한 것이라면서?”

“....다 그런 것은 아니야. 정말 쓰레기들 많다. 그런 놈들 보면 회의감 든다.”


밤이 되어가자 쌀쌀해져 친구가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점퍼를 벗어 주었다.


“내가 환자냐?”

“어. 들어가자.”

“할 말 없네.”


약 먹을 시간을 넘겨서 왔다고 간호사에게 꾸중을 들었던 그는 웃는 친구에게 또 오겠다는 말을 건넸다.


“우연일까?”


무엇을 말하는지 그는 알지만 바로 답하지 못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알아봐.”

“뭘?”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네 신념대로 해. 난 네가 무슨 선택을 해도... 되도록 범죄와 먼 결정이라면 지지한다.”


돌아섰던 그는 다시 돌아서서 친구를 보았다.


“네 소설.... 그 주인공은 악인이냐?”

“악인을 누가 좋아해.”

“그래....”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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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30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21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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