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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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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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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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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 진군

DUMMY

제 89화. 진군


라흐이는 다부진 자세로 앉아 한기를 풀풀 풍기는 유키스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다.

그는 그만한 실력과 배짱을 가진 남자였다.


“제 말이 단장님께 불온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이프와 악마가 하나라는 것을 안 이상, 신성제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저희로써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게릴라가 루시아를 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철혈단의 게릴라는 무섭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 루시아에게 그 정도는 못 이겨낼 수준은 아닙니다. 게다가 사일라 반도 수복이라는 대업을 앞두신 단장님께서 굳이 그런 모험을 하시진 않으시겠죠.”


유키스는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예의 그 능글맞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휴······. 얄밉도록 맞는 말씀만 하시는군요.”


남은 차를 마저 들이부으며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유키스는 말을 이었다.


“모두가 아는 황제의 성정이라면 ‘가서 우리가 이리 하겠음을 알려라.’라고 했겠죠? 하지만 협사라 불릴 만큼 존경받는 라흐이 공이라면 우리의 의견도 존중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말씀하십시오.”


라흐이는 잠시간의 침묵을 지킨 후 유키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침묵을 지킨 이유는 유키스 말마따나 황제가 딱 저렇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명은 저기서 끝이 났지만 유키스는 라흐이를 믿고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기로 했다.

그만큼 라흐이는 협을 중시하고 의로운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확하게 동맹국으로써의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전면전은 모두 루시아에서 맡아 주세요. 우리는 루시아가 제이프와 전면전을 펼칠 때, 우회하여 그들의 중심을 기습하겠습니다. 오직 게릴라로만 군을 움직이겠단 이야기죠.”

“그 말씀은······. 피는 흘리지 않고 원하는 것만 취하시겠단 겁니까?”

“제가 원하는 것은 제이프의 파멸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루시아와 뜻이 같죠. 강대국의 아량을 보여주십시오.”

“······. 좋습니다.”

“그리고.”


유키스가 무언가를 덧붙이려 하자, 라흐이는 아미를 찡그렸다.


“더 있습니까?”

“루시아 군의 투입은 우리 철혈단이 준비한 삼일 운동 이후로 해주십시오.”


그리 큰 요구사항이 아닌지라 라흐이는 다시 표정을 풀었다.


“알겠습니다. 그리 폐하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어나도 되겠습니까?”

“벌써 가시게요? 식사나 하고 가시죠.”

“아닙니다. 기사로써 주인의 명을 수행했으면 응당 주인에게로 돌아가야지요. 갑작스런 방문에 이리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만.”


라흐이는 지체 없이 바로 몸을 돌렸다.

왜인지 그의 뒷모습에서 다델의 모습이 떠오른 유키스였다.

다델 역시 자신과의 일이 끝나자마자 주인의 곁을 지킨다며 바이두 숲으로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도 기사 출신이지만······. 참 미련들 하다.”


유키스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


친나 국가 연방의 배꼽에 위치하여 연방국간의 물자 교두보로써의 역할을 하던 국가인 차인 왕국.

이 나라는 붉은색 계열의 색상들이 복을 불러 온다고 믿는 전통이 내려오기에, 왕성 또한 붉은색 계열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수도 베이페진 가운데 위치한 왕성은 주황색의 지붕과 함께 빨간색의 외벽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크게 만드는 차인의 사람들은 왕궁도 워낙 크게 지어, 실제 사용하는 공간은 몇 안 되지만, 왕궁의 너비만큼은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거대하게 지었다.

그리고 지금 그 왕궁의 대전 안, 서펜트 해병단의 삼삼연대장 리코스가 고개를 숙인 채, 수모를 겪고 있는 중이었다.


“제기랄 역시 내가 갔었어야 했는데, 이 모자란 인간들에게 맡겨놨더니 늘 도망만 치잖아.”

“푸하하하, 이봐 몬타나, 말은 똑바로 해야지. 물론 저 인간 놈들이 모자라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지만······. 가장 먼저 도망친 것은 너 아니었나?”


리코스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인영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둘다 마족이었는데, 하나는 일전에 라마와 자웅을 겨뤘던 몬타나였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마족이었다.


“너나 말을 똑바로 해라, 코즈. 네놈이 자치령의 서쪽을 맡아줬으면 내가 동쪽에서 후퇴할 일은 없었다.”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 마왕께서 내게 명하신 것은 왕성을 지키는 것이다. 외곽 수호의 명을 받은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너.”

“닥쳐라. 언제부터 그렇게 마왕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지?”

“이제부터.”


둘은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며 으르렁 거렸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몬타나가 코즈라고 불린 마족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저······.”

“뭐냐!”


건방진 인간 놈이 감히, 마족의 대화에 끼어들다니······.

몬타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을 저 건방진 패잔병놈이 하고 있기에, 몬타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리코스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티한의 군력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합니다. 백오십밖에 되지 않는 병들은 하나하나가 기사들과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고, 마스터 또한 둘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합군은 이제 스스로의 힘을 알았으니 베이페진으로 진군을 시작 할 텐데······. 페르안과 위글까지 재정비 후 합세한다면, 자치령은 전멸할겁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역시 리코스는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이 멍청한 마족 놈들은 자신들의 강함에 도취되어 저들을 우습게보고 있었고, 부하들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을 터였다.

그저 제이프의 백성들이 얼마나 죽든 그들에겐 한낱 인간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걱정마라, 인간아. 어차피 이 곳은 위대한 상급 마족인 나 코즈가 지키고 있으니, 저들이 아무리 덤벼든다 한들 함락시킬 수 없다.”

“흥, 그 전에 내가 저것들을 모두 쓸어버릴 것이다.”


몬타나는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리코스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자신의 부하들을 지켜낼 수 있는 건, 자신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리코스의 예상은 정확했다.

연합군 전체의 힘을 깨달았고, 승기 또한 잡고 있는 지금 이 상태에서 절대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곤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부터 우리는 차인의 수도 베이페진을 향해 진군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번의 전투였지만, 저들의 군사수준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곤치는 가지고 있는 지휘봉으로 지도에 그려진 베이페진의 위치를 두어 번 두들겼다.


“악마의 존재를 알았고, 제이프의 주력 역시 상주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물론 모든 걸 알고 있다 말할 순 없지만, 이 정도의 정보라면 연합군의 능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 전투는 어떻게 보십니까?”


라마의 질문에 곤치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부대와 부대의 전면전은 아마 이 곳일 확률이 큽니다.”


추모는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호우코우 언덕’이라고 적혀있었다.


“친나 국가 연방의 치명적인 단점은 전 지역이 평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성을 하기에는 최악의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 곳, 호우코우 언덕은 다릅니다. 지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동산을 이루고 있기에, 동쪽에서 베이페진을 향하는 방향에서는 하염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많은 체력의 소비가 동반되겠군요.”


추모가 말을 잇자 곤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뿐만이 아닙니다. 지리적 문제 때문에 바다에서 넘어오는 한기류가 이 언덕을 넘어서지 못해, 그 반대쪽인 언덕의 아랫방향으로 늘 강한 바람이 몰아칩니다. 하여 위에서 화살 한 발을 쏘더라도 공성무기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삼삼연대장 정도 되는 위치의 인물이 적진에 있으니, 절대 이 곳을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저 곳을 우회해서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라마의 질문에 곤치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베이페진의 지대는 높은 곳에 있습니다. 아무리 우회해도 언덕의 존재는 필수불가결. 꼭 넘어야 하는 산입니다. 그렇다면 저들의 준비가 최대한 덜하게끔 빠를수록 좋은 것이겠지요.”

“배샤르시여······.”


라마는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아, 배샤르를 불렀다.


“라마 공의 걱정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에겐 티한의 막강한 전투력이 있습니다. 랑달라 공께 묻겠습니다. 엘프의 궁사들은 바람의 정령들 또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지요?”


랑달라는 이번에도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람 전체를 통제하진 못하더라도, 저들이 퍼부을 화살 공격에 대해서는 방어가 된다고 보면 됩니다. 저들의 원거리 공격만 막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체력 안배만 잘 하면 평지에서 싸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라면 체력 안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는 추모가 의문을 표했다.


“그에 대해서도 대비책이 있습니다, 태백장사님. 우리가 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간은, 저들의 시야에 들기까지입니다. 그 이후는 하등 급할 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은······?”

“언덕에 접근하고, 저들이 우리를 공격할 준비를 할 찰나부터, 우리는 진군 속도를 현저히 늦출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우리의 원거리 공격이 저들에게 타격이 가게끔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애 닳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 될 겁니다.”


충분히 이해가 간 태백장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악마나 마스터에 달하는 능력자들이 나온다면 여기 계신 세 분, 라마 공, 태백장사님, 랑달라 공. 세 분께서 잘 막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진 바 능력이 여러분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므로, 후방에서 병들을 조율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곤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겸손하시군요. 부대에는 우리 같은 사람보다 곤치 공 같은 분이 더 필요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배샤르의 축복이 우리 연합군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공치사하며 회의를 마쳤다.


##


그 날 저녁.

연합군은 드디어 차인 내로 진군을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 곳은 마물들이 득시글댔으나, 라마의 능력 덕에 깨끗해진 지 오래였다.

부대의 선두에는 모골린의 기사들이 자리했고, 중심에는 티한의 부대와 지휘관들, 그리고 후미에는 마나 슈터와 사제 부대, 일반 병들이 자리했다.

곤치는 부대의 중앙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한 것이 하늘 가득 노을이 져, 제법 아름다운 풍광을 보였다.


“아름다운 것이, 꼭 우리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만 같구나.”


마음이 포근해진 곤치는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노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노을 사이로 새 한 마리가 곧장 날아오는 것이 운치를 더 하는 것 같았다.


“······. 응?”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새는 정말 말 그대로 곧장 부대를 향해 날아왔는데, 가까워 올수록 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익, 젠장, 부대 정지!”


그 새의 정체를 알아챈 곤치는 욕지기를 내뱉고는, 진군을 제지시켰다.


“라마 공, 태백장사님!”


곤치는 다급하게 두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 역시 공중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근처에 다다른 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악마 몬타나였다.


작가의말

어제 업로드된 88화 곰의 출현에서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겨레를 거레라고 쭉 써놨더군요 ㅠㅠㅠㅠ

사과드리겠습니다.

수정 완료되었습니다 ㅎㅎㅎ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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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9화 : 진군 +5 20.10.06 249 8 12쪽
111 제88화 : 곰의 출현 +7 20.10.05 248 9 12쪽
110 제87화 : 티한의 힘 +5 20.10.02 236 10 13쪽
109 제86화 : 전투 준비 +7 20.09.30 250 10 12쪽
108 제85화 : 참전하다. +9 20.09.29 246 12 12쪽
107 제84화 : 헤쳐 모여! +5 20.09.28 269 10 13쪽
106 제83화 : 마를 삼킨 불꽃 +7 20.09.25 271 12 12쪽
105 제82화 : 한편, 그들은? +5 20.09.24 257 10 13쪽
104 제81화 : 국경을 토벌하라! +9 20.09.23 257 13 12쪽
103 제80화 : 토벌 준비 +9 20.09.22 261 12 12쪽
102 제79화 : 신경과 씨앗 +8 20.09.21 258 10 14쪽
101 제78화 : 용호상박 +7 20.09.19 260 12 11쪽
100 제77화 : 일단 탈출하자! +7 20.09.18 258 11 12쪽
99 제76화 : 배신자를 처단하다. +5 20.09.16 251 11 14쪽
98 제75화 : 시작된 거사 +7 20.09.15 256 12 11쪽
97 부록 : 설정집 - 악마(마족) +9 20.09.14 254 10 6쪽
96 제74화 : 디큐 +7 20.09.11 259 12 11쪽
95 제73화 : 루카 +7 20.09.10 268 12 12쪽
94 제72화 : 외나무다리에서 +7 20.09.09 256 11 11쪽
93 제71화 : 포뮤지부의 철혈단 +7 20.09.08 249 11 13쪽
92 제70화 : 포뮤의 아침 +7 20.09.07 252 12 13쪽
91 제69화 : 움직이는 사일라 자치령 +5 20.09.04 263 11 10쪽
90 제68화 : 본격적인 독립운동 +5 20.09.03 271 10 13쪽
89 제67화 : 거사 +5 20.09.02 269 12 11쪽
88 제66화 :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5 20.09.01 266 11 12쪽
87 제65화 : 새로운 스승 +5 20.08.31 265 10 12쪽
86 제64화 : 속셈 +5 20.08.28 267 10 11쪽
85 제63화 : 설득 +5 20.08.27 257 10 12쪽
84 제62화 : 티한의 사자 +5 20.08.26 281 11 14쪽
83 제61화 : 치우천왕 +5 20.08.25 29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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