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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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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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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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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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마법사에게는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2)

DUMMY

“윌리엄 스왈로우William Swallow.”


정화교의 감찰사제는 접견을 요청한 유논의 앞에 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재 나이 마흔다섯, 대전쟁 이전에는 몰락한 남작가문의 둘째이자 제국 오대 상단이라 불리던 신속 제비 상단의 주인이었습니다.”

“대전쟁 이후에는?”

“대전쟁 도중 상단이 붕괴했습니다. 이후 측근의 배신으로 일가족이 전부 사망, 스왈로우 또한 실종되었고 한동안 죽었다 알려졌지만···몇 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더군요.”


유논은 냉소하며 말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겠지.”


감찰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의 자질을 깨닫고, 죽지 않은 자들의 군세의 일원이 되어 돌아와 일가족의 복수를 행했다고 합니다. 그 뒤 홀연히 사라져서, 몇 년 전에 군세의 새로운 총군사로 취임했다는 정보가 들려왔었지요.”

“이 세상 모든 네크로맨서들을 통틀어 2인자 취급받는 총군사 자리에 오른 사내라···거물이군.”

“거물이지요.”


총군사라면 죽지 않는 자들의 군세의 전반적인 운영과 전쟁 등 모든 것들을 담당하는 최고위의 직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군세를 내버려두고 이 멀리 떨어진 정화교의 쉘터에, 추레한 몰골로 갑작스레 나타나 체포되었다.

몹시, 아주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런 거물이 왜 여기까지 왔을 거라고 보나?”

“윌리엄 스왈로우 본인의 진술대로라면, 교단을 돕기 위해서 왔다는군요. 도시를 공격하는 네크로맨서를 멈추기 위해서.”

“그 말을 믿나?”

“개인적으로는 신뢰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감찰사제가 잠시의 고민 끝에 내어놓은 한마디.


“하지만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지요.”

“그렇겠지.”


눈앞의 인물은 그저 감찰사제에 불과할 뿐이다.

교단과 교단 쉘터의 행동방침을 정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주교들은 어찌 생각하던가?”

“그것은 우리 쉘터의 기밀입니다. 평상시대로라면 외부인에게 결코 알려져서는 아니 될 정보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지.”


감찰사제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마법사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위급한 사태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예, 맞습니다. 마법사님께는 모든 상황을 가능한 한 알려드려야만 한다는 대주교님의 특별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질문에 답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겠군.”


사제는 말을 고르는 듯,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쉘터의 세 주교님들 중 두 분은 사령술사를 결코 믿을 수 없다 주장하셨고, 나머지 한 분만이 한 번쯤은 믿어볼 만하다 이야기하셨습니다.”

“대주교는?”

“대주교님은 판단을 유보하셨습니다. 마법사님의 접견 이후에 결정을 내리실 듯합니다.”

“현명한 판단이군.”


유논은 감옥 창살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네크로맨서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저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나?”

“정체 말입니까?”

“저자가 정말 스스로 말한, 그리고 교단에서 조사했을 군세의 총군사 윌리엄 스왈로우란 인물이 맞는지 확인했느냐고 물은 것이네.”


감찰사제는 영문 모를 낯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여태까지 심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신원이 어느 정도 확실하더군요. 얼굴이나 체형도 저희가 조사한 윌리엄 스왈로우의 그것과 비슷했고, 다른 세부적인 사항들도 일치했습니다.”

“그렇군. 도와줘서 고맙네.”

“별말씀을요.”


유논은 감찰사제와 악수를 나누었다.


“지금 접견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미룰 이유는 없겠지.”


마법사의 명쾌한 대답에 사제는 감옥 독방의 철저하게 봉인된 출입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옥의 문이 열렸다.


네크로맨서와 다시 한 번 마주할 때였다.




* * *




“흑색의 마법사 유논.”

“······.”

“저희들이 모시는 대왕의 은인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유논은 무표정한 낯으로 두 팔과 다리 모두 구속구에 묶인 채, 입만 열려 있는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내뱉은 말에 마법사는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다 한 마디만 말했을 뿐이다.


“너의 왕이 알려주던가?”


사실상의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사내는 희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대왕께서는 입이 가볍지 않으십니다. 은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마 저에게만 말씀하신 것으로 압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지닌 강력한 동방인이 찾아온다면 극진히 대접하라는 명령만 내리셨지요.”

“······.”


은인이라.

죽지 않는 자들의 왕과 과거에 인연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그 망자들의 대왕은 과거의 그 일을 은혜를 입은 것이라 여기는 듯했다.

이쪽은 옛일을 다르게 여기건만.


‘실수였지.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이 짧았던 탓에 저질러버린 것에 불과한 뼈저린 실수···.’


하지만 과거의 일은 결국 과거의 일일 뿐이다.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일생 저지른 가장 치명적인 실수들 중 하나라 생각해왔지만, 어찌 되었건 오늘은 그 덕을 보게 생겼군.’


덕분에 눈앞의 네크로맨서가 꽤나 협조적으로 나올 듯했다.


“그래서, 정화교를 돕고자 여기까지 왔다고?”

“···그랬지요.”


유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사내는 한숨과 함께 답했다.


“성과는 있었나?”

“있었다면 여기 갇히지 않았겠지요.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건 의외인데.”


유논은 미간을 좁혔다.

네크로맨서에 대해 죽지 않은 자들의 왕 다음으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군세의 총군사 아니던가.

범인을 완전히 찾아내지는 못하더라도, 그간 쉘터를 돌아다니며 범인을 추적할 단서 정도는 찾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면, 왜 그랬을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여기 이 강력한 네크로맨서 또한, 그간 정화교의 수뇌부들과 유논이 겪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도시의 망자들을 깨우고 다니는 네크로맨서라면, 당연히 도시 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유논은 파리대왕과의 대담을 떠올렸다.


정화교 쉘터 모든 파리 괴수들의 아버지, 인간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지능이나 언어구사능력을 지닌 네임드 변종 괴수였다.

그러나 강력한 성능의 육신에 비해, 그것을 다루는 기술이나 요령은 몹시 뒤떨어져 있었다.

아마 휘하 파리들이 먹을 것들을 전부 가져다주기에 직접 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비대한 몸뚱이만 끝없이 진화해왔을 것이다.


그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던 덩치만 큰 반쪽짜리 괴수 대왕을 상대로는 유논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기세등등하게 제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을 단죄하기 위해 나섰던 파리 대왕은 피오네의 주먹과 발길질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무시무시한 명칭과 어울리지 않는 허무한 결말이었으나, 덕분에 유논은 원하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냄새가 동시에 나는 인간을 본 적 있나?”

[산 자와 죽은 자의 냄새가 동시에 나는 인간···? 아, 사령술사를 말하는 거로군. 그들의 소재지가 궁금해 날 찾아왔나?]

“본론만 말해라. 사령술사의 냄새를 맡은 적이 있나, 없나?”

[글쎄···. 잘 모르겠군. 일단 굉장히 특이한, 한 번 맡으면 기억이 날 수밖에 없는 향기이긴 하겠다만···지금 당장 물어보면 대답하기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는 걸···꾸웨에에에에에에엑!]


조금이라도 말이 길어지려는 낌새가 보이면 피오네는 파리의 복부를 가격했고, 고통에 익숙하지 않는 벌레는 바닥에 기어 꿈틀댔다.


[정말···끄으으윽, 과격하군···짐은 폭력이 싫다. 제발 좀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면 안 되겠나?]

“네 뱃속에서 생을 마감한 도시의 인간들도 그 의견에 동의할지 의문이군.”

[아아. 적어도 평화로운 식사였음은 분명하지. 너희 인간들도 아침식사로 쓸 가축들과 평화로운 방식의 교섭을 시도하는 취미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군. 얼마나 우습겠나. 초면에 미안하지만, 자네의 뱃살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군. 짐이 조금만 뜯어먹어도 되겠나? 푸흐흐흐.]


피오네가 무표정한 낯으로 다시금 주먹을 들어 올리자, 파리는 움찔하며 다급히 주둥이를 열었다.


[잠깐만, 짐이 지금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정말, 자네는 하인을 새로 둬야겠군. 저리 과격해서야! 역시 인간 암컷들은 믿고 쓸 만한 게 못 된단 말이지···.]

“피오네, 아직 저 벌레가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짐은 지금 완벽하게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키에에에에에엑!]


고깃덩이 다지는 듯한 소음과 돼지 멱따는 역겨운 괴성이 울려 퍼지고, 피오네의 검은 사제복이 터져 나온 벌레의 체액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쯤에야 파리 대왕은 순수한 폭력의 세례 앞에서 굴복했다.


[그만! 대답하면 되잖아. 그러면 다 해결될 문제 아닌가? 그 끔찍한 주먹 좀 그만 휘두르고! 무엇을 물어봤었지? 그래. 사령술사, 네크로맨서, 어쩌고저쩌고···물론 향기야 맡았지! 그리 대놓고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못 맡겠나. 그저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어서 가만히 놔둔 것뿐이네.]

“그래서 네크로맨서의 위치는?”

[말로는 표현 못하지. 그냥 어느 쪽에서 냄새가 난다 정도만 느끼는 건데, 그것만 가지고 정확한 위치를 어떻게 알아내겠나. 그것은 위대한 짐으로서도 능력 밖의 일이지.]


파리 대왕의 말에 유논은 이름 없는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경험상 마법사의 저런 행동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조수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를 것을 알고 있었기에, 파리 대왕은 다급히 소리쳤다.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하지만, 사령술사에게로 안내할 짐의 혈족을 한 마리 붙여줄 수는 있다네. 몹시 유능하고, 냄새 잘 맡는 녀석이니까, 길도 잘 찾겠지.]


실상은 변종 체체파리 혈족 중 가장 지능도 뒤떨어지고 체구도 왜소한 녀석을 붙여줄 심산이었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파리 대왕이 제 발을 싹싹 비비며 소리치자 유논이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거겠지?”

[물론! 이 도시 안에 있는 단 하나의 사령술사에게 확실하게 안내해 줄 거다. 마음 같아서는 짐이 직접 데려다 줬겠지만, 보다시피 짐의 성체가 하도 위엄이 넘치다 보니···.]


한마디로 뚱뚱해서 사람들한테 들킬 염려가 크다는 말이다.


유논은 파리 대왕의 변명 가득하고 영양가 없는 잡설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저 벌레 지성체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어휘에 관심이 갔다.


‘이 도시 안에 있는 단 하나의 네크로맨서라···.’


그가 찾던 범인임이 분명했다.

십중팔구는 그럴 터였다.

그런데 저 표현이 목구멍에 걸리듯 계속 신경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 안에는 단 하나의 네크로맨서뿐이라고. 달리 말하자면···도시 밖에는 또 다른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는 뜻.’


만약 도시 바깥에도 네크로맨서가 있다면?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다.


유논은 직감과 추리 가운데의 어느 불안정한 영역에 선 채 질문을 던졌다.


“도시 안의 네크로맨서라···도시 밖의 네크로맨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나?”


파리 대왕은 잠시 움찔하는 듯 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저 동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아주 자그맣고 평범한 움직임조차도 움찔하는 것으로 보이는지도 몰랐다.


벌레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도시 바깥? 도시 밖에 있을지도 모를 사령술사까지 찾아달라는 건가? 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군. 그건 짐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하네. 기껏해야 도시 바깥 인근의 황야 정도만 짐의 감지 범위 내에 있지. 그리고 거기서도 또 다른 사령술사의 향기를 맡은 적은 없는 것 같군.]


그렇게 대화가 종결되려던 찰나, 유논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만약 어떤 네크로맨서가, 이를테면 독기의 골짜기 같은 곳 속에 숨어 있다면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다는 뜻인가?”

[독기의 골짜기? 아아, 정화교의 쓰레기장을 말하는 거로군. 불가능하지. 그곳은 특히나 더 그렇고. 향기로운 쓰레기들이 전부 감각을 가려 버려서, 그렇게까지 섬세한 향기를 맡기는 힘들다네.]


마법사의 검은 눈이 파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파리 대왕은 주둥이를 꼼지락거릴 뿐 말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어딘가 수상한 구석은 있었으나, 결국 그게 끝이었다.

이후 유논과 피오네는 안내용 체체파리를 따라 네크로맨서 윌리엄 스왈로우를 찾았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유논이 지금 구속된 윌리엄 스왈로우의 앞에 서 질문하고 있는 것은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마법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너는 범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다.”

“······.”

“그래서 이리 급하게, 또 비밀리에 정화교 쉘터까지 찾아와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찾아내려 노력한 것 아닌가?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또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기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빨리 처리하고자 했던 거겠지.”


그리고 그런 노림수가 실패해, 꼬리가 밟혀 지금 여기에 갇혀 있게 된 것이다.

정작 진짜 범인은 아직까지 바깥세상을 마음껏 활보하고 있는데도.


죽지 않은 자들의 군세의 총군사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대단한 통찰력을 지니셨군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그래서 이 정체불명의 네크로맨서의 정체가 뭐지? 슬슬 입을 열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마 이번 일이 군세의 치부, 혹은 실수와 연관되어 있기에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것일 터였다.

유논은 전류가 뻗어나가듯 자리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내어놓았다.


“동료 네크로맨서가 배신하기라도 했나? 혹은 사자왕死者王의 사역마가 도망치기라도 했나? 혹은···.”

“다 말하겠습니다. 다만···그 괴물은 우리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만 알아두시길.”


결국 관련이 있기는 있다는 소리였다.

유논이 표정 변화 없이 바라보자, 사내는 하는 수 없이 말을 이었다.


“그 괴물은 지구와 연결된 게이트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게이트는 공간의 불안정한 지점이 서로 연결되는 현상이니, 어떤 기상천외한 괴물이 그 통로를 통해 넘어오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죽지 않은 군세가 게이트를 단단히 봉쇄한 채 지구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괴물과 죽지 않는 군세는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게이트에서부터 이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로군. 어떤 괴물이었지?”

“그것은 평범한 인간의 외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망자들의 틈바구니 속에 섞여들더니, 군세의 중심부까지 침투해 저희들의 왕을 한 번 훔쳐본 뒤 달아났다더군요.”


유논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정화교 쉘터 쪽으로 도망쳤다 이건가.”

“대왕께서 곧바로 괴물의 위험함을 눈치 채고 치명상을 입히셨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끝내 살아남아 이 근처 어딘가에 숨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괴물을 잡기 위해, 전장을 떠날 수 없는 죽지 않는 자들의 왕이 본인을 대신해서 자신의 신뢰하는 총군사를 파견하게 된 것일 터였다.

유논은 대략 예상이 가는 속사정들은 건너뛰고, 곧바로 물었다.


“그 괴물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미 여러 번 물어본 적 있는 질문이었고, 더는 답변을 미룰 수 없었다.


윌리엄 스왈로우는 한숨과 함께 답했다.


“도플갱어Doppelgänger.”


도플갱어. 형태변환류의 괴물.

어떤 인간, 괴수, 혹은 사물이라도.

한 번이라도 얼굴 본 적이 있다면 그 대상의 외양, 능력, 기억 등등···모든 것들을 복제할 수 있다 알려진 몹시 강력하고 위험하며 또 희귀한 고위험의 변종 괴수종.


유논의 표정이 굳었다.


“······.”

“예. 그리고 제가 아까 말했다시피···그 괴물은 저희 왕의 얼굴을 훔쳐보고 도망쳤습니다.”


그 뜻인즉슨.


유논이 내뱉었다.


“사상 최악의 네크로맨서가 지닌 능력을 그대로 복제한 괴물이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는 뜻이군.”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작가의말

여지껏 던져둔 떡밥들을 여럿 회수하는 화였던지라, 분량이 꽤 길어졌군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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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에게는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2) +12 20.10.25 929 52 16쪽
72 마법사에게는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1) +10 20.10.23 945 54 12쪽
71 네크로맨서(Necromancer)(9) +12 20.10.16 936 51 14쪽
70 네크로맨서(Necromancer)(8) +8 20.10.12 905 53 12쪽
69 네크로맨서(Necromancer)(7) +6 20.10.09 909 50 12쪽
68 네크로맨서(Necromancer)(6) +12 20.10.04 947 5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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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네크로맨서(Necromancer)(4) +14 20.09.27 1,008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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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막간-도플갱어(Doppelgänger) +13 20.09.05 1,176 59 18쪽
61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4) +18 20.09.03 1,146 59 13쪽
60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3) +18 20.08.26 1,132 6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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