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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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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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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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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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SAR 4

DUMMY

불길하다.

그러나 흥분도 된다.

오늘이 지겨움의 마지막 날인가.

그 개 같은 날인가.

너무 피곤하고 너무 배고프다.

며칠만 가만히 놔두면 안 되나?


가만히 있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고 싶다.


나를 향해 떠드는 세상의 잡소리들아.

오늘 너의 성대를 따서 조용하게 해주마.

입대 이후 최고의 장발과 수염.

더러운 손과 빛나는 총.

불길하지만 흥분된다.

오늘이 그날인가.


I see a bad moon a-rising

I see trouble on the way

오늘 밤은 돌아다니지 마

목숨을 걸고 싶지 않으면

안 좋은 달이 뜬다니까

안 좋은 달이 떠

(CCR. 1967)



“로메오 탱고 43. 로메오 탱코. Right on time!”


R(omeo) T(ango) 43.

Rescue Team 43.


요행은 두 번 오지 않아.


그 말이 기억나네. 그 장면.


독신자 숙소에서 돌고 돌다가 한 번쯤은 보게 되는 미드. 2차대전 101공수사단 이야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 우린 닥치고 낙하산 많이 나오는 영화는 좋아하지. 주간 집단강하 나오는 영화는 정말 시원하지. 그런 기분은 공수교육 때 잠깐 맛보고, 자대는 항상 암울한 야간 무장강하. 산악복 수령 할 때부터 뭐가 암울~~~하다. 월광이 몇 %건, 눈에 뵈는 건 많아 봐야 낙하산 열 개.


Band of brothers.

노르망디 야간 무장 – 집단강하.


대공포가 쏟아져 올라오는 가운데 뛰어내리는 장면, ‘어. 어. 와. 와.’ 같이 보는 사람 중에 말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오금이 저렸다. 낙하산 많이 나오는 전쟁영화 중에 우리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건 그게 처음이다.


우리가 옆구리나 예비산 위에 탄창 하나 꼽고 점프하는 이유가, 그거다. 야밤에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밑에서 쏠 때, 밑에서 번쩍번쩍하고 핑핑 총알이 날아올 때, 공중에서 아래로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말은 대지 위협사격) 접지한 직후에 바로 응사하기 위해서. 소총 기관총의 대공사격을 받으면, 낙하산 정리 매몰 안 한다. 바로 쏘면서 군장만 분리해서 튀어야 한다. 그때 우리의 최초 재집결지가 떠오르겠지, 했다.


영화에서 대공포에 수송기들이 흩어지고 강하자들도 흩어진다.

‘전시에 우리도 저렇게 된다니까!’


제일 재미있는 대사는 그거다. 낙하산 접지 후에 어렵사리 만난 병사. 자네는 누군가. 대대본부 행정병인데요. 어, 자네는 또 뭐야. 82공수사단 아니야? 여긴 어쩐 일로. 이 사람아 여긴 101 섹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우리 따라 와... 본대로 갈 수있는 방법이 생길 때까지 같이 있고, 우리와 같이 작전했음을 너의 자대에 전달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정말 리얼하다.

‘저거 진짜 이야기지? 그래. 야간에 우리 팀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실전이면 더 하지. 매산리에서도 종종 그러는데. 야간강하에서 공중에 뜬 시간의 반은 내 접지 장소만 골몰하지. 접지하면 내 근방에 아무도 없지. 그 작은(?) 훈련장 DZ에서도.’


‘자대 첫 강하에서 존나 후덜덜, 접지했는데, 까먹고 군장 분리를 안 했어. 바람 방향 홀딩만 보고 접지했는데 경사면이 오더라. 접지 정말 스무스했지. 그냥 폭! 치고 말더라. 헌데, 격납고도 47도 안 보여? 몇 달을 있었던 십자로에서 격납고 방향이 어딘지도 모르겠어. 가을이라 불은 길고. 어리바리.’


그 3편인가. 노르망디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리고 날이 밝아, 윈터스 대위의 소대가 첫 번째 전투에 나선다. 해안을 향해 포격하는 독일군 포대(포상)를 찾아가 공격하는 것, 이후 웨스트포인트 군사교범에도 들어갔었다고 하는 이 소부대 전투.


잘 훈련된 미 공수사단 1개 소대와 독일군 포병 1개 포대가 맞붙는다. 평지 및 축성참호 참호전 조합. 독일군 포대는 참호선까지 구축하고 포상을 진지화 한 상태. 수기. 무언의 수기가 멋있었다. 수류탄을 동시에 투척하고 기관총 사격, 동시에 돌격이 시작된다. 윈터스 중위가 소리친다.


”Follow me!!!“


82공수사단은 북아프리카와 시칠리, 이탈리아 본토를 경험했지만 101사단은 내내 영국에서 훈련만 하다 들어와, 노르망디가 첫 전투였다. 소대장과 소대원 모두 생애 첫 전투.


공격 도중,

독일군 수류탄이 미군에게 날아와 폭발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 자리 있던 미군들은 참호선에 몸을 날려 폭발을 피한다. 그리고 다시, 바로 같은 장소에 미군 한 명이 (그것도 중위가)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던지려다 ‘손에서 놓쳐’ 버린다. 흥분해서 안전핀을 뽑아 던지려는 찰라, 손에서 흘러 참호선으로 떼구루루 굴러간다. 그 참호선에 소대원이 한 명 있었다.


”어, 어, 어. Fire in the hole!“


수류탄을 놓친 사람이 옆의 전우를 끌어안고 90도 꺾인 다른 참호선으로 다이빙, 엎드린다. 수류탄 가까이 있던 동료를 땅에 누르면서


꽝!!!

중위 밑에 깔려 수류탄 폭발을 피한 병사는, 조금 전에 이어 두 번째 수류탄 폭발을 맞았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수류탄이 옆에서 터지면 골이 지끈거리고 몸이 매 맞은 것 같을 것.

화가 난 병사가 소리친다.

”Fucking twice!!!“


어떤 때에 보면,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기 이상한 것도 있으나, 영어를 굳이 한국어로 옮겨서 번역해봤자, 그냥 그 들리는 자체로 충분한 것 같다.


Fucking twice.

그래 Fucking twice 맞다.

우리 지역대의 Fucking twice!

열 명 남은 우리 지역대의 Fucking twice.

그 공장을 향하여 지역대장을 선두로 우린 ‘돌격!’ 했다.


다시,

우린 또 돌격이다.


돌격해서 앞으로 뛰어나가지 않으면 임무완수가 안 된다. 왜냐하면, 저 앞으로 가서 총을 쏘며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끌고 와야 한다. 오늘의 우리 목표는 사람이다. 외국인이다. 미군 조종사다. 이게 공군 레스큐가 하는 전투인가. 이런 공개적 광고가 난 상황에서 어느 부대가 와서 어떤 전투를 하나. 어떻게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나.


우린 원래 돌격이 없는 부대다. 그런 전술이 없다. 돌격. 착검 없다.

은밀 침투 – 습격/폭파 – 짧고 치열한 전투 – 화력 쏟아붓고 퇴출.


심지어 축차 퇴출도 없다. 엄호-축차 퇴출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사람도 없다. 조별로 뭉쳐서 뛰면 성공이다. 누구 하나 안 맏맞 목표에서 나오면 성공이다.


적에게 발각되고 총알이 날아올 때 가장 확실한 퇴출 방법은, 중대장 신호에 따라 ‘현시점 360도 전 방위 분산탈출’. 총. 안 쏜다. 밤이나 위치만 알린다. 여기 있다고 라이터 켜줄 일 있냐! 무조건 뛴다. 타격 전에 뛸 방향을 안 봐두면 꿩이 땅에 대가리박는다. 1차 타격에서 난 총 한 방 안 쐈다. 작전에서 총은, 앞에 나타난 수상한 인간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총구에서 번쩍일 때다. 그런 것이 아니면 안 쏜다. 우린 은폐해서 따라온 놈, 뭘 뒤지러 올라오는 놈 저격만 한다.


‘어디 있어? 어디! 안 보여!’


건장한 체구에 보살 같은 귀와 얼굴, 대리 지역대장

역시 키가 크고 가무잡잡 쭈글한 농부 얼굴의 대대 원사

평범한 키에 몸이 땅땅한 사각형 머리의 저돌적인 상사

이 지휘부, 의견은 일치했다


돌격?

어디서 듣긴 들었는데. 부후생 특수전학교부터 보병 전술은 다 생략하고 제식 사격 각개전투만 한다. 이어 공수로 넘어가고 특수전과 주특기를 배운다. ‘돌격’은 특수전 습격/타격작전의 원칙에는 있다. 짧고 치열한 전투, 그리고 과감한 돌격. 그 다음이 신속한 퇴출이다. 하지만 소대 돌격 앞으로! 와는 좀 다르다. 우리들 돌격은 무조건 밤에 목표에서, 적이 알아차렸을 때 순간 전체 화력으로 압도하는 것. 이 압도의 목적은 목표타격과 퇴출하기 위한 전조다. 돌격으로 무엇을 탈취하고자함이 아니다. 우린 뭘 부수는 부대지 지키는 부대가 아니다.


‘지금, 지역대장이 돌격이라고 말한 거야? 돌격?’


돌격이라 말할 인원이 되지도 않는다. 요즘 세상에 백병전이라도 하란 건가. 우린 총검술을 연습하지 않는다. 특공무술에 착검 k1을 쓰는 것이 있긴 있다. 우린 총검술 그딴 거 어디 쓸 데도 없다. 아무리 총을 잘 쏴도 사람은 사람, 군인은 군인, 한 명은 한 명, 열은 열이다. 서로 달려 나와 총질하기 시작하면 복마전. 결국, 저런 벌판에선 모두가 보병 된다. 승패를 모르고 양쪽이 달려드는 거다. 이런 상황에선 해군도 공군도 소총 들고 보병 된다. 그러지 않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우린 심심해서 끼어보는 것 외에 착검 없다.

원사들은 말했지.

‘착검하고 총 쏴봤냐? 엎드려쏴 중심 적 같아진다.’


나무들 사이로 저 앞에 밝은 벌판이 보인다. 이제 총소리가 들리고 조종사의 위치가 보인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저기 앞에 있다. 저기로 가려면 내리막으로 뛰어야 한다. 이제 산은 끝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조종사들은 생환훈련 살벌하게 받는데.


몇십 년 전에는 미군 조종사들도 생환훈련에서 고문훈련도 받았다. 그 미군 조종사 고문훈련이 특전사가 최초로 받아들인 고문훈련, 이른바 CO훈련. 5공수의 어떤 장교가 미국에서 그걸 받고 돌아와 대대 대항으로 시도했었다. 조종사 훈련처럼 돈을 들이는 고급훈련이 없다.


그런데 왜 저런 데 있는 거지? 미친 거 아냐? 레스큐 헬기 때문인가. 왜 지런 곳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는 거지?


다쳤구나,,,


소리.

지긋지긋한 소리가 들린다.

칼라시니코프의 교향곡.

셀 수 없는 탕! 탕탕! 탕탕!

7.62mm 총소리.

AK-47은 아직도 전 지구를 울리고 있다.


앞에서 갑자기 뛴다.

”저리로 뛰어!“


꽈릉~~~!!!

폭발. 현실이 증발한다. 사람이 어린애로 변한다. 폭음. 처음이다. 이런 건 처음이다. 내 몸이, 내 발바닥이, 정말로 공중에 떴다가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내가 앞뒤로 흔들린다. 발을 디뎠으나 땅이 수평으로 출렁인다. 무릎이 풀리면서 어지럽다. 내 눈이 저 앞에 밝은 곳을 보다가 퍽!,,, 갑자기 하늘로 솟은 나무들을 본다. 내가 뒤로 넘어갔다.


난 바둥거리며 손을 짚는다.


”일어서지 마! 파편!!!“

”엎드리라고! 날아온다고!“


나도 모르게 몸을 뒤집어 엎드린다.

기러기 떼가 날아가듯이, 누가 쌀알을 뿌리듯이 정말로 살벌한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간다. 총알 같다. 핑. 슝. 퍽. 다닥. 나무란 나무에 무엇이 때린다.


”가만있어! 일어나지 마!“


원사의 고함이 이해가 안 된다.


”왜!“

”전투기가 투하하는 발 수가 있어. 더 떨어질 것 같아!“


무엇이 심하게 탄내. 전자제품 탄내. 검은 연기가 땅을 깔고 타고 온다. 나는 또다시 지휘관을 본다. 이럴 때 지휘관을 본다. 숙이라던 원사는 쌍안경을 들었다. 내가 쳐다보자 손을 뻗어 내 뒤통수를 땅으로 누른다.


꽈릉~~~~!!!!

반복.


이런 거 처음이다. 그렇게 많이 터트렸는데, 이건 너무 강하다.

‘입 벌리고 복부를 땅에서 띄워. 내장하고 고막 나간다.’


파도. 갑작스런 소나기 그 소리. 핑. 슉. 싸아아아악... 지나간다. 연기와 잡물. 팅팅 핑핑 날아다닌다. 파편이 지나가고 눈을 살짝 드니 온통 먼지. 앞이 안 보인다. 다시 머리를 박고, 옆에서는 원사님이 말하고 있다. 영어가 섞인 걸 보니 무전기를 들었다.


”지역대~~~~~~~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먼지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원사님이 저 아래를 손가락으로 뻗는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니 대리 지역대장이 소총을 들어 조준경으로 그 방향을 본다. 저 앞으로 시선을 돌리니 작은 그림자들이 보인다. 그림자들이 뛰어다닌다. 너무 많다. 저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


2층에서 떨어진 것 같은 충격. 귀에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 지역대장.

못 알아먹겠다.

입을 본다.

점차 귀가 돌아온다.

똑같은 소리를 세 번째 하고 있다.


대리 지역대장의 결연한 소리가 들린다.

”지역대~~~ 탄창 교체!!!“


묘향산 붉은 단풍이 핏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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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묘향산 8 21.03.05 43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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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묘향산 5 21.02.24 404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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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해변으로 가요 5 +3 21.02.10 477 23 11쪽
183 해변으로 가요 4 +2 21.02.08 431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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