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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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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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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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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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항공륙전 1

DUMMY

북한 지휘부가 원했던 남한 겁주기 국지전은 발발과 동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충분한 정보로 치밀한 준비를 했고, 경제에 치중하던 북한은 예상치 못한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마주했다. 개전과 동시에 대한민국 포병과 공군이 엄청난 타격을 개시했다. 미군, 특히 미 공군은 즉각 북한지휘부 서열 50위까지를 목표로 핀포인트 폭격을 개시한다. 미군의 가차 없는 ‘수족 분리’ 전략.


이에 밀릴까 놀란 북한은 온 힘을 짜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예상치 못하고 가장 당황한 것이 대한민국 군의 전면 비정규전이었다. 사실 그건 북한이 주특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전쟁 발발과 동시에 전연과 후방 없이 총력을 기울이던 때. 최전연과는 멀리 떨어져 포성을 듣지 못하는 후방에 큰 걱정거리가 생겼고, 그 걱정거리는 밤마다 폭음과 총성을 사방에 선사했다. 북한 전역에서 무수한 곳이 습격당했으며 전기가 일시 중단되고 보급소가 폭파되었다. 장사정포와 2전선 땅크들이 공격당하고 난데없이 공중폭격이 날아와 힘겹게 모은 것들이 불탔으며 밤이면 차량들이 교통을 꺼린다.


이제 후방 북한군은 남조선 빨치산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북한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깊은 산악지역은 제외하나, 북한 전반적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였고, 도로와 주거지들이 있는 곳에서는 밤이 민감해졌다. 남조선 야습부대는 물리적인 피해도 주지만 세간에 풍문을 만들고 북한 하전사들 사기에도 영향을 주었다.


북한은 자신들이 남으로 쳐들어가는 건 상상했지만 거꾸로 침범당하는 걸 꿈도 꾼 적이 없었다. 53년 이후 무력도발을 맞은 적이 없는 군대였음을 모두 까먹고 있었다.


지역마다 이들을 부르는 말은 조금씩 달랐다. 남조선 야습, 남조선 빨치산, 괴뢰 빨치산, 남조선 게릴라... 정보가 좀 있는 지역에서는 낙하산 타고 들어온다는 북한식 명칭인 남조선 항공륙(육)전이라 불렀다. 서해안에 상륙한 남조선 해병부대는 해상륙전이라 불린다.


이곳. 아무리 피양과 떨어진 오지라지만, 북한군이 보기에 남조선 산사람들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산에서는 빠르게 도망치고 자리를 옮기기에 어쩔 수 없지만, 밤이 되면 내려오기 때문에 북한군도 여기저기 매복을 깔고 경계를 서느라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트럭 땅크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면 어디선가 보고 폭격이 날아온다.


남조선 게릴라 한 명 잡으면 특진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전사들과 세간은 그냥 륙전대라 불렀다. 북한에서 륙(육)전대는 적진에 침투하는 특별한 부대를 뜻한다. 북한의 육군 공군의 항공륙전대는 유명한 비정규전 부대. 이곳 사람들은 그런 남조선 륙전들이 평양이나 칠 줄 알았지만, 대도시와 떨어진 이곳 시설과 도로의 차량들을 습격하는 골치 아픈 존재로 등장했다.


게릴라 하면 북한사람 상상력에 간단한 총과 수류탄 정도인데, 이 게릴라들은 폭약도 쓰고 노획한 자기들 중병기도 사용하고 특히 항공폭격을 부르는 게 문제였다. 교묘히 위장한 보급품과 기갑을 어떻게 알았는지 전투기를 불러 폭탄을 떨군다. 최근에는 북한군복을 갈아입고 차량을 탈취해 도로를 활보하는 일까지 벌어져, 여러 곳 새로운 검문소에서 철저하게 검문검색하고 중화기도 배치했다. 가뜩이나 전연에서 필사적으로 요청하는 병력을 남하시키기도 벅찬데, 이 남조선 항공륙전을 추격하고 도로 차량대에 엄호 병력을 붙이는 수고가 추가되어야 했다. 후방이라고 넋을 놓고 있던 북한군은 밤에 경계 서다 졸면 자칫 교화소로 직행할 판이다.


상부에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잘 훈련된 부대가 곧 도착한다고 알렸다. 소문에는 남으로 내려가지 못한 경보병여단이 올 거라 했고, 그러자 지역 부대가 안도했다. 북한에서 ‘경보병’하면 굉장히 강한 특수부대란 뜻으로 통한다. 그냥 경보라고도 부른다.


보급품 수송은 필수적이었고, 도로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북한군은 검색소의 숫자를 늘렸다. 이 검색소들은 검색도 하지만, 이른바 도로의 인계철선처럼 안전의 간격을 좁힌 것이다.


이곳도 이러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새롭게 설치된 간이 검문소다.


차량 다섯 대가 굽이를 돌아 나오다가 속도를 줄이며 다가온다. 조선인민군 전사 두 명이 임시 검색소에서 차량을 정지시킨다. 두 전사는 남조선 항공륙전이 북한군복을 입고 다닌다는 소리에, 전에 없던 정확한 검색을 한다. 산사람들이 주로 밤에 활동하기에 늦은 오후라고 조금은 경계심이 덜하나, 차량이 서면 먼저 군복부터 유심히 살피며 계급과 얼굴이 대충 맞는지, 군복과 장구가 본인들이 말하는 부대와 일치하는지부터 본다.


검색소 한 명은 하사 한 명은 하급병사로, 하사가 주로 선탑석에 다가가 검문을 하고 하급병사가 그 동안 총을 들어 경계한다. 상부에서는 검문 시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가 길고 얼룩덜룩한 조끼를 입은 자들를 의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적 항공륙전이 적당한 북한말도 구사한다는 소문이 돈다.


하사가 맨 앞 차랑 선탑석에 붙는다.


“대호(부대)!‘

“거이 참.”

“절차라요!”

“동무래 말이 참... 조선인민군 238부대 직호.”

“뒤 트라꾸에는 메요?”

“메이긴 메이네. 실동훈련이랑 똑같이 실었디.”

“혹시 모르니까 요기 수표(서명) 좀 해주라.”

“하사 동무는 거... 말이 망탕망탕하네.”

“아니하면, 전화기 돌리오?”

“아니오. 하지..”

“편하게 하오, 편하게.”

“말이 함갱인디 자갱인디 메 이래.”

“리제 서로서로 의심하는 겁네까?”

“거 시비 걸디 말라.”


갑자기 감정이 올라오는 하사가 운전병을 노려본다.


“야! 시비... 걸디... 말라?”

“아, 동무 거참. 내래 사과하오!”

“우리 밥도 못 먹어서. 건딜디마라.”

“되면되면 하자우. 거 미안하우다.”


“통과!”

“해종일 수고하라요.”


하급병사(일병)와 하사인 두 북한군, 흐린 하늘과 흩뿌리는 가랑비에 점차 체온이 식고 마음도 싸늘해진다. 몇 시간을 서 있었더니 다리도 뻐근하다. 이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둘은 임시 검색소(검문소) 교대자를 기다린다. 겁도 난다. 남조선 게릴라들이 준동하는 마당에 보총과 수류탄 정도로 두 명이서 뭐 어쩌란 말인가 두렵다.


괴뢰 게릴라들은 밤에 준동한다.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에 교대자가 오길 고대한다. 다만, 이 검색소가 밤에도 운영되는지는 사실 이들도 모른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다. 야간검색소 운영은 주간과 전혀 다른 문제다. 저 멀리 군청 소재지 불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물론 곧 항공(폭격)! 전파나 등화관제로 꺼질 것이겠지만.


“동무래 어때?”

“자아꾸 지르보지(노려보지) 말라.”

“남조선 아새끼들 겁 안 나?”

“일 없다.”

“륙전대, 빨치산인데?”

“우리나 가들이나 사람 아이네?”

“요즘 남조선 항공륙전 따문에 피눈이 되누만.”

“방선 교대는 네미 언제 와.”

“임시검색소라고 영 신경 아이 쓰지? 참.”

“배고프오.”

“아니 메 이래 안 와.”

“내래 네 시간인둘 알았디.”

“나는 알았간?”



하급병사가 꾸꿈한 하늘을 본다.

“에헤, 이 날거리(날씨)까지 참...”

“리런 날 여성동무랑 련애하는 거 아이오?”

“갑다기 무슨 말이야.”

“원래, 려성은 음기가 있어서, 비오믄 간딜간딜하디.”

“메 경험이래 있어서 거런 소리 하간?”

“여길 관통하믄, 공민등 빼앗아 련애 한번 하네?”

“요즘 사민 려행자가 어딨다고.”

“뭐 안 지나가갔어? 흐흐.”

“내래 망탕한 련애는 안 합네다.”

“새애끼, 궁겁해서 물어뜨이만.”

“동무는 메이런 갱험 있네? 제대도 안 해놓고 참.”

“불질(전쟁도발) 난리라 감정제대도 날아갔다이.”


“이거이 경무관이 하는 일이디 원래.”


“기래도 내가 군사칭호 하산데, 하급병사 동무가 반말 되네?”

“내가 군사에 먼저 들어와서! 같은 대호였으믄 닌 죽었디.”

“간나새끼 말끝마다. 내래 너래...”

“내래 구대원이야. 동무래 신대원이고.”

“지금 하사가 하사 같디 아니 하니?”


하급병사 감정이 갑자기 안 좋아진다. 계급은 하사가 높지만 하급병사는 거의 동료 급으로 노려보며 지려고 하지 않는다.


“내래 전쟁 복대(재복무소집)야! 까먹었니?”

“하급으로 감정제대한 간나가 말이 많다.”

“말 다했니? 논 감정제대 신청 안 했간?”

“정말 인간 그악하디 그악해.”

“일 없으니까니 그만 하자.”

“하여간 이 자강도 간나~~들은...”

“아하... 고만하디.”


자칫 농담하다 싸움이 날 분위기다.


“컴컴하다. 말소리 둘여. 불안해.”

“남조선 빨치찬 발면발면 다가와 목 딴다.”

“리런 걸 우리더러 밑(떠)맡기고 검색하라니 에이...”

“내 말 아니간. 내래 억이 막혀서리 증말.”

“고만 비양청 거리고 조금만 참으라우. 교대 옴.”


“갑자기 남조선이 전쟁나발 해가디고 참...”

“거... 우리가 한 거 아이네?”

“이 동무 이거 유생력량 배반자로 총 맞고 싶어?”

“왜? 고발이라도 할라니?”

“고만 하라. 나 분명 말했다.”


“같은 전사끼리 고발하고 그러면 되니.”

“기래. 뭔 일 나믄 서로 도와야디.”

“요기서 일나문 우리 둘 밖에 없다이.”

“내래 말은 알아들어.”

“남들 보는데서만 하사 대우 해달라 이 말이야.”

“알갔어. 그만 하자. 나이 쳐줄게.”


다시 트럭이 하나 들어온다. 하사가 손을 들어 차를 막는다. 운전병 혼자 트럭을 몰고 있다. 하급병사가 운전병 검색을 하고 하사는 트럭 뒤를 본다.


하사가 뒤에서 운전병을 향해 소리친다.


“뒤에 메이네?”


운전병이 목을 뒤로 내밀어 응답한다.


“군사 즉석쌀밥 하고 튀긴고기떡(어묵)임.”

“좀 달라~~!!”

“왜 이래요? 군관한테 몽둥이규율 당합네다.”

“이 종간나... 화 부추기네? 우리 밥도 못 먹었다니까니.”

“아 그럼 열린 궤짝에서 챙기시라요. 다섯 놈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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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게릴라의 길 1 +2 20.12.09 479 17 13쪽
156 남조선 항공륙전 3 +3 20.12.08 474 26 12쪽
155 남조선 항공륙전 2 20.12.07 409 24 11쪽
» 남조선 항공륙전 1 +1 20.12.04 483 26 11쪽
153 격납고 2 20.12.03 418 19 12쪽
152 격납고 1 20.12.02 434 20 11쪽
151 마지막 가을비 5 20.12.01 364 23 10쪽
150 마지막 가을비 4 20.11.30 371 19 14쪽
149 마지막 가을비 3 20.11.27 367 20 16쪽
148 마지막 가을비 2 20.11.26 445 22 11쪽
147 마지막 가을비 1 20.11.25 448 24 11쪽
146 분주한 여명 속으로 2 20.11.24 413 23 15쪽
145 분주한 여명 속으로 1 20.11.23 387 23 15쪽
144 히포크라테스의 백로 2 20.11.21 411 22 11쪽
143 히포크라테스의 백로 1 +1 20.11.20 413 21 11쪽
142 횃불처럼 3 20.11.19 391 23 15쪽
141 횃불처럼 2 20.11.18 403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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