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갑신년(甲申年).(1)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으아아악!
안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극도로 초조해진 이영은 전각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관들은 서로를 보면서 슬쩍 대화를 나눴다.
“아들? 딸?”
“쉿. 부정 타오. 당연히 원자 아기씨를 출산하셔야지요.”
‘씨- 들어갈 수도 없으니 답답해 죽겠네. 그나저나, 꽤 오래 걸리네. 수아는 힘 빡 주니까 한 명씩 술술 나왔는데?’
수아도 고생한 것을 착각한 정천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자리를 빙빙 돌다가 그의 소매를 틀어쥐고서 이영이 물었다.
“매제!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건가?”
“허면, 손 소독하시고 윗옷 입으시고 들어가서 황후 마마 손을 잡아주시옵소서.”
“그, 그래도 예법이 있는 것을···”
‘어우- 진짜!’
망설이는 이영을 바라보던 정천이 가까이 다가가서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체면 그만 차리시고 들어가시옵소서. 소신이 책임지겠사옵니다.”
“매제만 믿겠네!”
이영이 손을 꼼꼼히 소독하고 윗옷을 걸치고 전각 안으로 들어가자, 그 모습을 보던 장관들이 눈을 크게 뜨면서 기함하자, 정천이 얼른 말했다.
“아- 본인도 저렇게 해서 들어가 자가의 손을 잡아주니 순풍순풍 나왔소이다. 사내가 멀뚱히 기다리는 것도 다 잘못된 예법이오.”
“호- 그렇소?”
“아들 녀석에게 말해줘야겠구먼?”
“호오···”
정천의 날조는 오늘도 이어갔고, 전임 장관들이 오는 모습에 모두가 얼른 읍했다.
“여기는 아직이로군?”
정약용이 전각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하자, 정천이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직입니다. 혹, 태후 마마께옵서는?”
“공주를 출산하셨네.”
‘음. 거긴 동일하네.’
정천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다른 전임 장관들도 두리번거리다 정천에게 물었다.
“헌데, 폐하께옵서는?”
“전각 안에 들어가셨습니다. 사내가 밖에서 멀뚱히 기다리는 것도 다 잘못된 예법입니다.”
“호오?”
“그랬구먼?”
전임 장관들도 정천의 자연스러운 날조에 고개를 끄덕이고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애! 응애!
-와하하하하핫! 수고했소 황후!
아기 울음소리와 이영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하는 순간 전각 안에서 산파가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나왔다.
“원자 아기씨입니다.”
‘그렇지!’
산파의 말에 모두가 활짝 웃으면서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고, 정천이 얼른 손을 소독하고 겉옷을 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총리님···”
감정이 격해진 황후 정 씨가 자신의 오라비를 부르면서 울자, 정천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미소 지었다.
‘수고했다 내 동생 장금아.’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황후 마마.”
“매제. 아들이오! 아들! 이것 보시오. 참으로 나를 쏙 빼닮았소이다.”
‘주름투성인데? 까짓것 서비스다.’
“폐하와 황후 마마를 쏙 빼닮았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밖에서도 들려오는 신하들의 축하에 신난 이영이 전각문을 열고 크게 소리쳤다.
“고맙소 총리. 다들 고맙소이다! 술과 고기를 내어줄 것이니 즐겁게 마시길 바라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자가와 교대하겠사옵니다.”
“아- 그렇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도 감축드린다고 전해주시오.”
“알겠사옵니다.”
‘어우 바쁘네.’
정천은 황후의 처소로 달려가서 같은 작업을 하고 전각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이공이 급히 다가와서 그에게 물었다.
“사위! 어서 말해주게 어서!”
“건강한 원자 아기씨를 출산했사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상황 폐하, 태후 마마.”
그의 말에 모두가 활짝 웃었고, 누워있던 태후 김 씨도 맑게 웃으면서 눈물을 다시 흘렸다.
“그렇군! 하하하핫! 장하다 아들!”
“폐하께옵서 두 분께 감축드린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사옵니다.”
정천의 말에 태후 김 씨가 이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가서 수고 많았다고 전해주려무나.”
“알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서방님께서는 여기 있으실 거예요?”
이수아의 물음에 이공이 정천의 허리춤을 꽉 틀어잡고 고개를 저었다.
“어허이! 사위는 아비랑 술 마시러 가야지? 가세 사위! 하하하핫!”
‘술 조금만 마셔요.’
‘알았어.’
둘이 복화술을 하면서 헤어지고, 이공은 정천이 도망갈까 봐 허리춤을 꼭 잡으면서 근정전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정천의 집]
“어우. 한 번에 둘 다 나올 줄이야.”
집에 도착한 정천이 고개를 저으면서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의 겉옷을 얼른 건네받은 제갈현아가 옷을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술 많이 안 드셨나 봐요?”
“수아가 아까 협박했어.”
“네에?”
“농담이야. 어른들은?”
서재에서 공부하던 이수아가 내려와서 식당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저기서 니콜라이랑 술 마시고 있어요.”
“오! 사위! 어서 오게!”
“총리 좋은 날 한잔합시다!”
“형님 빨리 오세요!”
‘어째··· 이럴 것 같더라니.’
정천을 보고서 신난 그들이 손짓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식당으로 걸어갔다.
* * *
[다음 날 아침. 산업연구소]
소장의 집무실에 먼저 들려서 격려를 해주고서 회의실로 고위 관원들을 불러 모은 정천은 도안을 꺼내면서 설명했다.
“이것들은 의료기기들이오. 이것은 의족, 이것은 의수. 이것은 보조기라 이름을 지었소. 거동이 불편한 자들이 앉아서 편히 이동할 수 있는 기구지. 그리고 이것은 목발이오.”
정천의 긴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신난 표정으로 뚫어지게 도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좋은 도구입니다. 꼭 성공 시키겠습니다.”
소장이 끄덕이면서 말하자, 정천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를 보면서 당부했다.
“급한 것은 아니니, 천천히 만들어 보시오. 각각의 시제품이 완료되면 총리실로 보내주시오.”
“이를 말씀이십니까? 걱정 마시지요.”
“다들 힘내시라고 상여금 두둑하게 준비했습니다. 소장님께서 모두에게 나눠주시지요.”
“이런··· 감사합니다. 허헛”
소장이 감동한 표정으로 읍을 하자, 모두가 기쁘게 웃으면서 정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시 마차를 타고 총리실로 들어온 정천은 기다리고 있던 송상의 대방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면서 집무 책상에서 서신들을 챙겨서 그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벌이가 적어져서 고민 많으셨다 들었소이다.”
어두운 표정의 대방을 보면서 정천이 말문을 열자, 그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응당 따라야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인삼 업을 인삼 공사에 모두 넘기시고, 새로운 사업을 하시오.”
정천의 말에 눈빛부터 달라진 대방이 그에게 급히 되물었다.
“사업이라 하시면?”
“자, 이 의료기기들을 산업 연구원에서 개발을 시작할 것이오. 이것들을 의료원들에 납품도 하고, 개인들에게도 판매를 하는 것이지. 아국 백성들에게는 저렴하게 많이 파시고, 외국에는 비싸게 팔면 될 것이오.”
정천의 설명에 서신들을 천천히 읽은 대방이 크게 감탄했다.
“허··· 이런 귀물이. 대단합니다.”
“앞으로 의료기기는 더욱 다양하고 많이 제작할 것이오. 그 수요 역시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오.”
그의 말에 대방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중하게 읍을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총리님! 소인이 잘 해보겠소이다.”
“별말씀을 앉으시오. 외국은 상단 중계소가 어련히 수주를 따내어서 연결해 줄 것이니, 걱정 마시고 나중에 많이 벌면 어려운 이들을 좀 돌아봐주길 바라겠소.”
“이를 말씀이십니까? 그리하겠습니다.”
‘이 이야긴 꼭 해야겠어.’
“그리고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겨주시길 바라겠소.”
밝게 웃는 대방을 보며 정천이 노파심에 당부를 하자, 그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답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압니다. 다른 상단들도 처음엔 총리님을 원망했지만, 그 뜻을 알고 다들 총리님의 직원들에 비슷하게 급여와 근무 시간들을 조정하고 있나이다.”
“귀사를 지켜보겠소이다. 자, 그럼 해야 할 업무가 많으니 이쯤 하겠소. 혹, 운영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시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 * *
[4157년 갑신년 1월 1일]
드디어 갑신(甲申) 년 새해가 밝았다. 열여덟이 된 정천은 식구들과 즐겁게 아침을 먹고 궐정하여 종묘에 다녀와 이영과 이공에게 세배를 하였고, 작년에 이어서 이번 년에도 전임 장관들에게 젊은 장관들이 세배를 했다.
“황상. 정기 회의는 전임 장관들과 같이 참관하고 싶소.”
“그리하시지요 아바마마. 총리는 그럼 회의를 시작하시오.”
이공과 전임 장관들 그리고 제갈상, 제갈후, 주명이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고 정천이 진행의 시작을 알리면서 먼저 박규수를 손짓하자, 그가 상황판에 나가서 지시봉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본래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청국과 왜국 정벌이었으나, 아국 병사들의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사옵니다. 이번 해의 큰 중점은 영국과의 전쟁과 러시아 철도 완공 및 새로 얻은 영토들의 빠른 안정화이오며, 마지막으로 동남도 및 미주 쪽 전략이 있사옵니다.”
그의 설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이영이 국방부 장관을 보면서 물었다.
“국방부 장관. 영국과의 전쟁은 날짜가 확정되었나?”
“그렇사옵니다. 인력이 추가로 보충되어 군함의 진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기에, 5월 1일로 잡았사옵니다.”
현재 제작 중인 군함들은 3월에 모두 진수가 완료되지만, 항해 연습과 함포 실사격 등을 고려해서 두 달을 뒤로 더 미루었다.
‘각 분야에서 도가 터가는구나. 그 후부터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해. 지금까지는 시키는 것만 했으니까. 음···’
정천은 보고를 듣고 빠른 진행에 감탄하다가 현재의 문제점을 놓고 체계적인 방안을 고심하면서 김로에게 손짓하자, 박규수가 들어가고 김로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상황판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총 전쟁 배상금은 6억 5천5백만 원이며, 걷어 들인 세출은 1억 8천만 원이옵니다. 은과 금의 생산을 돈으로 환산 시 6억 원이오며, 청국 관원들에게 2억 원을 회수했사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인삼공사의 매출액은 1억 2천만 원이옵니다. 합산하면 총 17억 5천만 원이옵니다.”
장내는 고요했다.
새들의 지저귐까지 들릴 정도로.
모두가 말문이 막힌 채 눈만 끔뻑였다.
‘거하게 벌긴 했지? 저 정도 일 줄은 몰랐네.’
정천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고 전신일체에서 휘광까지 뿜어 나오는듯한 착시현상이 느껴지는 김로에게 물었다.
“지출도 설명해 주시오.”
“넉넉하게 4억 정도 나갔소이다. 군 쪽은 꾸준히 지출이 요구되는지라, 대략 2억 정도가 군에서 나갔지요.”
‘하긴, 군 빼면 급여랑 인건비겠지.’
정천이 고개를 끄덕 거리곤 이규경에게 손짓해서 김로와 교체되었고, 서신을 자세히 읽은 이영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년에는 지출이 더 예상이 되는군. 음? 절묘하게 총리가 교체 했구려? 상무부 장관이 올해의 예상을 설명하시오.”
“기존의 왜국의 교역 세출은 줄어들 것이지만, 반대로 내수경제가 살아날 것이옵니다. 예상은 대략 세배 정도로 분석하고 있사오며, 네 국으로 쪼개진 중국 쪽에서의 매출은 예상하기 어렵사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이규경이 물 한 모금 마시고서 이어서 설명했다.
“더하여, 러시아의 철도가 준공되고 역마다 상점이 진행될 예정이옵니다. 현재 상무부에서 예상하는 총 세출은 최소로 잡아도 15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사옵니다.”
서신에는 러시아의 각 역마다 대한 제국의 상점이 늘어설 것이고, 그것에 대한 이득 금액 및 새로운 영토들의 안정화로 인한 내수 시장의 활성화의 예상 금액이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위, 촉, 오, 원국에서의 추가적인 총기 구매 및 생필품 구매의 대략적인 예상 금액이 적혀 있었다.
‘총기가 효자 상품이지. 아?’
정천이 생각을 정리한 후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이규경에게 말했다.
“장관. 빠진 것들이 있소이다. 첫째, 영국과의 전쟁 배상금. 둘째, 러시아의 추가로 총기 구매 및 광산 채굴 이득. 셋째, 신강과 서장의 총기 구매 및 생필품 구매. 넷째, 인도의 총기 구매.”
“자, 잠시만 적겠소이다.”
얼른 필기구를 꺼내서 작성한 이규경이 정천을 보면서 물었다.
“영국의 전쟁 배상금은 어느 정도 이오?”
“우리 돈으로 5억 원 정도 받을 것이오.”
“허면, 각국의 총기 구매는 어느 정도로···”
필기를 마친 이규경이 추가로 물었고, 정천이 잠시 협상들을 떠올리다가 답했다.
“신강과 서장은 각각 3만 정, 러시아는 십만 정, 인도는 협상해 봐야겠소.”
김로의 유일한 사치품인 황금 주판을 빼앗아 들고 고속으로 주판을 돌린 이규경이 잠시 멍해 있다가 이영에게 읍을 하면서 고했다.
“폐하. 내년의 최소 예상 세출은 28억 원이옵니다.”
‘돈은 곧 나고, 나는 곧 돈이로다.’
10억이 더 늘어났다는 소리에 김로의 얼굴은 더욱 부드러워졌고, 이영을 포함한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정천이 싱긋 웃고서 이승권에게 손짓하자, 그가 교대해서 상황판에 섰다.
“징병제의 시작에 따라 육군은 20개 사단, 해군은 8개 사단, 해병대 6개 사단, 특수부대 1개 사단으로 재편되었사옵니다. 5월 영국과의 전쟁에 훈련을 집중하고 있사오며, 장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옵니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돈 많이 주고, 시설 훌륭하니까.’
정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동안, 이영은 이승권에게 물었다.
“동남도와 미주 쪽은 준비 중인가?”
“그렇사옵니다. 영국 쪽에서 함대들이 도착하는 대로 준비된 함대들이 출발할 예정이옵니다.”
‘반드시 내가 갈 것이야.’
“박 소장이 해당 사항을 잘 준비하도록 하게. 출정은 반드시 짐과 갈 것이야.”
혹시라도 이공이 간다고 할까 봐 이영은 강력한 의지를 담아서 박규수에게 말하자, 그가 즉시 답했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요 녀석. 내가 갈까 봐서 선수를 쳤구먼?’
묵묵히 듣던 이공은 자신 쪽으로 고개도 안 돌리는 아들을 보며 슬쩍 웃었고, 정천 역시 씩 웃으면서 유영호에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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