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변화의 시작.(9)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6월 15일 오전. 국방연구소 사격장.]
국방연구소에서 낮, 밤을 쪼개가면서 연구해온 신무기는 이틀 전, 첫 사격 실험을 마쳐 사거리와 불량의 유무 점검을 하였다. 마지막 최종 사격 실험은 정천이 금일 참석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우 부총리님 오셨습니까!”
미리 건물 앞에서 대기하던 연구소장이 마차에서 내린 정천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자, 정천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나이다. 바로 시작 하시지요.”
‘참. 길고도 길었다. 아니, 짧은 건가···’
정천은 소장과 함께 사격장으로 걸어가면서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무기는 정천이 저승에서 선택한 소총인 AKM이며, 그것의 제작이 완료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었다.
첫 번째로 그라 소총에 비해 복잡해진 제작 방식에 사람들이 배우기 어려워했다. 정천도 저승에서 직접 만들지 않았다면 무에서 유로 창출해 나가는 이 시대에서 만들기 포기하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매일 국방연구소에 들려 그들과 함께 노력해가면서 그의 사비를 털어 격려금까지 주면서 만들어온 눈물겨운 역사라고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이 시대는 안전교육에 심드렁했다. 아무리 조심하라고 해도 ‘에이 설마’라는 이유로 함부로 화약을 다루다가 오폭으로 관원 하나가 죽어나가고 나서야, 조심스럽기 시작했다.
오폭으로 인한 사망 소식을 들은 정천은 눈이 뒤집힌 채로 연구소로 달려와서 전체 관원들을 무려, 세 시간 동안에 걸쳐 정신교육을 시켰다.
초석이 모자라 청국까지 다녀온 일, 그 외에도 수많았던 우여곡절들이 그의 생각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 혼자 진행했다면··· 이십 년은 걸렸겠군.’
긴장이 감도는 사격장을 돌아보면서 걸어가던 정천이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계속 걸어갔고, 말없이 걷는 정천을 보면서 더욱 긴장을 했는지 소장이 면으로 만든 손수건으로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었다.
‘우 부총리님이 말씀이 없으시면 참으로 무섭다니까. 어휴.’
찰나의 시간 동안 둘이 걸어가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였고, 마침내 사격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선 방호복을 입고서 사격 준비를 미리 끝마친 관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전사고는 잘 대비 해놨군.’
관원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정천이 의자에 앉으면서 소장을 바라보며 진행을 시작 시켰고, 소장이 대기하던 사격 통제관에게 시작을 알렸다.
“단발 사격 시작. 백사로 사격.”
통제관의 지시에 사격호에 있던 관원이 마른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 조정간을 단발로 바꾸어 사격 표지판을 조준하고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백사로 사격.”
-탕!
“이백오십사로 사격.”
-탕!
“이백오십사로 3점 사격.”
-타다당!
“백사로 탄알 소비 시까지 연발 사격.”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노리쇠 후퇴 고정.”
-철컥.
“탄창 분리하고 노리쇠 3회 후퇴, 전진 후 표적 향해서 격발.”
-탈칵. 철컥. 철컥. 철컥. 틱.
“재확인 시작.”
-철컥. 틱. 철컥. 틱.
‘음. 괜찮은데?’
사격 통제관의 통제 속에서 신무기의 사격 실험이 모두 끝나자, 사격 관원이 앞에총 자세로 사격호에서 나왔다.
“사격 관원은 소총을 내게 주고 들어가서 쉬고, 통제관은 표적지 좀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정천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다가 다가오는 그들에게 명령을 하고 건네받은 소총을 만지작거리면서 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수고 많았소. 이대로 제작 시 하루에 예상 수량이 얼마나 되오?”
정천의 물음에 잠시 공장들의 제작 상황을 떠올려보던 소장이 답변했다.
“공장의 자동화가 참말로 놀랍습니다. 하루에 천 정 이상은 뽑을 수 있습니다.”
“기존 소총의 생산은 얼마나 되오?”
“그것은 하루에 2천 정씩 생산하고 있소이다. 지금 제작하는 것들은 요청하신 대로 총열에 강선을 만들지 않고, 탄두도 동글게 만들고 있지요.”
‘음. 괜찮군. 한 달에 삼 만정이면 충분하지.’
“나머지 무기들은 시작하셨소?”
“그렇소이다. 불량 유무까지 확인 후 모든 관원들이 무기별로 나누어 시작하였나이다.”
“항상 말하지만 안전에 유의하시오. 음, 왔군.”
‘좋아. 이대로 하면 되겠어.’
통제관에게 표적지들을 넘겨받고서 고개를 끄덕인 정천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신무기 이대로 생산하시오. 집무실로 돌아가서 성과급을 추가로 전달할 것이오. 다들 수고 많았소이다.”
‘드디어! 성공이다!’
-우와아아!
소장과 관원들이 얼싸안으면서 기쁨의 탄성을 마구 질렀고, 정천이 씩 웃으면서 보좌관과 같이 마차에 올라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 * *
[1시간 후, 정천의 집무실]
-우 부총리님. 총리님과 좌 부총리님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들이시오.”
‘음? 웬일이시지 이 시간에?’
정천이 업무를 보다가 얼른 일어나며 말하자, 정약용과 박종채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왔다.
“스승님과 백부님께서 이 시간에는 어찌?”
공손하게 악수를 하고서 자리에 앉으면서 정천이 묻자, 정약용이 따듯하게 미소 지었다.
“허헛. 요즘 천이 네 녀석이 통 찾아오질 않으니, 할 일 없는 늙은이들이 찾아와야지. 아니 그런가?”
“허허헛. 천이 녀석이 좀 바쁩니까? 얼굴이라도 보려면 응당, 그래야지요. 잘 지냈느냐?”
박종채도 해맑게 웃으면서 농담을 하며 정천에게 묻자, 정천의 고개가 점점 숙여졌다.
“아이고··· 송구합니다.”
-톡. 톡.
“농담이다 이 녀석아. 그래, 공주 자가 께옵서는 무탈하시더냐?”
정약용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치면서 말하자, 정천이 답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 잠깐 입덧하더니, 뭐가 그리 먹고 싶은 게 많은지, 어휴···”
‘우리 규수도··· 천이도··· 이제 아비가 되어 가는군. 허헛. 시간 참 유속처럼 빠르구나.’
정천의 너스레에 유쾌하게 웃은 박종채가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과거를 떠올려보곤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젓수고 싶으신 거 잘 챙겨 드리거라. 대강 챙겨주면 나중에 반드시 고생한다.”
“옳거니. 사행의 말이 참이야. 다 겪어본 사람들이 말하는 거니 신경 쓰거라 천아.”
‘수아는 일부러 막 시키는 것 같은데···’
집만 가면 쉬지 않고 이거 만들어 달라, 다리 주물러 달라, 마사지해 달라, 요구 조건이 점점 늘어가는 마누라를 떠올리던 정천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예에- 알겠습니다.”
‘녀석. 고생이 많은 가보군.’
정약용도 수염을 쓸어내리다가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슬슬 늙은이들이 없어도 되지 않겠느냐? 규수도 잘 하고 있으니.”
“사돈 어르신과 이 점에 대하여 의논을 오랫동안 하였느니라. 너희들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게야.”
‘이게 뭔···’
정약용에 이어, 박종채까지 이야기를 꺼내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감정을 느끼던 정천의 안구가 사정없이 떨렸다.
“아니 됩니다. 십 년은 더하셔야지요! 할 일 없으시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쉬고 싶다고 이 녀석아!’
‘이대로 물러나 손주랑 놀고 싶은데···’
예상외로 강경한 정천의 말에 서로의 시선을 교환한 그들이 재차 말했다.
“그럼, 제국이 건국되고 물러나도록 하마.”
“으음. 내년 정도니, 조금만 더 해보지요.”
‘이 양반들이 진짜···’
“알겠으니, 오 년만 더 해주세요. 규수와 저 죽는다고요!”
“내가 소싯적에 네 녀석들처럼 해보니, 죽지는 않더구나. 허니, 건국까지만 하는 걸로 하자꾸나.”
“아무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요. 아, 참고로 김 소장도 관둘 것이야.”
“허···”
정약용과 박종채의 굳게 결심한 말에 정천은 말없이 탄성만 나왔다.
* * *
[같은 시간 국가경영연구소]
“해서, 이제는 자네가 맡아야겠어. 나도 이젠 힘들어.”
김노경의 집무실에 박규수가 들어와서 앉자, 정약용과 박종채처럼 그도 박규수에게 위임을 하고 있었다.
‘?’
그의 말에 멍하니 바라보던 박규수가 고개를 격하게 저으면서 말했다.
“소인이 부소장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러십니까? 십 년은 더 해주셔야지요!”
‘총리님 예상대로군. 허헛.’
김노경이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잠시 떠올려보곤 그를 부드럽게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제국이 건국되고 물러나도록 하지.”
‘뭐야. 그럼 내년 아냐?’
“오 년은 더해주시지요. 소인 좀 살려주십시오.”
김노경을 보면서 박규수가 애원을 했지만, 그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되는 법일세. 아마, 총리님과 좌 부총리님도 지금 우 부총리에게 나처럼 말하고 있을 게야. 그러니, 건국 후에 맡는 걸로 하세.”
“그럼, 대신 맡을 자를 찾는 것이?”
“자네만큼 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는가? 흰소리 그만하고 바쁠 터이니, 가서 일하시게.”
‘허··· 다들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천이에게 가봐야겠네 이거.’
단호한 김노경의 표정에 악수를 하고 나온 박규수가 정천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 * *
[하루 전, 창덕궁 부용정]
이공은 노신이라고 생각한 정약용, 박종채, 유희, 서유구, 홍경모를 불러 모았고, 그들에게 어주를 따라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곧, 정벌을 시작할 것이고, 그리되면 제국이 시작되겠지. 여는 건국 즉시에, 세자에게 양위를 할 것이오.”
이공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대신들은 인지부조화를 느껴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른 무릎을 꿇고서 외쳤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아니 될 것은 무엇이오? 세자가 연치가 어리긴 하나, 운영의 묘를 잘 알고 있소.
또한!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충신들이 세자를 받치고 있는 것은 경들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소?”
그의 말에 너무 놀라서 파르르 떨던 대신들 중에서 정약용이 고개를 들며 이공에게 고하였다.
“전하. 그것의 연유만으로는 신들이 납득하기 어렵사옵니다.”
“알겠으니, 모두 편히 앉으시오.”
이공이 명하자 다들 눈치를 보면서 편히 앉았고, 이어서 그가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오. 여는 세자를 포함한 그들을 보면서 이제는 안심이 되오. 그러하니, 경들도 나와 같이 물러나십시다.
그간, 여와 경들은 할 만큼 했소. 그들의 뒤에서 지켜보면서 즐겁게 남은 생을 살면 되지 않겠소?
또한, 다달이 지금 받는 녹봉은 그대로 줄 것이오. 개국 공신들인데 암. 그래야지.”
‘놀면서 돈이 들어오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이공의 녹봉의 지급 소식을 듣고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갔다. 정약용이 깊게 생각하다가 이공에게 고했다.
“노신은 그대로 따르겠사옵니다.”
-따르겠사옵니다.
이미 마음이 기운 상태에서 정약용이 고하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따라 고했고, 이공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물론, 자리에서 물러는 나겠지만, 그냥은 물러날 수 없겠지. 궁내부 대신.”
“알겠사옵니다.”
‘허···’
이공의 부름에 궁내부 대신이 서신을 그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었고, 그들을 빠르게 읽고서 멍하니 이공을 바라보자, 이공이 즐겁다는 듯 말했다.
“기로소(耆老所)에 여를 포함한 모두가 들어갈 것이오.”
이공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기로소는 기존의 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의 성향이 전혀 아니었다.
차후, 왕의 경우 제위 기간은 쉰을 넘기지 아니 하며, 총리와 국가경영연구소장은 연임 기간은 5년이지만, 그들의 평가에 따라서 연임이 추가로 가능하다. 그 외에 대신들은 연임 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며, 연임은 불가하다.
또한, 지금처럼 관직에 물러난 왕을 포함한 대신들은 선배가 되어서 기로소에 들어기며, 석 달에 한 번씩 자신들의 후임이자 후배인 현 대신들의 업무를 평가를 한다.
만일, 평가의 낙제를 세 번을 받을 경우, 후임은 녹봉이 깎이며, 다섯 번을 받을 경우 삭직시킨다.
단. 평가 내용이 불성실하고, 개인의 사적인 감정만 들어갔을 경우에는 역으로 처리하며, 오직 공정한 심사로 평가할 것이고, 낙제를 주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후임에게 전달해야만 하며, 기로소의 소장인 전대 왕에게도 그것에 대하여 보고한다.
이는 왕도 예외가 없으며, 다섯 번의 낙제를 받으면 폐위를 시킨 후 다음 예정자를 뽑는다.
“세상 만국의 지난 역사를 참고하고, 아국 선대왕들의 역사를 헤아려서 만들었소. 더하여, 제국의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앞으로 다시는 연산군과 같은 인물이 나오면 아니 될 것이오.”
전대 선배가 현 대신들을 파직하는 것도 모자라서, 전대 왕이 현 왕을 정당한 이유로 파직한다니?
이공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아국의 미래를 염려하였고, 정천이 만들어서 그에게 주었던 이대로 진행할 경우 발생되는 제국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끝없이 고심하였다.
그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제작한 기로소는 지난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기구로 변화 되었다.
‘이대로만 된다면···’
서신을 모두 읽고서 뜻을 헤아린 정약용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 숙이며 고했다.
“전하의 거룩한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참으로 성군이시옵니다.”
-따르겠사옵니다!
자리에 있는 모든 대신들이 정약용을 따라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고하였고, 이공은 흡족하게 웃으면서 슬슬 말할 때가 됨을 느꼈다.
그는 지난날 동안, 정천이 연경 사행을 갈 때 그에게 주고 간 요약본들을 연구해왔으나,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렇게 약을 먼저 주면서 신하들을 무장해제 시키고서, 같이 연구할 생각을 해오다가, 금일 굳게 결심하고 야심 차게 말했다.
“기로소의 추가로 해야 할 업무는 법 제정과 의회 설립이오. 이는, 시간을 두어 만들어야 하니, 경들과 여가 지혜를 모아야겠소.”
각자가 행복으로 가득 찬 편한 노후를 그리면서 해맑은 표정을 짓기 시작하다가, 벼락처럼 이어서 치고 들어오는 이공의 말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갔다.
‘그럼 그렇지. 어이구···’
‘세종대왕께서도 이렇게는 아니 하셨거늘!’
‘평가만 쉽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늘···’
‘산 너머··· 산이로다.’
‘제길··· 죽기 전까지 일해야겠구먼?’
‘갈 때도 같이 가는 법이지. 암.’
이공은 대신들의 표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로 후련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곤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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