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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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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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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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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DUMMY

잡일을 도맡으며 며칠간 지켜본 바로는 이 일행은 지극히 개인주의였다.

리더부터 막내까지, 가구나 식품 등의 매장을 차지한 채 외출이나 식사를 할 때가 아니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던 것이다.


좀처럼 일행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법이 없었으니, 세상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뜯어보려 붙어있던 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알게 된 건 기껏해야 ‘바람을 즐기다’라는 유일한 특성이 별 것 아니라는 것 정도?


평소에 내가 사용하던 도술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런저런 방식을 시도해본 끝에 발견한 사실이니, 굳이 이곳에 계속 여기 머무를 이유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평소와 같이 아침을 먹고 멍하니 있던 나를 누군가 불렀다.


“청준 씨.”


그나마 친절한 편인 서희 씨였다.


“오늘은 같이 나가자고···.”

“아, 경찬 형이 그래요?”

“네. 삼십 분쯤 있다가 출발한다고 했어요.”


그럼 그렇지. 모든 결정은 늘 그 사람이 하기 마련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을 챙긴 나는 떠나겠다는 걸 알리기 위해 경찬 형에게로 향했다.


원래 성격 같았다면 별생각 없이 이곳을 떴을 거다. 이들은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이니까. 그러나 사회화라는 게 뭔지, 여간해선 찝찝한 일을 만들지 않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작동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올라간 내 귀에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이 그 날인 거죠?”


나는 나도 모르게 망가진 전자기기들이 놓인 가판대 사이에 몸을 숨겼다. 가능한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건 물론이었다.


“그래.”


낯선 목소리에, 순간 나는 등에 쫙 소름이 돋았다, 마치 뱀이 내는 소리처럼 잔뜩 쉰 음성은 분명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것이었다.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딱 남태령만 넘으면 돼. 사당부턴 지금보다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다니까.”

“저번에 주운 지도에··· 나와 있는 건가요?”

“그래. 나름 희망이 있어서 좋군. 흐흐.”


듣기 싫은 쇳소리가 웃기 시작했다. 대화하는 목소리의 주인을 발견한 나는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진열용 소파에 앉은 두 인영 중 한 명은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걸로 보아 예진 씨였고, 다른 한 명은··· 낯선 남자.


“그리고 그놈.”

“오늘 쓰기로 한··· 그 남자 말이시죠?”


고개를 끄덕이는 외양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의 것이었지만 남자가 하는 말의 내용을 통해 그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미끼로는 아주 마음에 든단 말이지. 아마 시끄럽게 해서 주의를 제대로 끌 거야.”

“···”

“김찬희 그놈보단 좀 쓸모없긴 해도···”


남자는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김찬희 같은 애를 좀 데려오라고, 몸으로 때울 수 있는 탱커들 말이야! 기억을 지우는 능력도 계속해서 연습해야 이청준 같은 귀찮은 일이 안 생기지. 채예진? 죽기 싫으면 네 가치를 증명해.”


위험하다.


전 같았으면 기억을 지운다는 말을 망상에 불과하다 생각했을 테지만, 상대는 ‘아가야, 이리 온’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거다.


나는 뒷걸음을 쳤다. 지난번처럼 발로 무언가를 밟아 소리를 내거나 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뒤를 살피는 건 물론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 거의 다다른 내가 뒤를 돌았을 때였다.


“왜 그렇게 굳어있어? 동상인 줄.”

“어?”


형주였다.

언제부터 이 층에 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당황한 사실을 들켜봤자 좋을 게 없었다. 멀리 찬희와 서희 씨가 겁먹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냥 올라왔는데 형이랑 예진 씨가 얘기하고 있길래··· 이따 나가기로 한 거 알고 있어?”

“그거야 당연히. 근데 우리가 오늘 뭐 하기로 했는진 알아?”

“평소처럼 여기저기 다녀 보겠지. 사람도 찾고.”

“그거 아닌데.”


소름이 끼치던 게, 형주가 히죽이는 걸 보자마자 가라앉았다. 오히려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이 자들은 처음부터 나를 이용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너네 뭐야.”

“뭐야, 벌써 눈치챈 거야? 이럴 줄 알고 결계를 제대로 치라니까!”

“꺄악!”


짝.


갑작스러운 파열음에 뒤를 돌아보니 뺨을 움켜쥔 채 주저앉은 예진 씨의 모습과···.

결코 낯설지 않은, 그러나 더 이상 경찬의 것이 아닌 자의 얼굴이 보였다.


분명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낯이 익은. 그러나 나와 어떤 관계인지, 그가 누구인진 정확히 생각나지 않았다.


“당신 누구야?”

“뭐해, 이 멍청한 년아.”


그 자의 말에 예진 씨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감정 없는 눈으로 나에게 다가 온 그녀는 나에게 양손을 뻗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가야, 이리온.”


어이없게도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



“왁!”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공활한 푸른 하늘에 와이번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번처럼 달리면 되지 않느냐고?


빌어먹을 밧줄이 문제였다. 내 짐은 온데간데 없고··· 천제검도 빼앗긴 채로 묶여있었던 것이다. 꼼짝 없이 땅에 꽂힌 모양새로 나는 와이번의 탐욕스런 눈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와이번은 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와서는, 나를 움켜쥔 후 날았다. 아니, 정확히는 날아가려 했다.


“아악!!!”

끼에엑!


고통과 분노의 울부짖음이 콜라보를 이뤘다. 와이번은 예상외로 들리지 않는 먹잇감에 분노했던 것이다. 그 덕에 내 온몸이 그것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히고 있던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공원 한 가운데였다. 멀리 나무 틈으로 빌어먹을 일행들이 보였다. 사냥을 준비하는 듯한 다들 이런 상황이 익숙한 것 같았다. 그들은 무기를 든 채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레벨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와이번을 어떻게 사냥할 요량인지 모르겠다.


“···실화냐.”


내 눈에 지나가는 또 다른 와이번 하나가 보였다. 미세하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게, 놈도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난 고함을 쳤다. 말그대로 천적에게 잡힌 먹잇감이 최후의 발악을 하듯.


“끼야아아아아!”


순간 옆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와이번의 눈빛이 ‘뭐지 이 병신은’ 말하는 것 같았지만··· 놈은 계속 그럴 여유가 없었다. 지나가던 또 다른 와이번이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다. 활강하는 괴물이 그렇게 아름다워보일 수 없었다.


땅으로 내려가 날개를 펼친 와이번은 자신의 동족과 먹잇감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일행의 예상을 벗어난 일일 거다. 그게 내 목적이었다.


“와이번 두 마리는 못 잡아요.”

“아니, 저 새끼한텐 왜 이렇게 큰 것만 꼬이는 건데?”

“이건 안 돼요!:


그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이번이 한 마리 더 늘어나자 작전을 바꾼 것 같았다. 끝까지 날 개무시하는 모습에 짜증이 솟구쳤다.


“야, 이 개새끼들아!!!”


순간 분노에 휩싸인 나는 온몸을 버둥거렸다. 헬스를 괜히 한 게 아니었다. 나를 구속하던 나무 기둥이 땅에서 뽑히는 것과 동시에 조금은 자유로워졌으니 말이다.


운이 좋게도 먹잇감이 부족한 지역의 예민한 와이번 두 마리의 싸움이 끝나는 순간 나는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 손의 속박. 온 힘을 다해 손을 내리친 나는 특성 아이콘이 한 번 반짝이는 것과 함께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옅은 공기의 움직임이 내 손을 어루만지는 듯 하더니 밧줄이 풀린 것이었다. 그게 무슨 정체 모를 힘인진 모르지만 그딴 걸 생각할 여유는 없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그대로 달아났다. 와이번에게서 몸을 숨길만한 나무 그늘과 풀숲을 마주칠 때까지 말이다.


숨을 몰아쉴 새도 없이 얼른 스탯창을 연 나는 ‘바람을 즐기다’가 전보다 더 밝은 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람을 보고 기를 느끼는 것과 상관이 있는 듯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바로 조금 떨어진 나무를 향해 장풍을 쏘았다.


“···”


역시나 나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장풍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대로 몸을 돌려 검을 되찾을 방도를 고민하던 나는 순간 듣고야 말았다.


퍽.


“음?”


갑작스런 타격음에 뒤를 돌아본 나는 말을 잃었다. 나무 기둥이 움푹 파여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장풍을 날린 방향에 위치한 나무였다. 생각지 못한 수확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지는 나의 행동을 누군가 봤다면 미친 줄로만 알았을 거다.


주변에 뭐가 오건말건, 상관 없다는 듯 권법을 사용한답시고 이리저리 손을 휘둘러댔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무나 흙바닥 따위의 것들은 조금씩 생채기가 나거나 움푹 파이고 있었다.


“됐다, 됐어! 하하!”


허공을 바라본 나는 실소를 지어댔다. 내게도 쓸만한 능력이란 게 생겼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원래 있었던 능력이 더 강해진 거지만.


뭐가 됐건 주먹으로 풍력을 쓸 수 있다면 다른 물건이라고 불가능하단 법이 없다.


‘청준이 네놈이 만약 나처럼 장풍을 쏜다? 그럼 못할 게 없다! 숟가락으로도 뭐든 부술 수 있게 되지··· 근데 네 하는 짓을 보니 몇 십년은 더 있어야 가능할 것 같구나.’


“스승님, 몇 십년이 지났나봅니다···”


[이청준]

힘: 2 민첩:4 운: 1 내구:1 마력 :3

[특성]

-바람을 즐기다 : 중풍을 부릴 수 있는 능력.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다


‘미풍’이 ‘중풍’으로 바뀌었다.

확실한 변화였다.


얼른 바닥을 훑어 꽤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쥐었다. 손에 기운을 실어 나뭇가지를 휘두르자 주변의 이곳저곳엔 날카로운 생채기가 금새 빼곡해졌다.


“다 뒤졌다.”


나는 놈들을 찾기 위해 재빨리 눈을 감았다. 멀리 가진 못했을 거다.


*****


산자락 근처에서 놈들을 찾은 나는 분노했다. 내 천제검이 찬희의 손에 들려 있었는데,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으악!”


웬 들개 떼에게 물리고 있는 그 애의 모습 때문이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사람 키 반 정도 되는 높이의 큰 들개들은 엉성한 자세로 검을 들고 있는 찬희를 둘러싸고 있었다.


찬희는 아직 싸우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나머지 인물들은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어!”


그러다 제법 큰 덩치를 자랑하는 얼룩개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찬희가 중심을 잃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몰려드는 짐승들은 더 이상 평범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뒤를 공략한 들개들을 한 마리씩 도륙하는 일행들을 발견한 것은. 그들에 의해 찬희는 반강제로 탱커 역할을 하게 된 것이었다. 고기가 필요한 건지 찬희를 강하게 만들려는 건지 왜 저러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았다.


“저 새끼들이 진짜!”


저 정도면, 저 애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분명 일행의 짓임이 틀림없다.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나는 전진했다. 당황해 검을 놓친 찬희로부터 천제검을 뺏은 내 목표는 들개나 다른 일행들이 아니라 이경찬, 아니, 김원춘이었다.


“김원춘, 이 개새끼!”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김원춘. 한참 떨어져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던 놈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웃어?”


도망치는 놈을 쫓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초반 내용도 필수적인 부분이니 즐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작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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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8 3 12쪽
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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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1 20.09.15 128 3 12쪽
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3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6 4 13쪽
1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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