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빨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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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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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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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1)

DUMMY

“진짜 대형 던전 맞나? 이거 막 다 훼이크 아냐? 어휴, 여기 또 있네.”


정인규가 헛웃음을 흘리며 미니 슬라임을 찍어내렸다.

슬라임이 성인 남성의 허벅지까지 오는 크기인 데 반해, 미니 슬라임은 무릎 위로 올라오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몬스터였다.

심지어 들어선지 삼십 분 가까이 지났지만 헌터들은 미니 슬라임만 주구장창 사냥하고 있었고.


내기가 걸려있어 초입만 해도 열의가 엄청났지만, 그 분위기가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팀장! 이대로 계속 가는 거야? 재미도 없고, 스릴도 없고.”

“오빤 던전이 재밌어요? 그러다가···”

“아, 몰라~ 야, 혜진아 저기 미니 슬라임 맞춰 봐. 가능하냐?”

“당연하죠.”


홰액.


채혜진이 빠른 손짓으로 30m 정도 떨어진 미니 슬라임을 향해 활을 쏘자, 화살은 그녀의 말대로 그것의 중앙을 꿰뚫었다.

방금 그게 잔소리를 듣기 싫은 정인규의 속셈이었다는 걸 알긴 할까.


“와, 누나 나이스!”


긴장을 하나도 하지 않은 그들과 달리 나는 어딘가 불안했다.


미니 슬라임만 계속되는 던전이라···

분명 겪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땐 슬라임이고 지금은 미니 슬라임이란 게 다르긴 하지만, 구미호를 만났던 던전의 시작도 지금과 같았다.

그 정체가 헌터들의 주의를 흐트리게 하려는 속셈인지 뭔지, 여전히 알 순 없었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이 던전엔 위험한 존재가 나타날 거다.


앞서가던 정찰조가 신호를 보낸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몬스터 출몰했습니다!”

“어··· 근데 미니 슬라임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뭔데?”


미니 슬라임이 아니란 말에 앞다퉈 달려나가는 헌터들이었다.

그러나 던전 안이 당혹에 물든 목소리로 가득차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 저게 뭐지? 도깨비?”

“처음 보는 몬스턴데요?”


의문으로 가득한 목소리들이 던전에 울려퍼졌다.

헌터들 틈을 헤쳐나간 끝에 확인한 몬스터의 외형은 정말로 특이했다.


온통 황토색 털로 덮인 몸.

얼굴의 절반은 되는 커다란 외눈.

팔은 겨우 하나지만 다리는 셀 수 없이 많이 달린 것이 꼭 빗자루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볏짚 같은 다리들은 중심을 잡으려는 듯 쉴 새 없이 스물거리고 있었다.


“진짜 상상도 못하게 생겼네···”


한 헌터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눈박이 몬스터가 입을 연 건 그 순간이었다.


“봉인이··· 풀렸다···”


잠시 눈깔을 희번득거린 그것이 갑자기 가슴팍에 달린 손을 들었다.

그러자 정체모를 빛의 문양이 공중에 솟아올랐다.


“밖으로··· 나간다···”


속삭이듯 읊조리는 음성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헌터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마법을 씁니다!”

“방어하세요!”

“알겠습니다!”


헌터들 사이에 있던 각 팀의 마법사들이 황급히 방어진을 쳤다.

외눈박이가 떠올린 빛의 문양이 주먹만한 빛덩이로 변해 헌터들에게 돌진한 게 그 직후였다.


“기사님, 저 몬스터 뭔지 확인 좀!”


박경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불덩이가 여러 마법사들이 친 방어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날아오더니, 2팀 헌터의 어깨를 스쳤기 때문이다.

작렬하는 빛에 괴성을 지르는 그.


“끄악!”


곧바로 물 계열 마법사가 기술을 썼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통로가 살 타는 냄새로 진동할 뻔했다.


“마법이 안 통해?!”


헌터들은 당황했고, 틈을 노리는 건 내 차지였다.


나는 외눈박이가 눈깔을 이리저리 돌리다 또다른 문양을 만들어내자마자, 빠르게 다가가 놈의 목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그간 임무를 돌며 얻은 스탯들을 다시 민첩에 투자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뒤쪽에 비슷한 것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기사님은 이 몬스터 정체가 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쾅!


“헌터 분들은 방어 마법뿐 아니라 마법은 공격도 안 먹힐 가능성이 있으니 마법사 분들 보호 좀 부탁드립니다!”


박경수와 이영현의 지시에 따라 헌터들은 긴장한 얼굴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저 몬스터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역시 구미호 때와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대성이형과 빗자루만 주구장창 베어내다 던전을 나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쩐지 죽은 몬스터의 다리가 그것들의 비를 꼭 빼다 박은 것 같다 싶더라니.


“또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수가 많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외눈박이들은 불 계열 마법을 제외하곤 애초에 마법이 거의 먹혀들질 않았다.


‘워터 플래쉬!’

물 계열 마법사로부터 발사된 날카로운 물줄기가 그것들을 통과하다시피 스쳐지나는 건 물론,


‘포이즌 피어!’

독 계열 마법사가 검푸른 독방울들을 날려봤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물리적 공격을 주로 하는 전사나 궁수, 포박 계열 헌터들은 멀쩡히 싸우고 있었으니 팀에 상관없이 마법사들이 전투 의욕을 상실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외눈박이들과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의문을 표시했다.


“이상하다, 기술이 잘 안 먹히는데.”

“저도 버프 기술이건 공격 기술이건 거의 안 드는 것 같습니다. 저거 대체 정체가 뭐지?”

“던전 기사님!”


위와 같은 말들을 해대며 한참 동안 기기를 붙들고 있던 던전 기사에게 몰려갔던 것이다.


꿀꺽.


설마 진짜로 ‘발견되지 않은 몬스터’라고 대답할까.

긴장 속에 입을 연 그가 말했다.


“없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지금 우리가 들어 온 던전이 첫 케이스란 겁니까?”

“우리가 저 몬스터들을 처음 발견한 거라고요?”


득달같이 달려드는 헌터들의 반응에 땀을 질질 빼는 기사였다.


“여기 나온 바로는 그렇습니다. 첫 케이스인지는 저도 잘··· 지금 당장 나가서 본부랑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와, 2년 만에 새로운 몬스터의 등장이라···”

“말도 안 돼.”


잠자코 있던 이영현이 반가운 선언을 한 건 그때였다.


“대형 던전에 파악도 안 된 몬스터라··· 저는 여기서 그만 하는 게 좋겠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동의합니다. 너무 위험하고 시간도 시간입니다. 우리 임무가 이곳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던전에 들어온 지 어느덧 일곱 시간째.

박경수의 말에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내기고 뭐고 자칫하면 죽게 생겼는데··· 저것들보다 더한 거라도 튀어나와 봐요. 놀라운 경험하네.”

“말이 그렇지, 임무가 장난은 아니잖아요?”

“돌아갑시다!”

“아, 기사님, 대신 여기 던전은 우리들이 발견했으니 우리가 토벌하는 겁니다? 꼭 다시 올 거예요.”


그러나 헌터들이 미처 걸음을 돌리기도 전에 던전 안쪽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하얀 씨, 빛 좀 비춰주세요!”

“라이트닝 볼트!”


빛의 더미를 손에 띄운 마법사 한 명이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그것들을 던졌다.


“뭐야, 저게!”


엄청난 숫자, 그것도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전혀 예상 못한 비주얼이었다.


등에 곰팡이인지 버섯인지 모를 것들을 잔뜩 달고 달려오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개.

기다란 머리카락만 있는, 머리만이 둥둥 떠 있는 무언가.

사람 얼굴과 비슷한 것이 달린 뱀.


그것들 중 일부는 헌터들이 미처 달아나기도 전에 뒤를 쫓아왔기에 어쩔 수 없이 전투에 돌입해야 했다.

정보라곤 막연히 ‘저것들도 마법이 안 통할 것’이란 생각뿐이었지만 말이다.


“와, 진짜 혁신적으로 생겼네!”


좀비같은 개의 대가리를 메이스로 으깬 정인규가 심각하게 외쳤다. 평소와 달리 장난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밑에서 징그럽게 낼름거리는 뱀의 혀를 본 나는 말을 잃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몬스터라니. 짐승의 머리와 사람의 하체를 가진 몬스터들은 꽤 봐왔어도 이건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뱀의 몸을 하고 있다지만 기분이 께름칙했던 것이다.


휙.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빠르게 그것의 머리를 잘라냈다. 지원팀에게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밖으로 떠난 몇몇 마법사들의 인력을 대신하기 위해 몇 배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별다른 기술 없이 살아온 게 외려 이득이 되는 나였다.


정체 모를 부적을 붙인 거대 버섯.

천천히 굴러다니는 돌덩이···


한참 베어내기를 반복하자, 다행히도 몬스터들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헌터들의 입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뭔놈의 죽이고 죽여도 아이템 하나 안 나와!”


이런 점마저 보통의 몬스터와는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템만 안 나오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들은 헌터들의 공격에 숨이 끊길 때마다 연기가 되어 홀연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 죽인 구미호 동생 사체가 사라진 건 실수가 아니었어.’


헌터들은 해치운 대상이 공중으로 분해되는 걸 발견하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몬스터 처리할 때 나오는 음성도 없어!”

“어, 그러네?”


한 헌터의 말에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박경수가 던전 기사에게 말을 건넨 것도 그때였다.


“기사님, 저도 던전 나가자마자 본부한테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네, 네. 그러셔야죠. 우선 지금은 제가 나가서 지원팀한테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이제 올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상황 정리하고 나오십쇼.”


던전 기사와 2팀 헌터 하나가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여기서 철수하는 건가요?”

“네, 그래야겠죠.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그러나 박경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안쪽에서 몬스터 떼가 또다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씨발, 또 오잖아?”

“저거 어떡해요! 튀어요? 우리 힘으로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힘들어 죽겠는데!”

“문영 씨, 민준 씨, 던전 밖으로 가서 지원 요청 좀 빨리 와달라고 이야기하세요! 밖에 다른 마법사님들 계신지도 확인해서 문제 있으면 같이 보고해주시구요!”


혹시 몰라 남아있던 마법사 둘이 서둘러 밖으로 향했고, 말을 마친 이영현은 도끼를 던져 버섯달린 개의 대가리에 명중시켰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진짜로!”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마라, 정인규!”


듀얼 블레이더인 박경수가 신경질적으로 돌덩이를 박살냈다.


날아오는 파편을 피하려다 벽에 밀착했을 때였다.

갑자기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성이 귓속을 울렸다.


-동방의 살아남은 후손이여···


“음?”


벽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더니, 내 몸이 그대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예 벽이 존재조차 하지 않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으아아아!”


그러나 팀원들은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최장원 씨까지, 중심을 잃고 넘어가는 내 모습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보이지 않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최장원 씨!”

“어억!”


역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마법사인 최장원 씨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들개에 놀라 스태프를 휘둘러댔다.


퍽. 퍽. 퍽.


“아이, 이거 금 가면 안 되는데! 이게 얼마 짜린지 아냐!”


마법사 치고는 대단한 근력을 지닌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벽 안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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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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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5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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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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