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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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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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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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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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불사조 기사단 - 제1장 귀환

DUMMY

여름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해리는 그날 저녁 곧바로 더즐리 가족에게 집을 떠난다는 의사를 표했다. 생각 외로 더즐리 가족은 몹시 놀라운 표정을 지었는데, 특히 페투니아 이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니까- 네 녀석이 내일 아침 집을 떠나겠다는 이야기냐?”

“네.”


버논 이모부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잠시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


“왜지? 그리고 갈데는 있냐?”

“어- 뭐 말씀드려도 될 것 같긴한데...”

“숨기지 말고 바른대로 말 해!”


페투니아 이모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지 아니면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불안정해 보였다.


“대체 뭘 숨기고 있지..? 그... 그는- 너를 성인이 될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


그러나 페투니아 이모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황갈색의 부엉이가 유려하게 움직이며 해리의 앞에 편지 한 통을 떨어뜨렸다. 해리는 편지가 스프 그릇에 떨어지지 않도록 편지를 얼른 잡았지만, 이미 황갈색의 깃털 몇 개가 해리의 스프에 빠져버렸다.


“뭐냐!”

“대체 무슨 짓을..!”

“아, 아니에요.”


해리가 다급히 말했다.


“뜯어봐!”


버논 이모부가 신경질을 내며 외쳤다. 해리는 재빨리 누르스름하고 두툼한 편지를 뜯었다. 편지는 두 장이 들어있었는데 두 장이 따로 접혀 있었다. 해리가 하나씩 집어보니 한 장은 해리 포터, 다른 한 장은 페투니아 더즐리 라고 수신처가 적혀 있었다.


“한 장은... 이모 거에요.”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내밀었다. 페투니아 이모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집어 들었다.


“어서 읽어라!”

“네-”


해리가 자신 앞으로 온 편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에게


해리 혹여나 네가 더즐리 가족의 집에서 떠나려고 한다면, 이틀만 기다려 주거라. 내가 널 직접 데리러 가도록 하마. 그리고 혹시 더즐리 가족에게 네가 겪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면 스큅 노파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아주길 바란다.


이틀 뒤 아침에 내가 널 데리러 갈 테니 이 이야기를 더즐리 가족에게 전달해 줬으면 하는구나.


알버스 덤블도어



“무슨 소리냐?”


해리가 편지를 또박또박 읽고 나자 버논 이모부가 대뜸 말했다.


“네가 떠날 거라는 걸 그- 덤블도어 라는 노친네에게 말 해놓았다는 거냐?”

“어- 아뇨. 잠시만요. 저도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이모도 편지를 읽고 계시니까...”

“뭐?”


버논 이모부가 한쪽 눈을 치켜 뜬 채로 말했다.


“너- 뭔가... 다른데?”

“...네?”

“....뭔가....달라... 전에도 약간은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너와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열네 살, 다섯 살 짜리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가 않다는 거다.”

“어-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해리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페투니아 이모, 편지는 다 읽으셨어요?”

“...그래.”


페투니아 이모가 손에서 편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보, 아무래도 저 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아요.”

“페투니아?”


페투니아 이모는 의외로 침착하게 말했다.


“말 해. 숨기지 말고.”“어-”


해리가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과연 더즐리 가족에게 자신이 조카인 해리포터가 아니고,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사람이라는 걸 알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을 해봐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더즐리 가족과는 틀어져도 안보면 그만이긴 했지만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했고, 가능하다면 굳이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에다가 다른 세계에서 온 이야기를 했을 때에 가장 신뢰하고 있었던 헤르미온느와 론이 했던 반응을 생각하면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부분만은 어떻게 돌려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요.”


고민하던 해리가 입을 열었다.


“우선 제가 처한 상황이 좀 많이 변했다는 걸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볼드모트 라는 마법사가 있어요.”

“그 작자가 어쨌다는 거냐?”

“그자는 마법 세계에서는 최악의 범죄자 중 한명이에요. 그리고 며칠 전에 체포되었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거다.”

“그자가 노리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으니까요.”


해리가 말했다.


“그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더 이상 저는 특별한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더 이상 이모부네 집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요.”

“네 말은 여태껏 그 볼-뭐시기 때문에 우리 집에 숨어서 살았다는 거냐?”

“어- 그렇죠?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지만-”

“결국 네가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버논 이모부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해리는 그의 관자놀이 부근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그가 몹시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물론- 저도 몰랐어요. 그리고 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몇 가지 방식을 통해서 금방 붙잡을 수 있었죠. 그 순간동안 저는 호그와트에 있었으니까 실질적으로 이모부와 이모에게 위험한 순간은 전혀 없었죠.”

“...좋아. 그래서 네 말은 이제 더 이상 위협이 없으니 내 집에서 나가 주겠다는 거냐?”

“어- 맞아요. ”


해리의 말에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으므로 해리는 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더 이상 제 쪽 세계와 더 엮이지 않으셔도 되구요.”

“으음....”


해리의 마지막 말이 결정타 였는지 버논 이모부가 고민에 빠졌다. 다만 페투니아 이모는 편지를 든 채로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아서 무슨 생각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우리에게 양육비 같은걸 요구할 생각은 없겠지?”

“오, 그럼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해리의 말에 다시 한 번 침묵이 찾아왔다. 더즐리 가족은 해리가 기뻐할 일이라면 뭐든 해주는 걸 싫어했으므로 자신의 집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해리를 내보내 주는 것과 해리가 없어졌을 때 자신들의 집에 해리가 없는 생활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좋다.”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네가 우리에게 아무런 요구사항이 없다고 한다면, 네가 말하는 그 대부라는 놈의 집으로 가도 좋다.”

“감사합니다. 예정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이틀 뒤에 떠나는 걸로 할게요.”


해리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중요한건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아니, 네가 이상하다는 건 전혀 설명하지 않았잖아!”

“어-”


버논 이모부의 호통에 해리가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뭐?”

“첫 번째로 믿지도 않으실 거고, 두 번째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알게 되면 두 분과 두들리도 타겟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해리의 말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이제 헤어지는 마당인데.”

“좋아. 속아 주마.”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그러니 너도 약속을 지켜.”


의외로 깔끔하게 인정하는 버논 이모부에게 놀랐지만, 해리는 잘 된 일이라고 넘기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페투니아 이모는 무슨 생각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리에게 뒷정리도 시키지 않고 방으로 올라가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해리는 2층의 방으로 올라와 풀지도 않은 짐들 옆에 굳게 닫힌 헤그위드의 새장을 들어올렸다. 새장 문을 열자 헤그위드가 나지막히 울며 새방을 빠져나와 날개를 한번 쭉 편 뒤 해리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식사를 주고 싶지만 이집에서는 딱히 먹을 게 없어. 잠깐만 기다릴래?”


해리가 헤그위드를 몇 번 쓰다듬은 뒤 트렁크 안에 잉크병과 깃펜과 양피지 조각을 찾아서 짧은 편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교수님 말씀대로 이틀 뒤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해리는 양피지 조각을 길게 접어 헤그위드의 발목에 묶었다.


“이걸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전달하고 나서는 시리우스에게 가도록 해. 알았지?”


헤그위드는 알겠다는 듯이 해리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는 열린 창문을 통해 저녁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버논 이모부는 토요일 업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고 두들리는 그의 절친한 친구 피어스와 함께 어디론가로 가버리고 나자 프리벳가 4번지에는 집안일을 마무리 하는 페투니아 이모와 해리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너. 이리 와서 앉아봐라.”


설거지를 끝낸 해리가 방으로 올라가려 하자 페투니아 이모가 해리를 불러 세웠다.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해라.”

“...네?”


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엇을요?”

“내가 바보인 줄 아니? 너는 우리가 알던 그 해리가 아니야. 내가 그 정도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니?”


페투니아 이모의 말에 해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원래도 이상했지만 올해는 특히 더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무슨 큰 일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저죠. 오늘은 조금 예민하신 것 같네요.”

“아니, 방금도 마찬가지야. 고작 열 몇 살 짜리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어. 날 속일 생각 하지마라!”

“....그게 뭐가 중요하죠?”


해리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애써서 연기하던 모습을 버리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당신들은 해리 포터에게 관심도 없잖아요. 이제 와서 신경 쓰는 척 하는 건가요?”


해리의 말에 페투니아 이모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그 애를 어떻게 한 거지?”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하지 마세요. 그렇게 걱정이었으면 당신들이 해리를 십수년간 학대 했을까? 모르는 척 넘어가 주세요. 알겠죠, 이모?”

“당신이 누군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페투니아 이모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우린 그 애를 키워왔어! 부모도 다 죽고 없는 애를 먹이고 길렀단 말야-”

“헛소리 하지 마!”


해리가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먹이고 길러? 그렇기야 하겠죠. 덤블도어가 편지를 써놓지 않았다면 그대로 유기했겠지만. 당신의 조카를 말이죠. 안 그래요?”

“무슨 소리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동생인 릴리 에반스를 질투해서 마법학교에 가고 싶어서 편지도 보냈고, 퇴짜를 맞았으며 그 일 때문에 동생과 마법사를 평생 살며 질투해 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동생 부부가 죽고 조카가 당신들 손에 맡겨졌다. 얼마나 통쾌했을까?”


해리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꼴 좋다고 생각했겠지. 그 자랑스러운 마법으로도 죽음을 막지 못했으니까. 거기에 어린 조카를 떼놓고 죽었으니 더더욱. 그래서 자신의 아들과 비교하며 더 학대하고 두들리한테 공격을 받아도 무시 한 거죠? 내말이 틀린가요? 그런 끔직한 학대를 하면서 어떻게 이제 와서 해리를 걱정한척 하는 거죠? 감히 그럴 자격도 없어.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해리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겠죠.”

“아냐... 난...”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당신들을 탓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다 잊고 절 보내주세요. 그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까.”


해리의 말에 페투니아 이모가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떨리는 눈으로 해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해리... 그 애는 어떻게 된 거지?”

“...죽음으로 갔습니다. 확실히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더 편안한가요?”


그러나 해리의 말과는 다르게 페투니아 이모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다. 페투니아 이모의 얼굴이 완전히 백지장처럼 질려버리더니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수가...”

“무슨..?”


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페투니아 이모를 바라보았다.


“위선 떨지 마시죠. 눈물 흘릴 정도로 걱정 했다면 당신들이 해리를 학대해온 게 말이 안 되니까. 당장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해도... 개 한테 물리는 것도 웃으면서 구경하지 않나 지팡이로 두들겨 패는 것도 방치해, 목을 조른 적도 있죠? 혁띠로 맞은 적도 있고 상한 음식을 먹여서 탈이나 며칠 내내 고생시킨 적도 있고 두들리한테 허구헌날 맞고 다녀도 말린 적도 없잖아요? 최악으로 차별했다면 했지. 뭐 그렇다고 당신들이 두들리를 키우는 방식도 정상적인 육아는 아니지만-”

“네가.. 네가 뭘 알아...”


페투니아 이모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도... 나도 릴리와 함께 가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그 족속들이 나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네가 알아? 머글 이야! 그것도 바로 보는 앞에서! 심지어 버논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에서 네 아버지가 뭐라고 했는지 알기나 해? 그래서! 그래서...”


페투니아 이모는 이제 아예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싫었어... 미웠다고... 릴리를 데려가 버린 너희 세계가 진절머리 나도록 싫었어! 너를- 아니 해리를 볼 때 마다 누가 생각나는지! 그 포터! 마법사라는 허영심과 자부심에 찌들어서 나와 버논을 깡그리 무시한 그 포터 말이야! 릴리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릴리랑 한마디만 더 했다면 좋겠다고 얼마나 후회 했는지는 알아? 그 거지같은 마법 하나 때문에 하나뿐인 동생을 잃어버린 내 마음을 네가 뭘 아냔 말이야!”


해리가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동안 페투니아 이모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몇 분 정도 시원하게 운 페투니아 이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대로 난 해리가 정말 싫었다. 끔찍할 정도로 미웠어.”


그녀는 평소보다 훨씬 초췌해진 모습을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애가 죽기를 바란 건 아니었어. 그 애는... 그래도 릴리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으니까... 죽는 거 까지는 바라지 않았어...”

“...그러면..!”


해리가 소리쳤다.


“평소에 조금만이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신경 써줬어야죠! 당신들이 한 학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준이라는 거 본인들도 알지 않나요? 어떻게 그 지경으로 아이를 학대했죠?”

“네가..”

“네, 저는 모르죠.”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해온 학대는 도저히 용서가 되는 수준이 아니에요. 나는 마지막으로 죽음으로 향하기 직전의 해리를 만났어요. 그 해리가 뭐라고 했는지 알기는 하세요?”

“그 애를 만났다고?”

“원치 않는 건 없는 곳에 있다고 했죠. 당신과 버논 이모부, 그리고 두들리 말이에요. 해리가 이제 몇 살인 줄 아세요? 이제 고작 열다섯인데 살아온 십 몇 년 중에 당신들과 떨어져 있는 잠깐을 더 행복해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하나요? 아무리 미워도,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당신이 말한 것처럼 릴리의 마지막 흔적이 해리라면, 끝까지 지켰어야죠. 소중히 했어야죠.”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아무런 불평할 자격이 없어요. 슬퍼할 자격도 없고요. 당신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한 당신 동생 릴리가 남긴 해리를 그렇게 학대한 시점에서 법적으로 처벌 받지 않은 거나 고마워해야 할 거에요.”


해리의 말을 마지막으로 거실에는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이제 더 말씀 하실 게 없다면 이만 일어날게요. 조금 껄끄러우실 수 있지만 내일까지만 참으시면 되니까요. 버논 이모부나 두들리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얌전히 있을게요.”

“그러면... 넌 누구지? 왜 그 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페투니아 이모가 물었다.


“이렇게 된 거, 다 말씀 드릴게요. 저는 이쪽 세계 바깥에서 왔어요. 어떻게 온 지는 저도 모르고, 4년 전에 눈떠 보니 이곳이었죠. 다만 바깥에서 왔기 때문에 이 세계의 사정을 꽤 많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속 사정도 어느 정도 알았던 거구요.”

“바.. 바깥에서 왔다고? 그게 무슨...”

“이 세계는 책 속이에요. 주인공은 해리 포터 구요.”

“무슨-”


해리의 말에 페투니아 이모는 큰 충격을 받은 듯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 보았다.


“그... 그러면 이... 세상이.... 가... 가짜라는 소리니?”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해리가 말했다. 이 문제는 해리가 가장 깊이 고민 했던 것 중에 하나였으므로, 꽤 오래 고민한 끝에 이제는 기준을 정해서 말 할 수 있었다.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책과는 내용이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그럼에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원래대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이 자체가 새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기반이 책의 내용이었을 뿐 이 세상 안에서 저희는 진짜로 살아 있는 사람이고, 각자의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 하지만....”

“제가 드릴 말씀은 다 했어요. 더 궁금한 게 없으시면 올라가 봐도 될까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페투니아 이모가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잔뜩 겁에질린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몰라요.”

“거짓말!”

“아뇨, 정말로 몰라요. 이미 제가 알던 이야기와 너무 많이 달라졌거든요.”


해리가 말했다.


“원래 제가 여기 프리벳가 4번지를 떠나는건 7학년, 그러니까 앞으로 2년 뒤에 떠났어야 하고 그 과정에 겪어야 하는 일들도 너무 많이 변했어요. 말씀드렸듯이 여긴 더 이상 책 속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기 생각대로 새로운 판단을 내리고 있고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무 걱정 하실 필요 없어요.”

“네가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거나 하지는 않는 거지?”

“네. 그럴 리 없죠.”


해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실제로 며칠 전에 한 번 죽었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멈춰있지는 않았죠. 그리고 예를 들어서 제가 없을 때 그러니까 호그와트에 가 있을 때에 이모의 세상이 멈추던가요? 아니잖아요. 제가 없다고 해서 이모가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생활하는 것에는 전혀 변화가 없잖아요. 제가 없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구요.”


해리는 페투니아 이모가 뭐라도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멍하니 혼자 생각에 잠긴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격이 컸는지 페투니아 이모는 그날 종일 얼이 빠진 상태로 보냈으므로 해리가 저녁식사 준비나 집 정리를 바쁘게 도와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페투니아 이모는 해리와 나눴던 대화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아서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는 호들갑을 떨며 그녀가 어디 아픈 게 아닌지 체크를 하곤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해리는 짐을 다 꾸려놓고 바로 나갈 준비를 마친 채로 거실로 내려갔다. 전날 저녁 호그와트의 황갈색 부엉이가 덤블도어 교수의 오늘 아침 일찍 도착하겠다는 답장을 받았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방에서 트렁크를 끌고 1층으로 내려오자 일찍 일어난 버논 이모부가 신문을 펼친 채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평소처럼 분주하게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페투니아 이모를 힐끗 본 해리가 그녀를 도와 식사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매번 아침부터 오다니. 정말 예의라고는-”


버논 이모부의 불평이 끝나기도 전에 벨소리가 울렸다. 해리가 서둘러 현관으로 나가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해리.”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키에 구불구불하게 내려오는 은발의 기다란 수염과 보라색의 망토 그리고 반달모양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하늘색의 눈, 두 번은 크게 구부러져 보이는 코를 가진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교수님. 준비는 다 해뒀어요.”

“잘했다. 더즐리 부부는 안에 계시니?”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떠나자꾸나. 이제는 정말로 네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 들어오세요.”


해리가 덤블도어 교수를 데리고 거실로 가니 버논 이모부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신문을 소리나게 접었다.


“...저 애를 그저 데려간다고 들었소만?”

“아하, 맞는 이야기요. 더즐리.”


덤블도어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다만- 이제 해리가 당신들과 더 이상 서로 만나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작별 인사를 하는 게 어떨까 싶군요.”

“좋소. 그- 잘.. 지내길 바란다.”


해리는 버논 이모부가 고의적으로 잘을 발음하지 않는걸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행운을 빈다, 해리.”


주방에서 돌아온 페투니아 이모가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인걸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함이 느껴졌다.


“네, 저도 두 분이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두들리도요.”

“그래.”


버논 이모부가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나가란 시늉을 했다. 마지막으로 해리는 페투니아 이모를 쳐다보았다. 페투니아 이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쌀쌀맞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그것이 오히려 완전히 회복한 그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 거실에서 나왔다.


“다 끝났어요, 교수님.”

“알겠다. 짐은 저게 다니?”

“아, 잠시만요.”


해리가 허겁지겁 벽장 밑에 내려놓은 짐들을 꺼냈다. 아예 풀지도 않았기 때문에 작은 가방 두 개를 트렁크 옆에 놓는 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그러면-”


덤블도어 교수가 지팡이를 해리의 짐에게 겨누더니 짐을 어디론가로 보내 버렸다.


“우리도 가자꾸나.”


덤블도어 교수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해리가 한손에는 파이어볼트를 꼭 잡은 채로 덤블도어 교수의 손을 잡자 세상이 빙글 돌며 프리벳가 4번지가 사라지고 익숙한 집의 마당이 나타났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해리.”


해리가 땅바닥에 서자 집 문이 열리면서 새까만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묶고 검은색의 망토를 깔끔하게 걸친 시리우스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에요, 시리우스”


해리가 웃으며 말했다. 비록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해리는 머글 세계에서 다시 마법사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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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불사조 기사단 - 제6장 선고 +1 23.06.12 151 4 23쪽
96 불사조 기사단 - 제5장 두 번째 청문회 +1 23.06.08 156 3 29쪽
95 불사조 기사단 - 제4장 첫 번째 청문회 +2 23.06.04 165 4 28쪽
94 불사조 기사단 - 제3장 마법부 +1 23.06.01 163 5 26쪽
93 불사조 기사단 - 제2장 불사조 기사 +3 23.05.29 161 5 27쪽
» 불사조 기사단 - 제1장 귀환 +1 23.05.27 156 5 22쪽
91 불의 잔 - 제34장 죽음과 의심 +1 23.05.21 170 3 28쪽
90 불의 잔 - 제33장 연회 +1 23.05.21 160 4 27쪽
89 불의 잔 - 제32장 결전 23.05.21 157 2 31쪽
88 불의 잔 - 제31장 관리자 +1 23.05.21 159 3 31쪽
87 불의 잔 - 제30장 볼드모트의 부활 +1 23.05.21 157 3 33쪽
86 불의 잔 - 제29장 세 번째 시험 +1 23.05.21 150 3 46쪽
85 불의 잔 - 제28장 다섯 번째 호크룩스 +1 23.05.21 140 3 28쪽
84 불의 잔 - 제27장 불꽃과 소나기 +1 23.05.21 147 4 39쪽
83 불의 잔 - 제26장 두 번째 시험 23.05.21 149 3 27쪽
82 불의 잔 - 제25장 에메랄드 빛 비늘 +2 23.05.21 162 4 47쪽
81 불의 잔 - 제24장 애니마구스 +1 23.05.21 167 3 33쪽
80 불의 잔 - 제23장 크리스마스 무도회 +1 23.05.21 167 3 46쪽
79 불의 잔 - 제22장 전해버린 말 +2 23.05.21 162 3 31쪽
78 불의 잔 - 제21장 네 번째 호크룩스 +1 23.05.21 145 3 28쪽
77 불의 잔 - 제20장 첫 번째 시험 +1 23.05.21 148 3 40쪽
76 불의 잔 - 제19장 지팡이와 용 23.05.21 150 3 46쪽
75 불의 잔 - 제18장 지팡이 검사 +1 23.05.21 144 4 29쪽
74 불의 잔 - 제17장 덤블도어 교수의 새로운 작전 23.05.21 145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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