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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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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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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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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AOM] 제8화 -표절과 실험실 쥐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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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AOM] 제8화


한영은 제3군단과 함께 수도로 회군하고 있었다.

어느덧 수도 ‘모르아딘’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였고, 곧이어 성벽에 다다랐다.


레이체가 품속에서 군단장의 상징물은 금속 패를 꺼내며 외쳤다.


“나는 제3군단의 부군단장 레이체라 한다. 어서 성문을 열라!”


레이체가 군단장의 상징물을 보였음에도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일반 병사처럼 보이지 않는, 제법 지위가 느껴지는 갑옷을 입은 자가 성곽 위에서 외쳤다.


“나는 모르아딘의 수비대장 ‘보쿠로’라 하오. 어찌하여 제3군단의 수가 이것뿐이요?”

“적의 기습이 있었다. 부상병들이 많으니 어서 성문을 열라.”


수비대장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3군단은 모타 제국의 핵심 병력이었다. 그런 제3군단이 패잔병 무리가 되어 돌아왔다고?


보쿠로가 성문 열기를 주저하자, 레이체가 군단장의 상징물을 성벽 위로 던지며 말했다.


“당장 성문을 열지 않으면 네 목을 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긴장감이 맴돌았고, 레이체의 얼굴을 아는 수비병의 도움으로 굳건했던 성문이 열려졌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고자 했던 걸까, 레이체가 검을 뽑으며 수비대장의 목에 들이밀었다.

그러자 한영이 그를 말리며 말했다.


“수비대장은 그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게 아닙니까? 굳이 피를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잠시 흥분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마스터.”

“용서라니요. 어서 들어가서 부상병들이 치료받도록 하시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레이체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마치 성 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한영이 “어서요.”라고 말을 하자 그는 대역죄라도 지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3군단이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평범했던 일상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왜 병사들이 이뿐입니까? 제 아들은요?”


병사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레이체는 차마 앞을 보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저 말을 몰았다.

한 가정의 아들이고, 이와 동시에 한 가정의 아버지인 병사들.

전쟁은 항상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아군, 또는 적군. 어쩌면 양측 모두에게.


그때였다.

한 남자가 한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다가왔다.


“너, 이 새끼! 그때 그 새끼 맞지?”


한영은 당연히 이 남자가 말하는 그 새끼가 자신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욕지기를 섞어가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씹어? 이 새끼 그때 그 새끼 맞네! 내 최강스님 죽인 그 새끼!”


말릴 겨를도 없이 그 남자는 뛰어오르며 한영의 얼굴을 향해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둘렀다.

울분이 가득 담긴 주먹이었다.


전재산을 투자한 화평의 반지를 떨궜고, 애지중지 키운 최강스님이 삭제된 모든 원인을 나백수는 한영 탓으로 여겼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흠씬 두들겨 패주겠다고 다짐했었고, 그 얼굴을 보자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맞은 사람은 복수의 칼날을 갈지만, 때린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게도 세상의 이치였다.

게다가 나백수의 얼굴과 그의 캐릭터였던 최강스님의 외형은 아주 달랐기에 한영은 더더욱 기억할 수 없었다.


뭐야? 싶은 한영.

갑자기 달려든 나백수를 향해 가볍게 손을 뿌리쳤지만, 피스트 마스터의 가볍게는 일반적인 가볍게가 아니었다.


나백수가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아, 씨ㅍ······. 왜 진짜처럼 아픈 거냐고······.”


저 사람 뭐야? 라는 눈으로 나백수를 쳐다보는 한영.

그러자 대붕금시조가 말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로구나?”

“누굴? 저 사람?”

“그래. 외관은 달라졌을지언정, 음성은 그대로지 않느냐?”

“그게 무슨 말이야?”

“허허, 이토록이나 붕어의 두뇌일 줄이야.”


깊은 빡침에 한영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너는 신의 반열 어쩌고 저쩌고지만, 난 평범한 인간이라고. 그래서 저 사람이 누군데?”

“이 몸이 본체의 힘을 되찾기 한참 이전에 저 음성을 들었구나.”

“잠깐, 그럼 검권천하, 아니 네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그래. 너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구나. 저 자가 쓰러지며 물품을 떨어뜨렸고, 너는 도적질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뻐했었지. 그때 화평의 반지라고 말했었구나.”


한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붕금시조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 정확하겠지만, 조금 전에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사람은 ‘진짜’ 사람이었다.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성진에게 들었던 마지막 말에 따르면, 마법의 시대는 이제 막 서버를 연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오픈베타 테스터’인 게 분명했다.


“대붕금시조! 이 사람 깨어날 때까지 옆에 좀 있어줘. 일 보고 바로 돌아올게.”

“그리하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희미한 빛줄기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희망이 생겼다.

어쩌면 저 사람을 통해서 성진이와 연락이 닿을 수 있어!


부푼 기대감 때문일까, 레이체의 말에 한영은 힘을 주며 대답했다.


“마스터, 황궁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시지요.”

“네!”


*


“보고는 받았소. 그대가 피스트 마스터요?”


모타 제국의 황제 ‘모르타사 7세’는 젊은 남성이었고, 황제라는 높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언행이 거칠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마치, 매우 신중한 사람이라는 것처럼.


한영이 모르타사 황제의 물음에 답했다.


“네, 폐하.”

“그렇다면 당연히 증명할 수 있겠군요. 내 시간을 허용해도 될 실력자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시오.”


한영은 고개를 깊게 끄덕인 다음, 주먹에 공력을 주입시켰다.

그러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한영의 두 주먹이 푸르게 빛났다.


모트라사 황제가 자신의 옆을 지키는 아리따운 금발의 여성에게 물었다.


“르웬, 그대가 보기에는 어떻소?”

“마나의 응축으로 보자면 결코 얕은 실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대와 비교하면 어떻소?”

“확인시켜드리겠습니다.”


신중한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르타사 황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르웬이 앞으로 걸어나오자, 한영은 빠르게 그녀를 탐색했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 겉보기에는 한영과 동년배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무협과 판타지 세계에서는 외형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게 있었다.


턴오버(Turn Over), 무협식으로 말하자면 ‘환골탈태(換骨奪胎)’


이세상 외모가 아닌 것처럼 상당한 미모의 르웬, 한영은 그녀가 환골탈태를 경험한 초고수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그녀가 휘두르는 채찍을 한 차례 경험하자마자, 한영의 이런 판단은 확신이 됐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르웬은 마치 탄멸의 협곡에서 상대했던 현경 급의 고수 ‘누부와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사용하는 병장기가 채찍이라는 점도 같았고, 이따금씩 채찍으로 허공을 치며 상대방의 집중을 분산시킨 다음, 그 빈틈을 노리는 공격 스타일도 거의 유사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르웬은 여성이며 누부와치는 남성이라는 것 정도.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사하다는 한영의 생각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건 뭐,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 똑같잖아?


모티브와 표절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마법의 시대는 검권천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즉, 모티브가 되어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요소를 변경한 형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이때 나온다.


하지만 표절은 전혀 다르다. 이건 그대로 베끼는 것이기에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다.


마법의 시대는 검권천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교묘하게 검권천하를 표절한 것!


그리고 이러한 중요한 사실은 한영과 성진에게 웃어주는 상황이기도 했다.


*****


프로젝트 AOM 상황실.


인큐베이터 속에 마법의 시대에 접속해 있던 나백수가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내자 관계자들이 서둘러서 그의 접속을 종료시켰다.

곧바로 의료진들이 달려와서 그의 상태를 파악했다.


정신을 차린 나백수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


“크으······. 왜 내가 진짜로 아픈 거요? 분명 캐릭터가 다친 것뿐인데······.”


그러자 그의 상태를 살피던 뇌과학자 중 한 명이 답했다.


“충분히 설명했던 것 같은데요. 사전 교육한 내용을 숙지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전날, 8명의 테스터들은 마법의 시대에 접속하기 전에, 간단한 교육을 받기는 했다.


‘마법의 시대는 뇌와 직접 연결해서 접속하는 신개념 게임입니다. 즉, 마법의 시대에서 음식을 섭취한다면 당신의 뇌는 현실에서 음식물을 섭취한 것과 동일하게 여겨 포만감을 느끼게 할 겁니다.’


이 말이 떠오르자 나백수가 뇌과학자의 멱살을 움켜쥐며 따졌다.


“아픈 것도 똑같이 아프다고는 말 안 했잖아!”

“너 새 대가리야? 당연히 그 말이 그 말 아니야?”

“이 새끼가!”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자, 중간 책임자 중 한 명인 마법의 시대 개발자 ‘최낙준’이 그들을 말렸다.


“나백수 씨,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시죠.”


*


최낙준이 물었다.


“잠깐이나마 마법의 시대를 경험해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궁금하면 직접 해보지 그러쇼?”

“그러지 말고, 자 한 대 피면서 말씀해보세요.”


제법 직위가 느껴지는 최낙준이 손수 담배에 불까지 붙여주자, 나백수는 못 이기는 척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었다.

사실, 나백수는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이는 나이대로 먹었고, 내세울 직장 없고, 돈도 없는 그였기에 천대받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무시를 당했더라도 내성이 생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세계적인 기업 유엔더블유, 그리고 핵심권력인 전략기획실장 실에서 차까지 얻어 마신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달랐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으며, 가족이라고는 늙은 노파 한 명뿐인 사람.

실험실 쥐로 쓰기에는 이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백수만이 아니었다.

테스터로 뽑힌 8명 전부가 없어져도 딱히 신경 쓸 사람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테스터를 모집한다는 공지는 직원 전체에게 돌렸지만, 선발한 사람들은 가족이 없는 인턴사원이거나 기러기 아빠인 무기 계약직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같은 검은 속셈을 알 리가 없는 나백수는 담배 한 대를 끝까지 태운 다음, 턱을 높이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실제랑 똑같았소. 거, 영화 같은 거 보면 현실에서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고 막 그러지 않소? 그런 느낌이었소.”

“이질감 같은 건 없었습니까?”

“딱히. 아참, 검권천하에서 봤던 캐릭터가 있었소. 예전에 내 캐릭터를 PK한 철천지원수 같은 놈이랑 얼굴이 똑같았소.”


도둑이 제 발 저린 걸까.

검권천하에서 상당량의 NPC를 표절한 마법의 시대 개발자 최낙준은 오른손 검지를 입 앞으로 가져가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잘못 보신 겁니다. 검권천하에 있던 캐릭터가 어떻게 마법의 시대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잘못 봤다고? 아닌데? 분명 그 새끼 맞는데?”

“거 참! 잘못 본 거라니까 그러시네.”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자 나백수는 자신의 기억을 의심했다.

잠깐의 휴식은 이렇게 끝이 났고, 나백수는 다시 인큐베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날.

마법의 시대 테스터 중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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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3부 판타지] 제3화 -생중계 21.04.17 478 13 11쪽
143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61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7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50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2 13 12쪽
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9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51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50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8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50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5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5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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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7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8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7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3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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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2부 AOM] 제12화 -신곡 21.03.27 476 13 11쪽
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6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81 13 11쪽
122 [2부 AOM] 제9화 -선전포고 +2 21.03.23 492 13 12쪽
» [2부 AOM] 제8화 -표절과 실험실 쥐 +1 21.03.22 499 13 12쪽
120 [2부 AOM] 제7화 -숨바꼭질 +1 21.03.21 515 13 12쪽
119 [2부 AOM] 제6화 -조우(2) +2 21.03.20 517 13 11쪽
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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