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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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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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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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3부 판타지] 제2화


한영이 등장하자, 윤진용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며 사냥개들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목 근육을 가볍게 풀며 다가갔다.


“이게 누구야? 우리 류 대표 아니야?”

“윤진용. 대체 왜 이러는 거냐?”

“간단해. 우위를 정하는 거지. 누가 제일 높은지, 그리고 제일 낮은지.”

“그래서 누가 제일 높은데?”

“당연히, 나지. 네들 꼴을 봐. 거지꼴로 도망이나 다니고.”

“그건 인정. 근데 말은 똑바로 하자. 거지꼴이 아니라 그냥 거지야. 네가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잖아.”

“하하하, 한영아, 나는 예전부터 네 그 여유로운 척 하는 게 정말 재수 없었어. 그러니까 애써 만든 검권천하를 뺏기기나 하고 말이야. 쯧쯧쯧.”

“그래서 네가 택한 게 유엔더블유 밑 닦아주면서 검권천하 관리하는 거였어? 추하다, 진용아. 차라리 말하지 그랬어? 네가 리얼리티 인사이드 대표하고 싶다고. 나한테 대표하라고 한 게 너랑 성진이었어.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잖아.”

“너희같이 물렁한 새끼들이랑 같이 일하면 언제든지 벌어질 일이었어. 유엔더블유가 아니더라도.”


윤진용의 인중과 명치를 노려봤다.

급소.

당장이라도 저기에 주먹을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최정인 기자가 이 장면을 전부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한영은 일부러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기고만장한 거 보니까 아직 연락 못 받았나보구나?”

“계속 지껄여봐.”

“별건 아닌데, 마법의 시대, 내가 날려버렸거든. 회장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던데? 진용이 너 경질시키라고 그러더라. 아무튼, 축하한다.”


차분한 척, 여유로운 척 말을 하긴 했지만, 한영의 심장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수영아, 조금만 기다려!

성진아, 곧 갈게!


환골탈태로 신체 능력이 급격히 상승한 한영.

청력뿐만 아니라 시력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수영의 목에 새겨진 밧줄 자국이 선명이 보였다.

어렵사리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뚝!’하고 끊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영의 말투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진용아, 의형제로서 마지막 부탁이다. 수영이 목에 상처, 네가 한 게 아니라고 말해줘.”


그러자 윤진용은 크게 웃으며 한영을 비웃듯이 말했다.


“왜? 이정도로는 부족했, 커억!”


한영은 윤진용의 목을 움켜쥐었다.

손에 힘을 주자, 윤진용의 얼굴이 터져버릴 정도로 빨개졌고, 더 힘을 주자,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충혈 되었다.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분노하고 분노했지만, 한영의 마음속에는 윤진용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은 남아있었다.

의형제로서, 평생 가족처럼 함께 하기로 한 사이었기에.


나랑 성진이가 혹시 진용이를 많이 섭섭하게 한 건 아니었을까, 라는 자조 섞인 자책이 먼저였었다.

그러나 윤진용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는 순간, 한영의 오랜 고민은 끝이 났다.


맞아. 넌, 원래 이런 새끼였어.


사람들이 네 인성을 지적할 때마다 나랑 성진이는 그저 너를 감싸기만 했었지.

우리는 의형제니까. 의형제라서, 너의 단점까지도 품고 가려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우린 더 이상 의형제가 아니니까!


한영이 힘을 더 줄수록, 윤진용은 살아있는 송장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목을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그때, 수영이 외쳤다.


“안 돼, 오빠! 살인은 안 돼. 우리 아이, 살인자의 아이로 만들지 말아줘······.”


우리, 아이?

우리 아이라고?


어떠한 분노를, 얼마나 느꼈을지언정.

수영의 말은 한영의 이성을 되찾게 해줬다.


한영이 손의 힘을 풀며 말했다.


“윤진용! 너 운이 좋았다.”


죽이지는 않는다지만, 그냥 보낼 생각도 없었다.

한영은 윤진용의 턱을 올려쳐서 높이 띄운 다음, 있는 힘을 다해서 복부를 강타했다.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

내가 겪었던 고통의 반에 반이라도, 느껴봐.


궁극기술이었던 파열권기가 현실세계에서도 시전된 것처럼, 윤진용은 한참이나 날아가서 바닥에 고꾸라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에 상처를 냈는지, 윤진용의 입에서 바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부, 죽여!”


정인은 모든 장면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었다.


구독자 수가 수백만에 육박하는 IT뷰의 인터넷방송 공식 계정.

이 계정에 로그인 한 상태로, 핸드폰에 담겨지는 모든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했다.


제발, 많은 사람이 봐줘······.


정인의 간절한 바람처럼, 실시간 접속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세계적인 IT언론매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정인의 스마트폰에 담긴 장면들을 함께 봤다.


댓글도 빠르게 달렸다.


-저 남자 1대30 그 남자 아님?

-웬 영화 촬영?

-낚시ㄴㄴ 영화 홍보임.

-마케팅 방법도 가지가지네ㅋㅋㅋ


확실히,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와이어를 타고 주인공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 액션 영화.


한영의 움직임은 CG와 스턴트로 범벅된 액션 영화보다 더 리얼했다.

두 발이 땅에 닿아있는 시간보다, 떠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가히, 압도적일만큼.


두더지잡기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영은 오직 머리를 노렸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쇠파이프를 피하자마자, 앞으로 달려들며 무릎으로 입과 코 사이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그렇게 한 명이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자, 한영은 공중에 떠있는 그 상태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달려오는 다른 한 명의 턱을 걷어찼다.


그렇게 두 명.

백 명 가까이 되는 숫자의 50분의 1.


그러나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음을 인지하면, 간단하게 계산이 나온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뒤의 광경이.


“헉, 헉,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검권천하와 마법의 시대에 있었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신체의 한계를 한영은 여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쇠파이프를 막아내려고 들어 올렸던 팔은 검게 피멍이 들어있었고, 강철처럼 단단했지만 강철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머리와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영은 피를 뚝뚝 흘리며 윤진용에게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한영이 다가올수록, 윤진용의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노란 액체는 점점 흥건해졌다.


윤진용이 기억하는 한영은 끽해봐야 다이어트 하려고 배운 복싱 한 두 달이 전부였다.

싸움의 ‘ㅆ’자도 모르는 약골.


그러나 윤진용의 기억 속 한영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제발 살려달라고 싹싹 빌 줄 알았던 사람은 한영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하, 하, 한영아······. 미, 미안해. 나, 나도 어쩔 수 없었······. 으아아아아!”


쓰레기의 입에서 나오는 더러운 말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한영은 발로 윤진용의 손등을 짓이겼고, 쓰레기의 입에서는 말이 아닌 비명만이 새어나왔다.


“진용아, 잘 들어. 사람이 해도 되는 짓이 있고, 절대 하면 안 되는 짓이 있어.”


한영은 윤진용의 다른 쪽 손도 똑같이 짓이겼다.

뼈가 갈리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만이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으아아아아아!”

“가끔 네 생각나면 사식은 넣어줄게, 개자식아.”


말을 마친 한영은 수영과 성진에게로 달려갔다.

수영은 한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고, 한영은 줄곧 수영을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정작 얼굴을 마주하자 마음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영아······, 내가 정말······.”

“오빠 마음 알아. 난 아직도 오빠뿐이야. 오빠도 나랑 같아?”


한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끄덕일 때마다 턱 끝에 고인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이렇게 일단락될 줄 알았던 상황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리철준이 말했다.


“어서 움직여야 한다. 회장님께서 직접 움직이셨다.”


그의 말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정인이 달려오면서 외쳤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피해야 해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새까만 구름떼처럼 물려들고 있었다.

한영은 수영을 양팔로 번쩍 들어 올렸고, 정인과 리철준은 성진을 부축해서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성진이 리철준에게 물었다.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지?”

“그분께서는 너희가 이 일을 끝내주길 바라고 계신다.”

“그분이라고?”

“이 모든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이다. 그분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원치 않으신다.”

“그럼 왜 우리한테? 왜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러니 너희는 꼭 이 일을 마무리 짓고, 너희의 것을 찾아가면 된다.”


그분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그리고 왜 도와주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목적이 같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성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는 사이, 정인의 차 앞에 도착해있었다.


리철준이 입을 열었다.


“어서 움직여라. 나는 뒤에서 너희를 따라가겠다.”


정인의 차가 가장 선두를, 그 바로 뒤를 리철준이, 그리고 수많은 검은색 승합차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쫓아왔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뒤따르던 승합차 한 대가 리철준의 차를 추월하며 정인의 차와 수평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 대 더.


두 대의 승합차는 정인의 차 오른쪽과 왼쪽에 딱 달라붙으며 점점 속도를 줄였고, 그러자 정인이 아무리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았음에도 양쪽의 포위를 풀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리철준이 속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며 오른쪽에 붙어있던 차를 밀어냈다.

빠져나갈 길이 생기자 정인은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으며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한영은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


“최정인 기자님. 여기서 잠깐만 세워주세요.”

“네?”

“저들이 쫓는 건 접니다. 같이 있으면 모두가 위험해져요.”


한영의 의도를 알아차린 걸까, 수영은 한영의 손을 잡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안 돼, 오빠. 그러면 정말······, 그러면 두 번 다시······.”

“수영아, 우리 아이. 꼭 지켜줘. 미안해······.”


결심이 선 건 한영만이 아니었다.


성진은 눈물 가득한 눈으로 정인을 바라봤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한 유일한 사람, 그리고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사람.


정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성진 오빠까지 왜 그래······.”

“정인 씨, 한영이 말이 맞아. 저들이 쫓는 건 나랑 한영이야. 우리만 잡으면 정인 씨랑 제수씨는 무사할 거야. 그러니까 멈춰줘. 미안해······.”


차 안은 울음바다였다.

내리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영과 성진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정인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수영 씨, 운전할 줄 알죠?”


성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인 씨! 제발, 그러지마.”

“우리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요.”


수영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했다.


“그럼, 저도 안 갈 거예요.”

“수영 씨는 아이를 지켜요. 우리는 끝까지 싸울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그 아이가 크면 꼭 말해줘요. 힘든 싸움인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싸운 멋있는 아빠랑 삼촌이랑 이모가 있었다고요. 꽉 잡아요!”


정인은 브레이크를 꾹 밟으며 차를 멈춰 세웠다.


유엔더블유라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운 한영과 성진과 정인.

이들은 뻥 뚫린 공터로 달려가며, 유엔더블유와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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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3부 판타지] 제4화 -최종화 +6 21.04.18 597 15 22쪽
144 [3부 판타지] 제3화 -생중계 21.04.17 478 13 11쪽
»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61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7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50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2 13 12쪽
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9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51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50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8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50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5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5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7 14 13쪽
131 [2부 AOM] 제18화 -네크로맨서(2) 21.04.04 475 13 13쪽
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7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8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7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3 13 12쪽
126 [2부 AOM] 제13화 -아군과 적군 21.03.28 488 12 13쪽
125 [2부 AOM] 제12화 -신곡 21.03.27 476 13 11쪽
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6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81 13 11쪽
122 [2부 AOM] 제9화 -선전포고 +2 21.03.23 492 13 12쪽
121 [2부 AOM] 제8화 -표절과 실험실 쥐 +1 21.03.22 498 13 12쪽
120 [2부 AOM] 제7화 -숨바꼭질 +1 21.03.21 515 13 12쪽
119 [2부 AOM] 제6화 -조우(2) +2 21.03.20 517 13 11쪽
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6 13 13쪽
117 [2부 AOM] 제4화 -단서 +2 21.03.18 52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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