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에 끌려간 오토
다시 집행유예 부대에서 고생하는 오토에게로 돌아가보자. 현재 1940년 12월을 앞두고 소련군이 대공세를 하고 있었고, 독일군은 방어 태세로 전환한 상태였다.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이루어진 헤어만 중대 또한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현재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가 맨 앞에서 경계 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의 역할은 소련군이 공세를 해올 경우 공세를 지연시키고, 소련군으로 하여금 헤어만 중대가 아군의 주 방어부대인 것처럼 기만하는 것 이었다. 헤어만 중대가 소련군에게 갈려나갈 동안 후방에 있는 주 방어부대들은 방어를 준비할 것 이다.
오토는 이 방어선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경계부대라고 쳐도 주 방어 부대들도 방어 밀도가 너무 낮다...소련군의 기갑 전력을 막으려면 더 밀도 높게 방어해야 할텐데...'
방어선 맨 선두에 대기갑 돌격 저지선, 그리고 전방 45미터에 대보병 돌격 저지선이 있었다. 그리고 후방에는 중대 지휘소가 있었고, 그 앞에 1 소대, 2 소대, 3 소대 진지와 경박격포, 대전차 병기들이 있었다. 원칙대로는 한 소대는 예비대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중대 진지의 정면 폭이 터무니없이 넓었기에 예비대 없이 모두 횡대로 배치한 것 이었다.
'예비대도 없으니 한 번 뚫리면 작살나겠군. 신속하게 철수하는 것이 중요한데, 각 소대가 신속하게 중대 지휘소로 갈 수 있는 퇴각할 수 있는 참호를 만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러다 잘못하면 다 포위당할텐데?'
오토는 주위 지형을 둘러보았다.
'이반(소련군)이 이 쪽이 약점이라는걸 눈치채지 말아야 할텐데...'
얼마 전 1소대 선임 하사관이 투덜거리는 것을 얼핏 주워들은 바로는 집행유예 중대에 대전차병기와 경박격포 탄약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1소대에도 탄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소대 통신병 말에 따르면 통신 장비의 배터리도 부족하다고 했다. 오토는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동료들이랑 불을 쬐면서 이야기를 했다.
"이반 새끼들 이 쪽으로 오면 우린 다 뒤지는거야."
"통신 배터리도 부족하다며."
그 때 통신병으로 근무하고 있는 집행유예 부대원이 말했다.
"지금 배터리 있어봤자 쓸모도 없네."
"왜?"
"이 날씨에 진공관이 가열되겠냐? 어차피 지금 무전 송수신 전혀 안되네."
통신병의 말에 오토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스테판이 말했다.
"각 소대 진지에서 중대 지휘소 쪽으로 가는 참호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 소련군 기갑부대 오면 빨리 철수해서 예비대로 전환해야하잖아. 이러다간 철수도 못하고 다 뒤지겠다!"
"땅이 얼어붙었는데 어떻게 파냐!!"
"폭약도 없어!!"
"눈이 쌓였잖아! 최소한 삽질이라도 해야지!"
한 시간 정도 불을 쬐고 오토는 지크프리트 4인조의 올라프와 함께 뜨겁게 달궈진 벽돌을 신문지로 싸고 껴안은 다음 보초를 서러 갔다.
"으갸갸...으갸갸갸갸..."
오토와 올라프의 눈썹에는 벌써 고드름이 폈다. 오토는 현재 방어선의 위치, 거리 등을 측정해보고 싶었지만 쌍안경도 나침반도 없었기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다. 결국 오토는 주먹을 내밀어서 대충 거리를 측정해보았다. 주먹을 쥐고 팔을 쭉 뻗었을때 한 손가락은 30밀, 세 손가락은 대충 100밀, 주먹을 쥔 손의 폭은 180밀이다.
올라프가 중얼거렸다.
"나는 22년 전에도 독일 제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네. 으갸갸갸...그런데 독일 제국이 나한테 어찌 이럴 수 있나...으갸갸갸..."
오토도 속에서 울분이 터져나왔다.
'나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워봤자 다 소용 없어!!'
"으갸갸...으갸갸갸갸..."
올라프가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이보게!! 같이 뛰게!!"
오토 또한 몸을 녹이기 위해서 벙거지 장갑을 낀 상태로 펄쩍펄쩍 팔을 벌리며 튀었다.
"으갸갸갸..."
잠시 뒤 오토는 오두막에 돌아와서 황급히 몸을 녹였다.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오두막에 돌아와서 외쳤다.
"조만간 탄약이 보급될 것 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어 진지를 사수해야 한다!"
스테판, 블라덱, 게오르크, 헬무트, 볼프강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탄약도 없는데 이 넓은 곳을 중대 하나가 어떻게 방어하라고...'
'예비대도 없는데...'
엄청나게 두꺼운 모피 코트를 둘둘 싸매서 곰처럼 덩치가 커보이는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다들 불편한건 없지?"
오토가 손을 들고 외쳤다.
"중대장님! 건의해도 되는지 여쭈어도 될지 물어도 될지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
"뭔가?"
"각 소대 진지에서 중대 지휘소 쪽으로 통하는 교통호를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헤어만 중대장은 아니꼬운 눈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이등병 주제에...'
하지만 헤어만 중대장은 성공적으로 이 구역을 방어해서 진급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를 허가하였다.
"허가한다!!"
운 좋게 탄약과 폭약이 일찍 보급되어서, 폭약을 터트려서 교통호를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
쿠광!! 쿠구궁!!!
통신병들 또한 폭약을 이용해서 땅에 구멍을 팠다.
쿠과광!!
그렇게 얼어붙은 땅에 구멍을 파고 말뚝을 박아서 전화선을 가설할 수 있었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엄청나게 고생한 덕분에 중대 방어 진지를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추도록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
'으아아...죽겠다...'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난로 근처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이게 위치가 아주 중요했다. 난로에서 멀리 떨어지면 엄청나게 추운데, 난로 가까이 가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다들 방한이 될 수 있는건 모조리 껴입어서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이불 덩어리 같은 몰골로 오두막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두 시간 정도 잤는데, 분대장이 불러서 일을 시켰다.
"너네 나와!"
집행유예 부대에 있는 얼마 안되는 차량을 이 추위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오토는 트럭 엔진 아래에 불을 피워서 시동을 걸고, 기관총 조준경에 연고를 발랐다. 그래도 이 일은 다른 일보다는 나았던 것이, 엔진 아래에 불을 피울때는 그 앞에서 손발을 녹일 수 있다.
다음 날,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멀리 있는 소련군의 진지를 향해서 간헐적으로 포탄을 발사했다.
퍼엉! 퍼엉!!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가 이렇게 포탄을 발사하는 것은 소련군을 기만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탄약이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발사하지도 못하고 한 두 발씩 발사해야 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의 크리스티안이 중얼거렸다.
"이런걸로 기만이 되겠냐?"
그로부터 얼마 뒤, 소련군이 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쿠궁!! 쿠구궁!! 쿠과광!!
경계 부대로 있는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모두 참호 속에서 기관총을 녹이고 있었다.
"빨리!! 빨리 녹여!!"
소련군의 포격이 끝나자마자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모두 기관총 호로 기관총을 들고 가서 설치했다. 그리고 소련군의 T-34 전차 부대가 오기 시작했다.
트드등 트드드드등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소련군을 향해 경박격포를 발사했다.
퍼엉!! 퍼엉!! 퍼엉!!
기관총 사수들 또한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륵 드르륵 드르륵
하지만 소련군 전차 부대는 전방에 대기갑 돌격 저지선으로 계속해서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소련군의 포신이 불을 뿜었다.
티잉! 티이잉!!
"퇴각!! 퇴각!!!"
오토와 집해유예 중대원들은 미리 파둔 참호를 이용해서 허리를 숙이고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퇴각했다.
'으아악!!!'
'좆됐다!!!'
오토 또한 기관총을 분해해서 들고 튀었다.그렇게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간신히 퇴각하고 예비대로 전환했다. 다행히 주 방어부대들이 소련군으로부터 진지를 방어하는 것에 성공했다.
오토와 동료들은 예비대로 전환된 상태로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절망할 힘조차 없었다. 그냥 육체가 아직 살아 있어서 숨을 쉬고 심장이 뛸 뿐이었다. 다들 기진맥진했는데 중대 지휘소에 차량이 한 대 왔다.
'뭐지?'
그리고 그 차량에서는 하이에가 내렸다.
'저 새끼가!!!'
하이에는 중대 지휘소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한참동안 이야기했다. 그 이후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원들이 SS의 관할로 들어가서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이었다.
헬무트가 외쳤다.
"이건 함정이야!!!"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장은 이번 거래를 통하여 후방에 좋은 자리로 보직 변경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장이 중대원들에게 외쳤다.
"귀관들은 나와 같은 훌륭한 중대장과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렇게 오토와 친구들은 돌격대 지도자 하이에에게 경례를 했다. 블라덱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복수야!! 우릴 모두 죽이려는거다!!!'
오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서 있었다. 하이에는 말 없이 경례를 받은 다음 사령부로 향했다. 그리고 명령에 의해 오토와 동료들은 특수 작전에 투입되게 되었다. 볼프강이 중얼거렸다.
"분명히 우릴 다 죽이려는 작전이야. 우린 기만용으로 넣고 다른 부대를 주공으로 쓰겠지."
하지만 소대장에게 작전 브리핑을 들어보니, 놀랍게도 오토와 동료들이 주공으로 임무를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임무가 끝나고 퇴각할 퇴로까지 모두 정해진 상황이었다. 소대장이 외쳤다.
"질문 있나?"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오토와 동료들은 지급받은 무기를 확인했다. 모두 성능이 좋은 무기들이었다. 블라덱이 말했다.
"조심하게! 방아쇠 안 당겨도 격발되는 고장난 총 줬을 수도 있네!"
게오르크가 말했다.
"도대체 저 새끼 뭔 생각이지?"
그 때, 루크 분대장이 들어왔다. 루크는 참고로 하이에와 함께 집행유예 부대에 있었던, 전투에 환장한 녀석이었다. 루크는 전투력이 뛰어났지만 집행유예 부대에서도 폭탄이나 다름없던 새끼였다.
하이에가 슈코르체니에게 발탁되었을때 하이에는 놀랍게도 루크와 같이 SS에 들어왔던 것 이다.(656회 친위대가 된 하이에 편 참고) 루크는 조만간 작전을 하면서 사람을 죽일 생각에 벌써부터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있었다.
어쨋거나 SS에 들어온 이후부터 오토와 동료들은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밀리나는 오토에게 나중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짧은 편지를 보냈다. 오토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서...설마!!'
어머니 에밀라에게서 온 편지에는 마르틴이 부상을 당했다고 적혀 있었다.
오토가 작전을 준비하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내게 돌아갈 기회를 줘!!!!'
한편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 21세기, 루카 파이퍼는 며칠 뒤에 있을 역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루카는 역사를 못했지만 이번에 어떻게던 B는 받아야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반인종차별법의 영향을 받아서, 터스키기 매독 실험,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지 학살, 731 부대 사건이 60년대에 공론화됨...1960년 3월 60운동이 일어남. 이로 인하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일본, 네덜란드의 인종 차별 및 식민지 탄압이 공론화됨...이 전까지는 미국에 버스마다 유색인종 전용 좌석까지 따로 있었구나...'
루카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읽어 보았다. 마틴 루터 킹은 독일의 히틀러와 독일의 이른 반인종차별주의의 법을 칭찬하였다. 하지만 독일 제국이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벌였던 학살에 대해서는 비판했고, 특히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에 대해 열렬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오늘 이 끔찍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은 지금 들어도 감동 그 자체였다. 다음 날 역사 시간에 루카는 반 친구들과 함께 UN 비밀 회의 토론 시간을 가져야 했다. 제비 뽑기를 해서 나온 국가의 대사를 연기해야 하는 것 이다. 루카는 이런 저런 인종차별 사건들을 공부했다.
'인도인 대사가 되는 것이 좋겠군...영국 대사를 비판할 수 있을테니까...아니다 한국인 대사도 좋겠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지! 아프리카 대사도 좋으려나? 포르투갈을 공격하면 되겠군!!'
루카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대사의 제비를 뽑을 수도 있었기에 전세계 각지의 전쟁 범죄에 대해 모조리 공부했다.
'내일 수업은 재미있겠군!'
다음 날 루카는 1교시가 끝나고 이따가 역사 시간에 토론할 것을 공부했다. 그 때, 아나스타샤가 와서 말했다.
"시험 끝나고 이번에 황제 즉위식한다던데..."
아나스타샤는 루카가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주기를 내심 바랬다. 그래서 핸드폰을 보다가 말했다.
"너 밀리터리 채널에서 구독자들이 독일 황제 즉위식 궁금하대! 나도 마침 그 때 갈 것 같은데..."
루카가 말했다.
"황제 즉위식이야 티비에서 보면 되지 뭐."
아나스타샤가 시무룩해졌다. 그 때 엠마가 걸어왔다. 참고로 엠마는 뷰티 유투버를 하고 있었고 루카의 채널과 합동 방송을 해서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루카! 황제 즉위식 때 같이 합동 방송 안할래? 내 구독자들이 보고 싶대!"
"그래. 그 때 딱히 할 것도 없으니까."
아나스타샤가 시무룩해져서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루카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역사 시간 토론 수업을 준비했다. 이윽고 역사 시간이 시작되었고, 루카는 제비를 뽑기 시작했다.
'제발 인도! 아니면 아프리카! 한국!'
[영국]
'이런 시발...'
각각 뽑은 제비에 따라 각 국가의 국기를 이마에 달고는 대사를 연기했다. 엠마는 영국 대사가 되었다. 루카는 심드렁하게 앉아 있었다. 그 때 눈 앞에는 인도 국기를 아나스타샤가 서 있었다. 루카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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