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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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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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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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강호풍운록(좌천 5)

DUMMY

어제까지만 해도 운남지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연휘의 무자비한 구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대원들은, 알지도 못하는 연휘에게 당한 아픔을 삭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억지로라도 운신을 하려 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이미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그들의 정신은, 구태여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연휘가 제안을 해왔다. 숙소에서 망연히 꿈틀거리며 누워있던 그들에게 다가온 연휘는, 제안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일방적인 통고라 할 수 있는 말을 남겨놓고 돌아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연휘를 모르고 있었다. 또한, 그로 인해 자신들이 다시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연휘라 한다. 얼마 전까지 무맹의 척살 1대주로 있다가 운남지대 대주로 발령을 받았다. 지부장으로부터 내 휘하에 백인대가 남아있다고 듣고 왔다. 허나, 이곳에 와서 본 너희들은 나의 휘하에 있을 자격이 없는 놈들뿐이었다. 너희 같은 놈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릴 정도로, 수치스러운 모습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경멸한다는 눈빛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연휘는 자신의 눈빛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시간 이후로 운남지대에는 백인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백인대원이라는 호칭을 내가 용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휘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이 꿈틀거렸다. 그들도 자신들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연휘의 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까닭인 것이다.

“이곳에는 오직 백인대주인 나 연휘만이 있을 뿐이다. 당장이라도 너희 놈들을 내쫒고 싶지만 상처를 입은 놈들이기에 잠시 참기로 했다. 상처가 아무는 즉시 한 놈도 남김없이 이곳 운남지대를 떠나라"

말을 마친 연휘가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그들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자존심에 극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이 정도로 깨어나기에는, 그들의 무혼(武魂)이 너무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허망한 눈빛을 한 채 꿈틀거리는 대원들이 초라한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 동안, 문 앞에까지 갔던 연휘가 문득 멈춰서더니 돌아서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참고로, 억울하다고 생각을 하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는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 단, 기한은 한 달 이다. 앞으로 한 달 안에 몸을 추리고 덤비도록. 복수를 허용한 기한까지는 이곳에 머무는 것을 용납한다는 말이다. 아니, 아예 한 달 뒤에 너희 놈들 모두 몸을 추리고 다시 한 판 붙자. 네놈들은 내게 당한 복수를 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무맹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을 다독일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닌가? 개인으로 덤벼도 좋고, 네놈들 모두가 떼거지로 덤벼들어도 좋다. 어차피 네놈들은 오늘처럼 누워 있는 신세가 될 테니까. 그럼, 한 달 뒤에 보자."

그것이 어제의 일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 신음처럼 한 마디를 뱉은 것이 기화(奇貨)가 되어 타올랐다.

"으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입이 막혀 억지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주위에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게 시작 되었던 것이다.

"흐흐, 아니지. 이건 아니지."

중얼거리더니 기어코 고함을 지르며 벌떡 난다.

"연휘...! 이노옴...!"

목이 터져라 연휘를 부르짖는 사내의 눈에서는 핏물이 설핏 흐르고 있었다. 연휘에게 처음 나섰던 사내였다.

"내 반드시 네놈의 낯짝을 짓밟아 버리고 말겠다!"

그 사내의 행동에 대원들의 잠들어 있던 오기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눈빛에 살기가 감돌면서 주먹을 움켜쥐고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둘 일어나더니 어느새 일백 명이 모두 일어섰다. 그들이 뿜어내는 분노의 감정에 지대 건물의 낡은 판자들이 들썩이며 비명을 토하는 듯 보였다.

처음에 고함을 지르며 분노에 떨던 사내가 일갈(一喝)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나는 죽었다. 그놈의 심장을 씹기 전에는 숨을 쉬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미친 칼 이라 불리던 나다. 광도(狂刀) 조찬이 바로 나란 말이다. 파벌을 이룬 놈들로부터 당한 것만으로도 절대 부족하지 않게 당해왔다. 참고 또 참아가며 지금까지 억지로 버텨왔는데, 연휘 따위의 하찮은 애송이한테 까지 수모를 당했다. 더 이상 굴욕은 없다. 그놈에게 복수 하고픈 놈들은 모여라. 한 달 뒤에 그놈의 심장을 씹고 죽자. 같이 복수 할 놈들은 연무장으로 나를 따르라."

오랜 시간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광도 조찬의 피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연무장에서 몸부림치는 시간에 연휘는, 운남지부의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뒷산이라 하지만 꽤나 높은 산이다. 운남지부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도 되는 듯 넓은 품으로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산인 것이다.

등에는 큼지막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제법 가파른 형세의 산을 어렵지 않게 오르는 연휘다.

한 시진(時辰) 만에 정상에 도달했지만 생각했던 장소가 아니었던지, 다시 내려오며 산 주위를 돌아다녔다. 두 시진 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제법 널찍한 공터를 발견하고는 마땅한 곳이었던지 짐을 내려놓았다.


공터 옆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한쪽으로는 제법 가파른 경사를 가진 절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휘가 공터 한쪽에 내려놓은 보따리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어 정리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마른 육포를 비롯한 음식류와 비도, 대검, 단궁등의 무기류들이다. 서역에서 건너온 천리경도 보인다.

운남지대원들에 대한 것은 이미 기억에 없었다. 그들을 생각하기에는 연휘의 적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인 것이다. 연휘의 머릿속에는 오직 파벌에 대한 분노만이 남아 있었다. 특히, 제갈윤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곤두서는 연휘였다. 그들을 이대로 두기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력도 없이 혼자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상대이기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연휘의 혈기가 너무 거셌다.

좀 더 실력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한 달 이면 충분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모처럼 맞는 수련시간 이었다. 분노와는 다른 두근거림이 연휘의 가슴에 일고 있는 것이다.

십대고수와 맞붙는다 해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이름만으로 십대고수가 된 것은 아닐 터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부상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하나를 상대하고 부상을 당한다면 두 번째 상대는 좀 더 어려워 질 것이고, 그렇게 상처가 늘어나다 보면 그들의 반도 상대를 못하고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더구나 하나하나 개인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파벌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니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호를 종횡한지 십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꺼내 놓지 않았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안 쓰던 것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리 수련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그 때 시작할 것이다. 파벌들에 대한 응징을.

그것의 시작은 일단 자신의 몸을 최상의 전투상태로 만드는 것이며, 응징에 대한 수단과 방법은 그 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분노에 불타는 연휘의 연무(鍊武)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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