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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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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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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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강호풍운록(좌천 7)

DUMMY

"와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휘의 몸이 좌측을 향해 돌아섰다. 순간 당황한 대원의 목젖이 눈앞에 보이더니 바로 사라진다. 연휘의 왼손 날이 벌써 치고 지나간 것이다. 뒤늦게 목젖을 강타당한 대원의 "끅끅"거리는 소리가 잔향(殘響)으로 남았을 뿐이다.

이미 연휘의 신형은 옆에 멍하니 서있던 또 다른 대원에게로 향했다. 왼발을 한발 내밀고 무릎을 슬쩍 굽히자, 자연스레 자세가 낮아지며 오른쪽 주먹이 사내의 복부로 박혀들었다. 숨도 못 쉬고 대원하나가 고꾸라졌다.

몸짓 하나하나가 철저히 계산되어 움직였다. 손짓에 이은 발걸음과 그에 따르는 주먹. 모든 것을 순간순간 계산하며 뻗어내는 익숙한 동작인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많았다. 원 없이 춤사위를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아낌없이 퍼붓기로 한 연휘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탄력을 받은 몸이 좀 더 자세를 낮추자 무방비 상태의 무릎이 들어온다. 맨 처음 목젖을 치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던 왼쪽 손날이 어느새 주먹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내의 무릎이 부숴 졌다. 왼발로 옮겨진 중심에 의해 회전을 하게 된 오른발이 곧추서더니, 옆에 있던 사내의 발목을 감고 돌아갔다.

멈춰진 오른발로 또 다시 중심을 이동시키자 왼발이 가벼워진 연휘다. 회전하던 탄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왼쪽발이, 진행방향에 놓여있던 대원의 허리에 작렬한다. 펼쳐져 있던 두 손의 장심은, 키가 작은 대원들 둘의 이마를 밀어 버렸다. 바로 이마가 부풀어 오르며 넘어간다.

앞으로 옮겨진 중심을 따라 두 발짝을 내딛자, 놀란 채 눈만 껌뻑 거리고 있는 대원의 얼굴이 시야로 확 들어온다, 가볍게 머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안면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리며, 연휘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엄지를 있는 대로 활짝 젖히고 어깨선을 따라 옆으로 힘 있게 내 뻗으니, 두 명의 대원이 목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갔다.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는 대원들이다.

한 호흡이다. 숨도 쉬지 않고 휘몰아친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와라!" 한 마디 던지고 난 뒤의 일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서있던 대원들이 미처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단 한 호흡의 순간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그 찰나의 시간에 열 명의 대원이 전투력을 상실했다.

연휘의 동작 속에는 가벼운 손짓 발짓으로 보여 지고 있었지만, 강한 회전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순간순간의 타격에 당한 상대가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여유를 두지 않고 바로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전체 일백의 인원 중에서 열 명의 대원이 한 호흡 만에 무기력해지자, 대원들이 부지불식간에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연휘와의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거리라고 해봐야 십 보 안쪽이었다. 그 정도로는 연휘의 공격을 감당 할 수 없었다. 앞 열의 대원들이 물러남으로 인해 오히려 대원들 간의 거리는 좁혀졌다.

발 구름 두 번 만에 대원들 속으로 파고 들어간 연휘다. 놀란 양떼 사이에 뛰어든 굶주린 늑대였다. 양떼들은 반격할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철저히 궤멸 당해야만 했다.

상대 하나에 한 번의 공격뿐이었다. 두 번의 공격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연휘가 익힌 체술의 위력이다. 그것도 자연기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순수한 체술 만으로 조장급 이상의 무인들로부터 전투력을 빼앗은 것이다. 그럼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단지 호흡만이 약간 거칠어 졌을 뿐인 것이다.

자신의 도를 들고 서있던 광도 조찬이 무릎을 꿇었다. 연휘가 앞에 선 순간이었다. 지휘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미처 어찌 해 볼 틈도 없이 끝장이 난 것이다. 대원들이 쓰러질 때마다 자신이 당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싸워보기도 전에 벌써 수십 번을 뒹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연휘가 앞에 서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러자 칼을 맞대는 것은 고사하고 겨눠보지도 못한 채로 다리가 풀리면서, 의지마저도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무릎을 꿇은 조찬의 턱이 연휘의 발등에 걸렸다.

"빠각!"

턱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조찬은 정신을 잃었다.


연휘의 신형이 연무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투력을 상실하고 널브러진 대원들을 몽둥이로 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의 구타와 다른 것은 지금의 몽둥이질에는 자연기를 주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널브러진 대원들의 전신 구석구석에 자연기의 효용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픔은 오히려 지난번의 구타보다 더욱 심했다. 거기에 더해 극한의 무력감이 대원들의 정신을 잠식하고 있었다. 심각한 고통이 육체를 헤집고 있었지만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도 못했다. 아니, 느낄 수가 없었다. 허무했기 때문이다. 너무 극심한 허무감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 놓은 것이다.

한 달 동안 극고의 인내를 동반한 수련을 거침으로, 전성기 때의 기량을 거의 회복했다고 생각했었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파벌들 중에서 웬만한 세가나 문파 하나쯤은, 요절을 낼 수도 있다고 자신했던 그들이었다. 수년전 현직에 있을 때의 창창하던 모습들을 현재로 재현해 냈다고 자부했었던 것이다.

조장급 이상으로만 구성된 백인대였다. 무맹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척살대도 이런 구성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 년 만에 가슴이 뛰던 대원들이었다. 운남으로 쫓기듯 내려오고 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자부심이었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연휘의 운남행과 무자비한 구타가, 그들로 하여금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었다. 연휘의 몽둥이와 뼈를 가르는 아픈 말 한마디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자신들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인정받고 싶어 했다. 우리가 원래 이런 사람들 이라고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흥분된 감정을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잔뜩 긴장을 한 채로 연휘를 맞이했었다.

그랬는데... 그렇게 자신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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