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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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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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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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3)

DUMMY

오만방자란 말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도무지 주변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배려도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 사람은 세상이 자신들의 것이라도 되는 양 설치고 있었다. 탁자를 날라다 서로 붙이고 의자를 끌어다 놓는 둥, 한동안 부산스럽게 움직이고들 있었다. 잠시 후 자리가 마련되고 모두 앉았는지 객잔 내부가 조용해졌다.

삼층에는 대충 둘러보아도 오십여 개의 탁자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들이 들어오기 전에 열 몇 개의 탁자에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후식으로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자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후원 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머지가 반대편 관도 쪽으로 자리를 잡아 중앙은 텅 빈 상태였다. 이십여 명의 무리가 들어오면서 중앙에 자리를 차지하자, 삼층은 사람들로 꽉 찬 느낌이 들면서 공기가 상당히 탁해지고 있었다.

무리의 안하무인격인 행동에도 별다른 말들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손님들이었다. 공연히 잘못 나섰다가 시비가 붙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간의 심리란 이런 상황에서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연휘에게 있어서는 귀찮을 뿐이었으며 앞에 앉은 진여송은 연휘가 신경을 안 쓰는 상황이기에, 수하된 입장으로 나서기도 그렇고 해서 술잔만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그들끼리 떠들어대며 소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느덧 주문한 음식이 점소이들에게 들려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전예약도 안된 상태에서 나오다 보니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술항아리를 들고 들어오던 점소이들이 사단(事端)을 일으켰다. 셋이서 낑낑대며 커다란 술항아리를 들고 오다가 뒷걸음질 치며 안간힘을 쓰던 점소이가, 그들의 탁자를 지척에 둔 상태에서 그만 다리가 꼬이고 만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술항아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가 꼬인 점소이가 공교롭게도 설치던 자에게 넘어지고 만 것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점소이의 사과로 그냥 넘겨버렸을 상황이었지만, 값비싼 비단옷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자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런 자들일수록 아주 사소한 일에도 모욕을 느끼는 법이다. 또한 쥐꼬리보다도 못한 힘을 갖고 있는 이들은,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자들에게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었다.

비호도(飛虎刀) 악충이 바로 그러한 자들의 전형적인 인간이었다. 강호에 이름도 내밀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인간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없던 힘까지 내며 광분하는 인간쓰레기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신분은 다섯 개의 파벌들 중에서 언가에 빌붙어, 그들의 힘을 빌려 세를 불리려 하는 산동 악가의 장자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욕설과 더불어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쫘악!”

좌중에 있는 일행들에게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 점소이의 멱살을 잡더니 따귀를 올려붙인 것이다.

“아이고!”

“쩌억! 쿠당탕!”

“촤악!”

그런데 하필이면 따귀를 맞은 점소이가 술항아리를 들고 있던 동료들에게로 넘어지며, 술이 가득 들어있던 항아리가 깨졌다. 항아리 속에서 출렁대던 향기롭던 술이 사방으로 퍼지자, 주변에 있던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갔다. 연휘의 탁자에도 튀었으나,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일정 영역에서 멈추더니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것을 눈여겨 볼 사람은 없었다. 자신들의 문제가 더 다급했던 것이다. 호들갑을 떨어대며 옷에 묻은 술을 닦느라 난리도 아니다.

이쯤 되자 하나둘씩 눈치를 보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적반하장 악충은 이런 상황이 점소이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려는 지, 더욱 세차게 점소이를 닦달하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자들의 보편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일행 중에서 악충을 말리려는 행동을 보인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모처럼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는 듯, 고개를 빼들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서넛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있었지만 그들도 굳이 나서서 말리지는 않았다. 말리는 자가 없자 오히려 멍석을 깔아놓기라도 한 것처럼 제 흥에 겨워 더욱 난폭해지는 악충이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점소이들을 싸잡아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한다. 점소이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객잔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그 소리에 고무된 악충의 행패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삼층이 난장판이 되어 버리자, 그나마 남아있던 손님들이 어느새 삼층을 비우고 있었다.

그때 악충의 번들거리던 눈이 무언가 흥밋거리를 발견한 것처럼 번뜩였다. 그 자리를 피해 삼층을 벗어나려던 손님들 중에, 주종 간으로 보이는 소녀와 노인이 눈에 뜨인 것이다. 눈에 확 뜨이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꽤나 예쁘장한 십육 세가량의 소녀와, 그녀를 보호하듯 서둘러 계단으로 향하던 노인이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악충으로부터 던져진 점소이가 노인과 소녀를 덮쳤다. 그로 인해 노인과 소녀가 엉켜 쓰러졌다. 그것을 보고 당황스런 몸짓으로 소녀에게 다가가는 악충이다.

그러면서 점소이를 또 나쁜 놈으로 몰며 호되게 다그친다. 그러고는 소녀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소녀가 두려운 눈빛을 하며 악충의 손을 피했다. 그쯤은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악충이다.

“소저, 어디 상한 곳은 없으신지... 저 놈이 넘어질 곳이 엎어서 하필 소저에게 넘어진단 말이요...”

어거지로 소녀를 잡아 일으키고는, 얄팍한 수단으로 접근하며 호의를 보인다.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이다.

“연노!”

소녀가 악충의 손에서 급히 빠져 나가려 노인을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벌써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는 것이다. 워낙 노쇠한데다 점소이가 부딪히면서 받은 충격. 그리고 쓰러지면서 바닥에 즐비하게 널려있던 항아리 조각의 날카로운 부분에 머리를 찔리며 죽어버린 것이다.

“연노? 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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