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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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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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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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의기 義氣 5)

DUMMY

언가 삼형제와 그 수하들로 보이는 여섯. 그들이 장내에 나타난 순간 공기가 묵직해졌다. 언운, 언륭, 언철 삼형제로 세쌍둥이다. 단지 배경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각종 혜택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벌써 소문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유명인사인 것이다.


무맹에는 배경이 없는 자들은 감히 꿈조차도 꿀 수 없는 무력단체가 있었다. 각기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금웅(金熊)단이 그것인데, 다섯 개의 파벌이 하나씩의 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각 단에는 이십대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오대를 비롯해서, 삼십대의 사대, 사십대의 삼대, 오십대의 이대, 그리고 육십 대 이상의 노 고수들로 구성된 일대의 다섯 개 부대가 있었다.

오대의 인원이 가장 많아서 그들은 또 일백 명씩 일곱 개의 부대로 편성되었으며, 사대의 경우는 오개대로, 삼대의 경우는 삼 개 대, 이대의 경우는 일백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대의 경우에는 대원이 몇 명인지 대주가 누구인지 조차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언가의 삼형제들은 백호단의 오대에 속해 있었다. 언가가 속한 남궁파벌이 백호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인데, 맏이인 언운이 대주였으며 둘째인 언륭이 부대주로 있는 것이다.

지금 이십구 세의 나이였기 때문에 이년만 지나면 사대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사대의 평 대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각기 이십 명의 조원들을 거느리는 조장 급으로 가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직계(直系)와 방계(傍系)의 차이였다. 방계의 경우에는 평대원으로 가서 말년이 돼야 부대주까지 갈 수 있는 반면에, 직계는 조장부터 시작해서 대주가 되게끔 되어 있었다. 그것이 무맹의 인사구조였다. 철저한 파벌과 족벌로 운영되는 무맹인 것이다.


그런 이력을 갖고 있는 언가의 형제들이다 보니, 턱 끝으로 사람을 부려온 오만한 자의 기운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었다. 중압감을 풍기는 그들의 전신에서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중이다.

그들은 삼층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악충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악충의 일행들 중에서 몇몇 안면이 있는 자들도 보았었다. 하지만, 꿈틀거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잠깐의 시선을 준 것 외에는 곧바로 연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악충일행을 일별한 언운에게 그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코 동정심이나 안타까움 따위의 사치스런 감정은 들어있지 않았다.

악충은 이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쓸모 있는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조금만 기름칠을 해주면 알아서 잘 돌아가는 그런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완전히 망가져 버린 물건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차지할 자리가 없었다. 폐기 처리된 물건에 미련을 두기에는 고만고만한 물건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중에 괜찮은 것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록 쓰레기들일 망정 자신들의 물건이었다. 그런 자신들의 물건을, 누군가가 주인인 자신들의 허락도 없이 뭉개 놨다. 조금만 망가져버려도 고쳐서 다시 쓴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지만, 아예 고칠 수 없도록 부숴버렸다. 극도로 자존심이 상했다.


있는 자는 항상 겸허하게 행동하며 진중하게 마음을 닦아야 한다. 그렇게 자기 수양에 대한 노력이 없게 되면 남의 것은 하나라도 더 빼앗고 자기 것은 더욱 아끼게 되면서, 없는 자들을 핍박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그런 성정이 남들보다 월등히 심했다.

악충과 같은 자들이 세인들의 지탄을 받든지 말든지, 그것은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소모품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버려지는 것은 자신들이 버릴 경우에 한해서였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폐기하는 것이지, 이처럼 남의 손에 의해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은 무시당하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또다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응징을 가해야 했다.

모종의 일 때문에 운남으로 왔지만 일단은 명예회복부터 해야만 했다. 그렇다. 이들은 악충이 당한 것을 자신들의 명예가 회손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밖에는 삼백 명의 수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이 도주하려 생각한다면 언가의 힘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객잔은 물론 주변에도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 피한 것이다.

언륭이 뒤에 서있던 호위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마석! 쓰레기들을 치워라!”

“존명!”

마석이라 불린 호위가 밖에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을 부르더니, 순식간에 악충과 일행들을 치워버렸다. 말 그대로 쓰레기더미를 운반하는 것처럼, 어디서 구했는지 낡은 천들을 가져와서는 둘둘 말아 메고 나간 것이다.

“누구냐!”

연휘를 보며 언철이 뱉어낸 말이다. 자존심을 다친 만큼 그의 기세는 대단했다.


이때 연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여송과 비교해 보고 있었다. 예전의 진여송 이었다면 이들 개개인과의 승부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자연기로 인한 위기 대처능력이 있었다. 쉽게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당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객잔 밖에 있는 이들의 떨거지들도 그리 녹록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비록 백호단의 정예들은 아니었지만, 언가의 주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진여송이 떨거지들과 겨룬다고 해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전투 때 이런 상황도 충분히 겪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휘는 진여송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쌍둥이를 상대할 것인지, 아니면 떨거지들을 상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인 것이다. 거기에 조건이 붙었다. 경미한 상처는 용납하겠지만 중상이나 사망은 결코 그냥두지 않겠다는 엄포와 함께, 이겼을 경우 특별한 선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진여송은 머리가 아팠다. 어떤 선택을 해야 최대한 몸을 상하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 때문이었다. 어떤 놈들이 상대가 되든지 이긴다는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허접한 쓰레기들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자들인 것이다. 떨거지들은 그들대로 쪽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어차피 둘 중에 하나라면, 머리를 쳐야 나름대로 이름값이 붙을 것이야.’

그의 선택이 정해졌다.

연휘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어느새 객잔밖에 서있는 것이다. 당연히 언철의 물음은 진여송이 대답해야만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들은 무시를 당해야만 했다. 대답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진여송이 느닷없이 공격해 들어온 것이다.

연휘가 사라진 순간, 그의 신형을 찾느라 눈을 돌리고 있던 언철이 진여송의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 그에게 한걸음으로 다가간 진여송의 발이 사타구니를 올려 찬 것이다.

무인은 감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언철도 나름대로 고수라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감각이 있었다. 진여송이 다가왔을 때 이미 수비를 위한 동작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체를 약간 굽히고 급하게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는 진여송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사타구니를 공격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짓거리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언철은 남자로서의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터져 버린 것이다.

“끄윽! 끄흐흐”

언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억눌린 것처럼 답답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언운과 언륭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가, 용암처럼 뜨겁게 객잔을 휘돌았다.

그렇게 이들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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