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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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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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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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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형, 표정이 왜 그래? 괜찮아?”

“....일단 합류하자. 2층에서 빠져나가려면 저 새끼들 정신 팔린 지금이 기회다.”

“알았어. 그런데 우리가 가면 로비에 있는 괴물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일단 움직여.”


나는 절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숨기며 일행들을 데리고 계단으로 합류했다.


“이 쓰레기 새끼들 얼굴 색깔 좋은 거봐라! 도대체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 물건을 약탈하며 괴롭힌 거야!”

“준호 아저씨, 이 새끼들 이상한데요? 저희를 기다렸다고 하기에는 그 나쁜 새끼도 안 보여요.”

“그건 그런데.... 음?”


과연 이준호와 그의 일행들이었다.

고작 4명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수십 명이 넘어가는 약탈자들이 계단 곳곳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


그는 2층 입구에서 나온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2층으로 도망쳤던 녀석들이 있었나? 뭐, 상관은 없겠지. 찬식아! 저 녀석들이랑 뒤에 있는 괴물들은 너한테 맡기마!”

“아씨! 왜 귀찮은 거만 저한테 맡겨요!!”

“그게 싫으면 네가 나이 더 먹던가! 그럼 부탁한다!”


이준호는 그 말을 끝으로 홀로 1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그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 잠깐의 사이에.


“아휴.... 진짜 내가 나이만 더 많았으면 콱 꿀밤이라도 한 대 갈기는 건데.”

“크크, 네가 퍽이나 그랬겠다. 그리고 준호 아저씨 성격에 가만히 있었겠냐? 바로 꿀밤 두 대로 복수했을 걸?”

“그건 그렇지.... 하. 어쨌든 빨리 처리하고 우리도 내려가죠.”


찬식이라 불린 남자와 그의 일행 두 사람이 뚜벅뚜벅 내게로 다가왔다.


“유성이 형, 이거 더 나쁜 새끼들인 거 같은데요? 저희 망한 거 아닙니까?”

“혀, 형님.... 그보다 뒤에 괴물들이....”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우선 뒤로 붙은 괴물들을 먼저 상대했다.

그러면서 힐끔 뒤를 보니 찬식이라 불린 젊은 남자는 고민에 빠진 눈치였다.


“현미 누님, 저 사람들 약탈자 아닌 거 같지 않습니까? 약탈자라고 보기에는 옷에 녹색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직접 물어보든가.”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왜 승질을....”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기가 죽은 찬식이라 사람이 내 뒤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기요. 바쁘신 거 같은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예, 하세요. 참고로 약탈자는 아닙니다. 저희는 2층을 클리어하고 위로 올라가려던 도중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왠지... 제가 딱 봤는데 그래 보이더라고요. 제가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빠른 편이거든요. 아! 그쪽으로 괴물 한 마리 새네요.”

“이크! 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터지게 싸우는 사람 뒤에서 태연히 질문을 던지는 거나, 태평하게 대답하는 나나 이상한 건 마찬가지.


성호와 서진이를 포함해 그쪽 일행들도 우리 두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와 그 남자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이미 이름과 나이까지 밝힌 직후였다.


“아 그러면 형이시네! 유성이 형이라 부를게요.”

“편한 대로. 반말해도 괜찮지?”

“예. 다들 그래요. 저도 그게 편하고요. 그런데 약탈자 녀석들이랑은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건 왜?”

“아니 딱 보니까 녀석들이 형을 기다리던 거 같아서요. 저희를 기다렸다고 하기에는 뭔가 허술하다고 할까.”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박찬식.

과거에 만났던 적은 없지만 준호 아저씨를 통해 여러 번 들었던 적이 있던 사람이다.

아저씨가 말했던 박찬식은 자주 덤벙 되며 어설프지만, 머리가 비상해 아저씨 일행의 실질적인 리더라 들었다.


“죽이려고 따라오길래 식량을 조금 태웠더니 저러네. 진짜 조금밖에 안 태웠는데.”

“그 귀한 식량을요? 와.... 형도 제정신은 아니네요.”

“이런 세상에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건 맞죠.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럼 저희는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아! 그리고 이건..... 선물!”


내가 순순히 전부 답해주자, 박찬식이 등에 메고 있던 식량 가방을 내게 주었다.

본인 입으로도 식량이 귀하다 했으면서 처음 본 내게 보이는 호의치고는 과한 편이었다.


“박찬식! 그만하고 빨리 와.”

“예! 잠시만요.”


하지만 그들의 일행 중 그 누구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에게 그 정도 식량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그럼 형, 위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볼게요!”

“잠깐만. 지금 너희 일행이 있는 층이 몇 층이지?”

“8층이요. 그런데 며칠 내로 9층으로 올라갈 거 같긴 해요. 그럼 진짜 안녕!”


박찬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친구였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가는 그를 잡지 않았다.


“형, 식량까지 주는 걸 보면 좋은 사람들 같은데 함께하자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잠깐은 좋겠지. 하지만 결국 그만큼 우리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소리야.”


8층을 돌파하기 직전이라면 최소 30레벨에 근접했다는 소리.

더군다나 이준호를 포함해 그의 일행들은 모두 꽤 높은 영웅 등급 직업이었다.

그건 과거 이준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런 그들과 함께한다는 건 편함을 선택하는 대신 성장을 포기한다는 것.


‘....생존 게임에서 약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


과거의 나였다면 그들을 붙잡았겠지만, 현재의 나는 다르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이점과 새로 부여받은 영웅 백과사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기 능력까지.

나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도 성장을 포기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바로 올라가자. 서진아, 식량은 어느 정도냐?”

“이거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 있는데요? 통조림이랑 초코바 위주라 10일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10일. 일반 구역이라면 모를까, 이벤트 구역에서 5층까지 올라가기에는 조금은 빠듯한 시간.


나는 계단을 오르는 일행들을 둘러보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이들을 데리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

지금 제일 좋은 건 이준호가 10층을 돌파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층을 올라 합류하는 것인데.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예? 형, 뭐가요?”

“성호야! 너 꼭 방패를 들어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뭐.... 그렇죠? 형도 아시잖아요. 고블린한테 방패를 뺏기 전에는 나무판자를 들고 다녔던 거.”


맞다. 그 조잡한 나무판자로 내 목숨을 구해주었기에 똑똑히 기억이 난다.


“어쨌든 방패처럼 들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거지?”

“예, 지금까지는 그래요. 근데 왜요?”


더 안전하면서 빠르게 올라가려면 내가 아닌 진성호가 강해져야 한다.

이미 나는 2구역에서 꽤나 강한 편에 속했고, 만약 성호가 그런 나를 서포트 해줄 정도까지 성장한다면.


‘층을 고속으로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문제는 그러려면 제일 먼저 좋은 방패를 구해야 한다는 건데.

딱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3층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겠는데?”


벌써부터 우리를 다시 만났을 때 준호 아저씨와 박찬식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가 기대가 된다.



* * *



3층 진입 2일 차.


“형!! 왼쪽에 두 마리!!”

“알고 있어! 넌 오른쪽을 막아! 절미야, 어그로!”

“캉캉!!”

“형님들! 제가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이기는 편 우리팀!!”


우리가 자세를 잡자 때를 맞춰 괴물들이 덤벼들었다.


“키에에엑-!!”

“크흡! 벌레 새끼라 그런지 몸통이 찢어져도 죽지를 않네!”


3층의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은, 자이언트 엔트.

말 그대로 거대한 개미 괴물이었다.

녀석들은 하급종이면서도 벌레라는 특성 때문인지 머리통을 완전히 부수지 않는 이상 좀비처럼 달려들었다.


콰직!!


“여기는 끝! 서진아, 뒤는 어때?”


꿈틀거리며 아직도 살아 있는 개미의 머리를 짓밟으며 물었다.


“예, 형님! 세 마리가 오고 있었는데 절미가 반대쪽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럼 녀석들이 또 나타나기 전에 다음 통로로 넘어가자. 절미 소환 해제.”


우리가 현재 있는 장소는 십자가 모양의 통로 중심이었다.

나는 그중 미리 봐둔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방패 대신 개미의 등껍질을 들고 있던 성호가 입을 열었다.


“형, 이상하지 않아? 어제부터 계속 돌아다녔는데도 끝이 안 보이는데? 빌딩 크기를 생각하면 말이 안 돼.”


날카로운 질문이다.

성호의 말처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움직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긴 했다.

하지만 이곳이 생존 게임의 무대라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상한 건 2층부터 이상했어. 2층도 1층에 비해서 최소 반배는 더 컸었잖아.”

“그러고 보니까.... 그것도 그러네?”

“지금 상황을 보면 위로 올라갈수록 층의 크기가 커지는 걸지도 몰라.”


잘 모른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

과거에도 백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있음에도 두 달이 넘게 걸렸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특히 이번 3층처럼 미로 형태 구간은 길을 모르면 돌파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비된다.

그래서 길 찾기 능력자들이 구역이 높아질수록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었고.

하지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벤트 구역이라 해도 목적지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야. 여기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에 직진하고....’


과거 3층을 돌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가.

1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눈만 감으면 선명히 그때의 노력과 고생이 떠오를 정도다.

나는 그 기억을 바탕으로 망설임 없이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키에에엑-!!”

“앞에 두 마리!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돌파한다! 절미 소환!”

“캉캉!!”

“형! 한 마리는 내가 붙들고 있을게!”


이제는 성호와 제법 호흡이 잘 맞았다.

성호는 나보다 빨리 앞으로 움직이더니 개미 등껍질 방패를 이용해 괴물 한 마리를 툭 치고는 유인했다.

공격이 수월하게 내게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다.


“쓰읍.... 하아압!!”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로 당겼던 팔을 힘차게 내뻗었다.

그러자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 검날의 끝이 일격에 개미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직!!


“하아.... 옛날에는 진짜 힘들게 잡았던 녀석인데. 지금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네.”


2구역을 들어선 뒤부터 계속된 사냥.

그 사냥이 나를 점점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슬쩍 상태창을 확인하니 벌써 레벨이 14였다.


“어쩌면 10층에 도착했을 때, 준호 아저씨를 따라 잡을.....”

“아니 형!! 안 도와줘? 이 괴물 새끼 턱에 걸리는 순간 팔 아작 나는 거 한순간이라고!”

“....엄살은.”

“엄살? 아씨! 진짜 형이라 욕할 수도 없고!”


나는 성호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기 전에 괴물에게 달려들어 녀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뒤에서 구경하던 서진이가 다가왔다.


“헤헤, 형님. 그럼 전리품 수거 좀 하겠습니다.”

“나중에 쓸 생각이니까 최대한 깔끔이 떼어내라.”

“그건 또 제 전문 아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김서진은 자신 있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단검으로 괴물의 사체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3층에 들어선 뒤 녀석에게 맡긴 임무였다.

녀석은 두 마리의 괴물 사체에서 흉측하게 생긴 턱 이빨을 떼어냈다.


“캉캉!!”

“음? 왜 절미야. 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중 절미가 짖어 시선을 돌리다 이상한 걸 발견했다.

오른쪽 통로로 이어진 길 끝 쪽에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 모를 괴물 혹은 인간이 서성이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없던 사람이었다.


“....사람?”


내 기억으로 3층에서 등장하는 건 자이언트 엔트와 준보스급 괴물인 포이즌 엔트뿐.

분명히 사람 형태의 괴물은 없었다.

더군다나 저자가 입은 로브는 누가 봐도 인간의 손길이 닿은 옷이다.


나는 일행에게 경계하라 손짓하고 조심스럽게 그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사람입니까?”

“께룩? 저는 개구리입니다만.”

“예?”


갑자기 웬 개구리.

뜬금없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자, 녀석이 로브의 후드 부분을 벗었다. 그런데.


“형, 진짜 개구린데?”


성호의 말처럼 진짜 개구리였다.

단지 조금 아니, 개구리치고는 매우 큰 개구리랄까.

내가 당황해서 잠시 멈칫하자, 녀석이 큼지막한 입을 벌리고 희죽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께룩! 헤헤! 저는 보부상입니다용! 저한테 괜찮은 물건이 있는데 한 번 보실래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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