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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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무지개
작품등록일 :
2021.04.23 22:21
최근연재일 :
2021.11.29 21:42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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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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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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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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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1장 검은 물 - 2

DUMMY

높이 솟아오른 태양은 푸른 초원의 풀밭을 비추고 있었다.


화영웅은 풀밭 길 한 가운데 말고삐를 잡은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는 영웅의 엄마와 담담한 표정을 한 화국충이 서 있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영웅의 눈동자는 여느 때 보다 맑고 초롱초롱했으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영웅을 향해 말했다.


“가지 말거라 영웅아, 응?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흑흑흑······.”


새삼 밀려드는 걱정과 서운함에 엄마의 울음이 더욱 깊어졌다.


영웅은 엄마를 품에 꼭 안으며 미소 띤 채 말했다.


“아들 좀 믿어! 세상구경이나 실컷 하고 무사히 돌아 올 테니까!”


엄마는 투정이라도 부리듯 영웅을 가볍게 밀쳐내며 화국충을 노려보았다.


“당신도 그렇지······.아무리 사내놈이라도 혼자 세상구경을 나가겠다고 하는데 대뜸 허락을 해요? 그러고도 당신이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요?”


화국충은 먼 산을 바라보며 조금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혼자 보내도 될 만하기에 보내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만약 영웅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화국충을 타박하는 엄마의 목소리엔 짙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당분간 화국충은 따끈한 국을 얻어먹기 힘들 듯 싶었다.


화국충은 눈물 고인 원망의 눈으로 노려보는 아내의 시선을 외면한 채 영웅에게 한 자루 검을 내밀었다.


“가져가거라.


영웅은 화국충에게서 받은 검을 살펴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건 아버지가 아끼는 검인데······.”


“그 검을 네게 준 이유를 알겠느냐? 그 검은 반드시 의(義)와 도리(道理)를 지켜야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영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으면 지체 말고 얼른 떠나거라”


영웅은 화국충과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허락해줘서······.’


영웅은 가볍게 몸을 솟구쳐 말에 올라탔다.


엄마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영웅의 한 손을 붙잡았다.


“위험한 일엔 절대 끼어들지 말거라, 알았지?”


영웅은 자신의 한 손을 잡은 엄마의 손에 남은 한 손을 올리며 걱정 말라는 듯 미소 띤 얼굴을 끄덕였다.


“이렷!"


영웅을 태운 말은 힘차게 풀숲 길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바라보는 화국충과 엄마를 뒤로한 채 영웅이 탄 말은 더욱 더 멀어져갔다.




북경성(北京城)


유위강, 맥자웅, 임충관은 나란히 말 위에 앉아 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진공공의 거대한 저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위강은 작은 망원경을 오른쪽 눈에 댄 채 거대한 저택 곳곳을 살펴보았다.


유위강!

그는 황제를 호위 하는 금의위의 최고 지휘관 세 명중 한 명이다. 일에 있어선 냉철하나 가끔 말과 행동이 다른 게 흠이었다.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 오뚝한 코를 지닌 유위강은 마치 서양인처럼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는 사내였다.


맥자웅이 망원경으로 저택을 살피고 있는 유위강에게 물었다.


“은밀하게 잠입할 수 있겠어?”


맥자웅!

그 역시 황제를 호위하는 금의위의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이다.


문무(文武)를 겸비, 부호세가의 장손이었으나 어느 날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하고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려 하였다.


하지만 육 개월 만에 파계승이 된 그는 뛰어난 무공을 인정받아 황제를 호위 하는 금의위 소속 지휘관 중 한명이 되었다.


맥자웅이 파계승이 되어 절에서 쫓겨난 건 그의 훤칠하고도 의젓한 풍모가 한몫 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절에 불공을 드리러 온 늙은 부호의 못생긴 아내가 스님인 맥자웅에게 반한 사건이 있었다.


십여 일 넘게 꼬리를 쳤지만 맥자웅이 끝내 받아주지 않자 앙심을 품은 그녀는 주지스님에게 겁탈을 당할 뻔 했다고 모함을 했다. 결국 그는 변명할 틈도 없이 파계승이 되고 말았다.


맥자웅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게다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시(詩)에 능했으며 고문(古文)에 통달하였다. 품성은 타고난 풍류객이었지만 입신출세를 사양하고 절 생활을 즐겼었다.


유위강이 망원경을 내리고 맥자웅의 질문에 자신 있게 말했다


“아니!”


임충관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거야?”


임충관!

팔척(尺) 거구의 몸을 한 그 역시 금의위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이다.


셋 중 키와 덩치가 가장 크고 몸에 걸맞은 포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호방함과 기세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대머리인 그는 몹시 길어 마치 창처럼 보이는 십척의 큰 검을 가지고 다니며 강인한 인상과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귀신조차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 눈치 없이 큰소리로 말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유위강, 맥자웅, 임충관을 금의삼존(錦衣三尊)이라 불렀다.


하지만 황실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진공공은 금의삼존을 미친놈들이라 생각하며 신경병단(神經病団)이라 불렀다.


진공공에게 있어 금의삼존은 그야말로 머리 아픈 존재들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이들 셋은 진공공의 모략으로 백일간의 근신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진공공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계획적으로 근신 처분을 받고 황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황후의 은밀한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유위강이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리며 말했다.


“글쎄······.”


유위강의 입에서 나오는 ‘글쎄’ 라는 말은 부정이 아닌 긍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맥자웅과 임충관은 잘 알고 있었다.


맥자웅이 유위강을 보며 빙긋 웃었다.


“육십일? 아님, 구십일?”


유위강이 말고삐를 잡아채며 말했다.


“백팔십일!”


임충관이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집 한 번 들어가는데 백팔십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유위강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것도 최소로 잡은 거야”


그의 대답은 그것이 끝이었다.


앞서 말을 몰아가는 유위강을 뒤따라 맥자웅 역시 말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젠장······.백팔십일이라니······.”


진공공의 대저택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임충관의 눈에 슬쩍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말을 몰아가는 유위강과 맥자웅 뒤를 따라 가며 임충관이 열 받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시 놈 집에 들어가는데 무슨 백팔십일씩이나 걸려? 그냥 쳐들어가서 목을 비틀어 버리자구!”


유위강과 맥자웅이 동시에 임충관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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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5 장 밀서 - 3 21.07.19 73 1 7쪽
19 제 5 장 밀서 - 2 21.07.17 88 1 8쪽
18 제 5 장 밀서 - 1 21.07.16 81 1 9쪽
17 제 5 장 밀서 21.07.14 79 1 7쪽
16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2 21.06.07 84 0 8쪽
15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1 21.06.03 71 0 7쪽
14 제4장 진공공의 여자 21.05.31 76 0 8쪽
13 제3장 무생시(無生尸) - 1 21.05.27 80 0 9쪽
12 제3장 무생시(無生尸) 21.05.24 95 0 7쪽
11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6 21.05.22 86 0 9쪽
10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5 21.05.17 95 0 7쪽
9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4 21.05.13 107 0 7쪽
8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3 21.05.11 116 0 7쪽
7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2 21.05.10 144 0 7쪽
6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1 21.05.09 183 0 9쪽
5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21.05.08 225 2 9쪽
4 제1장 검은 물 - 3 21.05.07 261 2 8쪽
» 제1장 검은 물 - 2 21.05.06 318 3 7쪽
2 제1장 검은 물 - 1 21.05.05 407 4 9쪽
1 제1장 검은 물 21.05.04 86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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