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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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무지개
작품등록일 :
2021.04.23 22:21
최근연재일 :
2021.11.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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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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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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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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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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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2

DUMMY

진공공은 다가온 유위강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밀서를 가져가려면 두 개의 열쇠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 하나는 내 호주머니에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먼 외국에 나가있는 내 양아들에게 있는데······.무슨 방책이라도 있는 겐가?”


유위강은 태연한 표정으로 진공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오늘까지 밀서를 가져간다는데 우리 셋의 목을 걸겠습니다”


하지만 태연한 유위강과는 달리 그의 말을 들은 맥자웅과 임충관의 얼굴에는 어이없는 놀람이 서려 있었다.


‘아, 아미타불!’


‘저, 저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진공공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렇게 되면 나 역시 뭔가를 걸어야 할 것 같은데······.”


“거십시오. 허면 더욱 재미있는 내기가 될 것 같으니!”


유위강의 말에 진공공은 더욱 야릇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만약 자네들이 이긴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네. 특별히 바라는 게 있는가?’


유위강이 주위를 둘러보며 태연히 말했다.


“이 저택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요. 우리가 이긴다면 이 저택을 주십시오”


“저택을 달라······.”


예상치 못한 유위강의 말에 진공공의 얼굴에 언뜻 의아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곧 대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하······.좋네, 좋아! 내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히죽 웃는 유위강과는 달리 맥자웅과 임충관은 잔뜩 인상 쓴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강이 저 자식! 이 따위 집이랑 우리 목숨을 바꾸겠다고?’


옆에서 눈치 보며 서 있던 사마수는 유위강을 향해 한 손을 마구 흔들며 빨리 내려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유위강은 돌아서다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진공공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만······.?”


“말해보게”


유위강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진공공의 귓전에 입을 대고 심각하게 속삭였다.


“소변은 서서 보십니까? 앉아서 보십니까?”


진공공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무섭게 변했다.


하지만 그는 곧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유위강을 보며 말했다.


“궁금하다면 직접 보여 줄 수도 있네만”


“직접 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라서······.소인은 그저 상상만으로 족합니다”


유위강은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단상을 내려갔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 내려가는 사마수, 맥자웅, 임충관의 얼굴엔 식은땀이 좔좔 흐르고 있었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진공공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긴 축하인사가 끝이 나자 진공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연회는 내일까지 계속 될 것이니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연회장 안의 많은 손님들이 일제히 진공공을 향해 고개 숙이며 외쳤다.


“만수무강(萬壽無疆)!!”


“천세만세(千世萬歲)!!”


연회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한 손님들은 진공공이 진작부터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연회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무렵 돌연 진공공의 저택 위로 보이는 하늘에 서서히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쿠콰콰쾅!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구름 속에서 섬뜩한 뇌성벽력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연회장 안은 풍악소리와 손님들의 떠드는 소리로 인해 뇌성벽력 따윈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한 탁자에 둘러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금의삼존은 뇌성벽력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서로를 보며 눈짓을 보냈다.


소리 없이 하나 둘 일어선 그들은 천천히 진공공의 처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콰콰쾅······.


더욱 커진 뇌성벽력과 함께 진공공의 거대한 저택 정문이 서서히 닫혀갔다.


그리고 그 닫힌 문 주위를 검을 든 수십 명의 홍의위 위사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홍의위 한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부터 이곳에 들어오려 하거나 나가려 하는 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죽여라!”


굳게 닫힌 진공공의 거대한 저택 정문과 그 주위를 포위한 수십 명의 홍의위 위사들······. 이런 상황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냉운천이었다.


진공공은 수백 개의 촛불들이 밝혀진 화려하고 넓은 침소 안 한 곳에 서서 방 한쪽에 산처럼 쌓인 진귀한 보물들과 영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정도의 선물 규모라면 가히 황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진공공의 입가에도 흡족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때 침소 문이 열리며 자청이 안으로 들어 왔다.


그녀의 뒤에는 각종 음식들이 놓인 은쟁반을 든 육십여 명의 시녀들이 따르고 있었다.


가지고 온 음식들을 기다란 탁자 위에 보기 좋게 내려놓는 시녀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자청은 곧 신비로운 미소를 띤 채 진공공을 향해 다가왔다.


깊으면서도 맑은 보석 같은 눈망울에 칠흑 같은 검은 머리를 한 자청의 얼굴은 순수함과 요염함이 뒤섞인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가는 허리,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감싼 하늘거리는 궁장 차림의 모습은 여신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진공공 앞으로 다가온 자청은 봄향기를 가득 머금은 따사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청은 진공공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자청 이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자청을 반기는 진공공의 입가엔 흐뭇함이 가득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청은 음식들이 차려진 탁자로 다가갔다.


그리곤 접시 위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기 시작했다.


차려진 육십여 가지의 음식을 모두 맛본 후에야 자청은 진공공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드십시오”


자청은 음식의 맛을 본 것이 아니었다.


진공공이 먹기 전에 음식에 독이 들어 있는지 먼저 살펴본 것이었다.


“자청, 날 죽일 수 있는 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 것 같으냐?”


오만함이 깃든 진공공의 질문에 자청은 차분히 고개 숙이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하지만 곧 천하를 다스릴 분이 아니십니까.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크하하하하······.”


진공공은 자청의 대답이 몹시 만족스러웠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느냐, 자청? 내가 하루에도 수천 번씩 널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자청은 고개 숙인 채 차분히 말했다.


“천하를 안으실 분께서 하찮은 계집을 안아 무엇하시겠습니까”


진공공의 웃음소리는 좀 전보다 더욱 커졌다.


“크하하하하하······.”


만면에 웃음을 띤 진공공은 시녀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자청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녀들이 모두 나가자 진공공은 한 팔을 휘둘러 침소 안에 켜져 있던 수백 개의 촛불을 한 순간에 꺼버렸다.


남은 건 여섯 개의 촛불뿐이었다.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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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5 장 밀서 - 3 21.07.19 73 1 7쪽
19 제 5 장 밀서 - 2 21.07.17 87 1 8쪽
18 제 5 장 밀서 - 1 21.07.16 81 1 9쪽
17 제 5 장 밀서 21.07.14 79 1 7쪽
»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2 21.06.07 83 0 8쪽
15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1 21.06.03 71 0 7쪽
14 제4장 진공공의 여자 21.05.31 76 0 8쪽
13 제3장 무생시(無生尸) - 1 21.05.27 80 0 9쪽
12 제3장 무생시(無生尸) 21.05.24 94 0 7쪽
11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6 21.05.22 85 0 9쪽
10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5 21.05.17 95 0 7쪽
9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4 21.05.13 107 0 7쪽
8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3 21.05.11 115 0 7쪽
7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2 21.05.10 144 0 7쪽
6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1 21.05.09 183 0 9쪽
5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21.05.08 224 2 9쪽
4 제1장 검은 물 - 3 21.05.07 261 2 8쪽
3 제1장 검은 물 - 2 21.05.06 317 3 7쪽
2 제1장 검은 물 - 1 21.05.05 407 4 9쪽
1 제1장 검은 물 21.05.04 86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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