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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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무지개
작품등록일 :
2021.04.23 22:21
최근연재일 :
2021.11.29 21:42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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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
글자수 :
12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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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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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3

DUMMY

화영웅은 수도(首都)로 가기위해 두 갈래길 앞에 말을 멈춘 채 고민에 잠겨 있었다.


오른쪽 길은 성도(成都)로 이어져 있었고, 왼쪽 길은 성도 옆 숲으로 빠지는 길이었다.


당연히 빠르게 가기 위해서는 성도가 있는 오른쪽 길로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화영웅이 쉽게 길을 정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더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성도의 성내 하늘이 시커먼 구름에 휩싸여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성도의 성내만 비가 오는 것 같았다.


고작 비가 온다고 해서 망설이는 것은 아니었다.


불길함······.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불길함이 자꾸만 오른쪽 길로 가는 것을 망설이게 했기 때문이다.


화영웅은 성도를 포기하고 작은 길로 말고삐를 틀었다.


숲길로 들어서자 길이 점점 좁아졌고 가끔은 거친 언덕길이 나타나 화영웅과 말을 지치게 만들었다.


숲을 넘어가면서 화영웅은 몇 번이나 오른쪽 길을 택하지 않은 걸 후회했는지 모른다.


거친 숲길을 벗어나자마자 외곽 지역에 자리한 작은 객잔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지만 깨끗한 겉모습을 한 객잔을 발견한 순간 화영웅은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간신히 소리는 참았지만 꾸르륵거리는 홀쭉해진 배를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객잔 앞에 도착한 화영웅은 말을 한쪽에 묶어 놓고 객잔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객잔은 2층으로 된 아담한 규모였는데 외관만큼 내부 역시 제법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진 곳에 자리한 탓인지 갓 스물 정도로 보이는 점소이는 탁자위에 엎드려 졸고 있었고, 다섯 명의 사내만이 두 개의 탁자를 붙이고 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제법 덩치가 컸지만 검은 보이지 않았고, 옷차림으로 보아 밭을 갈다 한잔 하러온 평범한 마을 사내들 같았다.


빠른 걸음으로 객잔에 들어선 화영웅은 곧장 손바닥으로 빈 탁자를 두어 번 탁! 탁! 내리쳤다.


그 소리에 졸고 있던 종업원이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서더니 반사적으로 문 쪽을 향해 인사를 했다.


“어소 옵쇼!”


이미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화영웅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만두 한 접시! 빨리!"


화영웅의 큰 목소리에 놀란 다섯 사내가 일제히 고개 돌려 바라보았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이제 막 가신 젊은 화영웅의 모습을 본 사내들의 입가에 느끼한 웃음이 번져갔다.


“크흐흐흐흐······.”


“흐흐흐.”


화영웅은 짜증이 났다.


‘평범한 농부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양아치 산적들이었군······.’


화영웅이 그렇게 생각한 건 비단 사내들의 느끼한 웃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평범한 뒷모습과는 달리 돌아본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험상궂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칼자국 두 개는 기본이었고 시커먼 눈썹에 몇 달을 깎지 않았거나 다듬지 않은 수염은 사내들의 얼굴을 더욱 험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 닦았는지 누렇다 못해 거무튀튀해진 이빨 사이엔 음식물들이 끼어 있어 화영웅은 하마터면 토를 할 뻔 했다.


화영웅은 그제야 탁자에 가려진 검과 철퇴, 유성추, 도끼 등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여간에 배가 고프면 판단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니까! 저토록 험상궂은 놈들을 보고 농부라고 생각했다니······. 한심하군, 한심해’


화영웅은 잠시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난감하네······. 여기서 나가봤자 이런 객잔을 찾기는 힘들 거 같고, 여기 있으면 저 양아치 놈들이 시비를 걸어올게 분명한데······.’


다섯 사내는 아예 화영웅 쪽으로 돌아앉아 본격적으로 시시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섯 사내 중 가장 인상이 더럽게 생긴 곽모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곽모용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화영웅 옆까지 나긋나긋 걸어와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귀여운 친구, 내가 한잔 사고 싶은데······.괜찮지?”


화영웅은 구토가 치미는 걸 간신히 참으며 나지막이 대꾸했다.


“시비 걸지 마, 귀찮으니까.”


곽모용은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지금 뭐라고 했어?”


그때 어느새 다가선 사내들의 두목 천지룡이 곽모용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세차게 후려치며 말했다.


“멍청한 새끼! 도련님께서 귀찮아하시잖아!”

거구의 곽모용은 바닥에 그대로 거꾸러지며 기절해 버렸다.


화영웅은 흠칫 놀라며 검 자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하지만 화영웅의 우려와는 달리 천지룡은 조용히 자신의 탁자로 돌아가 앉더니 남은 술과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화영웅은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탁자를 두어 번 두드리며 점소이를 재촉했다.


“마, 만두 아직 멀었어?”


점소이는 쓰러져 있는 곽모용을 피해 잽싸게 다가와 화영웅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헤헤헤······. 죄송합니다, 손님. 만두가 다 떨어지고 없는뎁쇼”


“만두가 떨어져?”


“예, 대신 어제 들어온 싱싱한 생선이 있는데······.반값에 드릴 테니 주문을 바꾸시는 게 어떠실지?”


화영웅은 한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거나 빨리만 가져와”


“예, 예! 최대한 빨리 맛있게 요리해 올리겠슴다!”


점소이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상냥하게 말한 뒤 잽싸게 주방 쪽으로 달려갔다.


사내들은 곽모용이 기절한 후부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더 이상 화영웅에게 치근덕거리지 않고 술과 안주를 먹는데 만 집중했다.


싸움을 걸어올 줄 알고 잔뜩 긴장해 있던 화영웅은 사내들의 그런 행동에 오히려 겸연쩍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지금껏 들어온 바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선 한바탕 싸움이 벌어져야 정상이 아니던가?


‘쳇! 역시 소문과 실제는 다르구나······.’


화영웅은 요리가 나올 때까지 뭘 하고 있어야 할지 몰라 검 손잡이만 연신 만지작거렸다.


다행이 점소이는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생선요리를 생각보다 빨리 가져왔다.


“맛있게 드십시오!”


눈앞에 놓인 먹음직스런 생선 요리를 바라보며 화영웅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구수한 생선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생선은 물론 접시에 묻은 양념까지 모두 핥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허기짐이 느껴졌다.


화영웅은 어느새 시비를 걸었던 사내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안되겠군! 우선 밥으로 배를 좀 채우고 생선요리를 천천히 맛봐야겠어!’


화영웅은 먼저 밥그릇을 들어 벌린 입 속에 밥알을 모두 쓸어 넣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비어버린 그릇을 점소이에게 흔들며 소리쳤다.


“여기 밥 한 그릇 더!”


점소이가 재차 가져온 밥그릇의 밥 역시 순식간에 화영웅의 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약간의 허기짐이 사라지자 그제야 화영웅은 생선 요리를 먹으려고 젓가락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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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 5 장 밀서 - 1 21.07.16 81 1 9쪽
17 제 5 장 밀서 21.07.14 79 1 7쪽
16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2 21.06.07 84 0 8쪽
15 제4장 진공공의 여자 - 1 21.06.03 71 0 7쪽
14 제4장 진공공의 여자 21.05.31 76 0 8쪽
13 제3장 무생시(無生尸) - 1 21.05.27 80 0 9쪽
12 제3장 무생시(無生尸) 21.05.24 95 0 7쪽
11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6 21.05.22 86 0 9쪽
10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5 21.05.17 95 0 7쪽
9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4 21.05.13 107 0 7쪽
»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3 21.05.11 116 0 7쪽
7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2 21.05.10 144 0 7쪽
6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 1 21.05.09 183 0 9쪽
5 제2장 시체를 뜯어 먹다. 21.05.08 225 2 9쪽
4 제1장 검은 물 - 3 21.05.07 261 2 8쪽
3 제1장 검은 물 - 2 21.05.06 317 3 7쪽
2 제1장 검은 물 - 1 21.05.05 407 4 9쪽
1 제1장 검은 물 21.05.04 86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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