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0.0001%
108. “나 없이 우승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경기 후에 인터뷰까지 마친 후 불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고, 라스베이거스 어벤져스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벌써 새벽 2시였다.
침대에 누워 막 잠이 들려는 찰나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이 늦은 시간에 버릇없이 감히 전화질을 한단 말인가.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는데, 그냥 무시하려다 욕이라도 해주려 전화를 받았다.
“데일리 뉴스의 빌리 톰슨입니다. 너무 늦은 시각에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데일리 뉴스의 빌리 톰슨은 나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내 양키스 입단식 기자회견 때도 참석했던 자고, 자주 얼굴을 보고 인터뷰를 했었고, 조금 전에 경기장에서도 마주쳤던 사람인데, 이렇게 막돼먹은 인간이었을 줄이야.
사람 겉만 봐서는 모른다더니.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이나 알아요? 뭐 하자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긴급한 일이라서요.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들어봐서 진짜 아무것도 아닌, 별것도 아닌 일이면, 다음에 만났을 때 싸대기를 한 대 갈겨줄 것이다.
“에바가 조금 전에 출산했다고 하는데요. 아직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이건 또 뭔가?
대체 이자가 나와 에바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에바의 출산 소식을 나보다 먼저 알았을까?
“그 에바 룬딘과 당신이 그렇게 깊은 관계였다는 건, 저도 조금 전에야 알았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우선 네쌍둥이의 아빠가 되신 소감을 듣고 싶은데요.”
“아들입니까? 딸입니까?”
남한테 내 아이일지도 모르는 애들의 성별을 물어본다는 게 대단히 웃긴 일이라는 건 알지만, 지금은 워낙 당황했기에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제 정보원에게 듣기로는 귀여운 딸들이라고 합니다. 일란성이라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지금 소감을 말하기는 좀 이른 것 같고, 당분간은 보도하지 마세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아직 에바의 일을 모릅니다.”
솔직히 하찮은 타블로이드 기레기 따위한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게 대단히 자존심이 상하지만, 우선 이놈 입을 막아놓고 봐야 했다.
아직 애들이 내 애들이라고 확정이 난 것도 아닌데, 지금 괜히 보도가 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앞으로 딱 1주일만 기다리겠습니다.”
일주일이면 스윕으로 월드 시리즈를 마친 후 LA로 가서 유전자 검사를 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뭐 일단 애들이 무사히 태어난 건 다행이지만, 아빠일 수도 있는 나보다 일개 하찮은 타블로이드 기레기 따위가 이 소식을 먼저 안다는 것이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
나 참. 정말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고, 또 화가 나네?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거지만, 그래도 일단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지?
‘소식 들었다. 수고했어.’
에바가 텔레그램에 접속을 안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물론 뭐 에바가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를 해도 안 받는 것을 난들 어쩌란 말인가?
아무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고, 깨어나 보니 오전 11시가 넘어 있었다.
진동으로 해놓았던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만 수백 통이 찍혀 있었고, 카톡이나 텔레그램도 완전히 마비될 정도로 메시지가 도배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개판이란 말인가?
그리고 인터넷을 켠 순간, 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쾅 쳤고, 그 바람에 모니터는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빌리 톰슨, 이 빌어먹을 개새끼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기사를 올렸다.
와······
어휴. 말을 하면 내 입만 더러워질 것이 뻔하기에 일단 참는다.
이런 걸 보면 역시 기레기는 만국 공통인 것 같다.
다른 건 둘째치고, 우선 놀란 가족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천천히 잘 설명했는데, 내 말을 다 듣고 난 후 엄마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하였다.
“에바 몸 괜찮아지고 나면 겨울에 바로 결혼해.”
아니.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애들은 내가 책임질 거지만, 결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안 돼.”
엄마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나는 확실하게, 분명히 못을 단단히 박았다.
“그럼, 너 혼자서 네 명이나 되는 애들을 어떻게 키우려고? 분명히 말하지만, 엄마는 절대로 안 도와줘. 엄마 믿고 이러는 거면 일찌감치 포기해.”
“그건 당연한 거지. 엄마한테 키우란 소리 절대로 안 할 거고, 할머니한테 키우란 소리도 절대로 안 할 거야. 하여튼 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이렇게 말했음에도 엄마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한 시간 동안이나 그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출근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구장에 도착하니까 이미 타블로이드 기레기들이 주차장에서부터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빌어먹을 빌리 톰슨 놈도 뻔뻔하게도 그 역겨운 면상을 들이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빌리 톰슨 놈의 싸대기를 한 대 갈겨 주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참으며, 기레기들의 포위를 간신히 물리치며 겨우 라커룸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주차장에서 라커룸까지 오는데만 무려 40분이 넘게 소요가 됐다.
게다가 이 기레기들은 감히 겁도 없이 라커룸에 까지, 쳐들어오려는 시도를 하는 통에 구단 보안 요원들이 그놈들을 쫓아내느라 고생을 심하게 하였다.
그리고 라커룸에서는 동료들의 축하가 계속 이어졌다.
“태양, 아빠가 된 걸 축하해.”
“네쌍둥이라니. 능력도 좋아. 정말 부럽군.”
“정말 축하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미리 귀띔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 네가 아빠가 된 이 기쁜 소식을 기사를 보고 알아야 한다는 건 너무 서운한 일이잖아.”
“애들도 태어났는데, 오늘 단단히 한 턱 쏘라고.”
이미 동료들은 그 애들이 내 애들로 확정을 짓고 있었다.
기레기들이 그따위로 기사를 써놨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지금 저렇게 오해들을 하는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아니라고, 아직 모른다고 말해봐야 괜히 나만 병신 되는 거고, 내 꼴만 우스워지는 거다.
물론 여기서 더 곤란해지는 상황은, 유전자 검사를 해서 그 애들이 내 애들이 아닌 거로 밝혀지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는 거야말로 진짜 꼴이 우스워지고, 완전히 병신 쪼다로 낙인찍히는 거다.
이래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용히 처리하려고 그랬는데, 빌리 톰슨 그 빌어먹을 개자식이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바람에 내 처지가 참 이상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는 내가 그 애들이 제발 내 애들이 맞기를 바라야 하는 빌어먹을 상황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그 애들이 제발 내 애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다들 고마워. 걱정했는데, 애들이 무사히 태어나줘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
나중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이럴 때는 그냥 동료들의 설레발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 된다.
“그런데, LA로 당장 안 가봐도 괜찮겠어? 이럴 때는 아빠가, 남편이 곁에 있어 줘야지.”
아담의 말이었는데, 남편이라니.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남편 아니거든요. 결혼은 안 했어요.”
“어차피 할 거잖아.”
이 양반이 정말로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안 할 거예요.”
“하건, 안 하건 간에 어쨌건 자식들이 태어났는데, 아빠가 당연히 가봐야지. 진즉에 말을 했었다면 바로 보내줬을 텐데, 왜 숨겼어,”
졸지에 무정한 놈이 되고 말았는데, 이건 나는 정말 억울한 게, 월드 시리즈가 끝난 후 가보려고 했다. 그런데 누가 애들이 그렇게 급하게 나올 줄 알았겠는가.
물론 내가 아담에게 그런 변명을 굳이 할 필요는 없고,
“어차피 길어야 며칠인데, 시리즈를 다 끝내고 가도 늦지 않아요. 정규 시즌도 아니고, 월드 시리즈잖아요.”
만일 정규 시즌이었다면 나도 시즌 중에 바로 자리를 비우고 갔다 왔을지도 모르겠다.
KBO리그도 아니고, MLB는 그 정도는 다 이해해 주니까.
참고로 과거에 KBO리그의 어떤 팀의 모 금지어 감독은 부친의 임종을 앞둔 선수가 부친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을 끝내 무시하였고,
“팀 성적을 위해 부친이 더 위독해지면 가라,”
는 망언까지 하였는데, 그래서 그 선수가 결국 부친상을 당하자 빈소에 가서 상주에게 당일 경기 출전 여부를 물어보는 그야말로 패륜무도(悖倫無道)의 모든 추태를 다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장수가 전쟁 중에 자리를 비우고 어디 가냐,’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야구가 항상 최우선이어야 한다.’
는 등의 그런 꼰대적인 마인드가 지배하던 과거의 KBO리그에서도 그 감독은 인간 이하의 말종이고, 또라이였는데,
하여튼 야구, 그깟 공놀이보다는 당연히 가족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사실 막말로 말해서 에바가 내 가족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내 애들을 낳아준 여자니, 일단은 가족에 준하는 대우를 하는 게 맞지만, 그건 뭐 애들이 내 애들로 확정 되었을 때의 이야기고,
뭐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가족이 중요하다 한들, 팀의 우승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이번 월드 시리즈는 어쩌면 내가 양키스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월드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계속 나를 못 보내서 안달이에요. 나 없이 우승할 수 있어요?”
다른 동료들에겐 대단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현실이 그러했기에 그 누구도 나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의 내가 양키스 전력의 거의 절반 이상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나 없는 양키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심히 우려된다.
물론 뭐 내가 라스베이거스 어벤져스로 떠나면, 나와 양키스의 인연은 그걸로 정리되니 내가 그런 것까지 걱정해줄 필요는 없다만, 그래도 1회차를 포함해 지금까지 함께해온 정과 의리가 있고,
또 나는 양키스의 선수였기 이전에 양키스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었기에 이런 걱정도 해주는 거다.
"3차전, 4차전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오늘 경기만 마치고 바로 LA로 가도록 해.“
아담은 끈질기게 나를 설득했다.
대체 나를 왜 이토록 못 보내서 안달일까?
정말로 우승하기 싫나?
“됐다니까요.”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마음 바뀌면 그때 다시 말해.”
천 번, 만 번, 억 번을 다시 생각한다 해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팀에 남아 이 시리즈를 모두 치러낼 것이다.
아무튼 오늘 경기,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왕태양 DH
2. 마크 크라웃 CF
3. 브루스 카퍼 LF
4. 마이크 스켈튼 1B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레이 징커슨 3B
7. 사무엘 챔플린 2B
8. 케빈 사네즈 C
9. 트로이 푹스 SS
P. 게리 콜건
***
***
1. 제이크 뱅크헤드 SS
2. 훌리오 소사 3B
3. 에벨리오 세군도 CF
4. 엘비오 알몬테 1B
5. 크리스 엘링턴 LF
6. 제이슨 레이놀즈 RF
7. 로이 스완슨 DH
8. 라이언 메이 C
9. 사비에르 디아즈 2B
P. 로드 밴크로프트
***
양 팀 모두 어제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음에도 선발 라인업에 변화는 없었다.
하기야. 뭐 지금의 이 라인업이 양 팀의 베스트 라인업이니 굳이 변화를 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 경기 시구의 주인공은 돈 매팅리였다.
양키스의 암흑기이던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에 팀의 캡틴으로 고군분투했던 비운의 사나이로, 역대 양키스의 영구결번 선수 중 우승 반지 하나 없이 은퇴한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는 점이 그의 비운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시구는 마이애미 말린스 팬들로서는 대단히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시구였는데,
그 이유는 그가 2016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장기간 마이애미 말린스의 감독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말린스 감독을 하는 동안 말린스는 코로나로 인한 단축 시즌이었던 2020시즌을 빼면 모두 포스트시즌에 탈락했고, 아무리 말린스가 탱킹 팀이었다고 해도 정말 못 해도 너무 심각하게 못 했었는데,
그래서 감독 재임 당시에 푸드볼 전도사와 더불어 욕을 엄청나게 얻어먹었던, 그로서도 커리어에 완전한 흑역사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원정 관중석 쪽에서 잠깐 야유가 들려왔지만, 그 야유는 우리 홈팬들의 박수와 환호에 금방 묻혀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이곳 양키 스타디움은 만원 관중이 들어왔지만, 전부가 우리 홈팬들이었고, 말린스 원정 팬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그들의 야유가 우리 홈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기기는 애초에 무리였다.
그래서 시구 후에 1회 초. 상대 팀의 선공으로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툭 갖다 맞춘 타구가 센터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안타를 기록하는 제이크 뱅크헤드입니다.❞
❝주자 뛰었습니다. 그리고 밀어칩니다. 이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군요. 제이크 뱅크헤드는 빠르게 3루에 도달합니다. 런 앤 히트 작전의 성공으로 무사에 주자 1루와 3루가 되며, 오늘은 마이애미 말린스가 선취점의 찬스를 만듭니다.❞
1회 초는 게리가 선두타자 제이크 뱅크헤드와 훌리오 소사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1, 3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빗맞았습니다. 땅볼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굴러갑니다. 유격수가 그대로 잡아서 2루, 그리고 다시 1루, 더블 플레이를 완성합니다. 양키스로서는 정말로 다행인, 말린스로서는 정말 최악인 장면이 나왔네요.❞
후속 타자 두 명을 삼진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이제 1회 말. 우리 팀의 반격이었다.
선두타자로 첫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로드 밴크로프트는 이번 시즌 15승 9패 2.97의 평균 자책점으로 에이스 올랜도 미란다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었는데, 올랜도 미란다-로드 밴크로프트의 원투펀치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사실 나와는 1회차 때 인연이 있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활약하던 2031시즌에 벤치클리어링에서 나한테 뒈지도록 얻어터졌었다.
그 시즌에 내가 129게임밖에 출장하지 못했었는데, 그 벤치클리어링으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서 그랬다.
사실 웬만해선 벤치클리어링으로 그 정도 출장 정지가 안 떨어지는데, 그때 저놈뿐만 아니라 당시 보스턴 감독도 나한테 얻어터졌기에 그런 징계가 나온 것이다.
“볼.”
지금도 몸쪽으로 대단히 깊은 공이 왔고, 그 표정은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없이 띄꺼웠는데, 쟤는 1회차 때도 저러다가 나한테 뒈지도록 처맞았고, 그날 이후부터는 내 앞에서는 언제나 항상 눈깔을 착하게 뜨더라.
사실 이 경기가 월드 시리즈 경기가 아닌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내가 다시 참교육을 해줬을 텐데, 지금은 월드 시리즈고, 퇴장을 당하면 우리 팀이 큰 손해를 보니 일단은 참는다.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그대로 오른쪽 펜스를 넘기면서 오늘도 우리의 신 태양 왕은 또다시 홈런을 기록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오늘 태양 왕이 귀여운 네쌍둥이 딸의 아빠가 됐는데요. 이 홈런으로 딸의 탄생을 스스로 축복합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대신 다른 쪽으로 확실한 참교육을 해줬다.
지금 저놈 표정이
‘이게 넘어가네.’
혹은
‘이걸 밀어서 넘긴다고?’
딱 이 표정인데, 사실 저놈이 이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이번 시즌에 꽤 재미를 봤지만, 나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은 98.5마일(158.5㎞)이 아니라 120마일(193.1㎞)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밀어서 펜스를 넘길 수 있다.
본 소설은 픽션이며, 본 소설에 등장하는 기관명, 인명, 상호 등과 그에 대한 묘사는 실제 현실과 전혀 무관한 철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 작가의말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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