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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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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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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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야차족 전사들의 시신은 너무 많아서 모두 해자에 집어넣고, 그곳에서 파낸 흙으로 그 위를 두껍게 덮었다.


그래도 남는 시신은 모두 전장의 양쪽에 떨어진 숲으로 끌어내니, 기다리던 들짐승과 날짐승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그들의 축제가 벌어진 것!


“미안하다. 너희들까지 묻어 줄 아량은 없구나.”


천인족 무사들은 야차족의 시신들을 내다 버리며 미안해했다.


그리고 잠시간 찾아온 전장의 침묵.


악몽 같은 전투가 끝나자 야차족은 숨을 죽였다. 천인족 무사들 대부분도 냇가에서 피를 씻어 내고 도검을 손질하는 등 뒤처리에 바쁘다.


분명히 곧 또다시 닥쳐올 전투. 그것을 위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에 대비하여 힘을 비축하고, 조그만 상처라도 덧나지 않게 치료를 해야 한다. 세균에 감염되지 않게······.


그러는 중에 천인족 본대 구 총대장으로부터, 전서응을 통하여 급보가 날아 들었다. 대장급을 모두 모아서 그 내용을 함께 살펴보는데······.


[야차족의 중군(中軍) 백만 정도의 병력과 후군(後軍)으로 보이는 오십만 정도의 병력이,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쪽 전장으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크게 우회하여 거혈골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본대는 지금 거혈골 인근에서 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곳은 야차족 전군(前軍)을 막으면서 기회를 보아 후퇴를 하거나, 형편이 되면 계속 싸우시기 바랍니다.


천령대를 추가 지원할 여력이 없어서 백호대 이만을 보냈습니다. 보급은 문제없이 계속 지원을 할 것이니, 쥬맥 대족장님 지휘 아래 전투를 잘 치르시기 바랍니다. 부디 승리를 기원합니다.

총대장 구자룬]


······.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물론 이와 비슷한 전력으로 반인족과 싸운 적이 있지만.


그때는 강줄기를 끼고 서로 대치하여 많은 덕을 보았는데, 이곳은 벌판에서 마주해야 한다. 그러니 비록 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 염려되었다.


모두 할 말을 잃고 쥬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입만 바라보는데······. 쥬맥이 잘 떨어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이곳에서 적과 싸운다. 혹시 반대 의견이 있나?”


“알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후퇴하여 백오십만 대군과 싸우나, 이미 두 번이나 전투를 치러서 적의 예봉을 꺾은 이곳에서 싸우나 위험은 매일반이다.


그러나 무사들은 직감적으로 쥬맥과 함께 싸우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살고자 하는 것은 생명의 본능(本能)인데, 누가 그것을 탓할 것인가?


“그래, 한번 피 터지게 싸워 보자고.”


이렇게 하여 야차족 전군과 쥬맥의 대결이 벌어지고, 뒤쪽에서는 야차족 중군과 후군 백오십만 명을 맞아서 구자룬 총대장이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나마 쥬맥의 손발과 같은 백호대 이만이 오고 있다니 다행이라면 다행.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변한 것은 야신이 된 수라챠 때문이었다.


수라챠가 고공을 날아서 사전 답사를 해 보니, 천인족이 자기네가 유리한 위치에 전장을 꾸리고 앉아서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좌측으로 돌아가 주거지를 치겠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지금 전군과 대치하고 있는 천인족이 사만여 명으로 보이니, 전군 사십만과 선발대 칠만여 명을 합하면 충분 하다고 생각했다. 금방 제압하고 뒤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하여, 전령만 보내 놓고 방향을 바꾼 것이다.


쥬맥이 황당해하는 그 시간.


야차족의 전군 사령관인 타룬챠도, 야신이 보낸 전령을 맞아서 그 소식을 듣고 있었다.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한 채!


“아니,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고?”


지금 적에게 패하여 이미 십오만오천의 병력을 잃었다. 또한 좌, 우, 중군장을 포함하여, 지휘부의 대다수를 잃었다. 그런데 그것을 말할 수도 없으니···, 이것 참!


그냥 얼굴을 붉힌 채, 알았으니 최대한 빨리 전투를 마무리하고 합류하겠다는 말만 전하게 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쉰다.


전령이 돌아간 뒤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고민하던 타룬챠.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가서 상발챠를 데리고 오너라.”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이제 지휘관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판이다.


곧 상발챠가 포승줄에 묶여서 전사들에게 질질 끌려왔다. 원망하듯이 쳐다보는 눈초리를 애써 외면하는 타룬챠.


“너에게 설욕할 기회를 줄 테니 한 번 싸워 보겠느냐?”


그 물음에 그래도 사내라고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은지, 상발챠가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전사는 전장에서 죽는 것이 명예인데 어찌 그것을 마다 하겠습니까?”


“좋다. 상발챠를 풀어 줘라. 그럼 오늘부터 네가 중군장을 맡아라. 설욕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목숨을 바쳐서 반드시 적을 쳐부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타룬챠는 상발챠를 중군장으로 삼고, 살아남은 대장들 중에서 두 명을 승차시켜서 좌우 군장으로 삼았다.


그리고 조직 재정비가 끝나자, 다시 천인족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날이 저물어 어둠이 짙어 갈 무렵.


야수르 참모장이 백호대 이만과 식량 및 군수 물자(軍需物資)를 싣고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다행히 일만의 기마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총 일만칠천이 오기로 했었는데, 본대가 못 오니 조금 더 추가한 모양이다.


이제 전사자와 중상자를 빼면 전투가 가능한 병력이 오만 정도로 늘어서, 쥬맥은 한시름을 놓았다.


더구나 백호대에는 고수들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될 터이니······.


지금 수르와 새로 온 백호대 부대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향후 야차족과의 전투에 대하여 협의를 하는 중이다.


“백호대가 와 줘서 그래도 한시름 놓았군. 아마 적들은 야전(夜戰) 패배의 충격 때문에 앞으로는 병력 수를 이용한 주간 전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니, 지금부터 함께 대응책을 찾아보자구.”


“그럼 우선 백호대가 가져온 장비들을 자세히 알았으면 합니다.”


천령대 1대장의 발언에 야수르 참모장이 나서서 내용을 설명했다.


“이번에 가져온 장비는 천궁 일천 기에 투석기가 일천 대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거의 지원이 본대 전투에 집중되기 때문에, 여기에는 던져서 투척할 수 있는 폭뢰를 오천 개 가져왔습니다. 그 외에는 식량과 화살, 기마대용 시원마가 일만 필입니다.”


“그 정도면 되겠군. 다음 전투는 은하추돌진(銀河追突陣)으로 서막을 장식하고, 이어서 각 소부대로 쪼개 각자 재량으로 전투를 지휘할 계획이야.


나는 시작과 끝을 결정하고 적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니, 실제 세부적인 전투 지휘는 각 부대장들이 맡아서 진행하도록.”


······중략······


이외에도 전투에 관한 여러 사항들이 논의되고 회의가 끝났다.



밤이 지나고 다시 밝아 오는 새벽녘.


아열대의 넓은 벌판에는 자욱하게 아침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퍼지는 가운데, 두 종족은 이제 마지막 승부가 될지도 모르는 결전(決戰)을 준비한다.


군데군데 형성된 숲에서는 부질없는 싸움을 나무라듯, 아침을 노래하는 새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이에 아랑곳없이 두 종족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기 위하여, 아침을 든든히 먹고 무구를 챙겨 전장으로 향한다.


수많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장!


찰나에 이승과 저승이 결정되나니······.


오늘도 수많은 생명이 또 파리 목숨처럼 스러지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으니 그럼 죽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천인족 진지 앞에는 오만여 명의 무사들이 대를 이루고, 야차족의 진지 앞에는 삼십이만여 명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세를 보면 야차족이 월등히 많아서 아직은 유리해 보이지만, 전쟁이란 것이 꼭 숫자로만 되는 것이던가?


더구나 도검으로 싸우는 전쟁은 절대고수 한 명에 좌우되기도 하는 법이니,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쥬맥이 대를 이루어 늘어선 전군(全軍) 앞으로 나서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우리는 야차족의 전군(前軍)과 이 전장에서 결전을 치를 것이다. 싸움에 임하여 물러섬이 없는 것이 우리 천인족 무사의 기본 정신이다.


비록 적이 우리보다 몇 배나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기필코 승리할 것이다. 적을 다 물리칠 때까지 부디 모두 살아남기 바란다. 자~ 승리를 위하여 진군하라!”


“와아아아아~~~ 진군하라!”


“반드시 승리하자!”


둥둥둥~ 둥둥둥~


전고(戰鼓) 소리에 맞추어 서서히 진형을 갖추며 적진을 향하여 진군을 시작하는데, 적진에서도 뿔고동 소리가 드높게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그 소리와 함께 삼십이만 명이나 되는 대군이 천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모두 멈추어라!”


마침내 양군은 천천히 앞으로 진군하여, 백 장의 거리를 남겨 두고 마주 섰다.


천인족은 천궁과 투석기를 내세우고 그 뒤에 기마대가 위치하며, 그 뒤를 궁수 부대와 내공 일 갑자 이상의 고수들이 받치고 있다.


또 그 뒤에는 일 갑자 미만의 무사대와 선인, 의료진, 술인 등이 위치했다.


야차족은 숫자가 많으니 천인족을 감싸듯이 좌군, 중군, 우군으로 나누어, 좌군과 우군이 앞으로 나서서 학익진 형상을 이루고 있는데······.


맨 앞쪽에는 대부분 독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있는 궁수 부대(弓手部隊)가 위치해 있었다.


인원이 더 많고 참을성이 부족한 야차족이 먼저 앞으로 움직이는데, 전군 사령관(司令官) 타룬챠가 뒤쪽에서 명령을 내렸다.


“독화살을 쏘아라!!”


뿌우뿌우우~ 뿌우뿌우우~


“쏴라! 적을 공격하라!”


그러자 야차족 궁수 부대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독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활의 사거리가 짧아서 대부분이 천인족의 앞쪽으로 떨어진다.


적이 점점 다가와서 이제는 독화살이 지척에 떨어지자 쥬맥이 외쳤다.


“천궁을 쏘아라!!”


둥둥둥둥~ 둥둥둥둥~


전고 소리가 전장에 드높게 울려 퍼지고, 천궁 부대가 공격을 개시했다.


“쏴라! 적을 공격하라!”


쒸웅~ 쉭! 쉬쉬식! 쉬쉬쉬쉭!


퍼벅! 퍼버벅! 퍼버버버벅!


천궁 일천오백 기가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자, 큰 화살이 빗살처럼 날아가서 한 번에 야차족 전사들을 서너 명이나 꿰뚫었다. 그러자 일어나는 야차족들의 동요와 비명!


“으아악! 아~악!”


적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무수히 쓰러져 간다. 특히 앞쪽에 위치한 독화살 부대가 대부분 희생타가 되었다.


적이 피해를 무릅쓰고 몰려오자 다시 ‘두웅~ 두웅~’ 하는 전고 소리에 맞추어서, 투석기까지 동원되어 일제히 돌과 폭뢰를 소낙비처럼 퍼부었다.


화살과 폭뢰, 돌이 떨어지자 천궁과 투석기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갑으로 무장한 일만의 기마대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히히히히힝!”


기마대는 속도가 생명! 칠십 장에 가까운 거리를 질주하며 점점 속도를 높인다.


마치 태풍이 거친 황야를 휩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대로 편대를 이루며 야차족 중앙을 돌파하는데···, 닥치는 대로 베고 무너뜨리며 돌진(突進)하였다.


점점 가속도가 붙으니 번개처럼 내달리며 적진을 휘젓는다. 그 위용이 마치 사자 떼가 양떼를 휘모는 형국이었다.


태풍처럼 야차족 가운데를 돌파하여 뒤로 빠져나간 기마대가 둘로 나뉘더니, 이번에는 둥글게 휘돌면서 야차족의 좌우로 양쪽을 뒤에서부터 치고 나왔다.


“끼랴!!”


두두두두두두두두!!!


“끄아아아악!”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기마대가 중앙을 돌파할 무렵부터 시작된 천인족의 궁수 부대 공격이, 기마대가 사정 거리에 들어오기 전에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기마대도 한 번의 공격을 마치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이렇게 천인족의 초전 공격으로, 야차족은 벌써 수만이 땅 위에 쓰러져 죽거나 신음하고 있었다.


물론 천인족 기마대나 무사들도 일부가 죽거나 다쳤지만, 야차족에 비하면 그건 조족지혈이었다. 들판에는 벌써 야차족 시신들이 즐비하게 널렸다.


그러자 쥬맥이 진기를 실은 목소리로 다시 우렁차게 명령을 내렸다.


“은하추돌진을 펼쳐라!”


둥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둥~


“진을 펼쳐라!”


힘찬 전고 소리에 맞추어 빠르게 대형이 바뀌며 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진법은 천인족이 수십만 명의 적과 전투 시, 수만 명 이상이 함께 전개하는 대형 은하추돌진(銀河追突陣)이다.


수만 명이 빠르게 자리를 찾아간다!


이 진은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은하가 다른 은하를 추돌하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적과 충돌하는 접점에는 무사들을 고수순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투석기와 천궁 부대, 의료대와 술인(주술사)등이 위치하고 있었고.


이는 적의 대군과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생사결을 펼칠 때 사용하는 진이다. 오늘 야차족과 한쪽이 패해서 물러설 때까지 끝을 보겠다는 뜻인 것!


기마대는 1차 공격을 마치고, 뒤쪽의 무력이 약한 부대의 좌우를 감쌌다.


수많은 전사자를 내면서도 야차족이 이미 코앞에 이르렀다. 그들이 긴 쇠줄이나 독이 묻은 칼, 창 등을 휘두르며 파도처럼 공격해 온다.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즉 인해 전술!


사실 주요 전투 장비를 가진 본대의 중군이 다른 곳으로 가 버리는 바람에, 야차족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야차족의 접근전은, 기름과 독을 섞어 불을 붙인 독단지를 투척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일부는 흰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시야를 가리는, 연막탄 같은 것을 투척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인족의 가장 앞쪽은 모두 초일류 이상의 고수들이 나서고 있어서,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해독제도 모두 복용한 상태였고.


그러면서 마침내 양쪽이 서로 충돌하고 백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얍!”


사사사삭! 파바밧!


“으아아악!”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천인족은 진형을 유지한 채 점점 앞으로 전진하면서 적진으로 파고 들었다.


야차족은 학익진 형상으로 양쪽 날개를 활짝 펼쳐서, 천인족을 둥글게 둘러싸고 공격을 감행하는데······.


이 형상이 마치 거대한 은하계의 중앙을, 다른 타원형의 은하가 꼬리를 끌며 돌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은하추돌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비록 야차족이 천인족의 앞단을 감싸고 있으나, 전투 중에 죽는 것은 대부분이 야차족이었다.


이렇게 백병전이 두 시진 가까이 진행되자, 다시 수만의 야차족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천인족 무사들도 점점 진기가 빠져서 지치기 시작했고······.


그때 다시 울리는 전고 소리!


둥~ 두둥~ 둥~ 두둥~


그러자 전고 소리에 맞추어서 천인족의 진형이 점차 그 모습을 바꾼다.


앞장섰던 고수진이 점차 뒤로 물러나며, 뒤를 받치던 무사대가 작은 부대로 분열하기 시작한 것!


기마대도 천궁과 투석기 등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나 원진을 구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전개했다.


무사들은 오백 명 정도로 조를 이루어서, 각기 다른 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술인들은 각 진의 중앙에서 주술을 외우며 기석을 땅에 박아 넣고, 각기 다른 주술진을 보조하며 전투를 펼친다.


피는 점점 바닥을 적시며 내를 이루는데······.


이제 두 종족은 눈이 벌개진 채, 정말 야차처럼 서로를 향해서 무기를 들이대며 죽음의 광기에 물들어 갔다.


왜 싸우는지, 왜 죽여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냥 그저!


습관처럼 도검을 휘둘러, 오직 적을 죽이고자 부나방처럼 죽음의 불길로 달려드는 것일 뿐이니!


거기에 자신의 사고와 의지는 별로 없었다. 오직 집단의 광기가 모두의 정신을 지배할 뿐이라!


죽어! 죽여! 무조건 죽어!


피와 죽음만이 존재하는 광란의 축제!


쥬맥은 전투가 소규모 집단의 각개 전투(各個戰鬪)로 바뀌자,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는 것은 수르에게 맡기고 자신은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첫째 목표는 야차족 전군을 지휘하는 사령관 타룬챠. 머리를 쳐야 한다.


타륜챠는 안전하게 수천의 호위들과 뒤쪽에서 전투를 관전하며, 전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쥬맥이 어풍비행을 펼쳐 다가가자, 주위의 호위병들 수백 명이 독화살을 쏘아 대며 사령관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그 사정거리가 고공에 떠 있는 쥬맥에게 미치지 못했다. 설사 미친다 하더라도 당할 쥬맥도 아니고.


온몸에 호신강기를 두른 쥬맥이, 백호제마검에 진기를 주입하였다. 그러자 보름달처럼 둥글고, 큰 수박보다도 몇 배는 더 큰 검환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가볍게 타룬챠를 향하여 쏘아 보내는 쥬맥.


마치 소년이 목표를 향해서 종이 비행기를 가볍게 날리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는 곧 죽음의 사신이다.


크고 빛나는 둥근 물체가 뇌전처럼 다가오자, 위험을 느낀 타룬챠와 호위들이 급히 피하려고 하는데······.


검환이 마치 생명이 깃든 것처럼 따라붙으며 바로 옆에 떨어졌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굉음!


꽈아아아아아앙!!!


천지를 울리는 듯한 거대한 폭음에, 번쩍이는 불빛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마치 불꽃놀이처럼 말이다.


그와 동시에 그 주변 오십 장이 뒤집혀 큰 구덩이가 파이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은 생명체든 돌이든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곳곳으로 튀어 나간다.


그 한 방으로 타룬챠와 호위들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깨끗이 사라져 버렸으니······. 바로 수괴의 머리를 한 방에 잘라 낸 것이다!


이미 본대의 중군과 후군이 천인족 무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그러니 타룬챠를 사로잡아서 전투를 중지시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강수를 둔 것이다.


거대한 폭음에 전투가 잠시 주춤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서로 눈에 불을 켜고 싸우기 시작했다.


너 죽고 나 살자고······.


“죽어라 이놈!”


“아아아악!! 쿨럭~ 쿨럭~”


시신이 뒹굴고 고함과 비명이 뒤섞여서 혼잡한 난장판. 타룬챠를 없앤 쥬맥이 이번엔 좌군, 우군, 중군장 모두를 검탄으로 공격하여 없애 버렸다.


다음은 대장급들을 찾아서······.


이렇게 야차족의 지휘부가 위에서부터 차례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대부분이 쥬맥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백 명 단위의 조장급 정도만 남게 되었다.


지휘부가 제거되자, 야차족은 우왕좌왕하며 공격이 무디어졌다. 그 틈을 노린 천인족은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서 수많은 적들의 숨통을 끊어 냈다.


점점 야차족의 시신은 산을 이루고···, 붉은 피는 강을 이루어 흐른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 방법이긴 하겠지만, 그 참상이 너무도 비참했다.


지금 야차족은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으니, 후퇴를 해야 함에도 시기를 놓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명령이 없으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육체에 깃들인 습관처럼 그저 손을 휘저을 뿐이다.


그들의 의지는 이미 자신을 떠났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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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89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5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75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85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1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7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62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6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8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77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88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85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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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90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67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5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6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59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90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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