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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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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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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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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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은 도저히 현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한동안 가만히 자신을 살폈다.

옛날같이 또다시 벌거벗은 몸. 이번에는 주작의 깃털도 없었는데 왜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우선은 이 뱃속에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또한 사는 길이고.

그리고 혹시 주변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이 있다면, 얼마나 걱정을 할 것인가?

또 이 소문이 퍼지면, 집에서는 전처럼 죽다가 살아왔다고 처자식(妻子息)이 얼마나 애를 태울 것이며······.

그래서, 아직도 바둥거리는 삼족황의 살을 베고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덩치가 너무도 커서, 뱃속에서 살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넘치는 진기를 검에 모아서, 이 장이 넘는 검강으로 삼족황의 살을 베어 내며 겨우 밖으로 빠져나왔다.

괴수가 버둥거리다가 죽은 듯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무사들은 쥬맥이 걱정되어 우르르 곁으로 달려왔다.

모두 거대한 삼족황(三足凰)의 둘레를 돌며, 도검을 치켜들고 뱃속을 가르려고 하는데······.

날갯죽지 밑에서 무슨 이상한 것이 쑤욱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 이게 뭐야?”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고, 또 다른 괴수로 알고 모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설마 뱃속에서 새끼가 나오는 것일까? 생김새는 왜 또 저렇고?’

모두 의아해하는데······.

전신에 털이 없는 희무끄레한 사람 형상의 괴물이, 지팡이 같은 것을 짚고 걸어 나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지팡이가 아니라 바로 백호제마검이 아닌가?

그러자 무사들 중에 한 명이 쥬맥을 알아보고, 기쁨에 차서 외쳤다.

“백호제마검이다! 쥬맥 대족장님이 살아오셨다!”

“와아~”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고, 그제야 쥬맥을 알아보며 우르르 다가왔다.

“어유~ 냄새. 내 몸이 이놈의 위 속에서 오물이 묻어 지저분하니까 먼저 물로 깨끗이 씻어야겠다. 어디 가까운 데에 씻을 만한 데가 없을까?”

그러자 백호대 부대장 한 명이 나섰다. 오랜 세월을 쥬맥과 함께 해 온 나이가 지긋한 부대장이다.

“대족장님! 어서 이리 따라오십시오. 저쪽에 좋은 데가 있습니다.”

앞장서서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로 안내하자, 전신의 오물(汚物)을 씻어 내고 새 옷을 가져오게 몸에 걸쳤다.


비록 생소한 느낌이 들지만, 전에도 전신의 털이 모두 불탄 적이 있지 않은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민대머리를 쓱쓱 문지르며 나섰다.

그런데···,

모두 달라진 모습에 놀라면서도, 인간인지라 한쪽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는다. 킥킥킥! 하하하!······.

그 소리에 쥬맥도 덩달아 웃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머리에 두건을 썼다. 털이 모두 사라지니 왠지 허전해서 말이다.

그때 멀리서 온 산이 울리는 사나운 포효(咆哮) 소리가 들려왔다.

“크허어어엉~~~”

그러더니 순식간에 하얀 털에 점이 박힌 큰 괴물이 득달같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또 다른 신수가 공격하는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라서 대장들이 소리쳤다.

“전원 전투 준비!”

그러나 쥬맥은 울음소리만 듣고도 그게 누구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게 누구겠는가? 바로 친구 점박이지!

“모두 걱정할 것 없다. 저 녀석은 내 친구다. 바로 점박이야.”

무사들은 사람이 동물과 친구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문을 들은 적이 있고, 쥬맥이 대족장이니 그 말을 믿고 지켜보는데······.


하얀 털에 표범 무늬가 들어간 거대한 동물이 옆에 다가와서는, 그 커다란 앞발로 쥬맥을 반갑게 끌어안았다.

얼마나 반가운지 얼굴을 비벼 대며, 이제 제법 능통한 선어로 말한다.

[친구야! 여기까지 왔으면 나를 불러야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래, 반갑다. 점박이 너는 잘 지냈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수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영기의 파동이 느껴졌어. 백호 신수께 여쭈었더니 네가 마수 사냥을 와 있다고 하길래 걱정이 되어서 뛰어왔지.]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삼족황 때문에 내가 정말로 죽을 뻔했다.”

[아니, 이 삼족황 녀석이 내 친구인 너를 공격했단 말이냐?]

화가 나는지 눈을 사납게 치켜뜨더니, 그 큰 발로 몇 번을 걷어찼다. 그러면서 삼족황을 보고 아직도 식탐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는지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죽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백호 신수께 혼나기 전에 얼른 가 봐야겠다. 친구야, 다치지 말고 잘해라. 그래야 또 만나지.]

“그래, 고맙다. 내 걱정은 말고 너나 신수 수업 제대로 해라. 어서 가!”

점박이는 아쉬운 듯이 쥬맥을 끌어안고, 뺨을 비벼대다가 돌아갔다.


그때 멀리서 많은 천인족 무사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는데, 웬일인지 수르가 직접 오천 명의 백호대(白虎隊) 고수들을 이끌고 왔다.

유천거북의 등껍질을 운반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성안이 답답하니 바람도 쐴 겸 해서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 뻔하다. 틀림없이······.

“야! 너는 안에서 나 대신 관리나 좀 하랬더니 왜 나왔어?”

“임마, 나만 맨날 집을 지키냐? 나도 이제 바깥 세상도 좀 구경하고 살자.”

“안에는 잘 맡겨 두고 왔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안심을 한 거지.”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괜히 걱정하지 마라. 그런데 이 큰 새는 어마무시하다. 이것도 내공 증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우리 좀 구워 먹자.”

그러면서 점박이처럼 입맛을 다신다.

“그래, 마침 잘됐다. 수천 년 묵은 신수이니 좀 도움이 될 거야. 모두 달라붙어도 절반도 먹지 못하겠다.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러면서 검을 빼 들고 삼족황의 사체에 다가가서, 배를 가르고 한참을 뒤졌다. 결국 오색 빛이 영롱한 어른 주먹 크기의 내단(內丹)을 찾아내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은 쥬맥이 목숨을 건 대가다.

그리고 백호대 무사들을 시켜서 날개의 깃털과 꽁지깃, 갈기깃을 모두 빼내게 한 다음,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들까지도 모두 발라냈다.

가죽을 벗기게 하고, 고기도 잘라서 식사용으로 굽도록 하였고······.

그때 몰래 차고 온 술병을 꺼내 들고 다가오더니, 이죽거리며 말하는 수르.

“너 또 죽을 뻔했다며? 그렇게 말해도 귓등으로 듣냐? 처자식을 생각하라니까. 자! 어쨌든 살아서 다행이다. 고생 많은데 우리 대족장님 한 잔 해라.”

그러면서 큰 잔에 한가득 따라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죽다 살아서 술 생각이 간절하던 참이라, 단숨에 들이켜니 빈속이 찌르르하다.

“자, 너도 한 잔 해라. 신수급 삼족황이니까 아마 못 해도 내공이 이십 년은 늘어날 거야.

백호대 무사들도 든든히 먹이고, 남는 것은 모두 포를 떠서 말려야겠다. 우리만 먹지 말고 주변에도 좀 나누어 줘야지.”


그러자 또 수르가 핀잔을 준다.

“임마! 좋은 것은 원래 남몰래 혼자서 먹는 건데, 너는 맨날 남만 생각하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랜 세월 옆에서 지켜봤으니, 친구의 그 욕심 없는 마음이 좋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자신도 그 덕을 톡톡히 보지 않았던가?

“대족장님! 빈속에 술 드시지 마시고 우선 고기로 배를 좀 채우세요.”

백호대 부대장이 큰 고깃덩어리를 쟁반에 담아 오는데, 구수한 냄새와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수르가 술을 마시다가, 도를 들고 삼족황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을 하는가 봤더니, 머리를 쪼개어 흰 뇌수를 꺼낸다.

그것을 수하들에게 삶아오라고 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썰었다.

“이놈이 수천 년을 살았으니 뇌에도 뭔가 있지 않겠냐? 우리가 한번 먹어보자. 오랜 세월 닦은 지혜가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오게 말이야. 하하하하! 재미도 있고 맛있을 것 같지 않나?”

먼저 한쪽을 집어서 맛을 보더니, 깊은 맛은 없어도 두부처럼 단백하단다.

몸에 좋을 것 같으니 어서 먹어 보라고 권해서, 쥬맥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몇 점을 먹었다.

이렇게 하여 수천 년을 살아온 삼족황은, 결국 식탐 때문에 고기와 그 뇌수까지도 천인족 무사들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

수르에게 유천거북의 등껍질과 삼족황의 깃털 등 여러 종류의 부산물 처리를 맡기고, 쥬맥은 며칠 더 마수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벌을 마치고 환시성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제 마수들이 모두 토벌대를 피해 다니고, 전처럼 크게 무리를 이룬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시성으로 돌아온 쥬맥은 토벌에 참가한 무사들에게, 획득한 부산물들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개인별로 천살범의 털가죽 하나와 삼족황의 깃털 몇 개, 그리고 삼족황의 육포 약간 등.

그리고 수천 개의 마정단은 종족의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모두 천사장께 가져다주었고······.

그래도 남은 부산물에서 한울과 천사장을 비롯하여 대신녀, 대족장들까지 하나씩 돌리며 인심을 썼다.

심지어 전 한울과 전 천사장 가문, 태을 선인까지 모두 챙겼는데도 제법 남아서, 일단 백호대에 보관시켰다.

수르와 주변 친인척까지 고루 선심을 써도 쥬맥을 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모두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유천거북의 등껍질은 우선 백 개를 이용하여, 바이칸대호수에서 사용할 배를 만들게 했다.

이유는 등껍질이 통짜로 되어 있어서, 비할 바 없이 튼튼하며, 물도 새지 않기 때문이다. 배로 사용하기에 아주 딱이었다.

워낙 튼튼해서 밑바닥에 등껍질을 깔고 나무로 골조(骨組)를 세워 배를 만들면, 수백 년도 사용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수전(水戰)에 이용하기 위해서 배를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고 멋진 전함(戰艦)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배를 타고 수전 훈련까지 시키면서 물질에 익숙하게 연습을 거듭하자, 마침내 천인족에 최초의 수군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마수와 신수의 발톱도 쓰임이 많았다. 수전을 벌일 때 상대의 배에 걸어서 끌어당기는 갈고리나, 돛을 거는 고리로 활용했다. 가벼우면서도 강해서 사용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 * * * *


요즘 반인족과 비월족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반인족은 전에 보돈타 대족장이 넘겨준 검법이나 도법을, 전사들의 훈련에 적용했다, 그러자 그 기세가 나날이 강해졌다.

비록 심법이나 신공까지 넘겨받지는 못 했지만, 기초적인 도법과 검법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그러자 울트는 또 다른 야욕을 불태우며,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비월족의 경우는 금령월의 아들인 월광비월이, 새로운 무공을 만드는 일에 직접 뛰어들었다.

천인족 무사들의 전투를 직접 보았고, 거기에 쥬맥이 던져 준 단서를 더하여 마침내 그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기를 어떤 순서에 따라 경맥을 돌려서, 무기나 외부로 발산하면 더 큰 힘을 낸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그 이후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초보 수준의 검법과 도법, 그리고 그에 맞는 심공을 만들어 보급하기에 이르렀으니······.

비월족은 전에 비해서 수 배의 무력를 갖추게 되었다.

이 소문이 어떻게 소인족까지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소인족은 초보적인 무공서라도 내달라고 천인족에게 매달리며 애원했다.

* * * * *


마수를 토벌하고 몇 달이 흐른 뒤.

쥬맥은 삼족황의 육포와 깃털 몇 개를 싸 들고, 오랜만에 쉬는 날 천둔산 중턱으로 태을 선인을 찾아갔는데······.

신전(神殿)에서 예를 올리고 태을 선인의 숙소에서 함께 차를 마시다가, 가져온 것을 은근슬쩍 내밀었다.

“아니, 이것은 무엇이냐? 뭐 맛있는 거라도 가져왔느냐?”

“한번 보십시오. 이것은 지난번에 잡은 신수급 삼족황의 육포입니다. 요즘 이것을 먹으면 내공이 이십 년은 늘어난다고, 돈 주고 구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삼족황의 깃털인데, 혹시 필요하신 데가 있으실지 몰라서 조금 더 가져왔습니다.”

“모두 귀한 것이구나! 앞서 보내 준 것을 보고 무엇인가 했는데, 그 무서운 삼족황을 잡았단 말이냐?”

“말도 마십시오. 어찌나 사나운지 잡다가 제가 죽을 뻔했습니다.”


그러면서 머리에 쓴 두건을 벗고 아직도 털이 덜 자란 머리를 보여 주며, 삼족황과 싸운 얘기를 들려줬다.

“인석아, 이제 너도 나이가 있는데 제발 몸조심 좀 해라, 응?”

말로는 질책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손자를 걱정하는 것 같은 애정이 가득 어렸다.

어려서 어른들께 혼났던 것을, 우리도 어른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헤헤, 이렇게 멀쩡히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쓸모는 있습니까?”

“삼족황은 공간 이동의 신통을 부리는 신수란다. 어떻게 그런 무서운 녀석을 잡았는지 모르겠구나. 혹시 그 신통을 보지 못했느냐?”

“봤습니다. 공간을 마치 종이를 찢듯이 찢어 내며 공격을 해 왔습니다.”

“이 삼족황의 깃털은 선인들이 공간신통을 익힐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니 매우 귀한 것이다.

무인들은 법력이 없으니 이런 깃털로는 안 되고, 최소한 내단 정도는 먹어야 그 신통을 익힐 수 있는 힘을 얻지. 그래 내단은 챙겨 온 것이냐?”

“예, 오색 빛이 영롱한 내단이 있길래 제가 몰래 챙겼습니다. 하하하!”


“잘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내가 그 내단으로 공간신통을 익히는 법을 알려 주마. 수행도 조금 해야 하지만.”

“혹시 그 내단으로 공간신통을 익히면 시공간 이동까지 가능해지는 건가요?

제가 생계로의 유체 수행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시공간 이동이 아니면 유체 수행이 어렵겠더군요.”

“일단 공간신통(空間神通)을 익히면 시공간 이동까지는 그 사람의 능력에 달린 문제다.

그러니 네가 공간신통을 익혔다고 시공간 이동까지 가능할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구나. 계속 천지법칙(天地法則)을 더 공부해야지.”

“알겠습니다. 여유 있을 때 내단을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런데 이 삼족황의 육포는 먹을 만 하더냐? 네가 지난번에 보내 준 것도 무엇인지 몰라서 그대로 두었다.”

“예, 맛도 좋지만 함께 갔던 천령대와 백호대 무사들은 대다수가 이걸 먹고 내공이 이십 년은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나누어 준 것을 돈이 필요해서 비싼 값에 파는 무사들도 있습니다.”

“그래? 아주 영기가 충만한 모양이구나! 선인에게 식탐이 있어서야 쓰겠느냐 만은, 그렇게 영기가 충만하다니 쓰일 데가 있겠구나.”


“삼족황의 깃털이 선인들께 중요한 것인 줄 알았으면, 무사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모두 선인들께 가져다 드릴 걸 그랬습니다.”

“그건 아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서 잡은 것이니 당연히 그들이 가지는 것이 도리에 맞느니라. 필요하면 선인들이 합당한 대가(代價)를 치르고 구입하면 되지 않겠느냐? 모든 건 순리에 따라야 하느니라.”

쥬맥도 벌써 나이가 예순다섯을 넘었건만, 아직도 손자를 가르치듯이 말한다.

그 외에도 쥬맥이 그동안 궁금했던 여러 가지를 묻고 배우며 거의 두 시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기 전에, 조만간 마계로 함께 수행을 떠나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하였고······.

이제 마계(魔界)만 다녀오면 쥬맥이 갈 수 없는 천계, 영계, 선계를 빼고, 오계(五界)를 모두 다녀오는 셈이다. 그러면 수련에 더 많은 도움이 되리라.

#

천단(10월30일) 이틀 전.

쥬맥은 비월족 친구를 초청한 것에 대해서 사전에 한울께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득하여 금령월을 맞으려고 환시성 밖으로 나갔다.

금령월은 지금 비월족 전사들 절반을 관장하는 대장군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접대도 필요했다.

쥬맥은 비월족이 비교적 온순한 종족이니, 이참에 비월족과의 교류를 넓히고자 했다.

그리고 소인족과도 평화롭게 지내도록 하면, 한쪽 국경은 잊어버려도 되지 않겠는가? 이번 만남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평화는 협상을 한다고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오는 법! 넘볼 수 없는 힘이 있어야 상대가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법이다.

금령월이 비록 어릴적 친구이지만, 전장에서 미라챠처럼 적으로 마주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무력시위까지는 아니어도, 지난번에 마수 토벌 때 보여 준 것처럼 천인족의 저력을 보여 주고자 했다.

그것을 통해서 혹시 모를 비월족의 도발 시에, 그 지도자들을 잘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한울과 천사장도 이 생각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였다.

#

환시성 서문 앞의 넓은 광장에서 기다리는데···, 마침내 점심 무렵이 되자 멀리 서쪽 하늘에서 작은 점이 보이더니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인근의 천령대에는 이미 통보를 하여 천궁을 쏘지 말라고 전해 두었다.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라 마중을 나갔는데, 금령월뿐만 아니라 그 어머니인 비류월과 아들 광비월(월광비월)까지 함께 오고 있었다.

쥬맥이 우선 반갑게 인사부터 나눈 뒤 셋을 유도하여 서문 앞에 내려섰다. 그러자 세 사람은 아름답고 장대한 환시성을 바라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런 성을 쌓을 생각을 했을까? 마치 신의 조각품같이 웅대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워. 자네 덕분에 내가 늘그막에 좋은 구경을 하는구만.”

비류월은 성을 바라보며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금령월도 감탄을 했고.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멋지구나. 저 큰 돌들을 어찌 다 날랐을까?”

그런데 광비월은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말없이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마 지금 머릿속으로는 치열한 계산이 오가고 있으리라. 아마 모르긴 해도, 비월족에 환시성 같은 성채를 지을 생각에 바삐 머리를 굴릴 것이다.

물론 비월족은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십 장이나 되는 높은 성루와 그곳에 빼곡하게 설치된 천궁이 있으니 함부로 넘나들 수가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성 주변에는 초대형 진법이 펼쳐져 있어서, 공중에서는 성의 내부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공격도 쉬운 일이 아니다. 범인은 뭐든 눈에 보여야 싸울 것이 아닌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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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6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89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5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75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85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1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7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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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6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8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77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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