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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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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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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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파선추로 배를 들이받듯이 곤의 몸통에 구멍을 뚫고, 해마가 끄는 전차가 지나가며 긴 상처를 입힌다.


이어서 수많은 작살이 날아가 곤의 몸통에 깊숙이 박히고······.


하지만 거대한 몸에는 작은 생채기에 불과하니, 그 몸부림으로 또 수많은 인어족 병사들이 죽어 가고 있었다.


바닷물이 온통 붉어지는 혈투!


그렇지만 계속되는 전투는 송사리 떼와 고래가 싸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곤의 먹이가 되거나, 몸이 잘려서 산호초 계곡에 드러누운 인어족 병사들의 수가 삼십만 명을 넘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분기탱천한 아놀라.


사랑하는 동족들이 저 악마 같은 곤에게 모두 죽어 가고 있었다!


결국 분노와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전투에 뛰어드니, 수호하는 호위들까지 모두 그 뒤를 따랐다.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면서.


호위들이 어황을 지키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도저히 싸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저 하나씩 속절없이 쓰러져 갈 뿐이다.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고···, 홀로 남은 아놀라가 삼지창(三枝槍) 하나에 의지하여 거대한 곤 앞에 섰다.


비록 덩치에서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어황이다. 아놀라는 지도자답게 의연한 모습으로, 힘껏 삼지창을 휘둘렀다. 자신의 동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몸짓에는 종족의 생사를 짊어진 지도자의 무게가, 분노의 무게가, 그리고 마음과 세월의 무게까지 실려 있었다.


그러나 가소롭다는 듯이 노려보는 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곤의 붉은 눈을 원수인 양 온 힘으로 찌르는데······.


상대를 업신여기다가 갑자기 눈이 찔린 곤이, 사납게 꼬리를 흔들며 머리로 아놀라를 들이받았다.


팍!


“으헉!”


[어황님을 구하라!]


곤의 머리에 부딪친 아놀라는 힘을 잃고, 산호초가 깔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인어들이 어황을 구하기 위해서 벌떼처럼 밀려드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곤이 큰 입을 쩍 벌리며, 모두를 한입에 삼키려고 달려들었다.


위기의 순간, 바로 그때!


바닷속을 온통 진동시키는 거대한 포효 소리와 함께, 그에 실린 음파가 일대의 바다를 광풍처럼 휩쓸었다.


“꾸우우우우우우워~~~”


곤(鯤) 무리는 물론 인어족 병사들까지 깜짝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곤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생명체가 그들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아니, 저 괴물은 또 뭐란 말인가?’


모두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치며, 그 모습을 살폈다. ‘도대체 저게 뭐지?’ 하면서······.


몸체는 거북이를 닮은 타원형인데 폭이 백칠십 장(510m)에 이르고, 길이는 이백삼십 장(690m)이 넘었다. 거기에 긴 목이 칠십 장(210m)쯤 위로 거대한 탑처럼 솟았고 말이다.


다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머리는, 마치 용의 모습과 흡사했다. 입 양쪽으로는 마치 세월의 흔적처럼 흰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고······.


인어족은 무서워서 감히 다가갈 엄두를 못 내는데, 그 거대한 생명체가 부유하듯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인어족의 뇌파처럼 선인들이 쓰는 선어를 이용하여 뇌 속으로 말을 걸어온다.


[어허, 이 무참한 살생극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고?]


이에 정신을 차린 어황 아놀라는 상대가 보통의 영물이 아님을 간파했다. 그래서 도움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답했다.


[우리는 이 일대에 사는 종족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북명해에 살던 곤의 무리가 남하하여, 이 일대의 물고기를 모두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먹을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죽기 살기로 곤의 무리와 싸우고 있는데, 힘이 달려서 벌써 수십 만의 동족이 피를 흘리며 죽었습니다. 제발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러자 거대한 생명체가 안됐다는 듯이 거대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어, 참으로 사정이 딱한지고. 나는 천인족을 지키는 신수 현무라고 하느니라. 너희의 상반신이 천인족과 똑같이 생겼으니, 차마 외면할 수가 없구나. 그럼 이놈들을 북명해로 쫓아 보내면 되는 것이더냐?]


[그리만 해 주신다면 우리 종족이 그 은혜를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좋다. 그럼 내가 모두 쫓아낼 터이니 너희는 모두 물러서거라.]


그러면서 거대한 몸으로 곤의 무리를 몰기 시작했다. 그러자 곤들도 나름 덩치가 있어서 부딪쳐도 보고 사납게 이빨로 물어뜯어도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거대한 현무의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지나가며 발로 툭 치면 곤은 바닥에 처박혔다 겨우 다시 일어나곤 하였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이번에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시퍼런 불꽃을 입에서 토해 내었다. 그러자 물속에서도 그 불꽃이 수십 장을 뻗어 나가서, 곤의 몸에 화상을 입히며 타오른다.


깜짝 놀란 곤의 무리들! 도저히 자신들은 상대가 되지 않자, 마침내 북명해를 향하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놈들! 게 섯거라!]


현무가 뒤쫓아가면서 인어족 병사들을 돌아보며, 마치 씩 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곧 곤의 무리를 뒤쫓아,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모두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빨리 부상자를 치료하라!]


죽을 고비에서 살아난 어황 아놀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지시를 내려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거두어 수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부상자들을 치료한 뒤에 다시 전군을 정비하여 림프닐로의 회군을 서둘렀다.



림프닐 백색 궁전으로 돌아온 아놀라.


며칠을 생각하다가 특명을 내렸다.


[현무 신수께서 이번에 우리를 도와, 곤의 무리를 물리치셨다. 그러니 근처의 가장 높은 수중산(水中山)의 정상에 현무 신수의 커다란 석상을 세워라. 그리고 모두 경배하고 숭앙하게 하라!]


이로부터 인어족은 현무를 신처럼 섬기게 되었다.


현무는 원래 비월족이 있는 서쪽 바다에서, 마수나 요수가 바다를 통하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바닷속을 다닐 수 있는 마수나 요수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륙 주변의 바다를 둘러보기 위해서, 북명해를 거쳐 천성해에 이르렀던 것. 그런데 그곳에서 인어족의 수난을 보고, 천인족을 닮은 모습에 인정을 느껴서 도와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인어족이 섬기는 신이 되어 버렸다.


* * * * *


천인족과 야차족의 전쟁이 끝나고 어느덧 이 년.


천인족에는 그동안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벌써 환시력 오십구 년이 되어 쥬맥도 예순다섯 살이 되었고, 큰딸 쥬미가 아들을 낳으니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말이다.


마음과 달리 어린 손자에게서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으니, 내가 벌써 그렇게 늙어 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에 천인족의 인구도 많이 늘어서 벌써 삼백만 명을 넘어서니, 환시도 별로 여유가 없었다. 그러자 빨리 다른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회홀에 먼저 성을 쌓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완공이 되지 않은 가운데 성을 추가로 더 쌓기로 했다.


위치는 바이칸 대호수의 동쪽 끝단과 셀렝게강 사이다.


새로운 성의 지명은 신강.


그 성을 쌓고 이주하는 부족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천령대 일 만이 환시를 출발했다.


비록 환시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에 성을 지키며 부족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튼튼한 축성은 기본이었다.



볕이 따스한 초봄.


큰아들 쥬온의 표정이 들떠 보이더니, 결혼(結婚)을 하고 싶다고 세 살 어린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쥬온은 세가를 세우면 차기 가주가 되어야 하는 쥬맥의 장자다. 그래서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사람과 돈은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배우게 했다.


그 방법으로 상단의 장사꾼 겸 호위 무사로 일하게 했고.


그런데 그곳에서 큰 거래처의 자금 관리를 하는 아가씨와 눈이 맞아, 정분(情分)이 난 모양이었다.


무공은 어릴 때 기초적인 것을 배운 것 이외에는, 무사로서의 자질은 없었다.


그러나 장사와 자금 관리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라, 가끔 쥬온이 도움을 받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것이다.


뛰어난 미인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갸름한 얼굴에 큰 눈망울, 오똑한 코, 적당한 키 등 빠지는 데가 없었다.


부모님도 장사를 하는 집안의 5남2녀 중에서 큰딸이었다.


대족장 집안에다가 쥬맥이 천인족 내에서는 최고수로 소문이 났기 때문에, 신부가 될 집에서도 별다른 반대 없이 흔쾌히 승낙을 했다고 하고.


결국 세 달 뒤에 쥬온을 최나연이라는 아가씨와 결혼을 시켰고, 큰아들이라 쥬맥과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번 결혼도 검소하게 치렀고 축하금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기회에 사례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섭섭해하기도 했다.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고, 대신 조심해야 할 일도 많이 생겼다. 옷 입는 것부터 수욕이라든지 화장실 문제라든지 등등.



큰아들의 혼사가 모두 끝나자, 쥬맥은 집에서 수련에 몰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혈을 쏟은 것은, 중계와 유계 요계 수행에 대한 것이었다.


전 천사장과 태을 선인이 함께했던 수행들인데, 심상세계(心想世界)에서 그 기억들을 복기하며 우주 만물의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팔계(八界)에 대한 깨달음을 되짚어 보고, 천지의 운용법칙(運用法則)에 대하여 심층 공부하면서······.


천지의 운용법칙에 대해 깊이 깨달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최소한 생계(生界)의 다른 별에도 수행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중계나 유계는 이제 혼자서도 의식 수행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요계나 마계는 출입자를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가기가 어려웠다. 항상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계나 유계는 항상 출입문이 열려 있고, 의식도 차단을 하지 않으니 얼마든지 의식 수행이 가능하다.


물론 고도의 경지에 이르러 차원이 다른 의식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의식마저 잡아먹힐 위험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생계로의 의식 수행도 가능하지만, 생계는 너무 방대하다. 천억 개의 별을 품은 은하계가 천억 개에 가까운데, 도대체 어느 세월에 다 둘러볼 수가 있겠는가?


아직은 어느 별에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또한 설사 간다고 하여도 그 위치를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좌표 설정법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시 지구를 찾아오기란 요원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무작정 의식 수행을 떠났다가, 어느 은하계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그땐 어디로 가나?


이름 모를 은하계에 진입했는데, 좌푯값을 몰라서 길을 헤맨다면?


만약에 그리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이 생계의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행성으로 유체 수행을 떠난다면?


그건 어풍비행이라든지 그런 비행 방법으로는, 저 무한한 세계를 평생이 걸려도 다녀올 수가 없다.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녀올 것인가?


중계나 유계 수행 때처럼, 유체가 의식의 속도로 이동할 수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 숨쉬는 것은?


그것 또한······.


이런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천지의 법칙으로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궁리하고 또 궁리를 하는데······.


쉽게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입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육체적인 수련이 아니라, 정신적인 깨달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우선 중계 수행을 홀로 떠나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대족장이나 되는 사람이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나 버릴 수는 없는 법. 그러면 집이나 부족에서 모두 걱정을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정식으로 휴가를 내면서 상황을 알리고 떠나야 한다. 혹시 모를 비상시에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마침내 보름 뒤.


쥬맥은 정식으로 사흘간 휴가를 내고 아내 미루에게도 알린 다음, 백호대의 수련실에서 중계 수행을 떠났다.


수련실 밖은 수르가 믿을 만한 백호대 무사들 오십여 명을 선발하여, 주야로 철통같이 지키게 했다.


그리고······.


문을 내부에서 잠근 뒤 좌정을 하여 심상의 세계로 빠져든 다음, 마침내 전처럼 의식의 한 가닥을 뽑아냈다.


이제 홀로 수행을 떠나는 것이니, 시간이 급할 것도 없었다. 목적이 천지의 법칙을 살피고,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천천히 움직이며, 주변(周邊)에 혹시 놓쳤던 것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볼 생각인 것.



의식이 천천히 몸을 벗어나, 수련실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지금까지 내 집처럼 살아온, 백호대의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드러난다.


수르와 백호대 무사들이 수련실을 둘러서서 지키고 있는 것도 보이고.


이번엔 사방으로 시선을 돌려서 영안으로 살펴보니, 세상에 넓게 퍼진 영기의 흐름과 그 연결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약간 푸르스름하면서도 살짝 우윳빛을 띤 천지영기가, 뿌연 기무(氣霧)속에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 어느 것이든 저 기의 연결이 끊기거나 기무가 사라지면, 한여름 가뭄에 풀과 나무가 말라 죽듯이 타고 난 원신의 기가 쇠한다. 그러면 시들시들 시들어 가면서 죽어갈 것이다.


생명은 그 목숨이 다할 것이요, 사물은 빛을 잃고 죽을 것이고.


그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땅이 죽는 것이다. 땅이 죽으면 그 위에서는 다른 어떤 생명도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쥬맥은 지구의 땅과 대지에 얽히고 설킨 기의 흐름과 기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휴우~ 그래도 이 지구에 이렇게 농밀한 기망(氣網)과 기무(氣霧)가 살아서 숨쉬니,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생명이 걱정없이 살아가겠구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주변을 살피며 의식이 점점 떠오르자 거대한 환시가 보이다가 점점 작아지고, 대륙이 한눈에 들어오더니······.


이제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환시성은 거대하여, 한눈에 보이는 지구에서도 콩알처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 풋풋한 젊음을 다 바쳐서, 힘들게 이룩한 보람이 새삼 느껴진다.


그때 이상한 것이 보이는데···,


천둔산으로 생각되는 정상으로 마치 검은 종이를 찢은 듯한 균열이, 우주의 공간까지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었다.


전에는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여유를 가지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저것이 무엇일까? 왜 공간이 찢어진 것처럼 균열이 간 것일까? 저것은 혹시 내가 어릴 때, 사차원의 공간균열을 통해서 지구로 이주한 그 통로가 아닐까? 그때의 그 흔적 말이야.


그렇다면 생계에서 다른 별로 수행을 떠날 때, 저런 공간의 균열을 이용할 수도 있겠구나. 아리별에서 지구별로 이주할 때처럼 말이지.


아무래도 태을 선인께 여쭈어보아야겠다. 뭔가 유체 수행에 대한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으니.]


이렇게 쥬맥의 생계 수행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면서, 감히 상상할 수도 없고 무궁무진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빛의 빠르기로 날아간다고 해도 다른 별로의 수행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것이, 이제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멈췄던 의식을 더 끌어올리니, 점점 지구가 아득히 멀어진다.


그러면서 뜨거운 태양이 보이더니 태양계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푸르게 빛나고 천지영기(天地靈氣)가 강하게 연결된 행성은 오직 지구밖에 없었다.


[아하! 생계의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하는 별은 지구와 같겠구나. 어느 세월에 저 수많은 별들을 다 뒤지리. 지구처럼 천지영기의 연결과 그 색깔만 보면 생명의 여부를 알 수 있겠어.]


······의식은 점점 더 떠오르고.


이어서 태양계(太陽系)를 벗어나 점점 위로 떠오르니, 끝없이 펼쳐지는 은하수가 영롱한 보석의 바다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빛으로 반짝이는 은하수(銀河水).


저 수많은 별들을 감히 어떤 보석에 견줄 수 있을까? 어떤 크기로? 어떤 가치로? 감히, 감히 말이다.


[그런데 이 방대한 생계의 우주에서 이 은하수를 어떻게 찾지?]


좌표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 육방(六方)을 두루 둘러보는데도, 그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의식에 기를 주입하며 영안을 강화했다. 그러자 별이 천억 개쯤 될 것 같은 은하수의 중심으로, 거대한 기의 흐름이 보이는데······.


그 줄기를 따라가니 마치 수도관이 분기를 하듯이, 보일 듯 말 듯한 수많은 흐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 다른 은하계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리고 그 마지막은 생계의 중심축에 있는, 하얀 기운에 둘러싸인 거대한 원통형의 회오리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거대한 원통형의 회오리가 돌고 있는데, 주변의 쓰레기 같은 기운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일명 흑운(블랙홀)!


[아니, 저 검은 회오리는 지난번에 선인님들과 함께 생계(生界)를 빠져나갔던 그 회오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검은 회오리는 생계 밖으로 빨아내는 통로이고, 하얀 회오리는 천계에서 천지영기가 들어오는 통로(通路)란 말인가?


그 통로의 빛이 은하계마다 모두 다르니, 우리 은하수를 찾아오려면 저 푸른색이 강한 통로를 찾으면 되겠군.]


의식이 점점 더 위로 떠오르자 이제는 은하수가 점점 아득히 멀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은하계가 마치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나 귀걸이, 팔찌처럼 아름다운 빛으로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암흑처럼 깊고 어두운 세상에서 마치 보석 장신구처럼 반짝이는 은하계들.

생계 전체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는 하얀 회오리와 연결된 천지영기의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알기 쉽게 드러나고······.


홀로 하는 존재감에 고독이 밀려온다!


다시 눈을 돌려서 육방(전후좌우상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생계를 이루는 거대한 틀을 지탱하는 팔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의 색으로 기무처럼 희미하게 말이다.


그것은 위를 받치는 네 개의 기운과, 아래를 받치는 네 개의 기운이 각기 다른 방향을 점했다.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마치 거대한 성전의 기둥처럼 장엄하게 서 있고, 중심축을 이루는 기둥과 바닥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정한 팔괘의 형상은 평면의 팔괘가 아니었다. 방향은 같되 입체의 형상을 가진, 상하 각 사상이 뒤틀린 정육면체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안을 오행의 기운이 채우고 있었다. 팔괘(八卦)의 기운이 서로 만나는 계면(界面)에서, 서로 다른 기운의 충돌로 오행(五行)의 기운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기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생을 도모하는 것. 그것이 오행의 원리였다!


이 원리를 알면 어떠한 진법(陣法)이라도, 그 전체의 모습과 생문(生門)이나 사문(死門)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아~ 진정 팔괘와 오행의 조화가 신비롭기 그지없구나! 이제 저 모습을 마음에 담아서 깊이 연구한다면 천지의 법칙에 한 발 더 다가서겠구나!


그리고 모든 진법에도 쉽게 통달할 수 있겠어. 그리고 저것을 좌표로 인식한다면, 생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겠고.]


새로운 한 가지를 더 깨우친 쥬맥의 의식은 점점 떠올라, 전처럼 거대한 검은 회오리로 다가갔다.


생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계(異界)를 향해서 말이다.


누군가 꿈꾸는 저 세계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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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6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89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4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75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85 10 18쪽
»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1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7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61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6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8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77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88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85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81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90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67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5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6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59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90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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