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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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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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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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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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환술진을 지나서 폭이 사십 장에 이르는 해자를 보자 또 한 번 감탄하고, 다리를 건너 거대한 성문과 그 앞에 웅크린 백호 신수의 석상을 바라보며 계속 감탄했다.

성안에 들어서자 폭 삼십 장의 십자대로(十字大路)가 나오고, 곳곳에서 아름다운 가옥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셋은 계속 구경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지붕이 없는 큰 마차가 한 대 다가와서 곁에 멈추었다.

“내부까지는 너무 멀어서 걸어가기가 어려우니 마차를 타고 가시죠.”

쥬맥이 비류월을 부축해서 마차 앞쪽의 잘 보이는 자리에 모시고, 금령월과 광비월에게도 탈 것을 권유했다.

마차를 타고 빨리 달려가는데도 시내가 끝이 없다. 두 식경쯤 달리니 이번에는 내성이 보이는데······.

자그마치 높이가 십칠 장(51m)에 그 위에는 성루까지 지어 놓아서, 바라보기에 목이 아플 지경이다.

“와아~”

이제는 말없이 감탄사만 연발하며, 내성으로 들어서서 귀빈을 모시는 숙소로 향하였다.

#

저녁에는 쥬맥네 가족들까지 참석하여 서로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식사를 한 뒤 시내 구경을 하고 싶다 하여, 먼저 내성의 산 위에 올랐다.

사방을 색색으로 밝히는 월광등과 어울려,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보면서 부러움만 넘칠 뿐이다.

월광비월인 광비월에게는 신천지를 보는 느낌과 함께, 앞으로 비월족이 어떤 문명을 이루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도가 빠르게 펼쳐지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함께 마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는데, 골목골목마다 신비스럽고 환한 월광등이 비추고 있다.

어느 골목이라도 마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으니, 나무 위에서 대부분을 살아가는 비월족의 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을 뿐!

상가를 비롯하여 각종 주점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맛있는 냄새가 거리에 넘쳐흐른다.

어디를 가도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곳이 없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동네가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할 정도다.

‘아유~ 참 부럽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자리에 누운 광비월.

평소에 거의 나무 위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침대 위에서 자려고 하니, 잠은 오지 않고 보고 온 시내 풍경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며 어지럽힌다.


혼자 독백을 하는데······.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달려가야 이들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일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올 뿐이다. 그렇게 비월족의 미래를 고민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벌써 아침해가 솟았다.

쥬맥을 따라서 천인족의 천신께 올리는 천제도 구경하고, 거리에서 벌이는 축제도 보았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수백 대의 비거가 비월족처럼 하늘을 날며, 색색의 연무로 창공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이다.

거리마다 즐거운 인형극이나 무사들의 무술 시합이 벌어지고, 수많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로 북적대는 거리.

비월족은 모두 옷을 입지 않는데, 천인족은 모두 색색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니 옷을 입지 않은 비월족 세 사람을, 신기하다는 듯이 모두 바라보았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말이다. 그러니 원시인이 된 것처럼 창피한 기분도 든다.

#

이렇게 천단의 첫날이 지나고 저녁이 되었다. 쥬맥은 세 사람을 귀빈 숙소가 아니라, 시내의 주점에 가서 식사 겸 술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환시성의 하천 변에 위치하여 풍경도 좋고, 가장 크고 화려한 태평루라는 주점을 예약하여 함께 마차를 타고 갔다.

그런데 점원이 쥬맥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더니, 그 뒤를 따라오는 세 명의 비월족을 보고는 더욱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내가 예약해 놓은 방이 있을 텐데 안내를 좀 해 주게.”

쥬맥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점원이 ‘예예’ 하면서 허겁지겁 안내를 해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안내된 방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독립된 방이었다. 밖에서 먹어도 되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볼 텐데 음식이 제대로 넘어가겠는가?

지금 쥬맥이 대족장의 자리에 있으니, 이종족을 데리고 나타나도 종족의 업무를 수행하는 줄 알고 모두 물러서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종족을 데리고 나타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혹시 싸움이 났을지도 모르고.

쥬맥은 옛 은인을 모신 자리라 가장 좋은 음식과 술을 시켰다. 물론 금령월과 광비월의 종족 내 위치도 한몫했지만.

“어머님! 이 술 한잔 드셔 보시지요. 금령주라고 하는데 천인족에서 가장 좋은 술입니다.”

쥬맥이 비류월부터 금령월 광비월 순으로 잔에 술을 따라 주니, 금령월이 술병을 받아서 쥬맥의 술잔을 채워 주어 나란히 건배를 했다.


비월족에도 예의가 있는지, 광비월은 부친과 조모 앞에서 마시지 못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마신다.

“캬아~ 정말 맛이 독특하고 마치 목에 불이 붙은 것 같구나.”

술을 잘 마시는 금령월도 이름이 비슷한 금령주를 한 잔 마시더니, 독한지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그런데 의외로 광비월이 더 잘 마셨다. 이렇게 음식을 먹으며 술이 몇 순배 돌자 술기운이 돌면서 또 옛날 얘기가 나오고···, 그러면서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和氣靄靄)해졌다.

그 분위기에 편승한 금령월이, 넌지시 상호 교역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이봐! 오늘 보니까 천인족이 대단하던데, 앞으로 우리 종족과도 교류를 좀 할 수 없을까? 물물 교역 같은 것도 좀 하고 말이야. 소인족과는 그런 것도 한다던데, 우리도 좀 끼워 줘.”

“물물 교역을 하려면 너희 종족의 지도자들 결정도 있어야 할 텐데, 여기서 그냥 결정할 수 있겠어?”

“그건 걱정하지 마. 이래 봬도 우리 아들이 월광비월이야. 오기 전에 이미 수장들을 만나서 다 허락을 받고 왔으니까, 이제 천인족만 결정을 하면 돼.”


“물물 교역을 한다는 것은 서로 침략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오가며 산다는 것인데, 옛날처럼 또 쳐들어오면 우리는 어쩌라고?”

“에이~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야. 그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우리는 소인족과도 교역을 하는데 괜찮겠어? 그쪽과는 서로 원수잖아?”

“그것은 우리끼리 해결할 문제니까 당사자들에게 맡겨 두면 되잖아? 서로 싸우더라도 천인족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면 될 것 아닌가? 물론 앞으로도 싸우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금 우리가 셀렝게강을 경계로 하기로 소인족과 협정을 맺었고, 회홀에서 물물 교역을 하고 있는데 같은 조건이어도 괜찮겠나?”

“어차피 신수나 마수 때문에 우리가 셀렝게강 이쪽에서 달리 할 일이 없으니까, 소인족과 똑같이 하지 뭐. 이번에 온 김에 아예 도장을 찍자구.”

“소인족과는 오십 년간의 평화 협정을 맺었으니 똑같이 하지 뭐. 대신에 약속한 기간에는 절대 침략하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우리 천인족 무사들 봤지? 잘못하면 비월족들 다 죽는다.”

그러면서 은근히 말로 엄포를 놓았다.

“에이, 겁주지 말고. 말 안 해도 다 봤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이렇게 해서 천인족은 비월족과 평화 협정을 맺었고, 북쪽의 국경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금령월은 가기 전에 천사장까지 합석한 자리에서 문서로 협정을 맺고, 사흘 만에 다시 비샤로 돌아갔다.

* * * * *


마수 토벌 작전이 끝난 지 벌써 이 년.

큰 전쟁이 없으니 비교적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천인족도 여러 면에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쥬맥의 나이도 어느덧 예순일곱 살.

천인족 인구수는 삼백오십만 명을 넘어섰다.

그 사이에 회홀과 신강성이 완성되어 각각 네 개 부족, 이십만 명 정도가 그곳으로 이주하여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인구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니, 환인호 인근에 천단과 위글이라는 성을 추가로 축성하기로 했다. 그것은 인구 분산 정책 외에도, 야차족과 거인족 반인족의 침략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 각각 이만 명의 천령대가 축성과 주둔을 위해 떠났다.

그런데 앞서 회홀성과 신강성을 축성하면서, 돌을 운반하거나 쌓는 일 때문에 무척 고생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에 천단과 위글의 성을 쌓는 데에는, 쥬맥의 인드리코룡으로 지원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쥬 대족장! 힘든 일만 시켜서 미안하네. 모두 힘들어서 죽겠다고 제발 인드리코룡을 좀 지원해 달라고 하니까 내가 차마 뿌리칠 수가 없구만.”

한울은 단둘이 만나서 사정을 이야기하며 쥬맥의 양해를 구했다. 그동안 부모처럼 돌봐 주신 분이 부탁을 하는데 어찌 뿌리칠 수가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종족의 일인데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야죠. 우선 둘째 아들 혼사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으니, 혼인이나 시키고 가겠습니다.”

“에이, 부하들을 보내면 되지 뭐하러 직접 가려고 그러나. 그냥 얘들 시켜.”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데리고 가서 방법도 좀 알려 주고,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도록 틀을 정해 줘야죠.”

“그럼 갔다가 얼른 알려만 주고 돌아오게. 내가 자네한테 미안해서 죽겠어.”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다 종족의 일인데요 뭘.”

그리고 한 달 뒤에 셋째 쥬상이 혼인을 했다. 여무사(女武士)인데 윤씨 가문의 셋째 딸로 이름이 윤수이었다.

제법 무공에 대한 집념이 강해서,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 무사 수련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쥬씨세가를 꿈꾸는 쥬맥은, 얼씨구나 하고 흔쾌히 허락을 했다.

같은 상단의 호위 무사(護衛武士)를 하다가 알게 된 사이로, 나이도 같고 성격도 비슷했다.

둘째 아들은 일단 집을 따로 마련해 주고, 독립(獨立)을 시켰다. 쥬씨세가가 서면 그때 들어와서 살라고. 그때는 딸 쥬미도 세가로 돌아올 테니까 말이다.

#

아들의 혼사가 끝나자 쥬맥은 백호대 무사 오십여 명을 데리고, 지금 성을 쌓고 있는 천단을 향해 출발했다.

인드리코룡 육십 마리를 함께 데려가니, 가는 곳마다 널찍한 길이 생겼다.

천단성 축성지에 도착하자 열흘간에 걸쳐서, 인드리코룡에게 일을 시키는 방법과 시간표까지 정해 주었다. 절대 무리해서 일을 시키지 않도록 당부하면서······.

그리고 전에 인드리코룡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백호대 무사 스물다섯 명을 관리 인력으로 남겨 두었고.

이어서 나머지를 데리고 위글로 가서 똑같이 교육을 한 다음, 인드리코룡과 백호대 무사들을 남겨 두고 돌아서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제대로 관리를 하는지 한 달에 한 번씩 반드시 확인하러 올 것이니까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거야.”

혹시라도 말을 하지 못하는 짐승이라고 학대하거나 혹사를 시키지 않도록, 은근슬쩍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주거지가 늘고 전진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 상단과 표국업이 더욱 성행(盛行)하였다.

또한 이종족과의 교역도 부족들의 묵인하에 점점 늘어났는데······.

반면에 무기나 무공서 등 기밀로 분류된 항목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감시(監視)가 이루어졌다.

#

대부족의 일에 백호대의 일, 천단과 위글의 전진기지 구축을 위한 성 쌓는 일까지 지원을 하다 보니 바삐 움직이는데······.

그 와중에, 태을 선인이 마계 수행(魔界修行)을 함께 떠나자는 연락이 왔다.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일들은 수르에게 맡겨 두고 휴가를 냈고, 천둔산 중턱의 천령수(天靈樹)를 보호하는 곳으로 급히 찾아갔다.

태을 선인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쥬맥을 만나자마자 바로 수행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서 오너라. 조금 늦었구나. 시간이 없으니 바로 떠나자.”

밖에는 선인들이 경계를 서는 가운데, 좌정을 하고 바로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전처럼 심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한 가닥 의식을 뽑아냈다.

그러자 태을 선인의 영체가 육신을 탈각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며 앞서 나간다.

수행실을 빠져나온 영체와 의식이 점점 떠올라 지구를 벗어났고, 이어서 태양계에 접어들었으며······.

은하수를 바라보더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것은 거대한 검은 회오리다.

둘은 그 검은 기둥을 향해 다가섰다.


이미 여러 번 와 봤기 때문에, 이제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척척 길을 찾아서 빠르게 이동한다.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덧 생계(生界)를 벗어나 서게 된 팔계의 계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팔계(八界)의 계면에 서면, 언제 보아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신비스러움이 넘친다.

그 숭고(崇高)함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니, 한 톨 먼지와도 같은 인간이 어찌할 것인가?

자세히 바라보니, 이번에도 계면 사이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작은 소우주들이 눈에 띄었다.

태을 선인은 저 계면에 굴러다니는 작은 소우주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구현하여 사는 곳이라고 했었다. 천지의 법칙에 통달하고 도를 깨우쳐서, 스스로 신이 된 존재들이 말이다.

‘나도 저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천신은 자신을 닮아서 스스로 신이 된 자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살아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천리를 거스르지 않는 한 어차피 천신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자신의 이상을 구현한 자신만의 세상!

오직 자신만의 우주!

그런데 인간이 그 우주에서 행복할 수는 있는 것일까?

오욕 칠정을 벗어나지 못해서 외로움 속에 홀로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윤회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신선과는 또 다른 존재!

스스로 신이 된 자!

어찌해야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나도 저처럼 신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육신의 한계를 탈각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세상이리라.

쥬맥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스스로의 힘으로 신이 되는 것!


마계가 저 멀리 거대한 검은 대문을 굳게 닫아 걸고, 온통 검은 빛에 둘러싸여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마계도 요계처럼 수천 명의 신장들이 거대한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수십 명의 천장들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데, 마계로부터 불순한 무리가 빠져나가서 다른 우주(宇宙)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것일 터.

그렇게 되면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니까 말이다.

태을 선인과 쥬맥의 의식이 다가서니, 온몸을 번쩍거리는 은빛 갑주로 가린 천장이 한 명 가까이 다가왔다.

“수행을 나오신 선인이시군요. 여기는 최소한 합신기에 이르지 못하면 위험한 마계입니다.

출입을 원하시면 본신의 원기를 한번 보여 주시죠. 이곳의 규정상 들어가실 수 있는지 반드시 사전에 확인을 해야 합니다.”

“합신기는 예전에 넘어섰으니 그럼 한번 확인을 해 보시지요.”

그러면서 선인의 영체가 본신의 법력을 모두 개방했다. 그러자 주변으로 엄청난 압력을 수반하며, 이미 신기화(神氣化)된 백옥 같은 기운이 구름처럼 퍼져 나간다.

그리고 농밀한 빛무리를 이루며 그 속을 떠다니는 오행의 기운들!


합신기는 연신기 때 영기(靈氣)를 신기화(神氣化)시킨 법력으로 영체를 이룬다. 그 영체를 본신의 크기까지 강하고 농밀하게 키우는 단계인 것.

기운들이 모두 빠져나와 거대한 강처럼 주변을 뒤덮으니, 바라보던 신장과 천장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랜 세월 수행을 하셨군요. 그만 기운을 거두시고 저 문 앞의 작은 전각으로 들어가시지요. 그곳에서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천인족의 태을입니다. 초행길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예를 표하고 거대한 검은 대문으로 향하니, 그 앞에 통행을 관리하는 작은 전각이 서 있다.

안에서 또 다른 천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미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았는지 환히 웃으며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태을 선인이라고 하셨지요? 초행이시니 몇 가지 주의 사항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웃는 얼굴로 마계에서 주의할 사항들을 자세하게 알려 주고, 마계의 구조와 길을 찾는 방법, 오가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이것은 마계에 들어갈 때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영패입니다. 같은 짝으로 하나를 여기 혼신등에 꽂아 두면, 마계에 계신 위치를 자동(自動)으로 파악할 수 있지요.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기를 주입해서 여기 가운데를 누르시면 여기에 비상등(非常燈)이 켜집니다.

그때부터 구출 작전이 시작되고요. 만약 사고로 안에서 영체가 소멸하면 이 혼신등이 꺼져 금방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꼭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안에 들어가시면 포악(暴惡)한 마왕들이 많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해서 평상시에는 대문을 열어 놓지 않으니 이리 따라오시지요.”

앞장서서 대문 옆에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로 작은 소문으로 안내하더니, 문을 두드리고 밖에서 영패를 비추며 길다란 열쇠 같은 것을 구멍에 넣었다.

그러자 안에서도 신호인지 같은 박자로 문을 두드리고 열쇠를 넣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천장의 손짓에 따라 문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안에도 수천 명의 신장과 천장들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천장 한 명이 다가오더니 이미 절차를 거친 선인이라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작은 옥간을 하나 내주며 말했다.

“이것은 마계의 지도이니 초행이시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실 때 이 가운데를 진기(眞氣)로 누르시면 이렇게 지도가 나타납니다. 초행길에는 아마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보여 주려고 일부러 가운데를 누르자, 허공에 빛으로 이루어진 큰 지도(地圖)가 한 장 떠올랐다.

그런데 손짓에 따라 회전하며, 입체적(立體的)으로도 볼 수 있어서 매우 신기하였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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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6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89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7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4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161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75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84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0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7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61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6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8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76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88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85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81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89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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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5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6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59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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