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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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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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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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러자 커다란 달덩이처럼 날아가는 검환! 그리고 이어지는 폭발 소리.


“쿠아아아아아앙~~~”


“꾸에에에에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수십 마리의 거북들이 배를 뒤집고 일어나지 못해서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그 몸짓이 일반 거북이 뒤집힌 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서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때다. 모두 공격하라!”


그때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뒤집힌 거북들의 목을 베거나 사지를 절단했다. 그러자 비교적 쉽게 수십 마리를 죽일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쥬맥이 검환으로 공격하여 거북들을 뒤집으면, 무사들이 달려들어 숨통을 끊는 방법으로 공격을 바꾸었다. 그렇게 하여 삼백여 마리를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그제야 거북이들이 겁을 집어먹고 수십 마리가 번개처럼 뒤로 물러나더니, 잽싸게 달아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두 지쳐서 더 이상 뒤쫓지 못하고 현장을 정리하는데, 벌써 다친 무사가 십여 명이 넘었다. 그나마 절정고수들이 부하들을 보호한 덕분에, 죽은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우리도 지쳤으니 우선 좀 쉬자.”


한숨을 돌린 뒤 뒷수습을 하는데, 죽인 유천거북 마수가 삼백여 마리에 이르렀다. 등껍질은 거대하면서도 매우 단단하여, 모두 떼어 내서 살을 제거하고 한쪽에 널어 햇볕에 말리게 했다.


이처럼 크고 강한 방패(防牌) 같은 물건은 만들기도 어려운 일이니, 분명히 어딘가에 쓰임이 있을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가져갈 생각이다. 천인족이 다른 물건을 이용하여 어떻게 이런 크고 튼튼한 대형 방패를 만들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음새도 없이 통짜로 말이다.


분명히 용처를 잘 찾아보면 전장에서도 무척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등껍질을 떼어 내니 속살은 매우 부드러워서, 그 고기를 구워 모두 배부르게 포식(飽食)을 하였다. 혹시 마기가 남아 있을지 모르니 미리 가져간 산마분(散魔粉)을 뿌려서 말이다.


그리고 뱃속에서 내단을 찾아내 마정단(魔晶丹)을 모두 회수한 뒤, 발톱까지 뽑아서 한쪽에 쌓았다. 길고 강한 발톱도 분명 쓰임이 있을 것이니······.


정리를 마치고 지도에 자세한 위치를 표시한 뒤 환시에 전서응을 보내어, 야수르 참모장이 조치(措置)하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벌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다 늙은 할미의 가느다란 실눈처럼. 그래서 보초를 세우고 모두 좌정하여 운기조식으로 원기를 회복한 다음, 밤이 되자 그 주변에 천막을 치고 야숙을 했다.



다음 날.


열대의 태양이 이글이글 끓으며 솟아오르자, 다시 마수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무사들이 온 산천을 뒤지는 것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우선 쥬맥이 하늘에서 마수 떼를 찾으면, 그때 지상에서 움직이기로 하였다. 쥬맥이 먼저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라 정찰을 시작했는데······.


마침 멀리 비월족의 주거지인 비샤를 향해서 움직이는, 수천 마리의 마수 떼가 포착(捕捉)되었다.


“모두 비샤 방향 십 리 지점으로 빨리 이동하라! 마수 떼가 가고 있다!”


위치를 알려 주고 먼저 마수를 가로막기 위하여, 자신도 앞쪽으로 날았다. 그런데 마수 떼 앞 방향에서 갑자기 수천의 비월족이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모두 활이나 칼, 창 등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말이다. 훈련을 잘 받았는지 행동에 제법 절도가 있었다.


아마도 마수(魔獸) 떼가 비샤로 향하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서 출전한 비월족의 전사들 같았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라!”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쥬맥은 잘못하면 비월족과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매우 조심스러웠다.


옛날에 비월족이 천인족을 공격했다가 대패하고 물러간 적이 있으니, 원한이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 모두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은신하라고 전음으로 지시를 내리고 말이다.


[마수들 앞쪽을 비월족이 막고 있으니 토벌대는 마수들의 뒤쪽을 막고 은신하여 대기하도록 한다. 비월족이 마수와 어떻게 싸우는지 좀 더 지켜본 뒤에 합공 여부를 결정하겠다.]


쥬맥은 오행의 기운으로 주변의 구름에 은신하여, 비월족이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았다. 마침내 마수 떼와 비월족 전사들이 충돌하였고,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생각 외로 비월족이 하늘이나 땅에서도 동작이 날래고 잘 싸우지만, 그래도 마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비월족 뒤에는 지휘자인 듯한 두 명의 비월이, 하늘에 떠서 전체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은 온몸의 털이 오색으로 빛나는 오색비월이고, 한 명은 백색의 영롱한 빛이 반짝이는 털을 가진 처음 보는 비월이다.


언뜻 쥬맥의 머릿속에, 비월족 중에서 몇백 년에 한 명씩 나타난다는 월광비월(月光飛月)의 얘기가 생각났다.


월광비월은 수행이 높은 부모로부터 영기를 이어받아 태어나는 것이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 모두 머리가 비상하여, 한 번 들으면 잊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를 보거나 들으면, 그로부터 열 가지를 유추하여 알아낸다는 현자가 바로 월광비월이다.


‘그렇다면 지금 비월족에 월광비월이 출현(出現)했고, 벌써 저렇게 성인으로 성장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마수와의 싸움을 쳐다보는데, 비월족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막아라!”


“으아아악!”


비월족 전사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수 떼는 바로 지옥개 무리인데, 수천 마리가 떼 지어 비월족을 공격하고 있었다.


머리가 셋에 꼬리도 셋. 머리는 마치 붉은 눈을 한 악귀처럼 생겼고.


꼬리가 일곱 자가 넘으며, 몸통은 두께가 네 자에 길이는 열 자가 넘는 거대한 개 형상의 마수였다.


머리 하나는 지옥의 불 같은 화염을 토하며 공격하고, 다른 머리 하나는 날카로운 이빨을 암기(暗器)처럼 수십 개를 날리며 공격하는데······.


나머지 머리 하나는 악마와 같은 두 개의 귀에서 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뇌전처럼 밝은 빛을 쏘아서 적을 감전(感電)시켰다.


그러다가 불리하면 십여 장을 튀어 올라,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빙글빙글 돌면서 꼬리로 친다.


그 힘이 어찌나 좋은지 굵은 통나무가 그대로 부서져 버리고, 창과 칼마저 힘없이 부러뜨렸다.


“모두 날아올라 고공에서 공격하라!”


지휘하는 오색비월이 외치자, 땅에서 싸우던 비월들이 모두 높이 날아오르면서 공격 방법을 활로 바꾸었다.


“쏴라!”


피비비비빙! 피비빙!


티디디디딕~ 티디딕!


그런데 화살이 마수의 몸에 맞아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 나온다. 거의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비월족은 매우 난처한 지경에 처하여, 물러나기도 그렇다고 계속 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때!


“크허어어어어엉~~”


지옥개 마수 중에서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무리를 향하여 무언가 명령을 하듯이 울부짖었다.


그러자 지옥개 무리가 모두 둥글게 모여서, 한꺼번에 껑충 공중으로 튀어 오르며, ‘커엉~’ 하고 우는데······.


한쪽 머리에서 뇌전처럼 밝은 빛을 쏘아 내니, 그 빛이 수천 개가 뭉쳐서 거대한 폭포 줄기처럼 변했다. 그리고 곧바로 비월족 전사들을 덮친다.


그러자 갑자기 벼락을 맞은 비월족 전사들, 그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악~~~”


비참한 비명 소리!


그리고 새까맣게 타서 통구이가 된 채로, 한꺼번에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수백 명의 시신들!


그러자 비월족의 지휘자인 오색비월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데, 그 옆의 월광비월이 나서더니 대신 지휘를 했다.


“모두 삼 장을 더 날아올라라!”


그 명령에 비월들이 삼 장을 더 날아올랐다. 그러자 지옥개 마수들이 다시 공격을 하는데도, 번개의 높이가 아슬아슬하게 미치지 않는다. 그것을 보고 오색비월(五色飛月)이 겨우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쥬맥은 이 상태로 계속 싸우면, 비월족의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지휘(指揮)를 하고 있는 오색비월과 협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드러내 그 옆으로 날아들었다.


“실례합니다.”


갑자기 날개도 없는 천인족 형상의 인간이 새처럼 옆으로 날아오자, 오색비월은 기겁을 하며 놀랐다.


그런데도 월광비월은 놀라지 않고, 호기심(好奇心)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


“아니, 귀하는 누구신데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날아오십니까?”


그게 더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쥬맥은 어릴 때 금령월에게 배운 비월족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는 천인족의 쥬맥이라고 한다네. 마수 사냥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은 어떤가?”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나이 든 오색비월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쥬맥이라고? 천인족의 쥬맥? 정말 쥬맥이라고 했나?”


“나를 잘 아시는 모양인데······. 그러는 귀하는 누구십니까?”


“나는 금령월이다! 금령월! 우리가 어릴 때 대협곡에서 만났잖아?”


어찌 쥬맥이 어릴 때 친구 금령월을 잊겠는가? 서로 고추까지 본 사이에.

금령월이 준 악기를 본떠서 금령파를 만들고 무공까지 창안하지 않았던가?


“하하하하! 네가 정녕 금령월이냐?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정말로 반갑구나. 그런데 그 어렸던 우리가 벌써 이렇게 할애비가 다 되었구나.”


둘은 서로 손을 맞잡고 반가움에 겨웠다. 금령월은 쥬맥의 손을 붙잡고 놓을 줄 몰랐고······.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가 가르쳐 준 토납술로 내가 먹고 사니 그 은혜가 크구나.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냐?”


“우리는 이곳에 마수 떼가 넘쳐나서 미리 좀 줄이려고 사냥을 하러 왔다. 저들이 곧 너희 영역을 침범하여 대량의 학살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길래.”


“뭐라고? 아니, 너 혼자 저 사나운 마수들을 어떻게 한단 말이냐?”


“저 마수들 뒤에는 우리 무사들 삼천 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다. 비월족 전사들만으로는 어려워 보이는데 함께 공격하는 것이 어떠냐?”


“마침 잘 되었다. 비샤를 지켜야 하니 물러서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 옛 친구 좀 도와 다오.”


“그래, 알았다. 지금 비월족 전사들에게도 모두 알려라. 지상에서 천인족이 합동 공격에 들어간다고 말이야.”


말을 마친 쥬맥이 빠르게 날아가 마수 토벌대를 지휘하였다.


“지금부터 비월족과 함께 마수를 토벌한다. 후위를 터 주고 좌우로 돌아서 비샤 쪽을 차단하며 공격하라!”


퉁퉁퉁퉁~ 퉁퉁퉁~


“와~ 공격하라!”


“좌우로 돌아라!”


갑자기 후위에서 삼천여 명의 천인족 무사들이 좌우로 돌아오며 거센 공격을 가했다. 지옥개 무리는 허를 찔린 듯 깜짝 놀라서 잠시 움츠리더니, 더욱 사납게 공격을 감행하는데······.


이번에는 비월족과 달리 만만치 않았다. 우선 오행의 기운을 빌려 은신을 하니, 모습이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초일류 이상의 무사들이라, 보법을 밟으며 비호처럼 접근한다. 그 다음 검강이나 검기가 실린 검으로, 목이나 몸통을 단숨에 잘라 냈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가 죽어서 바닥을 나뒹구는 마수들!


비월족 전사들은 금령월로부터 이미 전달을 받았지만, 천인족 무사들이 이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는지 모두 놀라서 구경하기에 바빴다.


날개를 빼면 덩치는 비슷한데, 움직이는 속도나 무기를 쓰는 방법이 비월족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특히 무기를 얼마나 빨리 휘두르는지, 겉보기에는 느려 보이는 검적과 번쩍이는 빛만 언뜻언뜻 보일 뿐이다. 눈에 잘 잡히지도 않았고 말이다.


월광비월도 호기심이 어린 심유(深幽)한 눈빛으로 자세히 관찰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크허어어어어엉~~”


지옥개들이 비월족과 싸울 때처럼 불을 토하고, 이빨을 날리며 뇌전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도 천인족 무사들은 잽싼 보법으로 피하면서 가까이 접근하여, 일격에 마수들에게 치명타(致命打)를 입히고 있었다.


쥬맥은 비월족이 다시는 천인족을 침략할 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풍비행으로 높이 날아올라 보란듯이 검환을 발현시겼다.


그리고 지옥개가 진을 형성하여 대항하고 있는 가운데로, 검환을 뇌전처럼 쏘아 보냈다. 그러자,


버언쩍!


쿠아아아아아앙!!!


“캐애애애앵!!”


주변을 뒤흔드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그 주변 오십 장의 땅이 모두 뒤집혔다. 돌과 나무들까지 모든 것이 한 번에 박살이 나 버렸고······.


지옥개의 무리도 이 한 번의 공격에, 일천 마리에 가까운 무리가 갈갈이 찢겨서 사방으로 육편이 튀어 나간다.


모두 이 엄청난 모습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특히 월광비월의 놀라움은 더했는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커엉! 컹!”


이제 겨우 수백 마리밖에 남지 않은 지옥개의 무리가, 꼬리를 말고 뒤로 돌아서 정신없이 내빼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싸우면 전멸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 것!


마수가 모두 도주하자, 쥬맥은 죽은 마수들을 모아 가죽을 벗기고 마정단을 모두 회수하게 했다.


그리고 땅으로 내려온 금령월에게 다가가니, 놀랍다는 표정이 미처 가시지 않은 얼굴이다.


“아니, 네가 어떻게 그런 번개를 내리칠 수 있는 것이냐? 참으로 놀라운 일이구나. 날개도 없이 날더니 이제는 번개라니······.”


“하하하하! 천인족은 이것을 무공이라고 한단다. 토납술은 그 기본을 이루는 호흡법(呼吸法)이지. 너도 그때 산에서 내가 가르쳐 줬잖아?”


“네 덕에 나도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대주천을 이루는 영광을 누렸다만, 네가 하는 무공(武功)이란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구나.”


“천인족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아. 저 무사들이 싸우는 것도 잘 봤잖아?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도 있는데 뭘.”


그 말에 금령월과 월광비월은 이런 무공의 비밀을 알아내고 비월족도 같은 성취(成就)를 이루기 전에는, 결코 천인족과 적이 되어 전쟁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천인족과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래야 저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친구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기는 너무 섭섭하잖아? 너희 무사들은 실력이 뛰어나니까 잠시 알아서 하도록 맡겨 두고, 멀지 않으니까 우리집으로 함께 가자. 내가 은혜도 갚을 겸 식사라도 같이 해야지.”


쥬맥도 추억이 많은 금령월과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는 너무 섭섭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대협곡의 추억. 그리고 금령월!


은혜는 바로 자신이 입은 게 아닌가?


그래서 토벌대는 비월족 전사들과 함께 마수들이 비월족 영역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루만 막고 있으라고 말한 뒤, 금령월을 따라나섰다.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라 금령월과 같이 비샤로 날아갔다. 금령월의 집으로 들어가자, 금령월의 어머니인 비류월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머니! 저 쥬맥입니다. 아시겠어요?”


“알다마다, 정말 반갑네.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니······.”


주름진 손으로 쥬맥의 손을 꼭 잡고 아득한 옛날을 회상하는 눈빛이다.


금령월의 집은 커다란 나무 위에, 자연을 살리면서 비바람을 피하며 쉴 수 있도록 나무로 지었다. 매우 넓고 쾌적했다. 그래서 쥬맥도 관심을 가지고, 나무 위에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셋이 모여서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마침내 저녁을 함께 먹는데······.


갑자기 낮에 본 그 백색의 월광비월이 쓰윽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왜 월광비월이 여기에?’


쥬맥이 깜짝 놀라서 바라보니 금령월이 나서서 짓궂게 웃으며 소개를 했다.


“하하하! 놀랐지? 이 녀석이 바로 내 아들이야. 그 유명한 월광비월!”


“그럼 월광비월이 네 아들이었단 말이야? 정말 반갑네 반가워.”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광비월(光飛月)이라고 합니다. 아버님께서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은인이시라구요.”


“아니야, 자네 할머니와 아버지가 내 은인이시지. 아무튼 반갑네. 친구 아들이면 내게도 아들이나 마찬가지지.”


인사를 나누고 한자리에 앉아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데, 광비월의 관심은 거의가 쥬맥의 무공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쥬맥은 천인족의 비밀 사항(秘密事項)을 함부로 알려 줄 수는 없었다.


토납술과 혈도에 대해서는 어릴 때 금령월에게 이미 가르쳐 준 바가 있지만.


그래서 무공은 진기를 그 혈도들에 어떤 순서로 운기하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무기나 체외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만 알려 주었다.


문일지십이라 그런지 머리가 비상한 광비월은 금방 그 뜻을 알아들었고.


저녁을 먹고, 금령월이 비월족의 보름달 축제를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함께 비월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장소로 그 축제를 보러 갔는데······.


처음 보는 그 풍경은 너무 멋졌다.


비월족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가 쌍쌍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달을 보고 노래하며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데, 특히 오늘밤은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달이 뜨는 밤.


수만 쌍이 하늘 위로 날아올라 악기를 켜며 노래하기도 하고, 어떤 무리는 수천 명이 떼 지어 군무(群舞)를 추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낭만이 싹튼다.


한쪽에서는 조용히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또 한쪽에서는 하얀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며 월장을 하는 곳도 있었다.


마치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쥬맥. 그러자 금령월이 눈치를 보다가, 교류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려고 바짝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너희 천인족에도 이런 축제가 있을 텐데 언제 나도 한번 불러줘. 천인족은 어떻게 사는지 무척 궁금하구나.”


“그럼 금년 천단에 천인족에 한번 놀러 올래? 환시성을 구경도 할 겸.”


“와~ 그 유명하다는 환시성! 그래 꼭 한 번 보여 다오. 그런데 천단이 언제지? 우리하고 시간 단위가 다를 텐데.”


쥬맥은 천단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지금부터 며칠 뒤인지 자세하게 날자를 알려 주면서, 만날 장소와 시간까지 약속(約束)하였다.


잘못하면 오해를 사서, 금령월이 천인족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시 달밤에는 은비월이 가장 멋있구나! 너무 아름다워!”


“그래, 달밤에는 그렇지. 그러나 낮에는 우리 오색비월이 가장 멋지지.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월광비월을 따라갈 수는 없고.”


그러면서 은근히 자기 아들 자랑을 한다. 어느 시대나 어느 종족이나, 잘난 자식을 자랑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모두가 같은 모양이다.


흔히들 마누라와 자식 자랑은 팔불출(八不出)이라고 놀리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늘그막에는 달리 자랑을 할 게 없으니 그거라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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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6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90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169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8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5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 161화. 마수 토벌로 이어진 인연 21.09.27 1,276 11 19쪽
160 160화. 홀로 중계(中계) 수행 21.09.26 1,285 10 18쪽
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1 10 20쪽
158 158화. 미라챠와의 재회 21.09.24 1,272 11 18쪽
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156 156화. 시신은 산을 이루고 21.09.22 1,262 12 20쪽
155 155화. 40만과 4만의 전투 21.09.21 1,262 11 18쪽
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9 11 20쪽
153 153화. 야차족과의 전쟁 21.09.19 1,277 11 19쪽
152 152화. 대신전(大神殿)의 완공 21.09.18 1,288 11 18쪽
151 151화. 쥬씨세가를 꿈꾸다 21.09.17 1,286 12 18쪽
150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21.09.16 1,281 12 18쪽
149 149화. 대족장 쥬맥 21.09.15 1,290 11 19쪽
148 148화. 용암불새와의 인연 21.09.14 1,267 12 19쪽
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5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66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60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90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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