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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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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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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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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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 산 밑을 돌아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데 어찌나 큰지, 그 꼬리는 십 리 너머에 있고 몸통은 두께가 육십 장에서 칠십 장(210m)은 되어 보였다.


특히 거대한 머리를 치켜들고 오는데 눈은 또 얼마나 큰지, 제법 떨어진 곳에서도 광망으로 이글거리는 그 눈이 마치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보름달처럼 샛노랗게 빛나는 눈이---.


그때 야율린 대족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백호대는 유인을 시작하라!”


“백호대 출발!”


“나머지 2개 부대는 좌우로 나누어서 저 괴물을 유도하라!”


“1대 출발!”


“2대 출발!”


둥~ 둥둥둥~ 두둥두둥~


전쟁도 아닌데 전고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마침내 괴물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쥬맥은 일천 명의 유인대 맨 앞에 서서 내달리며 방향을 잡고 이끌더니 점점 괴물의 앞쪽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부대들은 좌우로 나뉘어 옆쪽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전고 소리와 함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천망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상황을 살피더니···, 커다란 아가리를 쩍 벌리며 긴 혀를 날름거린다.


그러더니 천인족의 무사들을 향해서 울부짖으려고 힘을 주자 태을 선인이 선기를 실어서 외쳤다.


“모두 귀를 막아라! 아니면 귀청이 떨어지고 기절할 것이다!”


“모두 귀를 막아라!”


그 소리에 모두 얼른 귀를 막자마자 하늘과 땅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포효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쿠에에에에에에엑~~~~~”


거칠게 울부짖은 괴물은 주변의 사람들이 전처럼 피를 토하며 쓰러질 줄 알았는데 멀쩡하자 어리둥절하더니, 화가 나서 머리를 사방으로 휘저으며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이놈들이 감히 내 소리에 멀쩡해? 너희들도 오늘 갈갈이 찢어서 먹이로 삼켜 주마! 천망은 이렇게 각오를 더 단단히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쥬맥은 부대원들을 앞서서 도망가게 하고 맨 뒤에 남았다. 그러면서 검에 진기를 주입하자 검기성강(劍氣成罡)으로 발현된 일 장 길이의 검강이 쑤욱 빠져나온다.


그 검강을 터뜨려 검탄으로 괴물의 눈과 턱 아래 등 외력에 약한 부위를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검탄을 맞은 괴물이 대로하여 사방으로 머리와 몸, 꼬리까지 휘돌려 치자 주변의 천령대와 다른 두 대족장 산하의 무사들 수백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그중의 일부는 거대한 몸에 짓눌려서 몸이 터지는 사람도 있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 모두가 놀라서 미처 피할 생각도 못했고 말이다.


쥬맥은 뒤로 빠르게 후진(後進)하며 유인을 하는데, 화가 나서 따라가던 괴물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양쪽의 무사들을 수시로 집어삼켰다.


그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린 뒤, 긴 혓바닥으로 근처의 무사들을 닥치는 대로 말아서 마치 지옥문(地獄門) 같은 목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이제는 아예 씹지도 않은 채.


이렇게 죽어 가는 무사가 순식간에 늘어나자 보다 못한 태을 선인(太乙仙人)이 앞으로 나섰다.


법술 신통과 마법으로 결계를 쳐서 양쪽의 무사들을 보호하면서 화염과 빙탄(氷彈)으로 공격하자 또 슬그머니 방향을 틀어 쥬맥을 뒤쫓았고······.


이러기를 여러 차례, 며칠에 걸쳐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졌고 드디어 탁녹대평원에 이르니, 주변에 몸을 숨길 만한 곳이 거의 없어졌다.


천망은 회심(會心)의 미소를 짓는 것처럼 혓바닥을 내밀어 입 주위를 쓱 한 번 핥더니, 그 날름거리는 혀를 그대로 쥬맥을 향해서 내뻗었다.


너무도 신속(神速)한 공격에 쥬맥도 미처 물러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검강이 발현된 검으로 받아치는데, 혓바닥이 어찌나 큰지 천망에게는 작은 생채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천망에게는 적은 피겠지만 덩치가 작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많은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와서 쥬맥을 덮치니 온몸이 순식간에 피칠갑이 되어 버렸다.


폭포수 같은 피를 전신에 뒤집어쓰고 갑자기 앞이 안 보여서 당황하는데, 괴물이 거대한 입을 벌려 쥬맥을 한입에 삼키려고 달려든다.


“안 된다! 위험해!”


쥬맥은 번개처럼 몸을 뒤로 빼내려고 하고, 태을 선인은 달려들어서 끌어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나 이미 거대한 아가리가 그 위를 덮더니 혀로 두 사람을 말아 올려서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다.


“안 돼! 대장님!”


"대장니임~~~"


모두 그 모습에 너무 놀라 우왕좌왕 하는데, 특히 백호대는 그토록 믿었던 대장을 잃고 절망했다.


이곳의 최고수와 선인이 괴물의 입 속으로 삼켜지니 모두 좌절하고 불안에 떠는데, 오직 몇 사람만은 뭐가 좋은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두 사람을 삼킨 괴물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다가 쥬맥이 이끌던 백호대쪽으로 빠르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자신의 혓바닥에서 핏물이 튀어 피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비릿한 피 냄새를 맡은 천망은 더욱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었다.


이놈들을 모두 죽여야지. 한 놈도 살려 두지 않으리라!


또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며칠이 걸려 탁녹대평원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때 갑자기 괴물이 괴로운 듯이 몸부림을 치더니 또 울부짖는데······.


“우에에에에에에엑~~~~~”


모두 미리서 귀를 막고 몸을 낮췄지만 그래도 그중에 몇 사람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천망은 입 속에서 무엇인가를 토해 내고 싶어 안달인 것처럼 보였다.


“꾸엑! 꿰에엑~~~”


뭔가 문제가 있는지 괴로워서 몸을 비틀며 머리로 사방을 휘젓는데, 그 통에 또 수십 명이 나가떨어졌다. 꼬리로 사방을 후려치더니 이제는 바보처럼 자신의 몸통까지 때린다.


모두 놀라서 물러서는데 목구멍이 있는 부위의 아랫부분에 피가 맺히더니 점점 벌어지면서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속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밖으로 뚫고 나오려는 것처럼······.


마침내 일 장쯤 틈이 벌어지자···, 그 틈에서 하얀빛에 둘러싸인 커다란 누에고치 같은 것이 쑥 빠져나오더니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괴물이 노하여 그것을 짓이기려고 머리를 들어서 내리치자, 그것은 머리를 피해서 번개처럼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국 천망의 거대한 머리는 애꿎게도 땅만 힘차게 내리쳐서 바닥이 파이고 주변으로 무수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무사들이 모두 놀라서 무엇이 괴물의 몸속에서 빠져나온 것인지 혹시 천망의 새끼가 아닌지 살펴보는데, 하얀빛이 엷어지면서 그 속에서 어렴풋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괴물의 입 속으로 삼켜진 태을 선인과 쥬맥이 아닌가?


“아니, 대장님!”


“태을 선인이시다!”


두 사람을 알아본 백호대는 기쁘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다. 지옥의 심연 같은 목구멍으로 삼켜져서 틀림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서 돌아오다니!


쥬맥은 이미 내공이 사 갑자가 넘고 6단계 투신(鬪神)의 경지에 올라선 절대고수다. 그래서 뱀의 입으로 삼켜지자마자 진기로 호신강기를 일으켜 전신을 보호하고, 검기성강이 발현된 검으로 천망의 살을 베며 밖으로 나온 것!


태을 선인은 혹시라도 쥬맥이 다칠까 봐서, 이미 신기(神氣)로 연화되고 있는 선기(仙氣)를 내뿜어 자신과 쥬맥을 감싸서 보호했고 말이다.


둘이 밖으로 나오자 몇 사람만 빼놓고 모두 그 모습에 환호했다.


“와~ 만세! 쥬맥 대장이 살아왔다.”


“태을 선인께서 살아오셨다!”


순식간에 사기가 오르고 모두 용기백배했다. 그러면서 계속 괴물을 유인하여 탁녹만을 향해 내달렸고······.


“이쪽이다! 이쪽으로 유인하라!”


“옆으로 가지 못하게 천궁으로 공격하라!”


“좀더 빨리 경공술을 펼쳐라! 따라 잡힌다.”


위험 속에서도 모두 몸을 사리지 않고 천망을 바다 쪽으로 유인하였다.


천망은 많은 상처를 입어서 괴로운지 쥬맥의 백호대를 잘 쫓아가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또 좌우의 유도 부대를 온몸으로 휘저었다.


또 수십 명이 순식간에 나가 떨어지자 쥬맥이 부대원에게 맡겨 둔 금령파를 손짓하여 받아 들었다.


악기를 품에 안고 줄을 쓰다듬으며 음을 고르더니 연주를 하는데······.


샤라라라랑~ 스르르르르릉~


더없이 맑고 고운 선율이 울려 퍼지더니 이어서 강한 음이 터져 나왔다.


띠리리링~ 띠리링~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주변을 맴돌자 천망이 놀란 표정으로 동작을 멈추더니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핏핏핏핏!


뭔가가 빛살처럼 날아온다. 놀라서 쥬맥을 바라보는 그 순간, 들려오는 음 사이에서 날아온 강기가 천망의 왼쪽 눈을 맞추었다.


퍼버버벙!


어디 그뿐인가?


강기(罡氣)탄이 줄줄이 날아들어 머리의 여기저기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꽈과과과강!


다행히 눈동자는 피했으나 피가 번져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고통이 밀려온다.


게다가 강기가 폭발한 곳곳이 쓰리고 아프다. 그러자 또다시 분노(忿怒)가 치민 천망이 쥬맥을 향해서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거대한 머리를 쳐들고······.


이번엔 아예 씹어서 먹겠다며 말이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쥬맥이 천둔미리보(天遁迷離步)의 신법으로 귀신처럼 홀연히 물러서며, 이번에는 음파로 뇌와 심장을 공격했다.


이미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지에 오른 쥬맥이 쉽게 잡힐 리가 있겠는가?


디디디디딩~ 띠리리리링~


눈에 보이는 게 없는데 심장을 뭐가 찌르는 듯하고, 머릿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자 점점 더 화가 나서 쥬맥만 보고 쫓아가는 천망!


쥬맥은 금령파를 백호대원에게 넘겨주고 나서 신법으로 번개처럼 움직였다. 자신이 있으면 잡아 보라는 듯이.


그러나 쥬맥이 천고(千古)의 신법을 펼치는데도 둘이 너무 덩치의 차이가 커서 결국은 따라잡히고 말았다.


십 리가 넘는 몸체를 한 번 꿈틀하면 순식간에 팔십 장을 나아가니 어쩔 수 있겠는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그동안은 주변의 먹잇감에 한눈을 팔면서 천천히 움직였으나 오직 쥬맥만 바라보며 전속력으로 내달리자 그 속도가 가히 상상을 불허했다.


전번에 쥬맥을 삼키고 곤욕을 치렀던 학습 효과(學習效果) 때문인지 이제는 함부로 통째 삼키려 들지 않았다.


대신 일격에 박살을 내려고 번개처럼 머리를 휘두르며 짓쳐드니, 바라보는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제발 무사하기만을 두 손 모아 빌 뿐이다!


그런데 쥬맥이 한 손으로 장풍을 쏟아내 괴물의 머리를 치더니, 그 반동으로 날아올라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쥬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또 머리를 사방으로 휘젓자, 백호제마검을 머리에 박아 넣어 붙들고 서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천망이 계속 머리를 흔들어 대자 버틸 재간이 없는지 검을 빼 들고 뛰어내리다가, 흔드는 머리통에 정통으로 맞아서 앞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무사에게 검은 생명과 같은지라 놓치지 않고 꽉 움켜쥐고 있었다.


화가 난 천망이 그대로 머리통을 내리치는데, 그 한 방에 쥬맥의 몸통이 으깨지려는 찰나······.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태을 선인이 허공섭물의 수법으로 쥬맥의 몸을 잽싸게 뒤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또다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쥬맥이 있던 자리가 깊게 함몰되며, 무수한 파편이 주변으로 날리고 뿌연 진무가 피어오른다.


천망은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쥬맥을 짓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멈추어 서서 진무 속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데 진무가 가라앉고 그 앞쪽에 쥬맥이 멀쩡히 서 있지 않은가?


그것을 보자 너무 성질이 난다. 분노로 입이 비틀리며 하늘을 향해 또 울부짖었다. 아주 거칠게······.


“쿠에에에에에에엑~~~~~”


이번에야말로 가만두지 않으리라! 악마 같은 눈을 힘껏 부릅뜨고 득달같이 다시 쥬맥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쥬맥이 또 당하겠는가? 뒤를 향해서 혼신의 힘으로 내달리니 마침내 멀리서 바다 냄새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짠맛이 섞인 그 비릿한 냄새가 말이다.


이제 탁녹만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직 쥬맥만 보고 내달리는 천망의 속도를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데, 태을 선인만 혹시 쥬맥이 큰일을 당할까 염려(念慮)하여 그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이렇게 천망과 쥬맥의 잡힐 듯 말 듯한 경주가 한동안 이어졌다.


잡힐 듯하면 쥬맥이 갑자기 방향을 확 틀어 버리니, 뒤따르던 천망이 한 바퀴를 크게 선회(旋回)하여 다시 뒤쫓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


마침내 저 멀리에 수르를 비롯한 유인 준비조(準備組)가 모습을 드러내자 쥬맥이 진기를 실어서 황급히 외쳤다.


“천망이 오고 있다! 모두 피해라!”


“빨리 피해라!”


그러자 이제 마지막 준비를 끝낸 백호대는 황급히 양쪽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사이를 쥬맥이 번개처럼 내달리고, 천망은 서둘러서 죽자사자 그 뒤를 쫓고······.


그리고 마침내 저 앞에 보이는 바다!


그 바다가 보이는 백 장 앞에는 붉은 깃발이 바닥에 꽂혀 있었다.


그러자 쥬맥이 번개처럼 백호제마검을 수납(收納)하고, 그곳을 스쳐가며 한 손으로 가볍게 깃발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바다를 향해서 힘차게 내달리는데 깃발에 긴 줄이 묶여 있는 것 아닌가?


바로 코앞은 천장단애(千丈斷崖)!


까마득히 깎아지른 절벽 아래는 바다의 검푸른 파도가 밀려와서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거칠게 넘실대고 있었다.


그래도 쥬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을 향하여 힘껏 뛰어내렸다. 물론 두 손으로는 밧줄을 꽉 움켜쥐고······.


그러자 천망이 바로 뒤에서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그 큰 송곳니로 쥬맥을 꿰뚫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쥬맥의 몸이 밑으로 뚝 떨어져 내리자 같이 몸을 날렸다.


내 반드시 네놈만은 꼭 잡으리라!


그때 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쥬맥이 밧줄을 움켜진 채 천장단애를 뛰어내려 그네를 타면서, 두 발로 절벽을 걷어차며 내는 소리였다.


물론 온몸에는 호신강기를 두르고······.


천망이 쥬맥을 잡으려고 같이 뛰어내려 그 거대한 몸체가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다.


풍덩! 촤자자장~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기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바다로 떨어져 내린다.


바닷물에 빠진 천망이 몸을 돌려서 꼿꼿이 세우고, 절벽에 대롱거리는 쥬맥을 낚아채려고 힘껏 뛰어오르는데 그 높이가 아슬아슬했다.


한 번만 더 도약(跳躍)을 하면 입에 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파도를 타고 다시 몸을 솟구치는데······.


수르와 백호대가 모두 달려들어서 온 힘을 다해 줄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힘들게 솟구친 보람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떨어져 내린다.


아니 저놈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데······, 이제 잡을 방법이 없으니 분노한 천망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려고 긴 숨을 쭈욱~ 들이켰다.


그러자 쥬맥이 백호대원들을 향해서 잽싸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귀를 꽉 막아라! 귀청 터진다!”


“귀를 막아라!”


그와 동시에 해일(海溢)이 밀려오듯 거대한 음파가 해안가를 휩쓸었다.


“쿠에에에에에에에엑~~~~~”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천망.


주변을 여기저기 돌면서 다시 땅으로 올라오고자 맴돌던 천망은 온몸에 상처도 많고 절벽이 높아서 올라갈 수 없자, 결국 머리만 물 밖으로 내밀고 원래 자신이 살던 북명해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쥬맥과 백호대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만세! 천망이 돌아간다!”


“만세! 만만세! 우리가 이겼다!”


서로 끌어안고 발을 동동 구르며 다 같이 환호했다. 멀리 사라져 가는 천망의 머리를 향해서 손을 흔들며······.


먼 훗날 알게 된 이야기지만, 이날 쥬맥을 못 잡고 돌아가던 천망은 분노를 풀 길이 없었다.


그래서 화풀이로 천성해의 천수도 인근에 살고 있는 어수족인 인어족과 용두족 수만 명을 학살(虐殺)했다고 하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에 천망의 대재앙으로 소인족에서 이십오만 명이 죽은 것 외에도, 천인족 무사들 일만 명이 출전(出戰)하여 삼천여 명이 죽었다.


천령대가 천팔백여 명, 백호대가 사백여 명, 두 대족장 산하(傘下)에서 팔백여 명이 죽었다.


잘못했으면 먹잇감 노릇을 해야 하는 백호대가 가장 많이 죽을 뻔했으나, 쥬맥이 이천 명을 유인 준비대로 빼돌리고, 가장 발이 빠른 일천 명만 데리고 자신이 죽음을 불사하며 앞장서 싸워서 사망자가 가장 적은 것이다.


사실 준비대를 빼면 일천 명 중에서 사백 명이 죽은 것이니 비율로는 비슷하고 제대로 천망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부상을 당한 무사도 부지기수지만 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짓이겨져 죽은 사람, 천망의 뱃속으로 들어간 사람 등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기도 어려워서 결국은 환시성을 건설하는 야산 주변에 공동묘지를 만들고 함께 합장하였다.


그리고 구분 없이 사망자 모두의 명패를 내걸어야 했으니······. 사망자 가족에게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아버지가, 남편이 천망의 먹이가 되어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의 입으로 어떻게?


오늘따라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야율린 대족장과 태을 선인을 필두로 쥬맥과 여러 대장들 뒤로 천망의 재난에서 살아남은 무사들이 줄지어 섰다.


일만 명이 와서 칠천여 명이 살아남았다. 소인족의 상황에 비하면 훌륭히 대처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이슬처럼 스러져간 목숨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종족을 위해서 희생된 것인가?


빗속에 태을 선인이 나와서 위령제를 올리는데, 모두 그 뒤에서 무릎을 질펀한 땅바닥에 대고 꿇어앉았다.

93화 천망의 이동로 지도.png

93화 천망의 이동로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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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3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55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66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2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3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35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5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57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4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9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46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4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9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41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56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54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7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68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63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89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65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47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4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61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62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66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63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54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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