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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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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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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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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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DUMMY

후쿠야 선배 말대로 투수 타이밍을 완전히 뺏어버리니 2루베이스 중간에 왔을때 이미 성공했다는 걸 직감했다.


"세이프!!"


휴스턴의 포수 브라이언 맥켄이 즉각 반응해 2루로 던졌지만, 걸리면 바로 뛸 기세로 리드 폭을 넓혔던 내 타이밍을 이길 순 없었다. 이래뵈도 매일 지긋지긋한 일일 미션 때문에 체력과 대쉬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나 였다.


'이참에 도루도 좀 연습해봐?'


출전기회라는 게 투수라고 해서 비단 마운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치는 에인절스에 오타니의 경우에도 대타로 타석에 서는 경우도 있었다. 그치만 난 오타니처럼 홈런을 그리 쉽게 쏘아댈만큼 타격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타격 능력은 기껏해봐야 마이너리그 더블A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팀 내에서 빠른 발로 인정 받을 수만 있다면 대주자로 뛰고난 뒤에도 외야와 유격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 내 수비범위는 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것이다.


"미스터 황! 도루까지 성공하다니!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있네요!"

"맞습니다. 덕분에 피스터는 결국 집중력을 잃고 또 한번의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날 맞추려고 했던 사람이지만, 같은 투수로써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는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난 프로다. 그렇기에 더더욱 최선을 다해 그를 무너트리고 팀에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려고 한다.


'이쪽은 아예 쳐다도 안 보네 그럼 나야 고맙지'


2루에서 이번에도 아슬아슬한 리드폭을 유지한 채로 그의 어깨를 보며 살금살금 3루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는데,


'이런 젠장할!'


포수에게 사인을 받은 것인지 갑작스럽게 뒤돌아 2루로 견제구를 던지자, 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3루를 향해 내달렸다. 그런데 눈 앞에 가르시아 3루 코치가 손을 크게 돌리며 내게 외쳐댔다.


"뛰어 뛰어 뛰어!!"


상황을 판단하려고 뒤를 돌아보는 건 사치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3루 주루 코치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해야한다. 내 무리한 리드폭으로 인해 시작된 도루여서 그런지 미친듯이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주먹으로 툭툭 치며 오로지 홈 플레이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뭐야 왜 거기서 공이...'


내 옆을 스치며 원 바운드로 볼이 포수 브라이언 맥켄의 미트로 들어가는 게 똑똑히 눈에 보였다. 홈으로 갈 수있는 길목은 완전히 차단 되어있는 상황!

복잡하게 생각할 겨를따위는 없었다.


"야야야야약!!!!"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맥켄의 자세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아보였고, 난 저기에 부딪치는 순간 어디 한군데는 부러질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해 그의 앞에서 도약했다.


-부웅~


195cm에 점프력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시간이 지나도 충격이 전해지지 않는 맥켄은 등골에 싸늘한 위화감이 들었고 곧이어 심판이 우렁차게 외쳤다.


"세이프!!"


그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던 테이쿄 감독 다케노조가 평소답지 않게 욕설을 해댔다.


"야이 새끼야! 조심해!!"


평소 선수들에게도 존댓말로 조근조근하게 말했던 감독을 모두가 빤히 바라보자, 민망해진 모양인지 헛기침 몇번 하더니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테이쿄 부원들 역시 감독님과 같은 심경이었다.


"아주 첫 선발 잡았다고 몸을 막 갖다 쓰네 오늘 연락해서 욕좀 해줘야겠어!"

"누가 아니래요? 7:0으로 이기고 있는 마당에 왜 무리를 하냐고 저 멍청이는.."


모두가 걱정된 마음으로 표정이 굳어지자,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내 등줄기가 갑자기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뭐..뭐야!?"


화들짝 놀랐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


"아무래도 어제 경기에 불펜 전부를 끌어다 썼던 애리조나인 만큼 오늘은 미스터 황이 완봉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죠?"

"첫 선발에 완봉이라면 오히려 투수쪽이 더 반가워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거기다가 점수도 12:0으로 완벽하게 휴스턴을 제압하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휴스턴도 이번 경기는 어느정도 체념한듯 피스터를 바꿔줄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잔인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냉정한 판단


'패전투수에게 붙여줄 불펜은 없다. 뭐 이런건가?'


투수 자원이 풍부한 휴스턴임에도 마치 벌 받으라는 듯 그를 마운드에 고독하게 올려두었다. 그 결과 14:0으로 어제와는 대조적인 완벽한 애리조나의 승리였다.

경기가 종료되고 기다렸다는 듯 기자들이 내게 손짓했다.


Q - 어제에 이어서 오늘은 선발로 승리투수가 되었는데요. 데뷔하자마자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선덕 황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A - 겁이 없어서 아닐까요? 하하 농담이고요. 아직 절 분석한 자료가 없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Q - 등 번호가 49번인 이유는 팀에서 정해준 건가요? 본인이 원해서 인가요?

A - 팀에서 받았습니다. 아마도 과거 2001년을 재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Q - 같은 일본에서 온 에인절스 오타니 선수는 적응을 잘하고 있는데 자꾸 메이저 불문율을 어기면서 선수들을 도발하려는 건 일종의 전략입니까?

A - 전혀 아닙니다. 배트플립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전 이제 메이저리그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는 팬을 위해 존재합니다. 배트플립이 선수들의 심기를 건들여서 금기시 되어있다?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그럼 선수들 심기 건들이지 않게 사이좋게 무승부로 게임해야하나요? 프로라면 남이하는 세레머니에 삐질게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를 볼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앞으로도 배트플립을 계속 하시겠다는 뜻인가요?

A - 물론입니다.


내 솔직한 인터뷰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개중에는 나이가 어려서 아직 세상물정 모른다는 의견들도 몇몇 있었지만, 팬들 대부분은 메이저리그에 고질적으로 박혀있는 꼰대문화를 어린 선수가 총대 매고 나서준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음 날 경기에서 일어났다.


-꺄아아아악!!!


휴스턴은 초구부터 1번 타자 페랄타의 등에 빈볼을 과격하게 던져댔고, 그는 들것에 실려나갔다. 솔직히 이런 보복구가 날아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런 개새끼들이..."


페랄타가 실려가고 2번 타자인 폴락에게까지 명백한 빈볼성 투구를 던지자 디백스 벤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야이 썅놈들아!!!


처음보는 미국 벤치 클리어링은 정말 살벌했다. 당장에라도 헤비급의 선수들이 단체 패싸움이라도할 듯한 살벌한 살기가 그라운드에 요동쳤다. 일촉즉발 상황에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던 사람은 어제 선발로 출장해 대 참패했었던 피스터였다.


-빠악!!


돌아간 고개를 이상이 없는지 체크한 뒤 날 때린 상대를 노려보았다. 날 보며 씨익 웃는 피스터를 보자 난 바로 깨달았다.


'그것도 도발이라고 하고 있냐?'


노골적으로 내게 적의를 들어내며 칠테면 쳐보라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여러번 때리는 그의 모습은 유치하기 그지없었다. 이들이 원하는 그림은 이성을 잃은 내가 팬들을 생각하지 않고, 결국 너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모양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도발에 넘어간 건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제외한 디백스 모든 선수들이었다.


-저런 개 망나니 새끼가!!


팀내에서 막내, 그것도 15살짜리 유망주의 안면을 강타한 모습을 본 디백스 팀원들이 폭주하려던 그때,


'말려야해!'


난 살면서 해병대 캠프 때 이후 가장 크게 사자후를 내뱉었다.


"싸우지마!!!!!!"


체이스 필드 경기장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내지른 내 사자후에 심판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손대면 우리가 지는거야"


아직도 씩씩대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심판을 바라보자 이번에는 휴스턴 선발투수와 피스터에게 퇴장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벤치 클리어링은 끝이 났다.


***


재개 된 경기에서는 다행히 1회초와 같은 노골적인 빈볼투구는 없었다. 그러나 1번 타자인 페랄타가 없는 시점에서 토레이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하필 외야수 자원이 애매한 상황에 그것도 1번 타자에 자리가 공백이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그의 수비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절실했다.


'임시로 대주자를 넣기는 했지만 미치겠네.. 누굴 써야하나..'


고민에 빠진 토레이 감독을 보자, 나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전부 나로 인해 시작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난 결심을 굳히고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제가 페랄타를 대신해 중견수로 나가겠습니다."


타격이라면 아직까지는 충분할정도로 합격점을 주고 싶은 내가 선뜻 나서서 자원하니 고맙기는 했지만, 엊그제와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수비로 출장 시킨다는 건 감독으로써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거기다 선덕의 수비 능력은 아직 미지수 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건 힘들것 같네 지금은 타격보다 수비에 더 치중해야할 때라서 말이지 거기다 자네가 지금 또 나가면 녀석들은 분명히 자넬 맞추려고 들꺼란 말일세"


감독이 날 내보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빈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피할 자신이 있었기에 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저 빈볼 절대 안 맞습니다. 설명드리기 어려운데, 100% 피할 자신 있습니다. 수비도 남들보다 결코 못하지 않습니다. 한번만 믿어주십쇼!"


보통 감독이 한번 거절하면 아무리 편한 사이일지라도 더 고집을 부리는 선수는 많지 않다.


'제발...나가게 해줘요!'


간절한 눈으로 부탁하는 선덕을 보자 토레이 감독은 마음이 흔들렸다. 2경기때 선덕이 빈볼을 피하는 걸 눈으로 목격했던 토레이 감독 입장에서는 승산이 있을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비는 정말 자신 있는 겁니까?"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바로 교체하셔도 됩니다."

"좋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


"많은 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1회초가 드디어 끝이 났네요. 아무리 불문율이라지만 전 어제 미스터 황이 인터뷰한 말에 100%공감하거든요?"

"하하하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이거 생중계입니다?"

"상관없어요! 이 나라는 자유의 나라 아닙니까! 까놓고 말해서 야구선수들은 보러와주는 팬이 없다면 그저 공놀이나 하는 백수일 뿐입니다.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재미를 스스로 반감한다는 건 오히려 괘씸죄가 성립한다고 생각되네요."

"네네 알겠습니다. 일단 진정을 좀 하시구요.."


-와아아아!!!!


중계석에서 소란스러운 그라운드를 바라보자, 중견수 자리로 뛰쳐나오는 선덕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대주자를 다시 미스터 황으로 바꿔서 넣은 건가요?"

"루키를 밀어주려는 토레이 감독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명백한 실수같습니다."


관중들도 노골적인 선덕의 경기 출장에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었다.


- 되겠냐고..

- 토레기 진짜 정신 못차리네 선수 보호 안 하냐!!

- 어제 선발 완봉 한 15살 애한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야유까지는 아니었지만, 간만에 디백스에 나타난 2선발을 걱정하는 팬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오늘 애리조나의 선발은 로비 레이! 최근에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있죠?"

"미스터 황이 오기 전까지 애리조나 좌완의 희망이었던 그의 부활까지 성공한다면 정말 와일드 카드 가능성이 더욱 확실해질겁니다."


홈 팬들도 그의 부활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기대를 무너트리는 로비 레이의 볼이 초구에 공략당해버렸다.


-타앙!!


[타구 낙하지점까지 108m 지금 당장 출발하십시오.]


오랜만에 보는 외야 내비게이션을 반가워할 틈도없이 붉은 색 선의 끝을 본 난 쌍욕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이런 썅!!'


-다다다다다닷!!


뛰어가기만 해서 잡을 수 있는 타구 스피드가 아니었다. 거기다 절묘한 낙하지점까지,

남들처럼 타구 방향을 보면서 뛰지 않았어도 저 빌어먹을 텍사스 안타를 막기 위해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다이빙 캐치까지 3초! 2초! 1초!]


"닿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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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화 미러전 21.09.22 1,728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80 22 12쪽
»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80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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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30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3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49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7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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