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건국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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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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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건국기 [2부] 17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7) - 정명수의 과거 (6)

[신조선건국기]




DUMMY

4년 후, 1619년 (광해 11년)


용상에 앉아, 곤룡포를 입은 임금은 얼굴에 고뇌가 가득했다.

임금은 얼굴이 희고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사내였다.

세자 시절, 왜란에서 직접 민초들과 싸우며, 민심이 흔들리지 않게 붙든 것도 그였다.


그의 이름, 광해, 그는 지금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지난 해, 명나라의 푸순성을 포함한 11개의 성과 청하성 전투에서 명나라 군대가 북녘의 오랑캐가 세운 금에게 대패하면서, 명나라로부터 조선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한 탓이었다.


대신들은 임진년에 명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하며 오랑캐들을 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왜란 복구로도 힘든 상황에 명을 돕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민심을 동요시킬 것이라며 만류하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었다.


임금은 용상에 앉은 채,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그때, 대북파이자, 금국에 대한 강경론을 지지하는 이이첨이 입을 열었다.

“전하, 이건 고민할 사안이 아니옵니다. 북방의 오랑캐를 저리 두시면, 분명 조선에게도 화로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좌의정 박흥구도 동조하며 말하였다.

“맞습니다. 전하. 임진년에 명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있으니 이를 모르는 체 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옵니다.”


마지막으로 병판 유희분도 명에 대한 사대를 근거로 임금을 압박하였다.

“명과 조선은 아비와 자식의 나라입니다. 아비가 위기에 처했는데 어찌 자식의 도리로써 돕지 아니 하겠나이까?”



이에 영의정 박승종이 소리쳤다.

“전하, 물론 명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은 지당하나, 우리 조선은 왜란의 아픔이 채 낫지도 않았나이다. 더군다나 왜란으로 인해, 국고의 사정도 좋지 아니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군사를 징집하여 파병한다면,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파병된 군사를 위한 군량미를 대기 위해 농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닐 것입니다.”


박승종의 말에 이이첨이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박승종을 보며 물었다.

“영상께서는 오랑캐가 두려우신가 보오?”


이에 박승종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뭐라?”


이이첨과 박승종은 서로 대북과 소북을 대표하는 인물로, 서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이이첨의 말에 박승종은 발끈하며 말했다.


“왜란을 겪고 겨우 지켜낸 종묘사직일세. 금은 기세를 몰아 명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니, 대부분 전투경험이 없는 농민으로 이루어진 조선군은 저들에게 대패할 걸세.”


“훌륭한 무관이 있다면, 아무리 오합지졸의 군대라도 승기를 잡을 것입니다. 영상께서도 왜란을 겪어보셨으니 아실 것 아닙니까? 조선의 민초들은 의병을 일으켜 왜군에 맞써 싸웠습니다. 그들이 이전에 전투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습니까?”


이이첨의 말에 박승종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임금은 입을 열었다.

“결단을 내렸다.”


임금의 말에 모든 대신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임금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명에게 1만 3000의 군대를 파병할 것이다. 그대들의 말대로 임진년에 받은 명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그 날 밤, 왕은 영의정 박승종과 도원수 강홍립을 자신의 침전으로 불러 들였다.


임금은 *야장의를 입은 채, 자리에 앉아,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박승종과 강홍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장의: 임금, 세자, 세손이 입던 잠옷


"따라오는 이는 없었는가?"


이에 박승종이 답했다.

"예, 없었습니다."


임금은 표정을 고치고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강홍립과 박승종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의 조정 대신들은 대부분 금과의 전쟁을 주장하는 자이니, 내 그들의 눈속임을 위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소. 과인이 그대들을 부른 까닭은 그 명에 대한 내 진심을 그대들에게 전하기 위함이오.”


임금의 말에 강홍립과 박승종은 긴장한 표정으로 임금을 바라보았다.

임금은 이내 말을 이었다.


“1만 3000여 명의 군사들이 알지도 못하는 땅에 가 오랑캐들과 싸우다가 살육당하게 둘 수는 없소. 도원수 강홍립은 전투에 임하되 상황을 보다가 금에게 투항하시오.”


이에 박승종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임금에게 말하였다.

“전하··· 만약 조정의 대신들이 이를 알게 된다면 어찌 하시려 하십니까?”


박승종의 근심 어린 말에도 임금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 일은 과인이 책임지도록 하겠소. 그저 내 명에 따라 주시오.”


임금의 말에 박승종은 입을 다물었고, 강홍립은 시선을 아래에 둔 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전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평안도 은산


은산은 평양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현이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평양과 가깝고, 명 사신이 조선으로 파견 되었을 때, 또는 조선 사신이 명을 갈 때, 지나야 할 길목에 위치해 있어, 지리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그런 그 곳에 정 씨와 정명수는 소나 돼지를 도축하여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왜어가 가능한 정 씨와 정명수는 동래에 정착하여 장사를 시작하려 하였으나,

동래 상인들의 텃세가 워낙 심한 탓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기유약조 이후,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동래에는 많은 왜인들이 왕래한 까닭에, 왜국에서 주군을 살해하고 도망친 정 씨의 안전에도 위협 될 수 있었다.


왜국 상인이기는 하나, 조선과 같이 상인들을 통한 입소문도 빠르고 몇몇 거상들은 왜국의 다이묘와도 연결된 사람들이 많았기에, 정 씨는 자신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서 동래를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동래를 올라, 충주, 한양, 개성, 평양을 거쳐, 정 씨와 정명수가 정착한 곳은 은산이라는 한적한 동네였던 것이다.


은산은 그들이 전에 지냈던 곳보다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였다.

사람들은 항상 웃음꽃에 피어 있었다.


정 씨와 정명수도 마음 한 켠으로는 그런 은산이라는 동네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현감이 부임하면서 평화롭던 그들의 일상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새로운 현감은 여색을 밝히고 천출을 멸시하는 자였다.

처음 부임하자마자, 그는 향리들을 시켜, 나라를 위한 일이라며, 공납을 무리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은산현의 백성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뒤에서 현감과 향리를 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남성 셋이 정명수와 정 씨가 일하는 고깃집을 지나다가 코를 막고 소리쳤다.


“윽, 냄새. 여기 고기는 피도 제대로 안 빼나? 무슨 비릿한 냄새가 이리 심하게 나나?”


이에 정 씨는 허허 웃음 지으며 말하였다.

“피를 안 빼긴요? 다 피를 빼고 말려 놓은 고기입니다. 오늘 잡은 놈들이라 싱싱합니다.”


하지만 갓을 쓴 사내는 정 씨가 썰고 있던 고기를 한 손으로 집어 들고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이에 옆에서 지켜보던 명수가 발끈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정 씨는 손으로 그를 말렸다.


정 씨의 행동에 명수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분노를 삭히고 있었다.

사내는 내동댕이 쳐 진 고기를 보며 말하였다.


“이제 보니 고기 냄새가 아니라, 고기 써는 백정 놈인 네 놈에게서 나는 냄새인 듯 하구나.”


명수는 결국 참다 못해, 소리쳤다.


“아무리 귀하신 도령님이라도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도령은 정명수를 보고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백정 주제에 겁 나는 게 없나 보구나. 그런데 네놈 조선말이 서툴구나.”


그러고는 옆에 있는 다른 사내들에게 말하였다.


“백정에 오랑캐 핏줄인가 보오. 천출 중에 천출이구만.”

그러자, 옆에 있는 사내들도 모두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웃어 댔다.


그러고는 사내는 다시 뒤를 돌아 정명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네 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감히 천출 주제에 양반에게 큰 소리를 내다니. 내 성격이 좋아 그냥 넘어가는 줄 알거라.”


그러고는 땅에 내동댕이 쳐 진 고기를 발로 밟아 짓이기고는 옆에 있던 사내들과 자리를 떴다.


사내들이 사라지고서 정명수는 씩씩 거리며 정 씨에게 소리쳤다.

“화나지도 않소? 정성스레 만든 고기인데··· 저게 얼마짜리인 줄 아오?”


정 씨는 마저 고기를 썰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참거라. 새로 부임한 현감 어르신의 자제다.”


“현감 어르신 자제면 참아야 하는 것이오? 그런 망신을 당하고도?”


“4년간 조선에서 지내면서 조선 양반이 어떤 존재인 지는 너도 알 것 아니냐? 너도 양반을 보면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성질 버리고 그냥 그러려니 하거라. 잘 못하다가 네 명을 재촉하는 수가 있다.”

정 씨는 고기를 썰며 말하였다.


명수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정 씨를 밀어내고는 정 씨가 잡고 있던 칼을 뺏어 들었다.

그러고는 고기를 썰며 말했다.


“내가 마저 하겠소. 좀 쉬소.”


명수를 바라보며, 정 씨는 미소를 지었다.



은산의 기방,


현감댁 자제라고 불리던 도령은 자신과 함께였던 다른 도령들과 함께 기생집에서 기생을 품에 안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락 소리와 기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도령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에 옆에 있던 도령 하나가 그를 보며 말을 건냈다.

“어여쁜 기생과 술이 함께 하는 데 어찌 표정이 좋지 않으시오?”


“내 낮에 보았던 그 놈이 생각나서 그러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도령도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소리쳤던 그 어린 천출 놈 말인가?”

도령은 그의 물음에 말했다.


“그래, 그 놈. 감히 천출 주제에 나를 가르치려 들어?”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또 다른 도령이 씨익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그러자 도령이 인상을 쓴 채, 술잔을 거칠게 자신의 입에 털어놓고는 말했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지. 하지만 어떻게 저 놈들을 골탕 먹여 줄 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문제네.”


그 모습을 보던 한 도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네.”


이에 현감댁 도령이 그를 보며 물었다.

“그게 뭔가?”



“내 저잣거리를 갔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그때 그 놈하고 같이 있던 고깃집 주인 생각 나나?”


“그 복면 쓰고 몸집 큰 놈 말인가?”


“그래.”


“그 자가 왜?”


“그 자가 복면을 쓰고 다니는 이유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함이라더구만.”


“얼굴을 가리다니? 무슨 연유로?”



“소문에 의하면, 큰 상처가 있다는 말이 있어. 왜란 때, 왜군놈들이 칼로 조선인들의 코와 귀를 베어 갔다는 소문은 들어 보았지?”


“아 들어 보았지. 그 소문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설마···?”


“그래, 그 자가 왜란 때 코와 귀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저잣거리에서 그 자의 복면을 벗겨 그 모습을 저자 사람들에게 보인다면, 그 자의 고기를 그 누가 사가겠나? 그 흉한 꼴을 보았으니···”


그 말에 도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옳거니. 좋은 생각이구만.”





다음날,

도령은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다시 정 씨의 고깃집을 찾았다.

정명수는 그를 보자마자 얼굴이 찌푸려졌다.


도령 또한 그런 정명수의 표정을 보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정 씨를 보며 말하였다.


“내 지난 날의 일에 용서를 구하러 왔네.”


도령의 말에 정 씨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요? 도령께서 잘못하신 게 무엇이 있다고···”


“자네가 귀하게 잡은 고기를 못 쓰게 만들었으니, 내 잘못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에 정 씨는 두 손으로 손사레를 치며 말하였다.

“아.. 아닙니다. 심려치 마십시오. 고기야 또 잡으면 되는 것을···”


이에 도령은 고기 한 점을 들어 보이더니 다시 내려놓고는 정 씨를 보며 말하였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다만···”


그러고는 도령의 시선이 정명수로 향했다.

도령의 시선이 정명수에게 향하자, 정 씨는 도령과 정명수를 번갈아 보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 씨의 예상대로였다.


“저 놈은 용서할 수가 없네. 천출 주제에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다니.”


그러자, 정 씨는 두 손으로 싹싹 빌며 말했다.

“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니, 제발 저를 봐서라도 용서해주십시오. 저 아이의 벌까지 제가 받겠습니다.”


도령은 정 씨를 보고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예, 저 아이를 벌하시려거든, 절 벌하여 주십시오.”


“호오, 이거 이거 날 곤란하게 하는군. 그래, 그렇다면, 내 백번 양보해서 저 아이를 벌하지 않음세.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조건이 있다는 말에 정 씨는 도령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정명수도 뒤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령은 그 둘을 씨익 하고 번갈아 한번 보고는 뒤에 있던 도령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도령들이 정 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두 팔을 잡았다.

정명수가 달려들어, 물었다.


“뭐하는 거요?”


도령은 씨익 웃으며 정명수에게 말했다.

“그저 지켜보고 있거라.”



그러고는 정 씨를 끌고 저잣거리의 정가운데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낫나 싶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령은 정 씨를 무릎 꿇혀 앉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중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저, 현감 댁 도령 아니오?”


“맞네, 맞네. 현감 댁 도령이네.”


“아니, 무슨 일이길래, 또 저런담?”


현감 댁 도령은 이내 군중들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정 씨는 당황한 채로 묶여 무릎이 꿇린 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때, 도령이 소리쳤다.


“내 좋은 구경거리가 있어, 그대들에게 보여줄까 하오. 이 자를 아시오? 이 저잣거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이지.”



“정 씨 아녀?”


“맞네. 정 씨처럼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저런댜?”


사람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도령은 갑작스레 정 씨의 복면을 벗겨 버렸다.

정 씨의 흉한 얼굴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사람들 중에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왔던 여인들은 아이의 눈을 가리기에 바빴다.


정명수가 달려들려 하자, 현감 댁 도령 옆에 있던 도령들이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

도령 중 하나가 정명수를 보며 말했다.


“너 대신에 저 자가 죄를 받는다 하였으니, 잠자코 있거라. 양반에게 대들면 어찌 되는 지를 잘 보도록 해라.”


정명수는 자신 앞을 막아선 도령들 뒤로 살며시 보이는 정 씨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정 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무릎이 꿇혀져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애써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하지만 가려질 리 없었다.



사람들은 하나씩 소리쳤다.


“그 얼굴을 하고 여태껏 고기를 팔아온 거야?”


“어쩌다 저런 놈이 우리 고을에 들어와서는··· 부정 타게···”


어떤 사람들은 바닥에 있던 돌을 집어 들어, 정 씨에게 던지기도 하였다.

돌에 맞아, 정 씨의 이마에서는 새빨간 피가 흘러 내렸다.


명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도령들이 자신을 잡고 막아서고 있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소란이 끝나고, 저잣거리에는 명수와 정 씨만이 남아 있었다.

정 씨는 무릎 꿇혀진 자세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었고,

명수 또한 분노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명수는 분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씨가 일어난 명수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참아라.”


명수는 분노한 목소리로 정 씨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놓으시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게지. 참거라.”

어느새 정 씨의 목소리는 애절하게 들려 왔다.


명수의 이마에 심줄이 꿈틀거리다가, 이내 정 씨를 보고 소리쳤다.

“언제까지 참으라고만 할 거요?! 저잣거리의 사람들에게 그런 굴욕을 당하고도 화도 안 나오? 조선이 이런 곳이었소? 이럴 거면, 날 왜 데려온 거요? 차라리 왜국에 남아 있었으면, 하다 못해 작은 성이라도 받아 연명할 수 있었을 것을.”


정 씨는 명수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나를 원망하느냐?”


정명수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는

자신의 손목을 잡은 정 씨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말했다.


“나는 나대로 살 거요. 이곳이 조선이든 왜국이든, 나는 내 신념대로 살 것이오!”


그러고는 정명수는 정 씨만을 남겨두고 떠났다.

정 씨는 그런 정명수의 뒷모습을 쓸쓸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명수가 향한 곳은 현감댁 도령의 집이었다.

명수의 손에는 고기를 썰 때 쓰는 시퍼런 날이 선 칼이 들려 있었다.


명수는 커다란 대문 앞에 서서 대문을 두어번 두드렸고, 그러자, 안에서 시종을 드는 하인으로 보이는 자가 나왔다.


명수는 고민도 하지 않고 그가 나오자마자 그의 목을 베어 버리고는 안으로 들었다.


그러자, 안에 있던 다른 하인들이 소리를 질러댔고, 이에 안에 있던 현감댁 도령과 그의 부인이 안에서 나왔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분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정명수를 보고는 도령은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뭐.. 뭣들 하느냐?! 저 놈을 잡아라!”


이에 하인들이 명수에게 달려 들었으나,

명수는 하인들을 밀어내고, 그들을 고기 써는 칼로 하나씩 찍어 가며, 하인들을 가볍게 베고는 도령의 앞에 섰다.


그의 옷은 하인들의 피로 낭자했다.


도령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뒤로 나자빠졌다.

이에 그를 지키려, 그의 부인이 달려들어 명수 앞을 가로 막았다.


정명수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부인에게 말했다.

“비키시오. 안 그러면 부인도 벨 수 밖에 없소. 부인에게는 원한이 없소."


“죽어도 못 비킨다. 도련님을 어찌 하려 하는 것이냐? 이러는 연유가 무엇이냐?”


“그건 저기 나자빠져 떨고 있는 도령에게 물어 보시오.”


그러고는 칼을 들어 도령에게 달려들려 하자, 부인이 다시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명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키라 하였소.”


이에 그의 부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절대 못 비킨다! 도련님은 내가 지킬 것이다!”


정명수는 이내 칼을 높이 들어 말했다.

“좋소. 그럼 저 도령 저승길 동무라도 되어 주시오.”


그러고는 고민도 없이 부인을 베어 버렸다.

이에 부인은 맥없이 피를 토하며, 그대로 도령의 앞에서 고꾸라졌다.


이에 도령이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부인! 부인! 정신 차리시오! 부인!”


그러고는 자신에게 칼을 든 채, 다가오는 명수를 올려다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미.. 미안하네··· 요..용서해주시게···”


명수는 그의 말에 기가 찼다.

명수의 표정이 매섭게 변하더니, 명수가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주저 앉아 있는 그를 내려다 보며 말하였다.


“용서? 네 놈이 용서라는 단어를 알아? 용서를 구하러 왔다고 해놓고서는 네가 오늘 저잣거리에서 무슨 짓을 했는데?”


도령은 낮에 자신이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도령은 그대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손으로 싹싹 빌며 말하였다.

“내.. 내가 배운 것이 없어서 그러네··· 내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야··· 그러디 부디 노여움을···”


정명수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 보며 도령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충혈된 눈으로 말하였다.

“끄..윽···. 이러고도···. 네 놈이···. 무사할 성 싶으냐···? 현감댁··· 도령인··· 나를···.. 죽이고도···”


하지만 이내 그의 목이 그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정명수가 그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었다.

정명수의 옷과 손, 얼굴은 피가 튀어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아라!”


소란을 듣고 관아에서 나졸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군관의 말에 따라 나졸들은 칼을 들고 서 있는 명수를 포박하여 관아로 압송하였다.












18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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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신조선건국기 [2부] 25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7) - 혈투 (1) 22.10.01 276 2 21쪽
49 신조선건국기 [2부] 24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6) - 세자의 여자? 임금의 여자? 22.09.24 265 2 12쪽
48 신조선건국기 [2부] 23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5) - '각자의 임무' +1 22.09.20 274 2 14쪽
47 신조선건국기 [2부] 22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4) - 도성 전투 (2) +1 22.09.16 295 3 11쪽
46 신조선건국기 [2부] 21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3) - 도성 전투 (1) 22.09.14 281 3 12쪽
45 신조선건국기 [2부] 20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2) - 창릉 전투 (2) 22.09.13 281 2 11쪽
44 신조선건국기 [2부] 19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 - 창릉 전투 (1) 22.09.11 293 3 12쪽
43 신조선건국기 [2부] 18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8) - 정명수의 과거 (完) 22.09.10 277 2 20쪽
» 신조선건국기 [2부] 17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7) - 정명수의 과거 (6) +1 22.09.09 277 2 20쪽
41 신조선건국기 [2부] 16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6) - 정명수의 과거 (5) +2 22.09.06 276 2 10쪽
40 신조선건국기 [2부] 15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5) - 정명수의 과거 (4) 22.09.03 28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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