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건국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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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092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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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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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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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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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건국기 [2부] 25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7) - 혈투 (1)

[신조선건국기]




DUMMY

장수들과의 작전 회의를 마치고 김자점의 명으로 세 네 명의 파발병들이 ‘토산에서 집결하여 싸우자’는 글이 쓰여 있는 김자점의 서신을 들고 황해도 각지로 떠났다.


야음이 깔린 늦은 밤,

정방산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정방산성에서 출발한 파발병 하나는 말을 탄 채, 내달리고 있었다.


어둠 속 풀숲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구왕 도르곤이 이끄는 병사들의 척후병들이었다.

두 명의 척후병들은 동선령에서 청군과 조선군이 격렬하게 전투하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구왕 도르곤이 보낸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정방산성 근처에서 도르곤의 명으로 조선군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몇 일을 꼬박 낮밤으로 교대하며 지키며 지쳐가던 때,

정방산성에서 급하게 파발병 하나가 나서는 것을 목격한 것이었다.


파발병이 그들의 앞을 지나갈 때까지, 그들은 천천히 활을 집어 들어 활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파발병이 그들의 앞 풀숲을 지나갈 때, 그들은 활시위를 놓았다.

활이 빠르게 날아가 파발병의 투구를 벗겨냈고, 다른 척후병이 쏜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파발병이 타고 있던 말 궁둥이에 박혔다.


그가 타고 있던 말은 ‘히이잉’하고 긴 신음을 내시고는 앞 발을 들어 올렸고,

이내, 말에 올라 타 있던 파발병이 말에서 떨어졌다.


파발병은 바닥에 떨어져, 쓰러진 채,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인상이 험악하고 몸집이 거대한 두 명의 청군 병사들이 갑옷을 입은 채,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파발병의 표정은 이내 겁먹은 표정으로 변했고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때 한 청군 척후병 병사가 들고 있던 검을 그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

파발병은 ‘억’하고 입에서 피를 토했다.


파발병은 자신의 가슴에 박힌 칼날을 손으로 꽉 쥐고는 그에게 검을 꽂아 넣은 청군 척후병을 노려 보았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청군 척후병 병사가 허리에 찬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어, 그의 목을 베었고, 그의 목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조선군 파발병을 죽이고는 청군 척후병 하나는 쓰러진 파발병의 시신을 뒤적이다가 이내 서신을 하나 발견하고는 서신을 펼쳐 읽어 보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척후병에게 말했다.

“자네는 도르곤 전하께 가게. 나는 토산으로 향해 적의 동태를 살필 터이니.”


이에 또 다른 척후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도르곤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다음날, 날이 밝고 정방산성의 누각에 서서 김자점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아래에 무장을 한 채, 모여 있는 장수들과 병사들에게 말했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도성이 함락되었다.”


도성이 함락되었다는 말에 병사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김자점의 옆에 있던 어영 총판 이기남이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하라!”


이기남의 호통 소리에 병사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그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성루에 서 있는 김자점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란이 잦아들자, 김자점은 다시 말을 이었다.

“도성이 함락되고, 적들은 빠른 기세로 전하께서 계신 남한산성으로 남하하고 있다. 우리는 전하의 어명에 따라 남한산성을 지키러 갈 것이다!”


이에 병사 중 하나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성루의 김자점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가 저들을 이겨낼 수야 있겠습네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적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우리 조선인의 시신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랍네다. 한양은 조선의 최정예부대가 지키는 곳이 아닙네까? 임금께서 계시는 도성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곳이 함락되었다구요? 최정예부대가 이기지도 못한 적을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낸단 말입네까?”


그 말을 듣고 김자점은 병사의 앞에 서 있는 장수를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이에 장수는 뒤로 돌아 허리춤에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칼을 꺼내어 병사의 목을 베어 버렸다.


병사는 억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뒤에 있던 병사들은 그 광경을 보고 움찔했다.


병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김자점은 다시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말도 모르는 가? 죽고자 싸운다면, 반드시 살 것이다! 전하께서 계셔야 조선도 있는 것이다! 전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지 않겠다는 건, 결국 나라를 버리겠다는 말이 아니던가?!”


그러고는 김자점은 임금이 주었던 쌍방검을 꺼내어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또 나라를 지키는데 목숨을 걸 자신이 없는 자가 있는가?!"


김자점의 목소리에 병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남한산성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은 굳은 표정으로 북문의 누각에서 멀리 보이는 삼전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 그곳에서 청군 병사들 수백명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이시백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시백은 인기척이 나, 뒤를 돌아보자, 김상헌이 서 있었다.

김상헌이 시백에게 물었다.


“적들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상헌의 물음에 시백이 답했다.

“성을 공격하려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역시 자네가 말했던 대로군."


시백은 그대로 삼전도의 청군 진영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예."


이시백의 말에 상헌이 물었다.

“저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방도가 있는가?"


"근왕병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습니다. 적의 수가 우리보다 적긴 하나, 저들은 정예 부대이고, 우리 군사들은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던 자들입니다. 오히려 저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될 겁니다. 성을 지키며, 전투를 하게 된다면, 남한산성 근처에, 우리가 유리한 조건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저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허나, 그 전략으로는 적들을 큰 피해는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적에게 큰 피해를 주어야, 전하께서 강도로 가는 길도 열 수 있지 않겠는가?"


“미래군 상철이 전하의 어명에 따라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믿어 보는 수 밖에요.."


이시백의 말에 상헌은 씁쓸한 표정으로 삼전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선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구려."



상헌의 말에 시백도 말 없이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임금의 침전,

그곳에서 임금의 팔베게를 받은 채, 여령은 *속속곳만을 입고 하얀 어깨를 들어낸 채, 임금과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속속곳: 조선 여성들이 입던 속옷 중의 하나



임금은 저고리가 풀어져, 그의 넓은 가슴이 훤하게 보였고, 그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밖에서 상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기침하실 시간이옵니다.”


임금은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라···”


이에 문을 열고 상선이 안으로 들었다가,

임금과 여령을 보고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저.. 전하! 누구와 함께 있으신 지는 몰랐습니다···!”



상선의 말에 임금은 부시시한 표정으로 몸만을 일으키며, 말했다.

여령은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문제라도 되느냐?”


임금의 물음에 상선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나이까? 허나, 침전에 여인을 들이는 것은 날을 정하고서 하심이 법도인 지라···”


임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상선에게 말했다.


“임금이기 전에, 나도 사내일세. 사내가 맘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그 욕정 또한 맘대로 풀지 못하는 겐가? 날을 정해놓고, 모두의 감시 속에서 그 어떤 사내가 자기 뜻대로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단 말인가?”


상선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임금은 상선을 보며 말하였다.

“이 아이는 내게 승은을 받은 아이이니, 전란이 끝나고 궁에 돌아가는 대로, 첩지를 내릴 것이니라. 그에 맞게 대우하도록 하여라.”


상선은 임금의 폭탄 선언에 당황한 채, 그를 보며 말했다.

“하.. 하오나..”


이에 임금은 호통을 치며 말했다.

“뭐 그리 할 말이 많느냐?! 이미 승은을 받은 여인이다! 조선에서 임금의 승은을 받은 여인이 무엇을 뜻하는 지 자네가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이에 상선이 소리쳤다.

“송구합니다. 전하. 전하의 뜻대로 하겠나이다.”


임금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상선을 힐끗 노려보았다가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나가보아라. 나도 옷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대전으로 나설 터이니.”


“예, 전하.”


그러고는 임금은 자신의 옆 이불 속에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여령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 승은을 받았으니, 너는 내가 지켜낼 것이니라.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나를 안아다오.”


여령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 전하.”


여령은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렇게 좋아해주니, 좀만 구슬리면, 내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닐까?’


어차피 인조의 정비였던 인열왕후는 이미 세상을 떴고 중전의 자리는 공석이었기에,

그녀는 이런 음흉한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상선은 임금의 침전에서 나오자마자, 탄식의 한숨을 쉬었다.

멀리서 임금의 수랏상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의 침전에 들고 있던 수랏상궁이 상선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상선 어르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상선은 허공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시국인데, 전하께서는 그 사실을 인지 못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실을 잊으려 하시는 것인 지···”


상선은 말끝을 흐렸다.


상선의 말에 수랏상궁이 호기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전하께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상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닐세.”


“헌데?”


“이따 수라를 내오시게. 지금 전하께서는 지난 날, 어가를 막았던 여인과 함께 하고 계시네.”


“대전 나인으로 들였던 계집 말이십니까?!”


상선의 말에 수랏상궁이 놀라 소리쳤다.

상선은 당황해하며, 주위를 살피고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입가에 갖다대며 말했다.


“쉬이- 전하의 침전이 코 앞이네. 소리가 너무 커”


상선의 말에 수랏상궁은 당황해하며 목소리를 작게 내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허나, 그 년이 왜 전하의 침전에···”


이에 상선은 수랏상궁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전하께서 그 년을 대전 나인으로 들이신 연유가 무엇이겠는가?”


상선의 물음에 수랏상궁은 납득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저 계집이 전하의 승은을 얻었단 말입니까?”


상궁의 물음에 상선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네.”


“하오나, 아무리 전하시더라도, 침전에 여인을 들이시는 건, 궁의 법도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내 말이 그걸세. 더군다나, 나라의 안위가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에 여인을 그것도 나인을 침전에 들였다는 것이 대신들과 백성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 원성은 하늘을 찌를걸세..”


상선은 말을 끝내고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러니, 궁인들에게 입단속 단단히 시키시게. 나는 내시부의 내관들의 입단속을 시킬 것이니···”


상선의 말에 수랏상궁이 답했다.

“예, 하오나···”


수랏상궁의 ‘하오나’의 말에 상선이 자리를 벗어나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에 수랏상궁이 상선의 뒤에 대고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입단속을 시킨다고 막아지겠습니까? 궁이라는 이 협소한 장소에서 소문은 빛보다도 빠르다는 걸 상선 어르신께서도 알고 계시질 않으십니까?”


상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하였다.

“막으려고 시도는 해보아야지. 만약 소문이 난다면, 그건 오로지 전하의 몫인게야.”


하지만 그 또한 염려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임금이 이 전란 속에서 병사들이 죽기살기로 싸울 동안, 여인을 품에 안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군의 사기는 바닥 날 것이고 민심은 동요할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임금이 이 작은 산성 안에 있는 까닭에 이 좁은 산성에 소문이 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상선은 말을 끝내고 자리를 벗어났다.

수랏상궁은 상선의 뒷모습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황해도 황주 인근


좌익군을 이끄는 구왕 도르곤은 진을 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철옹산성에서 기나긴 전투를 했던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도르곤은 이번 전란에 대해서 약간의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

한겨울의 전쟁은 조선군에게도 크게 불리했으나,

청군에게도 결코 좋은 점이 없는 전쟁이었다.

전쟁에 있어서는 보급이 생명인데, 겨울이라는 계절은 그 보급마저 쉽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르곤은 맘 편히 이 전쟁을 결정한 칸에게 대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가 칸의 배다른 형제라 한들,

칸의 결정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칸의 앞에서 그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칸은 그를 신뢰했기에, 도르곤은 칸의 기대를 저 버릴 수 없었다.

도르곤은 황주에서 칸의 황명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날 밤, 자신이 보냈던 정찰병 하나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도르곤은 밥을 뜨다 말고 뛰쳐 나갔다.


자신의 막사를 나오니, 자신이 보낸 정찰병이 무릎을 꿇고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도르곤은 그에게 물었다.


“적의 동태를 살폈느냐?”


이에 정찰병이 무릎을 꿇고 그에게 고했다.

“예, 전하, 그곳에서 밤낮으로 기다리던 도중, 정방산성에서 파발병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 중 파발병 하나를 잡아, 그가 갖고 있던 서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서신에는 뭐라고 쓰여 있던가?”


“도성이 함락되어, 조선의 임금이 각 도에 근왕병을 요청한 상황인 듯 합니다. 정방산성을 지키는 적장 김자점 또한 남한산성으로 향할 것이며, 남한산성으로 향하기 전, 토산에서 근왕병들과 집결할 것이라는 글이 써 있었습니다.”


“토산?”

병사의 말에 도르곤이 되물었다.


“예, 전하, 분명 그리 쓰여 있었나이다.”


도르곤은 자신의 옆에 있던 장수에게 물었다.

“토산은 이곳에서 얼마나 걸리느냐?”


“중간에 큰 산들이 가로막고는 있으나, 말을 타고 내달린다면, 하루 만에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장수의 말에 도르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후, 생각을 마친 도르곤은 장수에게 말했다.

“오늘 밤, 군사들을 배불리 먹여라. 날이 밝는대로, 우리 또한 토산으로 향할 것이다.”


“예, 전하.”






날이 밝고, 정방산성에서 도원수 김자점이 이끄는 5000명의 병사들은 토산으로 향했다.


수혁은 도원수 김자점의 좌측에서 말을 타고 있었다.

김자점의 우측으로는 어영 총판 이기남이 있었다.


수혁이 김자점을 보며 물었다.

“도원수 대감, 향하기 전, 척후병을 먼저 보내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이 어떻겠습네까?”


“혹시 모를 일?”

수혁의 말에 자점이 그를 보며 물었다.


“예, 적이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토산에 향했을 지도 모를 일 아닙네까?”


수혁의 말에 이기남이 옆에서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적을 막아내면 될 것이 아닌가? 어차피, 도원수 대감께서 보내신 서신을 받고 근왕병들이 토산으로 집결하고 있을 터인데, 걱정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에 이완이 이기남에게 따지듯 말했다.

“적과 맞써 싸워보셔서 알지 않습니까? 적을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이에 이기남은 얼굴이 붉어져서는 소리쳤다.

“지금 내게 큰 소리 치는겐가?!”


이에 김자점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만들 하시게. 전장에서 서로 의합하여 싸워도 모자랄 판국에 이게 무슨 망동인가?”


김자점의 호통에 이기남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얼굴이 시뻘개진 채, 입을 다물었다.

이기남은 속으로 생각했다.


‘별장 나부랭이 주제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네 놈은 적이 아닌 내 손에 먼저 죽을 것이다.’






세자는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우진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래, 근왕병에 관한 이야기라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겐가?”

세자가 우진을 보며 물었다.


이에 우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근왕병들은 속속들이 적들에게 당하고 말 것입니다.”


우진의 말에 세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속속들이 당할 것이라니?! 또 전하의 결정에 반하고자 하는 것인가?”


우진의 말에 세자가 소리치자, 우진이 답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 내리신 결정은 잘하신 결정입니다.”


“헌데?”


"제가 있던 곳의 역사가 그리 말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청군은 북녘의 몽고, 여진족들을 통합하고 심지어 명군에 속했던 한족의 병사들마저 자신의 군사로 끌어들여, 이 전투에 참전하였습니다. 전력으로 본다면, 조선군이 이들과 싸워 이기는 것은 바위에 계란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우진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뭘 어찌 하란 말이야?”


“저하께서 전하를 설득하여 주시옵소서. 전쟁에서 백성들이 피를 흘리지 않기를 원하는 것은 저하께서도 같은 마음이시지 않으십니까?”


우진의 말에 세자는 잠시 멈칫하고는 앞에 있는 찻잔을 입에 털어놓았다.

전란의 상황이 조선에 유리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에서 목이 타는 세자였다.

세자는 우진을 보며 말하였다.

“내가 설득할 수 있는 분이었다면, 지금쯤 이 전란이 일어났겠는가? 우린 이미 지난 날, 전쟁을 막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네. 하지만 결과를 보게. 지금 조선 땅에는 적이 들어 서 있네.”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하를 설득하여,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시고,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이 지금의 조선이 할 수 있는 최선책입니다.”


세자는 우진의 말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이내 눈을 뜨고는 우진에게 말했다.


“알았다. 내 전하를 만나 뵙겠다. 허나, 큰 기대는 하지 말거라.”


“망극하옵니다. 저하.”

세자의 말에 우진이 큰 소리로 답했다.





남한산성 서문에 위치한 연주봉,

연주봉은 남한산성의 북서쪽에 위치한 요충지였다. 비교적 고지에 위치해 있었고, 아차산 북쪽과 남양주 일대의 한강의 조망이 가능한 곳이었다. 또한 이성산성과 하남시 춘군동 일대의 조망 또한 가능한 곳이었다. 따라서 시야가 탁 트인 곳이라 적이 침입해 온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적의 움직임도 파악하기 용이하였고 대비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그 연주봉 근처,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어영군을 총괄하는 어영대장 원두표와 수어사 이시백을 선두로 조선군은 연주봉 근처에 매복해 있었다.


청군은 마부대가 이끄는 선봉대, 잇따라 선봉대 도도, 이후 3차 선봉대 요토가 차례로 삼전도에 당도하면서 남한산성의 포위를 견고하게 하고 있었고, 수시로 척후병을 보내 남한산성의 동태를 살폈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오고 나서, 조선군은 청군 척후병들을 상대로 몇차례 작은 전투를 벌였고, 작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수어사 이시백은 선봉대가 다 내려왔으니, 곧 청의 본군이 남하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임금에게 청해, 적들을 유인한 뒤, 연주봉 인근에서 적을 섬멸하고자 한 것이었다.


매복해 있는 조선군에는 진석과 우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진은 지난 날 임금에게 전장에 나아갈 수 있게 청한 것으로 이번 작전에 투입된 것이었다.


“적을 유인키로 한 병사들은 아직 소식이 없는가?”

이시백이 어영대장 원두표에게 물었다.


이에 원두표가 답했다.

“날 쌘 자들을 선별하여 보내었으니, 곧 이곳으로 당도할 것입니다.”


원두표의 말에 이시백이 산 아래를 주시하며, 말했다.

“오늘의 기회로 적의 사기를 꺾어야 할 것이야. 전하의 근심을 조금이고자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싸워야 할 것일세.”


원두표도 긴장한 표정으로 시백의 말에 답했다.

“분부가 있겠습니까?”



그 시각, 진석과 우진은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오랜만에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와 이렇게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구나."


"그렇지요. 저는 병조로 가고, 이 병장님은 전장에 계시었으니.."


우진의 말에 진석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병장인 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이제 병장이라고는 그만 불러. 나 이제 별장이야."


이에 우진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진석은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리 중사님은 잘 지내고 있겠지?"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우진 또한 씁쓸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때 병사 하나가 소리쳤다.

“수어사 영감! 적을 유인키로 했던 병사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적들 또한 뒤를 바짝 붙어 쫓고 있는 형세입니다!”


병사의 말에 이시백이 고개를 돌려, 연주봉 아래를 바라보니, 과연 수십명의 조선군 병사들의 뒤로 수백은 되어 보이는 청군 병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이시백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하라!”


시백의 말에 원두표가 소리쳤다.

“전군 전투준비!”


이시백과 원두표의 명에 창병은 창을 꽉 쥐어 들었고 궁수들은 어깨 뒤에 맨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들었으며, 포수들은 총통과 조총으로 무장한 채,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2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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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신조선건국기 [2부] 32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3) - 정초 선물 22.11.14 244 2 14쪽
55 신조선건국기 [2부] 31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2) - 북문 전투 (2) 22.11.09 270 3 12쪽
54 신조선건국기 [2부] 30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1) - 북문 전투 (1) 22.11.01 239 3 10쪽
53 신조선건국기 [2부] 29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0) - 임금과 세자 그리고 여령 22.10.26 265 4 9쪽
52 신조선건국기 [2부] 28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9) - 소문 22.10.19 268 3 10쪽
51 신조선건국기 [2부] 27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8) - 혈투 (2) 22.10.11 275 3 13쪽
» 신조선건국기 [2부] 25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7) - 혈투 (1) 22.10.01 277 2 21쪽
49 신조선건국기 [2부] 24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6) - 세자의 여자? 임금의 여자? 22.09.24 265 2 12쪽
48 신조선건국기 [2부] 23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5) - '각자의 임무' +1 22.09.20 274 2 14쪽
47 신조선건국기 [2부] 22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4) - 도성 전투 (2) +1 22.09.16 295 3 11쪽
46 신조선건국기 [2부] 21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3) - 도성 전투 (1) 22.09.14 281 3 12쪽
45 신조선건국기 [2부] 20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2) - 창릉 전투 (2) 22.09.13 281 2 11쪽
44 신조선건국기 [2부] 19화 1636년 12월 한 겨울의 전쟁 (1) - 창릉 전투 (1) 22.09.11 293 3 12쪽
43 신조선건국기 [2부] 18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8) - 정명수의 과거 (完) 22.09.10 277 2 20쪽
42 신조선건국기 [2부] 17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7) - 정명수의 과거 (6) +1 22.09.09 277 2 20쪽
41 신조선건국기 [2부] 16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6) - 정명수의 과거 (5) +2 22.09.06 276 2 10쪽
40 신조선건국기 [2부] 15화 1636년 12월 전쟁의 서막 (15) - 정명수의 과거 (4) 22.09.03 28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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