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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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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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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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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DUMMY

인간형 몬스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형 몬스터보다 큰 무리를 지어다닌다.


이전 마법진에서 만났던 켄타로우스는 인간형이기는 했지만 동료는 있어도 부하는 없었다.


그러나 퀸비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부하 벌들을 이끄는 상위의 몬스터였다. 따지자면 켄타로우스보다 한 단계 위의 몬스터였다.


아주 잠깐 이곳이 주황색 마법진 안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퀸비는 해외 능력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보통은 산림이 우거진 지역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하는데 유명해진 이유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


그녀는 한 번 포착한 먹이는 놓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고 살아남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뉜다. 싸워서 이기거나 마법진이 해제될 때까지 도망치거나.


우리가 지금 퀸비랑 싸울 전력은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제 막 생성된 마법진이 갑자기 마법처럼 해제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뒤에서 몬스터를 견제하던 로운도 퀸비를 알아봤는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벌침꽂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뒤에서 낮고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 어디 가시나요? 저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시지요.”


얼마나 뛰었을까 토가 나올 정도로 숨이 차올랐다. 옆을 보니 소원도 비슷한 상황 같았다.


로운 만이 처음과 같은 호흡을 유지하며 뛰고 있었다. 만약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아니... 이참에 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이쪽이에요!”


로운의 말과 함께 거의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뒤에 있었던 회색빛의 거리와 다르게 푸른 녹색의 무리가 보였다.


얼마나 뛰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살면서 이렇게 오래 전속력으로 달려본 적이 없다. 인생의 신기록이 아닐까?


평소에 이렇게 달리라고 한다면 절대 뛰지 못했으리라. 뒤에서 기괴한 웃음소리의 퀸비가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퀸비는 상대를 쫓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어떤 감각을 이용해서 그러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정신 사납게 들어갑시다.”

“정신 사납게요?”

“네. 우리의 체취를 최대한 많은 곳에 묻히며 시끄럽게 가는 거죠. 우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겁니다. 이대로는 다른 일행들을 만나도 합류할 수 없어요.”

“그건 그렇죠...”


숲을 지나는 것으로 퀸비를 확실히 따돌릴 생각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로운이 말하는 루트로 뛸 정도의 체력이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나는 없다.


“다른 분들을 위해서라도 뛰셔야 합니다.”

“네.”


옆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소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침을 삼키자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저만 잘 따라오십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 서는 로운을 따라갔다. 아무리 로운이 이곳에 대해서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숲까지 외우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 숲은 빌딩만한 높이의 나무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당장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변을 돌고 있는지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울창함이었다.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일단 저들을 따돌려야 할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당당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내가 그를 물들인 것 같아 희미한 죄책감이 들었다.


“생각은 퀸비를 따돌리고 해도 됩니다.”

“그건 맞죠.”


그의 말에 크게 수긍을 하고는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울창하게 난 잔가지들에 피부가 쓸리고 심한 곳은 찢어져서 피가 났다.


섬세하게 뛰는 것이 가능한 곳이 아니었다.


뒤에서 요란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나무가 부러지며 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번화가에서 건물을 무너뜨리며 쫓아오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어디로 갔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지 따라오는 속도가 번화가에 비해서 느렸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들려. 형?」


“...”


「안 들리나? 아직도 연결이 잘 안되나.」


반가움과 함께 분노가 차올랐다. 내가 감히 신에게 화를 내도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야아!! 왜 이제야 온 거야!”


나의 외침에 두 사람이 놀라서 나를 바라봤다.


“지혁 씨! 왜 그래요. 다 들리겠어요.”


그의 말에 나도 놀라서 뒤를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다.


퀸비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지금까지 늦었던 것을 채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뛰어왔다.


정확히 우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서.


“오... 미안해요. 미친 듯이 오고 있네요.”

“뭔가 보이는 거야?”

“아니. 소리가 들려...”


죄책감과 공포가 뒤섞인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단 들리는 거지? 그럼 내가 당장 포탈을 열어 줄게. 거기로 들어가.」


이제는 신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 울렸다. 예전에 비해서 꽤나 잡음이 섞여있지만 지난번에 숲에 왔을 때에 비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소년의 목소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앞에 검은색 포탈이 나타났다.


뛰던 방향으로 계속 뛰었더라면 그대로 들어갔을 테지만 포탈의 존재를 확인한 로운이 다급하게 팔을 뻗어 나와 소원을 막아섰다.


“검은색 포탈...?”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포탈에 대한 의문을 들을 시간도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의 팔을 잡고 포탈로 뛰어들려고 했다.


“이게 뭔 줄 알고 갑니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로운의 시선이 약 1초 정도 내 얼굴에 머물더니 팔에서 힘을 뺐다.


나는 두 사람의 팔을 잡고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릴 무렵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포탈 특유의 강한 멀미가 밀려왔다.


+++


밀려오는 멀미에 눈을 감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 너머에서 느껴지는 환한 빛에 눈을 떴다.


낯익은 풍경이었다. 검은색 마법진을 향해 솟아 있는 작은 탑과 예쁜 녹색의 잔디와 눈부신 햇살.


지금까지 쫓기고 있던 상황은 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른 세상 같았다. 만약 팔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통증이 아니었다면 그냥 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우윽...”


옆에서 로운이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반대방향을 보니 소원은 아예 의식을 잃은 듯 보였다.


「미안. 급하게 만든 포탈이라 상태가 좋지 않았어.」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된 겁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사라졌으며, 그동안 어디에 있었고,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묻고 싶었지만 입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형이 자꾸 그런 곳에 가니까 그렇지.」


잡음이 많이 섞인 답이 돌아왔다.


“그런 곳이요?”


「그래. 그 탑. 지금은 거기서 내가 아는 장소가 거기뿐이라 거기로 데려다줬지만 어서 도망쳐.」


“왜 도망쳐야 합니까. 저 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대화를 하고 있자니 옆에서는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로운의 시선이 느껴졌다.


곁눈질로 본 그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의문으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멀미로 인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거겠지.


저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까지 참 미남이다.


“제가 이따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짧게 대답을 해주고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래서 저 탑에 대해서 알고 계신 거죠? 저게 뭡니까?”


「...」


“또 도망갈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다시는 말 안할 겁니다.”


대답을 회피하려는 기색이 보이길래 나도 유치하게 나가기로 했다.


“저에게 시킬 일이 있다고 했죠? 그거 안 할 겁니다!”


협박 아닌 협박도 해보았다.


「그게...」


이게 먹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지만 소년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으... 일단 이것만 알아줘.」


“뭔데요.”


「신이 인간에게 개입하게 되면 신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돼.」


“대가요?”


처음 듣는 소리다. 옆을 잠깐 보자 로운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따가 자세히 물어보는 게 좋겠다.


「응. 예를 들어 내가 형에게 포탈을 열어 몬스터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었다고 하면 포탈을 열어주었다는 행위와 도망치게 해주었다는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거야.」


“대가라는 게 정확히 뭔데요?”


「음. 예를 들어 이런 거야. 잠시만 실례할게.」


소년이 양해를 구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오른팔을 타고 흘러왔다. 누군가 내 뼈를 억지로 비틀어 하트를 만드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으아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고통은 약 2초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로운이 갑작스러운 비명에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네... 하아... 저는 괜찮습니다.”


반대쪽에서 내 비명을 들은 소원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대가의 일부야.」


“이런 게... 대가라고...”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아주 극소수밖에 되지 않겠지.


그리고 나는 지금 그것들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진실중 하나와 마주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탑에 대해서 형에게 말해주는 건 포탈을 만들어준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


“그런 얘기를 해주는 이유가 뭐죠? 그 논리에 따르면 이 얘기조차 대가를 치를 것 같은데.”


「맞아. 인간이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요하는지.」


“...내가 알았으면 한다는 거죠?”


「형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


솔직히 말하면 안 되어 있다.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을 천천히 바라봤다.


내가 진실을 알게 되는 것으로 인해서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라면...


진실에 대한 책임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지만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어있다.


“네.”


「그래...」


소년의 목소리에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렇겠지... 이런 고통이라면... 내 욕심 때문에 그에게 이런 고통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거 때문이 아니야.」


깜빡하고 있었다. 이 깜찍한 소년 신은 내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하는 형이...」


소년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왜. 내가 뭐 어땠길래?


「저 탑은... 오류의 탑이야.」


“오류의 탑...?”


「탑은 신의 피조물. 하지만 때론 순수한 마음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피조물은 문제가 생기고는 해.」


“...”


「그 탑은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탑이었는데... 그 녀석이... 윽.」


지금까지 평온함을 유지하던 목소리에 고통이 차올랐다.


「미안. 이 부분은 말할 수 없어. 아무튼 오류의 탑은 유일하게 인간이 간섭할 수 있는 탑이지만 절대 손대서도 다가가서도 안 돼.」


“저 탑이 있기에 우리가 탑에 오르지 못하는 거죠? 그렇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 신은 인간이 묻는다고 모두 답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답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면? 지금의 침묵은...


긍정이다.


“그렇다면 저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저 탑을 막고 탑에 오르겠습니다.”


「그것이 형의 답... 나는 그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소년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깃들었다.


「그대의 앞날에 영원한 축복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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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각자의 목표(6) 21.12.30 9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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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91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6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2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5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3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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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20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3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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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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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9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2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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