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72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13 09:00
조회
124
추천
0
글자
12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DUMMY

비행형 몬스터.

개개인의 전투력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다수로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으며, 날아다니기 때문에 상대하기에 번거롭다.


사실상 석과 미혜의 조합에서 가장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몬스터들이었다.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은데요?”


미혜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벌의 배에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벌들의 공격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체감상 꽤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꽤 많은 수를 가루로 만들었지만 몬스터가 죽는 것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빨랐다.


‘어디서 이렇게 계속 나타나는 거지.’


마법진에서 몬스터가 소환되기는 하지만 무한대로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 마법진의 크기, 색상에 비례하여 그 수가 결정된다고 분석되고 있다.


아무리 이번에 생긴 마법진의 크기가 크다고 해도 이 수는 너무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다.


“마법진이 소환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후우... 아이고. 힘들어라.”


석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당장 보이는 시야 내에서 벌들을 소환하고 있는 주체는 보이지 않았다.


“이쪽으로 따라와라.”


벌들이 나타나는 곳은 오른쪽 숲의 안쪽. 그쪽으로 뛰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석은 벌들이 나타나는 반대방향으로 뛰어갔다.


“나보다 조금 앞에서 달려라.”

“알겠습니다!”


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며 미혜는 왜냐는 질문을 삼키고 대답했다.


뭘 하려는지 몰라도 석이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급한 상황에서 그의 판단과 행동을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미혜는 힘겹게 질문을 삼킬 수 있었다.


“조금 더 속력을 내라.”

“네!”


이미 꽤 긴 시간의 싸움으로 지친 그녀였지만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다리를 움직였다.


조금씩 석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그 순간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무언가에 부딪쳐 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 주먹을 대고 있는 석과 그 앞으로 깨진 바닥의 파편이 솟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우와... 정말 무식한 괴력이야. 스킬을 쓴 거겠지만... 땅이 저렇게 될 정도면...’


미혜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항상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저런 기술을 직접 맞았다가는 며칠이고 침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신 차려! 뛰어!”


놀라고 있는 사이에 일어나서 곁으로 다가온 석이 미혜에게 숲을 가리켰다.


‘벌 수 있는 시간은 불가 몇 초. 실전에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수련을 게을리 한 탓이다.’


석은 속으로 잠깐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했다.


‘지금은 후회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곧장 생각을 바꿔먹고는 미혜를 데리고 숲 안쪽으로 달려갔다.


무식하게 돌진하는 벌들이 숲이라고 안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비행에 브레이크는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갈 거예요?”

“마법진에서 몬스터들이 이렇게 까지 소환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는 건 소환을 하는 주체가 마법진이 아니라는 소리지.”

“소환하는 주체가 따로 있는 거겠네요. 그리고 오른쪽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우리는 왼쪽으로 우회해서 가는 거구요.”

“그래.”


석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미혜를 쳐다봤다. 그 표정의 의미를 안 것인지 미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말했다.


“안 써서 그렇지 머리는 좋거든요.”


마치 어린 시절 공부를 못하는 자식을 다른 사촌들에게 소개하는 어머니같았다.


“그래.”

“와. 안 믿는 거죠? 어이가 없네. 내가 언젠간 머리 좋은 거 증명하고 만다.”

“...”


석은 그간의 미혜를 떠올렸다.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한해서는 꽤나 날카로운 시야를 보여 주었다.

문제는 그게 대부분 먹는 것과 관련되어서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뿐이지.


“멈춰.”

“네네~”


갑자기 멈춰선 석을 따라 미혜의 발도 멈췄다.


얕은 숨소리만 남자 고요한 숲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작게 들리는 날갯짓 소리...


그리고 짜증 섞인 여자의 목소리.


“분명 ‘신의눈물’을 가진 인간이었다. 반드시 찾아내세요! 어째서! 이쪽으로 갔는데 왜 없냔 말입니다!”


석과 미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무 위로 올라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로 방향을 잡으며 이동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가 보였다.


꽤 큰 나무들 사이에 서있음에도 큰 몸집으로 주변의 나무들이 작아보였다.


“아아... 분명... 분명 여기서 끊겼어요... 그 녀석의 눈... 너무 탐납니다.”


단내가 흘러넘치는 날카로운 창.

노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드레스.


‘퀸비. 그렇군...’


석의 시선이 퀸비의 주변을 훑었다. 퀸비 자체는 근거리 공격을 일삼는 몬스터로 알고 있다. 그러니 퀸비를 대신해서 소환을 하고 있는 무언가가 주변에 있을 터였다.


“뭘 그렇게 찾아요.”

“...”


석이 말을 거는 미혜의 입을 막고는 입술 가운데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미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슨 일이냐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했다.


석의 손가락이 퀸비를 가리켜 창으로 찌르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는 손을 나비모양으로 만들어 날려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팔을 좌우로 교차했다.


‘뭐라는 거야. 이 아저씨.’


미혜는 잠시 그의 행동을 골똘히 보더니 퀸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충 저게 창을 쓰는 앤데 어떻게 소환을 했을까. 하는 거겠지. 딱 봐도 쟤가 대장 같으니까?’


라고 생각한 미혜가 퀸비를 자세히 보고 있으니 퀸비의 거대한 드레스 밑으로 옅은 황금색 빛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들 한 무리가 드레스 아래에서 나왔다.


미혜가 여전히 무언가 찾고 있는 석의 팔을 치고는 퀸비의 드레스를 가리켰다. 한참을 보고 있자 아까 봤던 광경과 같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석이 엄지를 치켜들고는 미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녀석... 반드시 그 녀석을 집어삼키고 위대한 존재가 되겠어요... 감히 인간 따위가 신의 자리를 넘보다니... 어리석군요.”


혼잣말을 하던 퀸비는 스스로의 말에 화가 났는지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변의 나무가 베여지면서 강한 바람이 숲을 가로 질렀다.


바람은 두 사람에게도 불어왔다.


“꺄악!”


강한 바람에 작은 체구의 미혜가 바람에 날아갔다. 간신히 나무에 붙어있던 석이 미혜가 날아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뛸 준비를 하자 뒤에서 또 다시 퀸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해... 여기서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어요... 흐음... 이건 탑지기의 흔적인데... 어째서 인간을...”


‘탑지기...? 인간...? 누군가 이쪽으로 왔던 것은 확실하군.’


석은 퀸비의 뒷말을 마저 듣고 싶었지만 바람에 날아간 미혜가 신경 쓰여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그가 가벼운 몸짓으로 미혜를 찾으러 내려갔다.


‘미혜를 찾은 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맞서 싸워야 하나...’


+++


[대한민국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3층]


“지혁아...”


소원이 나를 바라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


말은 하지 않았지만 로운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거 말곤... 방법이 없잖아요.”


나는 그저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살겠다고 다른 나라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불행을 바랄 순 없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희생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까지 공략했던 층 중에서 포기를 해도 손해가 크지 않은 층이 3층이기는 하죠.”

“하지만... 혹시라도 누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떡해.”


내가 로운을 바라보자 로운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씨익 웃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로운 씨가 어떻게 하다뇨? 나만 지금 이해 못 한 거예요?”


소원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와 로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우리나라의 탑은 전적으로 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어. 탑의 게이트조차 관리자들이 열어주잖아.”

“그렇긴 하지... 아.”

“그래. 차라리 우리가 이미 공략한 층을 경로로 지정하고 문을 닫아버리는 거야. 그리고 로운 씨와 로아 씨라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시 한 번 로운을 보자 또 어깨를 으쓱이고 있다.


어깨 탈골 됐냐.


“제게 관리소에 영향을 끼칠 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설득이라도 해보든가요. 아니면 탑 앞에 안내판을 꽂아서 못 들어가게 해도 되고요.”

“진입만 못하게 하면 되니까.”


나는 대답을 하며 화면에 뜬 확인 버튼을 눌렀다.


[경로가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로가 아니다.


“이걸 처음으로 작동시킨 사람이 있다는 건 분명해. 그러니 우린 이걸 부숴야 해.”


로운에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위험한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어느 경로 바꾸든 처음 이걸 조작했던 그가 와서 다시 다른 층으로 바꿔버린다면 우리는 또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었다.


“맞는 말입니다. 잠시만 비켜주시겠습니까.”


로운이 나와 소원을 석판에서 물러나게 한 다음 석판을 향해 팔을 뻗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늘한 한기가 주변을 메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귀를 가르는 소리.


채앵-!


그의 팔 주변에서 뻗어 나온 고드름이 석판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석판엔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역시 안 되네요.”


로운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석판 주변으로 깨진 얼음조각들이 흩어졌다. 곧 한기도 사라졌다.


“능력으로 부술 수 없다면 물리적으로 부숴야 하나...”


소원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들어오면서 깨져 흩어진 벽돌 하나를 들고 와서 석판을 내리쳤다.


몇 번 내리치자 소원이 울먹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리친 진동에 손이 얼얼한 모양이었다. 반면 석판은 아까와 똑같이 흠집하나 나 있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지고 부서지겠어?”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낯선 목소리와 달리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저 사람... 황혼의 보스야. 그렇지?”


한국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낯설지만 기억이 맞다면 그날 지하 창고에서 만났던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이번엔 부하들과 함께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묻잖아. 그래가지고 부서지겠냐고.”


남자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 순간 남자의 왼쪽 눈 위로 푸른색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뭔가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조심해요. 뭔가를 하려고 해요!”


그 순간 부서진 문 주변으로 노란색 빛이 넘쳐흐르더니 무너졌던 벽이 세워지고 문이 제자리를 찾았다.


처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문에 쇠창살이 생겼다.


겨우 상대의 얼굴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쇠창살이었다.


“아직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 말이야. 거기 가만히 있어.”


남자가 문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문을 열어보려던 소원은 안 되겠는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전에 쫓겨나듯이 나왔던 것도 그렇고, 스스로 문을 닫았던 것도 그렇고...


이 탑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아마도 저 사람.


“너... 어디서 신의 눈물을 얻었지? 그건 누구의 것이냐.”


남자가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왼쪽 눈 주변으로 방금 탑을 고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형식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신입(1) 22.01.06 176 0 12쪽
66 소원(4) 22.01.05 92 0 16쪽
65 소원(3) 22.01.04 82 0 13쪽
64 소원(2) 22.01.03 85 0 12쪽
63 소원(1) 22.01.02 87 0 11쪽
62 각자의 목표(8) 22.01.01 88 0 11쪽
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60 각자의 목표(6) 21.12.30 92 0 12쪽
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91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6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3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5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3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9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3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20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3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20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2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5 0 11쪽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5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30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2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8 1 13쪽
3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6) 21.12.08 14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