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침입(1)
황궁 정문 앞-
"어이, 멈춰라!"
경계병의 외침에도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멈추라고!!"
더 이상 다가오면 찌르겠다는 뜻을 표명하며 창 끝을 내지르는 경계병, 그러자 그는 한숨을 푹 쉬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
그의 얼굴을 본 경계병은 황급히 창을 거두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
그는 말없이 고개를 까닥이며 문을 열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내 경계병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듯 서둘러 거대한 황궁의 정문을 열기위해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쿠우우웅-
경계병이 초소 안에서 문 건너편에 있는 병사에게 말을 건네자,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정문이 큰 소리와 함께 개방됐다.
"들어가십쇼, 알파님!"
경례와 함께 길을 터주는 경계병, 알파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쓴 채 황궁 내부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간다.
"... 지금이야."
"... 네?"
의미심장한 알파의 말에 경계병이 되묻자, 알파는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오스카!!!"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정문에는 곧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
"이, 이건?!"
맹렬히 돌진해오는 자들은 순식간에 열려있는 정문을 통과했고, 곧이어 알파와 함께 황궁 내부로 진격했다.
이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나 어안이 벙벙한 경계병은,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병사와 함께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
"네가 의태마법을 쓰는 거다."
"네?"
로웬이 레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말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어봤다.
"의태마법이라뇨?"
"듣기로는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녀는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다. 전에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지만 그녀는 눈물나는 노력을 통해 결실의 열매를 쟁취했다. 하지만,
"분명 그렇기는 하지만..."
레인은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이어말했다.
"오스카 덕에 쓸 수 있게는 됐지만... 어디까지나 기초마법수준이에요! 의태마법같은 복잡한 구조의 마법은..."
"걱정마라."
로웬은 레인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말했다.
"그대는 '수인'이지 않은가."
"...?"
그의 말 뜻을 헤아릴 수 없었던 우리는 고개를 연신 갸웃댔다.
"걱정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영창해. 마력은 정수리쪽으로 모여지게 하고."
"... 하지만!!"
"자, 시작한다."
"... 네."
근심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레인은 로웬이 시키는대로 마법 영창을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녀는 가디언 중 한 명인 알파의 모습으로 말끔하게 변모하는 데 성공한다.
***
타다닥-
쉴 새 없이 황궁 안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한 우리는, 본격적인 르 황제 암살 작전을 시작했다.
"소피아는 안전한 곳에 있는거죠?"
노파심에 로웬에게 묻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답했다.
"그럼, 신뢰가능한 인물에게 맡겨놨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작전의 성공유무. 로웬은 작전의 성공유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장 문제인 정문은 손쉽게 통과했고, 문제는 잔류해있는 병력들과 가디언뿐이다."
로웬은 불안한 듯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황궁의 정문은 엄청난 두께의 마청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떤 마법을 사용해봤자 뚫리지 않는다. 심지어 경도 역시 웬만한 금속은 웃돌기 때문에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 성문을 부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로웬이 생각한 방법이 바로 변장.
의태마법 사용에 적확한 '수인'이라는 종족을 활용해 경계병들을 속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정문 돌파에 성공했다.
"... 뭔가 이상해요."
그렇게 한참을 달린 우리는, 뭔가 이상한 낌세를 느낀 화이트의 말에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1층부터 5층까지 계단형식으로 구성돼 있는 황궁의 구조적 특성상, 각 층을 최단경로인 직선코스로 횡단하는 경우에만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를 모를 리가 없는 르 황제는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각 층마다 잔류병력을 배치해놨어야 됐는데...
놀랍게도 1층의 절반 이상을 횡단중인 우리의 눈 앞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고요해요. 마치, 일부로 병력을 비워놓은 듯한..."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이 넓은 공간에 제국군이 단 한 명도 없다니. 경계하는 편이 좋겠는..."
화이트의 말에 동의하며 주의를 둘러보던 로웬은 갑자기 말을 끊더니 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내가 로웬의 팔에 어깨를 올리며 그가 응시한 곳을 같이 쳐다봤다.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텅 빈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두 뒤로 숨어!"
스승의 급박한 외침과 동시에 스승이 응시하고 있던 곳이 번쩍 빛나더니 이내 우리쪽으로 무엇인가가 날라왔다.
콰지직-
"... 이건?"
엄청난 속도로 날라오던 물체는 무엇인가에 막혀버렸고, 덕분에 우리는 아무런 부상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굉음과 함께 날라온 물체의 정체는 바로... 십자가?
거대한 크기의 빨간색 십자가는 베리어에 막혀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혔지만, 데미지가 심한 듯 베리어 역시 나무껍질이 벗겨지듯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렇다, 바로 무영창으로 만든 스승의 베리어가 우리를 구한 것이다.
"어이, 오스카."
"네...?"
로웬은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너는 이 두 명과 함께 곧장 2층으로 올라가라."
"네? 스승님은요??"
"난 저 녀석을 처리하고 따라 올라가지."
"혼자서요? 차라리 다 같이..."
로웬은 버럭 소리지르며 화를 냈다.
"너희들이 있어봤자 걸림돌만 될 뿐이야!"
"하지만..."
"그러니까,"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로웬은 말했다.
"여긴 나한테 맡겨라."
"..."
하는 수 없이 나는 용족 두 명과 함께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스승의 방식이 내키지는 않지만, 그가 해왔던 일들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무사하세요!!"
뒤를 돌아보며 스승을 향해 소리치자, 그는 귀찮다는 듯 손짓으로 답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는 오스카 일당을 슬쩍 흘겨본 로웬은, 본격적으로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자, 그럼..."
콰직-
로웬은 자신의 손목을 물어뜯었다. 곧이어 빨간 눈 색이 진해지더니, 흡혈귀의 상징인 양 덧니가 길게 자라났다.
"오랜만에 힘 좀 써볼까?"
로웬은 조소를 띠며 말했다.
- 작가의말
여유분 추가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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