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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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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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츠담 광장에서...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제가 끝나고 류지호는 수행원들과 함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로 날아갔다.

전용기로 3시간을 날아가 수도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JHO Security Service 경호팀의 철통같은 보호 속에서 유서 깊은 홀리데이 인 호텔로 향했다.

지난 <REMO> 로케이션 때도 느꼈지만, 동유럽 곳곳에 비극이 묻어 있는 느낌이다.

특히나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는 그 느낌이 더 선명했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전쟁이라 불리는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이 아직 복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이, Jay."

“MJ!"


호텔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숙박하고 있던 마이키 잭슨과 반갑게 해후했다.


“사라예보까지 오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별로...”


영화 <그라바비차>를 계기로 류지호는 다시 보스니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JHO Foundation 유럽담당자를 호출해 보스니아애서 전개하고 있는 자선활동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재단을 통해 리투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에 놀이터를 세워주고 예방주사약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이키 잭슨의 선행을 알게 됐다.

‘힐 더 월드 재단‘은 지난 1992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소년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전 삶처럼 마이키 잭슨이 아동성범죄 문제로 큰 고초를 겪었다면 재단 활동을 접었을 수도 있다.

그 문제가 사라지자, 마이키 잭슨은 법정다툼으로 탕진할 막대한 돈을 아낄 수 있게 되었고, 여러 자선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힐 더 월드 재단’은 목표 모금 금액 1억 달러를 달성한데 이어 매년 4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재단과 LA재단으로 이원화 되어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LA폭동 이후 ‘힐 LA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 후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류지호의 JHO Foundation은 미국의 아동·청소년 교육문제에 관심 많다.

반면에 ‘힐 더 월드재단’은 미취학 어린이들의 건강과 정서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존하기 위한 네버랜드 동물원재단 역시 건재했다.

류지호는 마이키 잭슨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자선재단에 대한 감사도 광범위하게 벌였는데, 한마디로 엉망진창의 결과가 나왔다.

마이키 잭슨의 충동적인 기부 지시를 그대로 따르다 보니 재정과 기금 운용에서 체계가 없었다.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관리도 한심한 수준이었다.

마이키 잭슨의 동의를 얻은 류지호가 대대적인 개편을 시행했다.

일부 사업은 재조정했다.

류지호 입장에서 손이 참 많이 가는 사람이 마이키 잭슨이다.

어쩌랴.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서 지내다 보니 사회와 사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것을.


“새앨범 준비한다면서요?”

“응.”

“축하해요.”

“축하?”

“황제의 귀환이잖아요. 축하할 일이죠.”


마이키 잭슨은 대답을 삼갔다.

언제 앨범이 완성될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과 공연, TV 출연 등에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사실 앨범 완성에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리지 본인도 모른다.


“부담 주는 거 아니니까 편할 대로 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게 부담돼....”


하라고 하는 것보다, 때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일 때도 있다.


“음식은 입에 맞아요?”

“호텔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어.”


1시간 정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

저녁에는 레오나 파커가 호텔로 왔다.


“달링~”

“어서와 레오나.”

“축하해.”


류지호의 품에 뛰어든 레오나 파커가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쪽쪽쪽.


매우 열정적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을 축하해주었다.


다음 날.

공식 일정에 앞 서 류지호와 레오나 커플이 사라예보 시내를 산책했다.

보스니아는 1995년 공식적으로 내전이 종식되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았다.

내전 전까지만 해도 50만 명의 시민이 살았던 사라예보다.

아직 30만도 채 회복하지 못했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전체 인구 약 450만 명 가운데 보스니아계가 48%, 세르비아계가 37%, 크로아티아계가 1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국민 50% 이상이 무슬림이고, 세르비아 정교회 30%, 15%가 가톨릭이다.

대체로 보스니아인 하면 이슬람교를 믿는 슬라브 민족을 가리키곤 한다.

때문에 복구된 사라예보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터키 같은 이슬람 국가 느낌이 들었다.

레오나 파커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자 사라예보의 상징인 예수성심대성당에 들어가 보스니아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참고로 작년에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다녀가기도 했다.


“......”


류지호가 마이키 잭슨을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로 불러들인 이유가 있다.

이번 기회에 마이키 재슨의 ‘힐 더 월드’ 자선활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생각이다.

그를 위해 유럽의 유력 언론인들을 많이 초청했다.

데이턴 평화상이라고 있다.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의 데이턴 시에서 지난 1995년 체결된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데이턴 평화협정’이 체결된 바 있다.

그를 기념하기 위한 상이다.

해마다 평화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최근 수상한 유명한 인물로는 빌 블라이드 전 미국대통령이 있다.

영화 <REMO> 제작을 계기로 JHO Foundation이 데이턴 평화상 재단에 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올해 수상자에 마이키 잭슨을 밀어줄 계획이다.

지긋지긋한 아동성추행 꼬리표, 황색신문의 공격에 대한 물타기,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정말 상을 MJ에게 양보해도 돼?”

“상도 자주 받으면 감동이 없어. 중독되거든.”

“피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거액 기부자가 수상자에 대해 의견(?)을 말 할 수도 있다.

미국인들이 보스니아 내전에 시큰둥할 때 진심으로 발칸반도의 어린이를 보호하고 싶어 했던 마이키 잭슨이다.

수상자로써 스토리와 개연성 모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마이키 잭슨은 사라예보에서, 류지호 커플은 스레브레니차의 행사에 각각 참석했다.

스레브레니차-제파 집단 학살.

1995년 7월이었다.

400명의 무장한 네덜란드 평화군이 주둔 중이던 유엔 보호 안전 지역 스레브니차에서 라트코 믈라디치 장군 휘하의 군인이 3만 여 명의 보스니아인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무려 1만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집단학살로 기록되었다.

헤이그의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는 2004년에 스레브레니차에서 벌어진 참혹한 전쟁범죄를 명백한 집단학살이라고 판결 내렸다.

<REMO> 첫 시리즈에서 그 같은 배경을 다루기도 했다.

세 대의 경호차량의 보호를 받는 방탄 차량이 포토차리 마을로 향했다.

여전히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이다.

사실 보스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사이에서 내전을 보는 인식차가 컸다.

최악의 전쟁범죄자인 믈라디치의 사진이 인쇄된 벽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라는 문구까지 버젓이 새겨져 있다.

인종·종교에 따라 확연히 다른 보스니아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벽에 써진 선동문구를 보는 류지호에게 도미니크 그라프가 설명했다.


“세르비아계 퇴역 군인들이 붙인 겁니다. 보스.”

"주민들 간 충돌은 없어요?“

“사실 보스니아에 살고 있는 일반 국민들끼리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전쟁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큽니다. 모두가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잘못이지요.”


전범자들이 세르비아계의 영웅처럼 여겨진다.

언젠가 역사가 진실을 알려줄 것이라느니, 믈라디치는 세르비아인들의 전설로 남을 것이라느니.

류지호의 입맛이 썼다.

한국의 대머리 독재자와 그의 악행을 두둔하는 어리석은 대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착했습니다. 보스!”


포토차리 마을에 설립된 스레브레니차-제파 추모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류지호는 스레브레니차-제파 어머니 재단과 두 도시에 각각 100만,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집단학살 생존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돕는 한 편, 도시 재건에 보태라고 자금을 지원했다.

스레브레니차-제파 어머니 재단은 집단학살의 희생자 친족 5,000명이 조직한 단체다.

세르비아에서 살고 있는 보스니아 내전 전범자들의 체포를 촉구하고 재판 중인 전범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보스니아에 팝의 황제의 따뜻한 손길이 더해졌다. 그 동안 힐 더 월드재단을 통해 내전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를 도와오던 마이키 잭슨이 직접 사라예보를 방문해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마이키 잭슨의 미담이 전 세계 주요 언론에서 대서특필 되었다.

다음날에는 류지호와 약혼녀 기사가 나갔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깜짝 이벤트를 벌였던 미스터 할리우드가 약속을 지켰다. <그르바비차>에 감명을 받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 류지호는 보스니아 내전 종식 직전에 집단학살이 자행되었던 스레브레니차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는 한 편, 스레브레니차-제파의 어머니들 재단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약혼녀 레오나 파커도 동행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유럽 언론도 경쟁적으로 류지호 커플의 선행을 대서특필했다.

마이키 잭슨의 기사가 순식간에 묻힐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곤란한데...”


레오나 파커는 류지호의 속도 모르고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팝의 황제 뉴스를 덮어버리다니! 어메이징!”


❉ ❉ ❉


베를린으로 돌아온 류지호는 호텔을 옮겨야 했다.

언론 인터뷰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비즈니스를 처리할 예정인 류지호는 불가피하게 잠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의 눈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가급적 조용히 독일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우스부르크에 위치한 로봇 제작업체 Industrie KUKA를 견학했다.

류지호는 AI와 로봇공학이 결합한 물류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다.

테마파크에도 첨단 AI로봇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었다.

영화장비 전통의 명가 ARiCH 본사도 방문했다.

그들은 필름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류지호로서는 그들이 디지털 장비 개발에 등한시 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인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영화가 제작되는 미국에서 필름산업은 공해산업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그 흐름을 거역할 순 없어요.”


DALLSA와 SONIC이 세계 영화 장비 분야를 나눠먹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류지호의 충고는 진심이었다.

그런데 귀담아 듣는 것 같진 않았다.

완고한 장인정신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ARiCH 최고위직들은 시네마 카메라 분야의 최대 경쟁자의 조언을 흘려들었다.

소닉이 파나플렉스와 손잡고 씨네알타를 내놓았듯이 시네마 카메라 명가 ARiCH라고 해서 DALLSA D-Cinema와 협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류지호 입장에서 누가 디지털 장비를 개발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뛰어난 도구가 필요할 뿐.

뮌헨에 온 김에 독일을 넘어 유럽 최대 기술기업인 Siemens & Halske AG도 방문했다.

2001년에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되었는데, 당시 주식을 사들여 류지호도 주주명부에 올라있다.

독일에서 영향력이 큰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엔지니어링 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업계 톱에 자리한 기업이다.

참고로 올해 말부터 경영진의 분식회계, 공금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뇌물 제공 등의 부패가 밝혀지게 되고, 그 동안 쌓아왔던 신뢰와 위상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기업문화 개혁에 착수하여 오랫동안 조직 내부에 자리 잡아 온 부패 관행을 척결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해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을 연이어 기록하며 위기에서 반전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또 뮌헨은 Special, Creation München이란 이름의 럭셔리 패션 하우스 본사 소재이기도 한데, 작년의 한국의 성주패션이란 곳에 매각되며 한국 기업의 자회사가 되었다.

이전 삶에서 문제적 언행과 각종 사건사고로 회장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류지호는 SCM 본사 방문을 거절했다.

때마침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PISA의 박용수 사장이 류지호가 묵고 있는 뮌헨 호텔로 찾아왔다.

PISA 코리아는 글로벌 상표권 및 영업권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1926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PISA그룹은 2003년 경영 위기를 맞아 미국 투자전문펀드와 미주 지사, 한국 지사 등이 설립한 SBI(Sport Brands International)가 인수·합병했다.

그리고 모든 권리를 자회사인 PISA 룩셈부르크에 귀속시켰다.

“SBI를 인수하지 않고 룩셈부르크 법인 주식만 인수한다?”

“예.”

“왜 요?”

“다른 브랜드가 크게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SBI에는 체조 및 댄스 스포츠 브랜드 모션웨어(Motion Wear)와 아웃도어 브랜드 클라우드베일 마운틴 웍스를 소유하고 있다.


“PISA 브랜드에 도움이 안 된다?”

“스포츠와 캐주얼 본연의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섭니다.”

“클라우드베일 마운틴 웍스는 흥미가 있어요.”


박용수 사장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몇 년 후, 한국에서도 아웃도어 열풍이 불겁니다. PISA가 등산 의류 및 동계스포츠 의류, 특히 스노우보드, 스키 의류, 크로스컨트리, 하이킹 의류 라인업을 갖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플라이 낚시 의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미국의 한 서핑복 브랜드가 류지호 파파라치 컷과 연계된 마케팅으로 Masstige(준명품)로 올라서기도 했다.

일반인들에게 플라이 낚시 의류 시장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북미와 북유럽에서 나름 수요가 있다.

슈퍼리치가 애용하는 브랜드 딱지가 붙으면 서핑복 브랜드처럼 단숨에 매스티지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인수금액이 만만치 않아서....”

“금성그룹에서 독립한 패션의류 기업이 PISA 본사에 눈독을 들인다면서요?”

“그들 때문에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높아질 것 같습니다.”

“얼마나요?”

“300~500만 달러는 더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션웨어와 클라우드베일 마운틴 웍스까지 통째로 인수합병하게 되면요?”

“최소 6.5억 달러는 제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 PISA 코리아 매출과 순이익은 어떻게 됩니까?”

“3,000억 매출에 250억 순이익을 보았습니다.”

“흥행영화에 PPL 들어가고 나와 지인들이 애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나쁘지 않죠?”

“체감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북미와 중국 진출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지요?”

“중국 1위 업체인 반타스포츠와 합작투자법인인 PISA 차이나를 세우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중국으로 진출할 것 같습니다. 북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SBI, 룩셈부르크 법인으로부터 영업권을 인수해야 합니다.”

“내가 뉴욕의 SBI 최고 책임자와 만나보죠.”


어렵게 갈 것 없다.

류지호가 매튜 그레이엄과 함께 나서면 어렵지 않게 성사될 거래다.


“복잡하게 갈 거 없어요. 브랜드 세 개 모두 PISA 코리아가 인수하는 걸로 합시다. 모션웨어는 모르겠지만 아웃도어 브랜드 클라우드베일 마운틴 웍스의 기능성 의류에 들어가는 기술이 탐이 납니다. 스포츠 의류와 다른 분야이겠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마케팅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매출에 도움이 될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더욱 밀어붙였다.


“이 참에 이탈리아 본사까지 모조리 인수해서 디자인 센터는 이탈리아 중심으로 강화하고, 기술개발과 연구센터는 한국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고민해 봅시다.”

“국내 연구진만으로 첨단 기술을....”

“알아요. 화승이나 국제상사가 망가져서 국내 스포츠 브랜드 관련 기술력이 정체되었다는 걸. 그래도 합시다. 원하는 연구원은 헤드헌팅을 통해 수혈 받는 것으로 하고. 필요하면 국제상사 인수하도록 하세요.”


박용수 사장은 PISA 코리아를 독립기업으로 유지시키고 싶었다.

한편으로 자신의 야망과 PISA 브랜드의 미래를 심각하게 저울질 했다.

답이 나와 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다.


“SBI 측과는 제가 협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장님이 나서면 저들이 과한 욕심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세요.”


PISA 코리아는 중견기업이다.

그럼에도 박용수 사장의 연봉은 어지간한 대기업 최고경영자 수준이다.

작년 연봉이 무려 32억 원이었다.

한양반도체 사장 연봉이 21억 원인 것에 비해 과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받을 만하니까 주는 것이다.

가온그룹은 전반적으로 급여수준이 동급의 대기업보다 높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임원을 함부로 내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 번 임원은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는 기업문화는 아니다.

철저한 성과주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임원 교체가 정체되었거나 잘하지 않는 기업은 기업문화가 덜 건강할 위험이 있다.

자칫 임원 사이에 강력한 카르텔(사내 정치)이 형성되어 잘못이나 비리를 서로 감싸주고 덮어줌으로써 공생할 가능성이 있다.

임원은 기업 실적을 책임지는 자리다.

실적을 못 내는데 자리를 보존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 인사가 아니다.

가온그룹은 임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을 보장해준다.

그 가치를 다 해내지 못하면 여러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자의 반 타의 반 퇴사의 길을 걷게 한다.

심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적당한 사내정치는 허용하지만, 카르텔이 형성되면 가차 없다.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해 가온그룹의 없던 위기까지 찾아올 수도 있을 테니까.


❉ ❉ ❉


류지호는 귀터슬로라는 도시를 독일에서의 마지막 행선지로 삼았다.

레오나 파커도 동행했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베텔스만 최고경영자 부부와의 저녁식사에 함께 했다.

레오나 파커는 부부동반 식사나 파티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류지호의 비즈니스 사교자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닷컴버블과 맞물려 한때 40대 젊고 혁신적인 경영자를 최고경영자에 임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버블이 빠진 2000년부터 다시 과거의 노회한 경영자를 복귀시키는 움직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복합기업이자 세계 10대 미디어 기업인 베텔스만도 그런 흐름에 발을 맞추는 것 같았다.

세계 10대 미디어그룹에 들어갈 정도로 큰 기업인 베텔스만그룹은 여전히 비상장상태로 가족소유 형태의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출발했는데, 도서출판 및 음악사업에 강점이 있다.

유럽권을 커버하는 라디오·TV방송국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기준 22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독일 이외의 국가에서 거둔 매출만 69%에 이를 정도로 다국적 기업이다.

그런 거대미디어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류지호에게 호감을 표했다.

내일모레 칠순을 바라보는 CEO 군터는 류지호를 향해 언제든지 합작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일환으로 소닉뮤직그룹에 의존하고 있는 음악사업을 유니벌스뮤직그룹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인프라 기업 제네럴 톰슨 일렉트릭(GTE)은 미국 지상파방송사 NBC의 모회사다.

GTE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도 한다.

게다가 GTE는 미국 10위권 미디어 기업들에 모두 17명의 이사진을 포진시키고 있다.

JHO Company 주주가 아니기에 GTE 이사는 단 한명도 없다.

워너-타임은 유럽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 미디어그룹인 The NEWS Corp에 지분을 투자하고 이사회 의석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의 복합미디어 기업들은 열린 이사회 운영을 하고 있다.

광고주와 금융권 투자가가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경쟁기업에게도 임원으로 참여한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발견될 경우 경쟁기업과도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

반면에 JHO와 베텔스만 그룹은 비상장기업으로 이사회가 폐쇄적인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합작사업까지 폐쇄적이진 않다.

재계에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법이다.

서로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합작을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복합미디어그룹 Compagnie ViVo역시 류지호에게 호감을 표하고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다각적으로 합작을 고민하고 있다.


‘이든클럽이 나름 가입비 값을 톡톡히 하네.’


클럽에서 알게 된 멤버들에게 얻는 정보가 쏠쏠했다. Compagnie ViVo와 GTE가 유니벌스 스튜디오 M&A를 놓고 물밑에서 협상 중이란다.

경쟁사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중요한 변동사항이다.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집으로 돌아갑시다.”


길었던 독일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베를린 바로 옆에는 포츠담이라는 도시가 있다.

베를린 영화제의 메인 공간인 포츠담 광장은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이 분단되었던 당시 동서의 경계였다.

광장을 베를린 장벽이 가로질렀고, 그 양편은 모두 군사시설이 자리했었다.

독일 통일 후 장벽이 사라지고 난후, 베를린은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대신 새로운 랜드마크로 육성하기로 했다.

근사한 고층빌딩이 들어서게 됐다.

대신 냉전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동서를 가로막았던 벽을 그대로 보존했다.

한국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분단의 상징도 그렇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전후질서 구축 문제를 논의한 장소가 바로 포츠담이었으며 포츠담 선언은 한국 학생들이 국사시간에 중요하게 배우는 현대사였기에.

1945년 포츠담에서 독일의 항복 이후에도 전쟁 수행 의지를 꺾지 않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그 이름을 딴 광장에서 수많은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역사 위에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 <군계>가 상영되고 최고 영예까지 안았다.

포츠담 광장을 떠나기 전, 류지호은 주독일한국문화원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기념 조형물이나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베를린 시 당국으로부터 승인 받기가 쉽지 않았다.

류지호가 원하는 장소가 포츠담 광장의 중심이었다.

광장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데다 지하에 각종 배선이 어지럽게 깔려 있어 공사가 쉽지 않았다.

류지호가 직접 시 당국을 설득했다.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장담했다.

그제야 베를린 시 당국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가칭 통일정(Pavillon der Einheit) 프로젝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무대가 된 포츠담 광장에,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한국 전통의 정자를 세우는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

통일정이 준공되면 머릿돌에 류지호의 이름이 새겨질 터.

건축물이 헐리지 않는 한, 아니 설사 헐린다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은 오래토록 남게 된다.

류지호가 돈을 쓰는 방식 중에 하나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질 랜드마크를 세계의 주요 도시에 건설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미추홀 파크, 이번 베를린 통일정 같이.


[그 누구도 한 국가의 존엄과 독립을 훼손할 수 없으며, 스스로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류지호가 베를린을 떠난 후, 유럽 매스컴에서 재밌는 일들이 벌어졌다. 감독상 수상작 <콴타나모로 가는 길>이 촉발한 담론이 영국의 한 저널리스트에 의해 상세하게 알려지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급기야 영국 총리가 콴타나모 기지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UN 사무총장은 콴타나모 인권 유린 현황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류지호의 폐막식 퍼포먼스로 인해 <그르바비차>가 크게 주목을 끌게 되면서 보스니아 무슬림 인종 청소 주범에 대해 관심이 고조됐다.

세르비아 언론에서 라트코 믈라디치가 체포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세상이 베를린영화제 수상작들의 문제 제기에 즉각적인 화답을 보낸 것은 아니다.

우연의 일치일 뿐.

카툰 논쟁의 중심에 있는 덴마크 국기는 여전히 불타고 있으며, 이란의 여성들은 아직도 축구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다.

<군계>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일본 사회는 여전히 모르쇠를 유지하고 있고, 우익세력은 평화헌법 개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며, 극우 단체들의 선전선동 활동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지만.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울려 퍼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베를린을 다녀간 성숙한 관객들의 문제제기가.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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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2,116 106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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