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27,354
추천수 :
127,041
글자수 :
10,687,409

작성
23.11.17 09:05
조회
2,123
추천
106
글자
23쪽

TCU의 닻을 올리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NO!"


류지호가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샘 리버먼의 집무실에 TCU 프로젝트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집무실의 주인인 샘 리버먼, TCU 총괄 프로듀서 류지호, 프로덕션 헤드 개빈 페이지, 프로듀서 루이 에스포지토, 첫 번째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 조나단 패브로까지.

특히 조나단 패브로가 확신에 차서 류지호를 설득했다.


“토니 스타크는 역대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인 인기 절정의 셀러브리티 슈퍼히어로야. 정확히 누군가와 일치하지.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미스터 할리우드. 바로 지호 류 너!”


아마데우스 초이 캐릭터 모티브를 놓고도 류지호를 언급하더니, 이젠 토니 스타크 캐릭터에 류지호를 가져다 붙이려고 안달이다.


“난 바람둥이 아냐. 매끈한 스포츠카보다 픽업트럭이나 험비같은 육중한 차를 더 좋아해. 파티보다 서핑과 플라이낚시를 더 좋아하고. 결정적으로 나는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지도 않았어. 나는 토니 스타크처럼 잘생기지 않았잖아. 안 돼. 절대!”


류지호를 모티브로 해선 안 된다.

대중들이 보는 것과 달리 류지호는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기에.

어찌 보면 모범생 타입에 가까웠다.

반면에 토니 스타크는 화려하고 자기과시적인 면이 많은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에 류지호가 투영된다니 절대 안 될 말이다.


“기존 초인적 존재로서의 슈퍼히어로와 차별되는 <아이언맨>이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려면 롤모델이 필요해. Jay 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와 재능을 갖춘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잖아. 난 알아. 넌 911테러라는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걸. 그런 토니 스타크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은 거야. 그리고 네가 기획한 ‘아이언맨‘은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 탄생한 슈퍼히어로잖아.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처럼 진지하기만 한....”


조근조근 설명하던 조나단 패브로의 말을 류지호가 끊었다.


“거봐. 난 브루스 웨인에 더 가까워. 엄청 부자지만 소심하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밝은 곳에서 자선사업도 많이 하고. 음지에서는 과격한 방식... 암튼. 딱 이네. 브루스 웨인.”

“Timely 오너가 AC의 대표 캐릭터를 들먹이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이는데?”


모여 있는 이들 이들 중에서 두 사람의 논쟁을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아이언맨> 실사화의 진행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공식 발표가 있었을 때는 온갖 할리우드 매체들의 비웃음과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배우겸 감독겸 제작자 조나단 패브로를 감독으로 낙점했다는 것이 방점을 찍었다.

개빈 페이지가 서른 명에 가까운 시나리오 작가를 만났다.

하나 같이 <아이언맨> 각색에 참여하는 것을 거절했다.

태런티노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집필료를 도저히 맞춰줄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랜 외유를 마치고 미스터 할리우드가 복귀했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류지호가 팔을 걷어붙이면서 진행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닉네임은 할리우드에서 부적으로 통한다.

관여한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일부 영화는 상업영화 흥행역사를 새로 쓸 정도였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신화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


“밥 일리아스 주니어 어때?”

“안됩니다!”


당장 프로듀서 루이 에스포지토가 반대를 표했다.


“그는 마약 문제와 여러 사건들로 인해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토니 스타크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나?”


토니 스타크는 각성하기 전까지 철딱서니 없는 재벌 후계자였다.

‘문제아'의 탈을 씻어내고 성숙한 40대가 된 밥 알리아스만한 배우도 없다.


“캡틴 아메리카라고 하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슈퍼히어로는 따로 있어요. 한때 할리우드 최악의 사고뭉치가 영화를 통해 성숙해지는 거죠.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도 없을 것 같은데.”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니콜라스 코폴라가 오랜 Timely팬을 자처하며 토니 스타크를 자신이 연기하고 싶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심지어 톰 메이포더까지 류지호에게 따로 전화해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TCU 창작위원회 멤버들이 그 같은 톱스타의 출연을 반대했다.

톱스타의 이미지가 고유의 코믹스 캐릭터를 훼손할 수도 있었기에.


“정말... 밥을 캐스팅해도 된다는 거야?”


조나단 패브로의 태도가 조심스러웠다.

내심 바라고 있던 캐스팅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없을 것 같아. 현실에서 토니 스타크를 보고 싶으면 실리콘밸리를 보면 돼. 상상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 하니까.”


조셉 케사다 코믹스 편집장이 입을 열었다.


“난 찬성.”


모두의 시선이 조셉 케사다에게 돌아갔다.


“사실 <아이언맨>이 로봇인 줄 아는 어린이들이 많아. 우리가 만들 영화가 성인팬만 보라고 만들 건 아니잖아. 수트를 입기 전 캐릭터가 명확할수록 로봇 이미지가 흐려지겠지.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인 슈퍼히어로 무비를 고민하고 있잖아. 토니가 제작한 수트는 매우 과학적이고 초월적이며 논리적이어야 하겠지만.”


창작위원회 멤버들은 서사보다 코스튬과 과학 장비의 구현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스토리텔링은 원작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영화 창작자들과 갈등을 수시로 벌이게 되지만.


“내 결혼식에 많은 실리콘밸리 억만 장자들이 올 거야. 그때 개빈과 조나단은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도록 해. 난 대본이 완성되지 않으면 절대 녹색 불을 켜지 않을 거야.”


류지호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전 삶에서 <아이언맨>은 대본 없이 촬영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치 한국의 TV드라마 제작 현장처럼 촬영 전날까지 배우가 연기할 다이얼로그조차 없는 경우가 수시로 벌어졌다.

패브로와 밥 일리아스 주니어가 현장에서 즉석에서 다이얼로그를 만들어 연기한 경우가 허다했다.

본인이 아이언맨임을 드러내는 장면도 밥 알리아스 주니어의 의견이었다.

그런 대사들이 일정부분 맛깔나고 드라마틱함을 선사했지만, 한편으로는 허술함도 함께 드러냈다.

<아이언맨>에 출연하게 될 배우들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다만 조나단 패브로 역시 배우이기 때문에 기가 센 배우들과 잘 소통하리라 기대했다.

류지호가 개빈 페이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편집장이 말했다시피 어린이들과 청소년층에서 <아이언맨>이 수트를 입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라고 알고 있을 수도 있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그런 인식을 없애줄 프로모션이 필요할 것 같아.”

“생각한 것이 있습니까?”

“인터넷에 노출시킬 수 있는 2분 미만의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면 해.”

“광고 영상입니까?”

“응.”

“Hues & Rhythm과 미팅을 해보겠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리바씨에게 언질을 해 두었어. 내 영화가 끝나면 바로 합류할 수 있을 거야.”


류지호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리바는 조나단 패브로가 연출한 <자투라-우주모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바 있었다.

A급이 온다고 하니 조나단 패브로는 슬그머니 욕심이 동했다.


“특수분장 효과 디자이너는 윈스턴씨를 데려오고 싶어.”

“좋을 대로. 개빈, 들었지?”

“예.”


스탠 윈스턴은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특수분장 효과 전문가다.

<가위손>, <터미네이터Ⅱ>, <에어리언>, <쥬라기 공원> 등 다수의 영화에서 9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와 3번의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VFX는 LMI와 Digital dominion이 모두 참여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개빈 페이지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메이저 VFX 업체 단독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각기 강점을 가진 기술을 보유한 메이저 업체들과 협력하고 수십 곳의 군소업체에 하청을 준다.


“국방부 협조에 신경 좀 쓰고. 캐스팅 부분은 내게 맡겨.”

“알겠습니다.”


류지호는 <아이언맨>에 최고의 스태프들을 붙여줄 생각이다.

이전 삶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류지호가 개입한 이상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다.

회의를 마치고 LA로 떠나는 개빈 페이지를 불러 세운 류지호가 당부했다.


“뉴욕에 머물며 <The Punisher> 작업을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해.”

“예.”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X-맨> 시리즈 성공에 고무된 개빈 페이지는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만함은 지나친 야망을 부추기고 무모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류지호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을 통해 오만한 리더십을 지긋지긋하게 봤다.

그들은 지나친 자만감을 자신감으로, 또 독단적 의사결정을 카리스마로 착각한다.

개빈 페이지도 그런 함정이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미리 경고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따라 와. 차 한 잔 해.”


류지호는 개빈 페이지를 데리고 맨해튼의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식사와 차를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이언맨>은 TCU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다.

영화 내적으로도 두 가지 중요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군산복합 기업이 가진 이중성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메시지다.

원작 코믹스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만다린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나, 그것을 비틀면서 조디 워커 정부가 행한 이라크에서의 엉터리 같은 전쟁을 풍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단순 히어로 스토리가 아니다.

만다린 캐릭터가 <아이언맨Ⅲ>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보임으로써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메시지를 위해 원작을 비틀어버렸으니까.

이전 삶에서는 거대한 중국시장을 의식해 만다린 캐릭터를 화이트워싱했다.

9·11테러부터 이어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3편의 스토리가 대폭적으로 변했다.

‘악의 축‘이라고 믿고 전쟁까지 벌였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게다가 전쟁을 일으킨 목적이 정의와 거리가 멀었다.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복수도 아니었다.

탐욕스러운 미국 위정자와 기득권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전쟁이었을 뿐이다.

<아이언맨> 삼부작은 토니 스타크의 성장기이며 성찰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적개심과 불안감이 키워낸 괴물이며 평화는 폭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잘 만든 영화가 있고, 좋은 영화가 있다.

<아이언맨>은 전자가 되어야 했다.

관객의 마음에 자극을 주고, 그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과 행복한 삶을 꿈꾸게 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매년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영화는 평범하다.

겨우 1% 남짓 영화가 잘 만들었거나 좋은 영화다.

좋은 영화란 99%의 영화가 가보지 못한 경지를 보여주거나 최소한 보여주려고 노력한 태가 영화에서 느껴져야 한다.

혹은 영화가 극장을 벗어나 현실의 문제를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주거나.


‘빌어먹을 정치적 올바름.....!’


이미 90년대부터 이와 관련한 논쟁이 할리우드에서 뜨겁다.

시작은 옳은 일을 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점차 교조주의에 빠지고 있다.

대중들로부터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양성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던 운동이 도리어 또 다른 전체주의가 되어 가고 있다.

Timely 시네마틱 유니벌스 같은 거대한 팬덤을 가진 콘텐츠는 ‘PC주의’ 관련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공동체적 가치나 자본의 압력을 떠나서.

창작자의 고민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고 들면, 뭘 할 수 있겠냐....’


사람들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것.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대중들은 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열렬히 추종한다.

한편으로 남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모순적인 대중을 감동시키고 설득시키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그것도 12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그래서 영화감독은 진정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

고도의 솜씨가 있어야 한다.

어떤 주장들에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뚜렷한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 ❉ ❉


피터 웰스 사장이 MSM Studios로 옮겨가고 JHO Pictures 사장에 프로덕션 헤드였던 앨런 포스터를 앉혔다.

앨런 포스터는 여전히 프로덕션 헤드와 책임 프로듀서를 겸임하지만, 실무 부분에 토마스 챈들러(Thomas Chandler)라는 프리랜서 프로듀서를 영입했다.

주로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작품에서 보조 프로듀서 (Assistant Producer)를 수행해 왔는데,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앨런 포스터가 영입했다.

JHO Pictures의 수뇌부는 거의 변동이 없다.

다만 직원들은 이직이 빈번했다.


“경력이 쌓이는 즉시 타 영화사에서 직원을 빼가서 다들 커리어를 인정받는구나 싶었지. 근데 웬걸? 네가 기획하는 영화에 대해 정보를 캐기 위해 스카우트를 해 간 모양이야.”


동부로 날아온 앨런 포스터가 그간 회사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새롭게 직원 채용하는 것도 일이야.”

“공연히 회사 규모 키울 생각 마. 지금 정도가 딱 적당하니까.”


앨런 포스터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부사장으로 영입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그걸 마다하고 JHO Pictures의 사장으로 남기로 했다.

류지호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후에나 떠난다고 선언했다.


“안 떠나겠다는 말을 거창하게도 한다.”


잠시 앨런 포스터와 토마스 챈들러와 회포를 푼 후에 본격적으로 업무 이야기로 넘어갔다.


“뉴욕이 아니라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이유가 있어?”


워킹 타이틀 <The Punisher>로 프로듀서 데뷔를 하는 토마스 챈들러가 대답했다.


“펜실베니아주 남동부를 대표하는 필름 오피스가 필라델피아에 있으니까요. 게다가 로케이션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혜택을 듬뿍 안겨주고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일단 펜실베니아주와 필라델피아시 소유지에서는 무조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 소유 건물과 해군 비즈니스 센터의 스튜디오 역시 무료입니다. 30일 이상 체류 조건으로 기본 세금 면제 및 호텔 등 14% 별도 세금 면제, 촬영 기간 소비세 면제, 다운타운 등 로케이션 촬영시 2인의 경찰 파견 및 무료 교통통제가 있습니다. <The Punisher> 프로덕션 팀과 24시간 핫라인을 연결해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프로젝트들이 LA를 떠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각주마다 온갖 혜택을 주고 영화를 유치하고 있었으니까.


“필라델피아 하면 <록키> 아니겠어?”


앨런 포스터의 말에 류지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필라델피아시는 뉴욕 못지않게 고풍스러운 고층 건물이 즐비했다

현대적인 마천루까지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동부지역 최대 정유시설 단지까지 있어 산업단지 배경 그림을 얻기 안성맞춤이다.


“로케이션 스카우트들이 가져온 후보지들은 어때?”

“비디오 자료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여.”


모든 로케이션을 필라델피아에서만 찍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브롱크스와 퀸즈는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돼지?”

“응.”

“일주일 찍고 빠질 수 있겠어?”

“어차피 백랏에서 메인 촬영을 할 거니까.”

“단역들 오디션은 따로 안 볼 거야?”

“터커가 한 번 걸러내면, 최종적으로 몰아서 보는 걸로 하려고.”

“알겠어.”

“SliverCup 계약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앨런 포스터의 인상이 구겨졌다.


“뉴욕주 세금 혜택 조건에 겨우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SliverCup Studios는 뉴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촬영 스튜디오다.

롱아일랜드에 위치했는데, 모두 13개 사운드 스테이지와 촬영지원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미가 애를 많이 썼어.”


앨런 포스터가 토마스 챈들러에게 공을 돌렸다.


“수고 했어.”


류지호의 칭찬에 토마스 챈들러가 활짝 웃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미스터 할리우드의 칭찬이면 오죽할까.

이전 삶부터 류지호는 많은 영화 예산서를 봤다.

투자를 받기 위해 자신이 직접 예산을 짜기도 했었다.

한국 영화 예산서 작성은 소꿉장난이다.

할리우드 영화 예산서는 일정, 인건비, 장비 대여, 비용 등 수백 개 항목이 있다. 각종 세금과 관련해서도 매우 복잡하다.

아무리 작은 영화라고 해도 기본 예산서가 77페이지에 달한다.

블록버스터 영화 예산서는 중소기업 1년치 회계장부보다 더 두껍다.

일례로 배우 및 스태프 인건비가 Prep(프리프로덕션), Shoot(촬영), Post(후반), Wrap(정리) 등 기간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인건비 부분에서만 지급 방법이나 관련 세금 계산 방식이 상당히 복잡하다.

결산에 전문 회계회사가 붙을 정도다.

단 돈 1달러라도 허투루 집행되지 않도록 매우 꼼꼼하게 예산을 관리한다.


“그나저나... Jay."

"뭐 곤란한 거라도 있어?“

"벤틀리 말이야.“

“벤이 왜?”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계약이 마음에 안 든대?”

“벤틀리가 <헬스 키친>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했대.”


이른바 <Kingpin>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가 <헬스 키친>이다.

데어데블을 중심으로 히어로 셋이 힘을 합쳐 킹핀과 싸우는 내용이다.

류지호가 <The Punisher>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으면 <헬스 키친>에서 멋지게 마무리하는 프로젝트다.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나봐.”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감독이 뭐가 불만이래? 혹시 원하는 감독이라도 있대?”


앨런 포스터가 손가락으로 류지호를 가리켰다.


“나?”

“네가 연출하지 않으면 하차하고 싶다고 했나봐.”

“계약 조건을 바꾸거나 새로 협상하고 싶어 그러는 건 아니고?”

“계약조건 이야기는 없었어.”

“Pay All Play Offer 아니었어?”

“Box Office Bonus도 계약서에 넣어주기로 했잖아.”

“그랬지.”


Pay All Play Offer는 쉽게 말해 계약시 출연료 전액 수령 후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하는 계약이다.

Box Office Bonus는 말 그대로 미국 내 혹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이 일어났을 때 지급되는 보너스다.

박스 오피스 매출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표한 기준으로 한다.


“혹시 도박 빚이라도 진 거야?”

“모르지 나도.”

“갑자기 왜 그런대..... 지적인 영화라도 원하나?”


에드워드 놀란이 연출한 <배트맨 비긴즈>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비록 Timely 실사영화들처럼 박스오피스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지만, 기존 히어로 무비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현실 지향적인 배경 디자인과 배트맨의 장비와 무장에까지 과학적인 근거를 중시하는 등 기존의 AC답지 않은(?) 새로운 세계관을 선보였다.

시나리오와 연출에도 재능이 있는 벤틀리 애플렉이 무언가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넌 <REMO> 트릴로지로 10억 달러가 넘는 박스오피스를 만들어냈잖아. <데어데블> 스타일에 만족하지 못한 그의 입장에서는 네가 연출하길 바랄 수도 있지.”


류지호가 한국말로 투덜거렸다.


“하여간 머리 좀 컸다고 바라는 것도 많아.”

“뭐라고 했어?”

“결혼식에서 만나면 대화를 나눠볼게. 정확히 무슨 생각인지.”

“부탁해.”


사실 프로듀서가 감독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실격이다.

그럼에도 앨런 포스터는 사소한 것도 다 보고했다.

사실상 JHO Pictures는 류지호에 의해 굴러가는 영화사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류지호는 앨런 포스터가 제작하는 TV시리즈에는 자율권을 주고 있다.

참고로 할리우드에서 배우 계약을 할 때 다양한 방식의 출연료 지급방식이 있다.

무수히 많은 세부조항이 존재한다.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은 세금 문제 때문에 론아웃 컴퍼니(loan-out company)를 설립해 활동한다.

출연계약 등을 자신의 이름으로 체결하지 않고 자신이 설립한 론아웃 컴퍼니 이름으로 체결하는 것이다.

배우는 론아웃 컴퍼니의 1인 주주이자 전속이 되어 회사와 체결한 비즈니스에 대해 용역을 제공한다.

이때 지불유예 혹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국으로 대입해 보면 일종의 1인 기획사 방식이다.

톱스타와 계약할 때 미국 및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시 보너스를 지불하는 조건을 걸기도 하고, 수익 배분, 부가판권 지분 계약, 저작권 보장도 해주어야 할 경우가 있다.

크레디트 순서, 위치를 계약서에 넣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순서와 위치로 배우들끼리 신경전이 대단하다.

남녀 배우 모두 노출과 관련된 조항을 사전에 합의해 계약서에 넣는다.

심지어 함께 출연하는 다른 배우보다 동등하거나 좋은 대우를 보장한다는 조항까지 넣는 경우가 있다.

출연료 외에 촬영현장 제공 조건, 취향과 관련한 항목도 있다.

셋업 중 카메라 위치, 조명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연배우 대신 카메라 앞에 서는 대역 Stand-In이나 리허설 배우 섭외 항목이 존재하고, 스턴트 더블 역시 항목이 따로 있다.

프리미어(시사회) 행사 참석 여부, 참석 지역, 횟수, 수행 인원, 경비 지급 방식 등 사전에 다 합의해서 계약서에 넣는다.

국내외 영화제 참석 여부, 참석 영화제 리스트, 수행인원, 교통편 제공, 경비 지급 등도 사전에 다 합의해 계약서에 넣는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점심 커피, 중간 커피 등 음료의 브랜드까지 계약서에 넣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배우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제작사가 계약서를 만들 능력이 없기에.

배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감독도 그렇다.

류지호의 경우만 해도 톱스타 못지않은 기상천외한 항목이 계약서에 들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해외 로케이션 때 한식 제공 같은 조항이 추가된다.

<REMO> 최종편부터 류지호의 연출 계약서는 200페이지가 넘는다.

하기 싫어도 자세하게 계약서를 써야 한다.

감독조합 회원이기에 조합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JHO Pictures와 트라이스-스텔라는 자신의 소유이기 때문에 약간의 권리 침해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 주긴 하지만.

만약 다른 스튜디오와 일하게 된다면 일절 그런 거 없다.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찾아먹어야 한다.

절대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

할리우드 같은 곳에서 일할 때는 더더욱.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5 Frank Castle. (6) +3 23.12.07 1,760 101 24쪽
694 Frank Castle. (5) +8 23.12.06 1,930 103 23쪽
693 Frank Castle. (4) +6 23.12.06 1,871 91 24쪽
692 Frank Castle. (3) +10 23.12.05 2,023 98 24쪽
691 Frank Castle. (2) +5 23.12.05 2,003 88 24쪽
690 Frank Castle. (1) +11 23.12.04 2,161 108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2,032 97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2,128 111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2,158 111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2,208 99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2,174 108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2,160 111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2,208 106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2,202 111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217 112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233 101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277 110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258 112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7 23.11.20 2,306 115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7 23.11.18 2,345 111 28쪽
» TCU의 닻을 올리다! (2) +6 23.11.17 2,124 106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5 23.11.16 2,174 110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2,160 108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2,115 106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2,192 112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2,099 112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2,071 105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2,069 87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222 106 26쪽
666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2) +7 23.11.08 2,168 105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