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82화
“피자 타워에 있던 모든 인원이 사망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뉴스에 방송되고 있어 바로 찾아가 봤더니, FBI가 쫙 깔려 있었습니다.”
-어떤 놈이 벌인 일이야?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FBI가 설치고 있어 내부에는 아직 들어가 보지 못 했습니다만, 뉴스에서 약이 언급된 것을 보면 일을 벌인 놈들이 돈과 약을 모두 가져간 것 같습니다.”
며칠 후가 상납 일이라 피해가 더 컸다.
-누군지 확인한 후에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카포레지메(중간 보스)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핑거맨을 가동한다.”
그 외침과 함께 부하들이 어딘가로 바쁘게 전화했다.
목표물의 모든 정보를 알아내는 직원이다.
이제부터 부하들은 핑거맨이 되어 타깃의 정보를 수집하게 될 거다.
그날 저녁.
그동안 곤충 로봇이 찾아낸 지부는 총 4곳.
전통 있는 마피아답게 로스앤젤레스에 곳곳에 지부를 숨겨놨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카포레지메는 한 명뿐이었다.
‘슬슬 출발해 볼까?’
오토바이의 액셀러레이터를 당겼다.
삼촌들을 감시하던 베트남 마피아의 오토바이다.
내 얼굴도 이 오토바이의 주인 것이다.
[목표물이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2발의 총성이 울렸다.
총성에도 움찔하거나 몸을 피하는 부하들은 없다.
오히려 총성이 울리자마자 바로 옆에 있던 부하들이 카포레지메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총알을 막았다.
그만큼 훈련이 잘돼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노력에도 총알을 막아내지 못했다.
카포레지메는 물론이고 그를 보호하려던 부하들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이다.
카포레지메가 쓰러지자마자 경험 많은 솔다토 하나가 모든 상황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잡아.”
그 말과 동시에 부하들이 차를 몰고 그 오토바이를 쫓아갔다.
남아있던 부하들도 신속하게 카포레지메와 쓰러진 선임들을 차에 옮겼다.
“최대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라.”
다행히도 근처에 본인들이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마피아들은 늘 총상을 달고 산다.
많은 총상 환자를 수술하는 만큼 이쪽 분야는 최고다.
총에 맞는 카포레지메와 선임들을 모두 태운 자동차들이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총상을 확인한 다른 솔다토가 지휘하는 솔다토에게 보고했다.
“프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솜씨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정확히 목과 심장에 명중시켰다.
그것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심지어 카포레지메의 오른쪽 눈을 통해 접형골로 총알이 관통했다.
인중을 맞추려고 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노린 건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일부러 노린 것이라면 이는 마피아식 경고다.
앞으로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못 본 척하라는.
“일부러 목만 노린 것이 분명합니다.”
몸으로 총알을 막은 선임들의 목에도 어김없이 총상이 있었다.
심장보다는 맞추기 어렵지만, 맞추기만 한다면 효과는 확실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번 의뢰를 받은 히트맨을 찾아내.”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솔다트가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피아 간의 전쟁은 쉽게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
카포 디 툿티 카피(모든 패밀리의 보스)가 허락을 해야 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본인의 역할은 끝났다.
나머지는 보스가 알아서 진행할 것이다.
한편 오토바이를 따라간 마피아들은 최대 속도로 오토바이를 따라붙고 있다.
나를 따라온 차량은 6대.
제3의 눈을 이용해 차량이 없는 곳으로만 이동하고 있다.
그렇게 쫓고 쫓기다 버려진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베트남 마피아들이 마약을 제조하는 곳이다.
감시자들이 있었으나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너무 빨리 오토바이가 안으로 침입했다.
오토바이가 이동하면서 내는 소음이 거의 없었기에 접근하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진공 벽이 사라지면서 오토바이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안에서 작업하던 베트남 마피아들이 총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엔진이 꺼지지 않은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누워있었다.
“뭐야? 운전자는 어디 갔어?”
“들어올 때부터 빈 오토바이였습니다.”
“침입자를 찾아라.”
그 명령에 총을 든 베트남 마피아들이 이동하려던 순간, 6대의 차량이 공장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타당, 타타타당.
총소리와 함께 6대의 차 중 2대가 드리프트를 하면서 차체로 방어막을 형성했다.
타타다당. 타다당.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주차한 차를 엄호하기 위해 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주차한 차 양옆으로 차를 주차하자, 살짝 벌어진 ㄷ자 형태가 됐다.
그것을 엄폐물 삼아 미국 마피아와 베트남 마피아가 총격전이 벌어졌다.
공장에 들어서기 직전에 오토바이에서 내린 나는, 죽은 놈들이 떨어트린 총으로 양측 마피아를 하나씩 사살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총성이 멈췄다.
이곳에 살아 있는 자는 나밖에 없다.
진공으로 소리를 최대한 막았으나 추격전이 있었기에 언제 FBI나 경찰 특공대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그들이 오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외부의 적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배신자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어느 쪽이든 배신자가 있기 마련이다.
배신자가 아니더라도 스파이는 무조건 있다.
그게 경찰이나 FIB 쪽이든, 상대 마피아 쪽이든.
이미 미국 마피아에 배신자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 두었다.
그러니 이쪽에도 한두 놈쯤은 나와야 혼선을 줄 수 있다.
‘저놈이 좋겠군.’
배신하기 딱 좋은 관상이다.
이곳에도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계단이 숨겨져 있다.
내가 고른 놈이 벌떡 일어서더니 지하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내려가는 과정에서 피로 물든 발자국이 새겨졌다.
그렇게 찍힌 발자국만 수십 번.
그동안 돈 가방들이 스스로 올라와 창고 안에 있던 승합차에 실렸다.
승합차 뒷좌석에 돈 가방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역시 조폭들이라 그런지 돈이 많다.
마약은 남겨뒀다.
이곳에도 뭔가 있어야 수사가 될 테니.
최대한 차가 없는 곳으로 이동해 해변에 도착했다.
20분 전, FBI.
“긴급 정보입니다.
비토리오의 리카르도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습격이라니?”
“히트맨이 나타나 순식간에 리카르도와 그 부하들에게 총을 난사한 후 바로 도주했다고 합니다.”
“리카르도가 죽은 것인가?”
“그건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보가 정말 사실이라면,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감시 등급을 최고 단계로 올린다.
그들이 무얼 하는지 파악해서 한 시간 단위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그 명령에 많은 정보원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렸군.”
이미 불붙어버린 싸움을 말릴 재간이 없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완전 개싸움이다.
다 잡아, 처넣지 않는 한.
“한동안 퇴근은 힘들겠군. 젠장.”
뭔가 불길한 느낌이 온몸을 휘어 감았다.
* * *
마이애미 해변이 보이는 한적한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삶의 희망을 품을 만한 장소로 해변을 추천한 것이다.
환자도 해변을 좋아했기에 내 의견은 바로 받아들여졌다.
40kg도 되지 않던 몸무게가 46kg까지 늘었다.
그러나 아직 췌장의 구멍은 메꿔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과 십이지장은 자가 복구를 진행 중이다.
내 치료법은 토트를 통해 아버지에게 바로 전송됐다.
모든 치료 과정이 아주 자세하게.
“몸은 좀 어떻습니까?”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네요.
제 치료법이 효과가 있어서.”
“한국 사람들은 좋겠어요.
이렇게 놀라운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니.”
“그렇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의학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보아왔던 사람들만이 이 치료법을 이용합니다.”
“네? 이 놀라운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대중은 한의학을 선호하지 않거든요.”
“어째서죠?”
“모든 환자는 실력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어 합니다.
이는 동양 의학도 다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살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을 테니까요.”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서양 의학은 빠르고 체계적인 데다 치료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치료가 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도 없고요.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환자가 서양 의학을 더 신뢰합니다."
“듣고 보니 제이슨 씨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그래도 제이슨 씨의 실력은 최고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제 치료법이 당신에게 효과가 있었을 뿐입니다.
만약, 제 치료가 실패했다면 저도 사기꾼이란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하긴. 신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 병을 치료할 순 없겠죠.”
내 능력이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내 결론은 ‘아니다’ 였다.
우선 죽은 자는 살릴 수 없다.
이는 이 능력을 가진 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다.
다만, 처음에는 막연하게 왜 살릴 수 없는지 생각만 했다면, 지금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다.
이는 살아있는 세포와 관련된 일이었다.
격렬비열도 심해 구조물과 나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하면서 알게 됐다.
세포를 유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허나, 분열하거나 새로 생성하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죽은 세포를 다시 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무리 능력이 더 발전한다고 해도, 이는 변하지 않을 듯했다.
신이라고 다를까?
“어쨌든 당신은 나의 구원자입니다.
이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죠.
솔직히 제 병이 치료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러신다.
맑은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든다.
벌써 잊으셨습니까?”
“아닙니다.”
“좋은 생각만 하십시오.
그래야 정신이 맑아지고 그것에 맞게 육체도 회복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나쁜 생각은 잊어버리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생각만 하겠습니다.”
“제가 구성해 드린 식단으로 최소 1년 정도는 드셔야 합니다.
처음이니 입맛에 맞지 않으시겠지만, 다 몸에 좋은 음식들입니다.”
내가 추천한 음식은 부통령에게도 추천한 사찰 음식이었다.
“알겠습니다.
그것도 꼭 지키겠습니다.”
“언제나 늘, 제가 지켜볼 겁니다.”
그 말을 하면서 검지와 중지를 내 눈에 가져다 댔다가 다시 상대의 눈을 향했다.
“미국 반대편에서요?”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면 눈이 4개가 달린 거인이 등장합니다.”
“아르고스를 말하는 건가요?”
“알고 계시군요.”
“저도 그리스·로마 신화를 좋아하거든요.”
“그 아르고스처럼 항상 제 눈이 당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생각만 해도 무서운 말이군요.
그 말이 무서워서라도 꼭 챙겨 먹겠습니다. 하하.”
“만약 제 말을 어길 경우,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더 쓴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처음 사찰 음식을 먹을 때, 인상을 팍팍 썼다.
그래도 몸에 기운이 돌았기에 먹긴 먹었다.
“하하하.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병원에서 주는 약도 한동안은 드시면 안 됩니다.”
“말씀하시는 게, 꼭 우리 어머니 같네요.”
“잔소리가 심하셨나 보네요.”
답변은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럼 이제,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더 있고 싶지만, 제가 좀 바쁘거든요.
“조심해서 가십시오.
간혹 놀러 오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알프레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잠시만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알프레드의 담당 의사가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무슨 일이시죠?”
“조용한 곳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담당 의사를 위해 따로 준비해 준 방으로 안내했다.
“닥터 레너드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부통령의 손자를 치료하셨다죠?”
내 표정이 굳어지자, 상대가 바로 다음 말을 꺼냈다.
“비밀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닥터 레너드도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않았거든요.”
에드워드를 담당했던 의사였다.
“당신이 한 치료 행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본 사람도 없고, 증언해 줄 자도 없으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부통령과 재무부 장관에게 척을 지려는 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부분은 안심해도 됩니다.”
“저는 왜 협박처럼 들리죠?”
“절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평생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서의 소명감 같은 겁니다.
당신의 그 치료법.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50대 초중반.
이미 본인의 분야에서 장인이 된 자였다.
아무리 배움에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해도, 의사로서 최고의 정점에 선 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닥터 레너드가 한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그가 왜 그토록 미친 듯이 대체 의학을 연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실력을 보고 나니, 나도 닥터 레너드와 마찬가지로 한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왠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군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치료는 환자 스스로가 한 것이죠.
제가 한 일은, 환자가 희망을 잃지 않게 옆에서 지켜본 것뿐입니다.”
“나는 이 분야에서 30년을 넘게 종사했습니다.
그동안 기적이라는 것을 3번이나 보았고요.
그러나 이번처럼 생존 확률이 1%도 되지 않는 환자를 살려낸 경우는 없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습니다.”
“그걸 모르는 의사는 없습니다.
경험이라는 건, 병에 관한 지식이나 손기술에만 국한된 건 아니니까요.”
환자의 체력이 계산되지 않으면 치료와 수술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당신은 이 치료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어째서죠?”
“이 치료법의 이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요?”
“당신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이치라는 것이 지금까지 당신이 배운 공부와 상충합니다.”
“나는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닙니다.”
“정 그러시다면 이 치료법을 바탕으로 연구된 논문을 추천해 드리죠.”
“논문 제목이 무엇입니까?”
“‘복구 불가능한 세포 재생 메커니즘’과 ‘죽어가는 세포 격리와 분열 복구’입니다.
제 치료법과 근접한 형태의 치료 논문입니다.”
“그런 논문이 있었습니까?”
“얼마 전에 등록된 논문입니다.
현재 이 두 개의 논문이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쓴 논문입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그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 작가의말
드디어 가지고 있던 비축분을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최대한 작품성 있는 글로 완결이 목표 이기에 연중은 없을겁니다.
다만, 제가 글을 쓰는 속도가 느리기에 독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시고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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