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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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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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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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DUMMY

“회식이나 하라고. 그리고 말이야, 이번 사건 확실히 잘 처리하라고. 우리 경찰은 고비들이 있어. 위로 쭉쭉 치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전국 여기저기 시골 경찰서로 전근 다니다가 계장, 과장으로 옷을 벗느냐 하는 터닝포인트들이 있다고. 똑똑하니까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었으리라고 믿고...”


박계장은 서장이 주는 회식비를 챙겨 나왔다. 거절했다간 상대에게 친할 마음이 없다는 걸 공공연하게 나타내는 셈이어서 얼른 5만 원권 묶음을 안주머니에 챙겨 서장 방을 나왔다.


조사실로 들어서는 박계장은 생각이 복잡한 것 같았다.


“그래 박계장, 설명 잘 들었어?”


“...”


“에이, 왜 그래? 터닝포인트에서 어느 방향을 선택하기로 했어? 나만 나쁜 놈 만들어 깜빵에 집어넣고 출세의 길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이선동, 서장 함께 집어넣고 만년 과장으로 옷을 벗느냐, ... 어떡하기로 했어?”


“야, 홍길동, 그만 좀 해라. 넌 어떻게 모르는 게 없냐?”


“내 하나만 더 말할게.”


“?”


“너 가슴에 두둑이 들어있는 5백만 원”


박계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가슴을 더듬는다. 5만 원권 묶음이 만져진다.


“그래 그 돈 묶음 말이야. 그거 어디서 나온 건지는 알고 있지?”


“어? 어디서 나왔는데?”


“야, 경감이나 됐으면 이제 알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거야 뭐, 경찰 예산에서 나온 떳떳한 돈은 아니겠지?”


“거봐. 너도 대충 알고 있잖아? 떳떳하지 않은 돈.”


“그럼 어떡하냐? 서장님이 주시는데 거절해?”


“그럼 그 돈이 니가 수사하는 사건의 고소인이 준 돈이래도? 너 코 꿰인 거야.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5백만 원이지만 그게 법적인 잣대로 재단하면 엄청난 액수가 되잖아? 고소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피고소인에게 불리하게 수사를 했다...”


“아니야, 난 우리 서장님이 준 격려금이라고 알고 받았어. 자, 하여간 난 피의자와 쓸데없는 일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 자, 조사를 시작해보자고.”


“내가 왜 불독 놈을 혼내줬는지 서장은 끝내 말 안 하지?”


박계장은 내 질문에 반응하지 않고 일문일답식으로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박계장을 그만 약 올리고 묻는 말에 대답해줬다.


회초리로 불독에게 참교육을 시킨 시간, 장소, 방법, 그리고 회초리를 맞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경위 등을 내가 설명하면 박계장은 열심히 받아적었다.


박계장은 그러나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피의자가 감추는 게 없으니 조서 작성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충 마무리되자 박계장은 노트북 모니터를 내가 볼 수 있도록 돌려주며 조서를 읽어보라고 했다.


“틀린 것 없으면 자, 간인 찍읍시다.”


그러면서 붉은색 인주를 나에게 밀었다. 나는 엄지에 인주를 묻히면서 말했다.


“어이, 박계장, 위로 쭉쭉 올라가는 선택을 했구만?”


“왜, 조서에 무슨 문제 있어?”


“야, 조서를 이따위로 작성하는 법이 어딨냐?”


“왜, 뭐가 잘 못 됐는데?”


“너, 이런 식으로 불쌍한 서민들 울리는 놈이었냐?”


박계장은 뭔가 찔리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무 말 않고 조서를 프린트하기 시작했다. 5 페이지짜리 조서가 프린트되어 책상 위에 놓였다.


“자, 그럼, 지장을 찍읍시다.”


박계장이 조서의 앞장 뒷면과 뒷장 앞면 사이에 찍는 간인을 찍기 쉽도록 조서를 한 장씩 접었다.


“박계장, 너 경찰대 다닐 때부터 이런 경찰 되려고 하진 않았지? 그때는 정의감 뭐, 이런 거 있었을 거 아냐?”


“응, 학교 다닐 때부터 너 같은 놈 잡아넣어서 정의사회 구현할 생각했었지.”


“그래? 그럼 난 간인이고 지문이고 안 찍는다.”


박계장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린다.


“왜, 이유가 뭔데?”


나는 표정을 엄하게 바꾸고 존댓말로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없는지 왜 안 물어보세요?”


“아, 할 말이 더 남아 있었습니까?”


“네, 조서에는 내가 왜 그놈을 혼냈는지 설명이 안 되어 있어서요. 내가 왜 그랬는지 알면 검사나 판사님들이 정상을 참작해주시리라 믿거든요.”


박계장은 올 게 왔다는 얼굴이다. 피의자가 조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장을 찍지 않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계장이 항복을 하고 만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지장은 조금 이따 찍게 휴지로 손가락에 묻은 인주 지우시고... 자, 다시 시작합시다.”


박계장은 조서 작성을 다시 시작했다.


“이에 피의자 홍길동은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며 추가 진술 기회를 요청하다...”


박계장은 한편 자판을 두들기고 한편 읽어가면서 나의 진술을 추가로 받기 시작했다. 나는 왜 참교육 회초리를 휘둘렀는지 은철이의 이야기와 불독 핸드폰에 들어있던 동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자세히 진술했고 박계장은 이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특히 참교육을 불독 혼자에게만 시킨 것이 아니라 서초서 최서장에게도 시켰으며 유튜브에 올라있는 참교육 동영상의 종아리 4개 중 2개의 주인은 최서장이라는 사실도 진술했다.


예상 밖의 진술이 계속되자 받아적는 박계장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진술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엉뚱한 내용을 집어넣고 내가 진술한 것처럼 속일 수도 없었다.


나의 입에서 뛰어나오는 말들 하나하나는 초대형 기삿감들이었다. 만약 기자들이 알게 되면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 사안이었다.


나의 진술을 다 받아적고 난 박계장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진술서대로라면 서장도 옷을 벗어야 할 사안이었다. 서장님을 상대로 피해자 진술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이 여느 사건과 다른 점은 가해자보다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계장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손이 떨려 라이터를 제대로 켜지 못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간신히 담뱃불을 붙였다. 좁은 조사실이 담배 연기로 이내 매캐해졌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박계장의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지켜보고 있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대충 비벼 끈 박계장은 생수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박계장을 향해 웃어줬다.


“박계장, 주사위는 던져진 거야. 그리고 당신은 아마도 지방을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잘하면 과장, 정말 기적이 일어나면 서장 정도로 옷을 벗겠지. 뭐, 그 인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박계장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서를 주섬주섬 정리해 일어났다.


“나는?”


“나는 뭐?”


“나는 여기 계속 있는 거야? 아님 집에 돌려 보내주는 거야?”


“조금 기다려 봐”


서장실에 올라간 박계장은 아직도 온몸의 떨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홍길동을 상대로 작성한 조서를 서장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서장은 조서를 끌어당겨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5페이지까지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홍길동의 추가 진술이 시작되는 6페이지에 이르러 서장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이후 다섯 페이지에 걸친 홍길동의 진술을 읽으면서 최서장의 얼굴은 벼락이 쳤다가 태풍이 불었다가 하면서 변화무쌍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난 서장의 부르르 떨리는 손아귀에서 조서가 구겨지고 있었다.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한 최서장. 구겨진 조서를 그러쥔 주먹을 책상에 내리치더니 울부짖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 썅놈의 새끼, 야~~”


박계장이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야 이 새끼야, 알아듣게 이야기했으면 그대로 해야지... 너 이 새끼야, 이거 일부러 엿 먹으라고 이따위로 조서 꾸몄지? 응? 나 죽으라고.”


박계장은 흥분한 서장에게 대답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게 또 최서장을 날뛰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너는 지껄여라. 나는 입 닥치고 있으마. 이런 거야? 너? 응?”


“아닙니다.”


“그럼 뭐야, 이 새끼야, 대답을 해봐”


“조서를 끝내려고 하는데 이놈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꼭 넣어달라고 해서...”


“야, 새끼야, 그래서 너한테 각별히 이야기했던 거 아냐. 그런 거 잘 컨트롤하라고.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놈한테 내가 그런 인생 어드바이스 해주는 게 아니었지. 난 그래도 경찰대 출신이라고 눈치가 좀 있는 줄 알았지.”


“죄송합니다.”


“진술서 다시 받아와!”


“알겠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울 줄은 몰랐다. 그래도 서장의 지랄(?)이 빨리 끝나 다행이었다. 형사계가 있는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인생의 악연이 있다면 바로 홍길동 같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최서장인가? 아니면 그놈의 재벌 2세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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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5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6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9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8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3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3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2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9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5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59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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