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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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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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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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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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12. 구속되다 >

DUMMY

나는 놈들이 소주잔을 건배하고 해장국을 먹는 장면을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가 불현듯 놈들이 편안하게 사우나를 하고 오늘 하루 행복하게 지낼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됐다.


물론 놈들이 지은 죄에 대해 본격적으로 참교육을 하는 시간이 오겠지만 바로 내 옆에서 이렇게 작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화통이 터졌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놈들을 향해 내밀었다. 놈들이 내가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좌우로 팬을 했다. 젊은 놈이 역시 반응이 빨랐다.


외마디 비명이 손님들로 벅적이던 해장국집을 흔들어 놓는다.


“야!”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마저 한다. 최서장이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러나 내가 잡힐 사람이 아니지 않나. 살짝 옆으로 몸을 움직이니 최서장이 달려드는 힘을 주체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불독과 젊은 놈은 점잖은 체면에 몸을 쓰기는 내키지 않는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성인다. 나는 그러는 그들의 모습까지 마저 카메라에 담고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두르지 않고 계산대로 향했다.


놈들은 대한민국의 실력자들을 대놓고 촬영하는 놈이 도대체 누군지, 그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놈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의 얼굴을 아는 최서장과 불독은 홍길동이 아닌 것에 안도하는 눈치였다.


최서장이 나섰다.


“야, 너 핸드폰 내놔”


나는 대답 대신 그들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놈들이 움찔하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선다. 약을 올려본다.


“못 준다면?”


젊은 놈이 나선다.


“너 이러면 현행범으로 잡아가는 수가 있어”


겁먹을 내가 아니다.


“얼마든지... 말하는 꼬라지 보아하니 법깨나 공부한 모양이야? 지금 바로 112 신고하지 그래. 검사하고 경찰서장하고 그리고... 재벌2세 놈이 밤새 술 퍼마시고 해장국 먹다가 파파라치한테 당하고 있다고”


손님들의 시선이 나와 놈들에게 모이자 놈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놈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서둘러 계산을 끝내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계산을 천천히 하고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느릿느릿 밖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놈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서장이 다시 먼저 나선다.


“어이, 얼마면 돼?”


“뭐, 돈 주고라도 없애야 되는 그림인 모양이지? 히히히”


최서장이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눌러가며 협박을 한다.


“너 이 새끼, 우리가 누군지 안다며? 그렇게 자신 있어? 너 진짜 죽어볼래?”


이 대목에서 나는 주눅 든 것처럼 해주는 게 낫다.


“아이, 뭐 이렇게까지... 그냥 장난 좀 쳐본 것 가지고...”


다시 최서장이 묻는다.


“긴말 필요 없고, 얼마면 돼?”


나는 정색을 한다.


“돈 필요 없어요. 난 그냥 오늘날 권력자들이 어떻게 끼리끼리 상부상조해 가며 한세상 잘 살아가는지 역사에 남기면 되는 사람이에요. 돈이 필요해서 그랬던 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할 말 없다는 듯 가로막고 있는 그들을 피해 걸음을 옮겼다. 내가 끝내 핸드폰을 그대로 가지고 자리를 뜨자 놈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몇 걸음 옮겼을까? 이번에는 젊은 놈이 나선다.


놈이 등을 보인 채 멀어지고 있는 나를 향해 달려든다. 두 손으로 나의 등덜미를 붙잡는다. 그러나 나는 꿈쩍 않고 계속 걷는다. 놈이 나의 윗도리를 붙잡고 질질 끌려오는 모양새다.


보다 못한 최서장이 달려와 나의 앞을 가로막는다. 나는 최서장이 가로막거나 말거나 그냥 밀고 앞으로 나아간다. 최서장은 나의 멱살을 붙들고 걸음을 막아 보지만 하릴없이 뒤로 밀려 나갈 뿐이다.


앞뒤에서 밀고 당기는 놈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사뿐사뿐 걸어가자 놈들이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뛴다.


구경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구경꾼들 중에 누구라도 자신들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낭패다. 셋이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그 자체가 뉴스가 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두 놈은 일단 나에게서 손을 뗀다. 멀어져가는 나를 보고 있는 세 놈은 속이 타들어 간다. 다시 쫓아가 실랑이를 벌이면 구경꾼들의 이목을 다시 끌 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휴대폰을 가지고 그대로 떠나는 걸 두고 볼 수도 없다.


이번에는 불독이 나선다. 나에게 급하게 뛰어오더니 속삭이듯 액수를 제시한다.


“야, 천만 원. 됐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불독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맘껏 비웃어줬다.


“천만 원? 이 새끼 장난하나? 이 동영상의 값이 겨우 천만 원? 니 놈의 재산과 위신이 걸려있는 이 동영상이 겨우 천만 원? 니가 그렇게 하찮은 인간이냐? 내가 바보로 보이니?”


“그럼 얼마?”


“그리고 이 자식들아, 여기 신성전자 망나니 2세만 있냐? 응? 니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게 뉴스라는 거 잘 알지?”


나는 껄껄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놈들로부터 멀어졌다. 닭 쫓던 개 마냥 놈들은 멀어져가는 나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내가 가뭇없이 사라지자 놈들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구경꾼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내가 사라지고 나자 놈들은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최서장은 서초경찰서 형사계 당직 형사에게 전화를 한다.


“지금 당장 니 눈으로 홍길동이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해 봐”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서장의 신경질적인 지시를 받은 당직 형사는 핸드폰을 켠 채 비몽사몽 유치장으로 향한다.


“야, 홍길동이 어딨어?”


구석에 누워있던 나, 홍길동의 분신이 부스스 일어나 앉는다.


“여기 있는데요.”


나의 모습을 확인한 당직 형사는 핸드폰에 대고 말한다.


“여기 있는데요.”


홍길동이 유치장에 얌전히 앉아있는 걸 확인한 세 사람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아까 봤던 놈은 최소한 홍길동 같은 강적은 아니어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꼭 안심할 일만은 아니었다.


그놈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홍길동 말고 누가 또 자신들의 커넥션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단 말인가? 홍길동은 최서장과 불독의 관계만을 알았지만 그놈은 검사까지 한패라는 걸 알고 있다.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불독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공직에 있지도 않고 돈이 많아서이다.


“돈으로 해결 못 하는 일은 내가 여지껏 본 적이 없어요. 걱정들 하지 말라고”


최서장이 거든다.


“짜식이 돈 올려 받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죠. 영감님, 걱정하지 마세요.”


영감이라고 불린 김검사라는 놈은 그래도 걱정이 태산이다.


“아,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대통령도 바뀌고... 쪼그만 책이라도 잡히면 바로 옷을 벗거나 아님 좌천이라... 에이... 우리 만나지 말 걸 그랬어요.”


“에이, 김검사, 걱정 말라니까... 뭐, 무슨 일 생기면 우리 회사 법무실장 자리 비어있다고 했잖아요? 그깟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며 이렇게 달달 떨며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걱정 맙시다.”


“그런데 만약 그놈이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SNS에 올리는 게 목적인 놈이라면 이거 정말 골치 아픈데요?”


“어허, 김검사, 정말 쫄보네. 뭘 그렇게 걱정하고 그래.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어딨다고...”


어정쩡하게 존대를 하던 불독의 말끝이 짧아졌다. 김검사는 걱정이 태산 같아 그런 미묘한 차이도 의식하지 못했다. 다시 최서장이 나선다.


“자식이 혹시 돈을 더 달라고 흥정을 해 오면 협박 혐의로 바로 그냥 집어처넣을 수도 있잖습니까? 아예 일이 없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검사님, 걱정 붙들어 매시고 홍길동이 놈이나 일단 골인시키고 보죠.”


최서장은 끝내 제 무덤을 파고 말았다.


전체 10페이지 분량 중 불독이 김은철 어린이를 납치 폭행하고 룸살롱에서 불독과 최서장 자신이 술을 마시다 홍길동에게 회초리 참교육을 당했다는, 핵심 내용이 담겨 있는 다섯 페이지를 싹둑 잘라낸, 조작된 조서를 근거로 검찰에 홍길동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경찰서장이 공문서를 위조까지 한 것은 자신에게 닥칠 재앙이 너무 무서워서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타조가 볏짚단에 머리만 숨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약 문제가 터지면 모르긴 몰라도 영장을 검토한 김검사 녀석은 자신은 위조된 줄 몰랐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내가 확보해 놓은 동영상을 본다면 그 변명이 매우 옹색해질 것 또한 분명하긴 하지만.


나를 골인 시키는 사법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서장으로부터 위조 조서를 받은 김검사 놈이 법원에 영장을 신청하자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즉각 발부했다.


나는 폭행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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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0. 박계장, 강적을 만나다 > +1 22.05.14 355 5 9쪽
10 < 9. 감옥을 택하다 > +1 22.05.13 387 6 9쪽
9 < 8.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몸 > +1 22.05.13 389 7 9쪽
8 < 7. 놈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1 22.05.12 418 7 10쪽
7 < 6. 돈에 대한 집착 > +1 22.05.12 458 11 9쪽
6 < 5. 첫 번째 참교육 > +2 22.05.11 493 12 10쪽
5 < 4. 맞어, 이상한 새끼야 > +1 22.05.11 513 13 9쪽
4 < 3. 귀신이냐 사람이냐? > +1 22.05.11 543 14 10쪽
3 < 2. 이런 우라질 놈이... > +1 22.05.11 629 14 10쪽
2 < 1. 제보를 받습니다 > +1 22.05.11 956 26 10쪽
1 프롤로그 +3 22.05.11 1,161 3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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