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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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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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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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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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3주차

DUMMY

부상당하거나 죽거나 탈영한 자들을 제외한 토벌군은 약 400여명 정도, 그리고 박규수가 구해 낸 마을 사람들 중 싸울 의지가 있는 자들을 포함한 전력은 100여명이 채 되지 않는 숫자였다.


토벌군은 궁기병을 포함하여 각종 조총, 활, 철편 등등으로 무장하고, 군관의 경우에는 쇄자갑과 두정갑, 그리고 병졸들의 경우 지갑, 즉 여러 겹 종이를 겹치고 옻칠로 마무리한 갑옷을 방어구로 착용하고 있었다.


반면, 마을 사람들 중 산탄총으로 무장한 사람은 열에 하나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였고, 대부분은 활이나 몽둥이, 그리고 서양의 슬링과 비슷한 ‘줄팔매’와 짱돌이 무장의 전부였다. 방어구도 박규수와 류헤이 일당은 선박용 작업복과 방호헬멧으로 상당히 충실한 편이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겨울이라 두텁게 솜을 넣어 누빈 옷 정도가 전부였다.


숫자로 보나, 무장으로 보나, 훈련도로 보나 여러모로 마을 사람들이 토벌군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그러나 먼저 입을 연 것도, 기세가 등등한 것도 박규수와 류헤이, 그리고 마을 사람들 쪽이었다.


공기가 날카로웠다.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라고 흔히 표현하는데, 실제로 공기가 너무나 날카로운 나머지 살갖이 베여 피가 나는 자들도 있었다. 아니,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몰랐다.


“피...”


살아남은 순무영 군졸 하나가 따끔한 느낌에 자기 볼을 만져 보았다가, 흐르는 피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 뱉었다. 사실 추위에 시달리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가 갈라진 것이었으나, 그는 저 앞에 가득한 살기에 살이 베인 것으로 착각했다.


그 정도로 차가운 살기가 이 곳에 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나가겠어!”


밤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고, 제대로 된 따듯한 식사를 한 적도 한참 지났으며 각종 트랩에 걸려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데다, 며칠 사이 기괴한 질병이 여기저기서 발병하는 등, 이미 토벌군의 사기는 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사실, 훈국과 각 가문의 사병에 가까운 자들을 모아 만든 순무영은, 비록 손발을 맞추어 본 적은 없었으나, 개개인이 조선 최고의 정예병이라 할 정도로 잘 훈련된 토벌대였다. 그러나 사망자와 부상자를 버리고 도망가야 할 정도로 사기가 바닥을 쳤고, 지휘부 상당수는 한양 고위 세도가의 자식들이거나 방계는 되는 자들이라 잃을 게 많은 자들이었던 터라,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각오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자들이었다.


어찌 보면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 이미 피폐해진 그들이 도망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몰랐다.


“자리를 지켜라... 적전도주는 즉결 심판이니라..”


군관 하나가 외쳐보았으나, 그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도망가면 죽인다. 순순히 무기를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흐컼!”


말을 몰아 뒤쪽으로 도망치던 자의 목이 날아갔다.


“도망가면 죽는다니까.”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주변이 고요하던 때문에 꽤 많은 자들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단 박규수 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조차 차가운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으니, 순무영의 생존자들은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비단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2면이 포위된 상태였던 것이다.


사실, 박규수 본인이나 류헤이 일당은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자들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자기 가족이나 이웃, 친구, 친지 상당수를 이번 토벌에서 잃은 자들이었다.


거기에다, 병서 깨나 읽고 짧은 기간이나마 정약용으로부터 군사 관련 지식을 배웠던 박규수에 실전 경험이라고는 어지간한 자에게 뒤지지 않는 류헤이가 더해지자, 마을을 ㄴ모양으로 반포위한 상태에서 마을 사람 대부분이 적절한 위치에 엄폐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쏟아 부을 준비가 끝낸 채로 도망가려던 토벌대를 맞이한 것이었다.


반면, 토벌대에서 가장 잘 싸우고 잘 쏘는 자들은, 김모와 조모라 하는 낙하산 군관 주변에 두텁게 배치되어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그 중에서도 전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있었는데다, 경험 많은 자들 상당수는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저 안에서 끙끙 앓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아니면 쏘겠다.”


그러자 토벌군의 군관 하나가 나서며 이야기했다.


“네놈이 이미 역적질을 했거늘, 백기(白起)와 같이 갱(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감히 네놈들이 백기의 고사를 이야기하는가? 항복한 자들을 모두 산 채로 묻어버렸던 백기와 네놈들이 무엇이 다른가?

너희들은 죄 없는 촌사람들이 항복할 때 어찌 하였는가? 그래도 자비를 베풀어 주려 하였거늘, 네놈은 조괄이 되고 싶은 것이냐?”


백기는 춘추전국시대 때 진나라의 장수로, 조나라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졸장 조괄이 지휘하던 조나라 군사 40만 명을 사로잡아 갱살, 즉 땅에 산 채로 묻어버린 인물이었다. 즉, ‘백기와 같이 갱한다’라는 이야기는 항복해봤자 죽일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미 마을에서 사람들의 수급으로 탑을 쌓아가며 절였던 자들이니, 항복 권유를 하는 저의를 의심할 만하기도 했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 상당수는 온 몸으로 살기와 원한을 풀풀 풍기고 있었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박규수는 들고 있던 활을 당겨 높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토벌군 쪽 누군가가 화살을 먼저 날려 박규수가 쓰고 있는 헬멧 가운데를 정확히 맞추었다.


“팅!”


화살은 정확히 날아들었으나, 헬멧 앞 투명한 윈드실드에 맞은 화살은 그대로 튕겨나갔다.


“화살이 박히지 않는다니?”

“몸을 노려 쏴라!”


박규수가 잠깐 휘청하며 들었던 활을 내리자, 다시 토벌군 쪽에서 화살 몇 발이 날아들었다.


화살들은 정확히 박규수의 몸을 향해 날아왔으나.. 두 발은 류헤이가 칼로 쳐내어버렸다. 그러나 모든 화살을 쳐 내는데는 실패한 류헤이가 외쳤다.


“박공!”

“윽!”


박규수의 가슴팍에 정확히, 화살 한 발이 박혔다. 그러나 잠시 휘청거리던 박규수가 다시 똑바로 섰다.


가슴팍에 맞은 화살은 작업복을 뚫지 못했다.


“쏘시게.”

적의 항복 의사가 아직 없음을 확인한 박규수가 이야기했고, 곧 L자형 포위망 여기저기서 총탄과 돌, 그리고 화살이 날아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중 무언가 다른 것을 줄팔매에 걸어 돌리는 자들이 있었다. 흰 연기를 내뿜는 그것을 본 순무영 장졸들의 눈이 공포로 커졌다.


“진천뢰!”

“왼쪽 끄트머리 진천뢰!”

“으악! 진천뢰가 날아온다!”


줄팔매에 걸려 있던 사과만한 둥근 무엇인가가 새하연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날아오는 모습을 보던 토벌군은, 화살 끄트머리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이쪽으로 날아들자 바로 혼란에 빠져들었다.


“진천뢰 던지는 놈들부터 쏴라!”

“도망쳐!”


명령이 엇갈리고, 혼란은 더욱 커졌다. 그걸 군관 몇 명이 수습하려 애썼으나, 이미 사기가 떨어진데다 화살까지 먹히지 않는 것을 본 토벌군은, 도망가는 자, 화약을 급히 조총에 재는 자, 사태를 수습하려는 군관, 앞장서사 말을 몰아 도망가는 궁기병 등등이 뒤섞여버렸다.


“세상에 저런 진천뢰가 어디있어 등신새끼야!”

“신기전이겠지!”

“신기전은 화살처럼 쏘는게 신기전이고!”


“쿠쾅!”


아주 짧고 강력한 폭음이 울리고, 순간 귀가 멀 정도로 큰 폭음과 함께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빛이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삐이이이.......”


분명 폭음이 들렸던 것 같은데, 곧 ‘삐--’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것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폭발한 그것 주변에 있던 자들은, 눈 안에 소금을 부어 넣기라도 한 것처럼, 눈 앞이 새하얗고 시려지는 경험을 했다.


거기에다, 낮술을 한 동이는 마신 것처럼 몸이 몹시 어지럽고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똑바로 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좁은 면적에 있던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도망치려 하다 보니, 자기 편 말에 밟혀 죽는 사람, 도망가다 넘어지고 그 위로 다른 자들이 넘어져 자기들끼리 깔려 죽는 사람, 손을 벌벌 떨며 조총에 탄환을 먼저 집어넣고 화약을 그 다음에 부어넣는 사람, 화승에 불을 붙이려 부싯돌을 치다 화약 주머니를 인화시켜 터져죽는 사람 등등, 토벌군은 한방에 대혼란에 빠져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쳐라!”


마을 사람들과 박규수, 류헤이들은 거기에 굳이 총질을 할 필요도 없이, 달려가 몽둥이와 방망이로 몇 번 후려친 후, 토벌군을 굴비 엮듯 줄줄 엮어 순식간에 수백여 명에 달하는 포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토벌군이 하루 머물렀던 마을의 여러 집들에서 심각하게 부상당하거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자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이미 파상풍 증세가 심각하여 약 투여가 힘든 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을 수습하여 치료하였다. 사영이 저번 콜레라 균을 뿌릴 때 주었던 경구 수액과 페니실린을 타서 먹이고, 스트렙토마이신을 개어 만든 고약을 상처에 바르고 감마선으로 멸균한 무명을 대어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상태가 위중한 자들과 고급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들은 마량진으로 옮겨져, 거기서 이양선으로 보내졌다. 그 중에는 풍양 조문에서 내려 보냈던 지휘관급 군관도 있었고, 심영도 있었다. 감염이 심한 자들이나 파상풍 증상이 나타났던 사람들은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낙마한 심영 또한 낙마의 충격이 상당히 컸는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에 돌아와서 머리에 몰렸던 피가 어느 정도 식자, 박규수는 그런 자들을 돌아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마을에서 이들이 했던 짓을 보면 싹 다 목만 잘라 한양으로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한양으로 갔다 소식이 끊긴 다산 선생과 전 공충 감사의 일도 걱정되었고, 청국이 연루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뒷감당도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들을 다 참하여 머리를 소금에 절이고 싶으나...저들을 데리고 한양에 가서 소식이 끊긴 사람들을 포로 교환하는 식으로 해서 구명에 보탬을 하는 것이 어떠한가 합니다.”

“그게 좋겠군요. 그렇게 하시지요.”


의외로 사영은 선선히 허락해주었다.


“내가 부르는 대로 받아 적거라.”

“다 쓰면 죽이는 것 아니오?”

“안 죽인다니까.”

“남아일언....중천금이오..”


하여, 박규수는 순무영 군관들을 어르고 달래어 현 공충 감사에게 사정을 간략히 설명하는 글을 보내고, 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한양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정약용과 홍희근의 구명을 요청하는 글을 전하게 했다.


그렇게 토벌군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동안, 공충도 마량진 앞에 새로운 손님들이 등장했다.


“Bloody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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